# 19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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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클 정도면 1군임?
웬만한 탑돌보다 방송에서 자주 보는 것 같은데
└ㄴㄴ 한 2군정도?
└3군
└십군 백군 천군
└그렇군
└군고구마
└공중파 1위도 아직 못햇는데 먼 1군이야 ㅋㅋ
└방송 많이 나오면 예능인이지
└지금 활동하면 1위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요즘도 급 따지는 애들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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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ㄹㅇ로 몬클 요즘 궤도 오른 느낌
아직 성적은 그닥이긴 한데 상승세 생각하면 내년엔 진짜 탑반열 들수도
└언젠 망돌이라더니 글마다 댓글 만선인거 보니까 1군 맞나봄
└거긴 볼때마다 ㅈㄴ특이해 갑자기 뜬 계기가 뭐지??
└대상라인 타서 그런 거 아냐?
└ㄴㄴ대상이 몬클라인 탄 거
└ㅋㅋㅋㅋ 완전 0군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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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다양한 시상식과 연말 무대가 모인 시즌.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신셋의 프로듀싱을 최대한 빨리 끝내두려 한 것은 연말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방송이 시작되었으니 일정을 미룰 수는 없었다. 방송이 끝날 때쯤엔 신셋도 활동을 시작하고 마무리해야 하니까.
‘출연진들이 전부 연예인이니 어쩔 수 없지.’
전년도 연예대상인 만호는 특히나 바쁠 테고, 멤버들도 각자 그룹의 스케줄이 있을 터였다.
음악 방송이 있는 방송국은 연말 결산 무대를 선보이거나, 연말 스페셜 방송을 꾸리기도 했으니 아이돌은 불려 다닐 곳이 많았다.
그러나 사실 불려 다니는 건 일부뿐. 연말이 가까워지자 이 아이돌 생태계는 인기순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연말 무대에 나갈 수 있는 그룹과 아닌 그룹을 분류하며 라인업을 예측하고 나섰다.
그 와중에 모노크롬은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이냐는 글이 종종 올라오기도 했다.
‘처음엔 공중파 음악 방송도 나가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연말 무대는 끝판왕이었어…….’
아이돌 데뷔가 예선, 음악 방송 출연이 본선이라면, 연말 가요제 출연은 결선 정도?
출연이 꼭 인기도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 인지도를 얻은 신인이라면 합동 무대를 하든, 소속사 선배와 콜라보 무대를 하든 연말에 무대에 설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신인 시절이 지나면 그나마 신인이기에 생기는 기회도 얻지 못한다.
‘신셋 멤버들도 두 그룹을 병행하느라 피곤해 보이기도 했는데 신인 시절이 중요한 걸 알아서 무리한 거겠지.’
그러나 모노크롬은 안타깝게도 신인 시절엔 힘없는 소속사의 유일한 아티스트였다.
……지금까지 연말 무대에 서 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중소 소속사에서 데뷔해서 확실히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한 아이돌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 다음으로 데뷔한 아이리스는 신인상을 받을 정도였으니, 데뷔 초부터 연말 가요제나 시상식에 하나쯤은 꼭 출석해 왔다고 한다.
아이리스가 연말 무대 준비할 동안 모노크롬 멤버들은 무슨 마음이었을까.
‘안 그래도 멤버들은 항상 회사에 나와 있는데…….’
항상 생각하지만 아무리 안타까워도 과거는 바꾸지 못한다는 게 참 슬픈 일이지.
그래도 올해는 분위기가 좀 바뀌었다. 한 해 동안 원하던 목표를 모노크롬이 하나둘씩 이뤄가는 것을 본 컬러즈들은 슬쩍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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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혹시 연말무대 기대해봐도 되나?
못 나가더라도 실망하진 않을텐데 일단 기대해봐도 되는 부분..?
└나갔으면 좋겠다ㅠㅠㅠㅠㅠㅠ
└연말몬클 제발..
└ㅅㅊㅅㅊ
└주인님 보고계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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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말 걸지 말라고…….’
설마 정말로 내가 보고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쓰는 건 아니겠지? 컬러즈는 내가 커뮤 중독인 걸 알 리가 없으니까.
아무튼 그래서 올해 모노크롬은 어떠하냐면.
마치 징검다리처럼 일주일에 하나씩 스케줄이 잡혔다.
‘케이블 채널 음악 방송은 주 출연자인 아이돌들이 다들 바빠서인지는 몰라도 연말에 곧잘 결방한다고 하고.’
연말 시즌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케이블 음악 방송은 <뮤직더라이브> 연말 결산.
모노크롬도 <뮤직더라이브>에서 로 1위를 한 덕분에 출연 기회를 얻어냈다.
그리고 공중파 방송국의 연말 가요제는 벽이 높았다. 모노크롬도 공중파 가요제 라인업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일단 ZBS는…… 그 예상대로 라인업에 들지 못했고.’
그러나 QBC의 연말 가요제인 <가요 페스타>에 출연할 수 있게 되었다.
QBC의 첫 아이돌 단체 예능이었던 <아이돌부 방학캠프>에 출연했고, <쉰셋돌>에서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모노크롬이 ‘연말 무대에도 못 서는 그룹’ 이미지가 되어 버리면 QBC 예능국에서도 좀 곤란한 듯했다. 모노크롬을 선택한 게 그들이었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은 12월 31일, 올해의 마지막 날에 새해 카운트다운 중계까지 겸하는 <음악대상>.
‘정말 딱 1년이구나.’
내가 이 세계에 처음 와서 얼핏 들은 게 라솔의 음악대상 수상 소감이었는데, <음악대상>에서 그 라솔과 특별 무대를 꾸미게 되었다.
그 외에 연말에 하는 크고 작은 가요 시상식이 몇 개 있었는데 모노크롬은 참가하지 않았다. 그쪽은 가요제보다 성적이 좀 더 중요하니까.
‘이제야 1위에 오르기 시작한 그룹이라 어쩔 수 없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성장했다는 평을 많이 받고는 있지만, 한 해의 음원 및 음반 성적을 평균 내면 그저 그렇다는 것이 문제였다.
모노크롬은 지금 여러모로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
화제성은 있는데 달성한 성적이 부족한 그룹. 안 부르기엔 뭔가 섭섭하지만 부르기에도 뭔가 부족한 그룹. 그 정도가 아닐까.
‘대상…… 가망은 있는 걸까?’
차근차근 성장해가고 있다는 건 나도 체감하지만, 내년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나마 라솔이 음악대상은 판매량으로 승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준 것이 위안이지만, 이미 고정 리스너가 있어서 판매량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라솔이기에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여러 복잡한 생각이 몰려들어서 숨을 내쉬며 작게 “끄응.” 소리를 냈다.
매니저로서 같이 일정을 확인하던 민형이 내 표정을 봤는지 말을 건넸다.
“일정이 뭐가 마음에 안 드세요?”
“아뇨……. 그냥, 여러 생각이 드네요.”
“좋은 쪽으로요, 나쁜 쪽으로요?”
“둘 다요……? 이만큼 성장한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한데, 저도 모르게 기대치를 높게 잡았나 봐요. 역시 갈 길이 꽤 남았구나 싶기도 하고.”
연말 일정을 보니 마치 올해 활동의 성적표를 받은 기분이었다.
100점을 받으면 상으로 모든 연말 가요제와 시상식에 초청해주겠지만 올해는 70점만 받았으니까 이 정도만 보상을 줄게. 이런 느낌?
이미 확고한 목표 지점이 있는 데다가 기간이 딱 반절만 남았다는 조급함 때문에 사고가 쉽게 부정적인 쪽으로 빠졌다.
다시 표정이 어두워지려는 내게 민형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애들은 그냥 좋아하던데요.”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그 얘기를 들으니까 어쩐지 내 걱정도 조금 가벼워지는 듯해서 작게 웃었다.
‘그래,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자. 예전처럼 아예 없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불안한 미래를 생각하니까 기분이 자꾸 가라앉는 것도 당연하지. 현재만 생각한다면 우리는 아주 좋은 성취를 이뤘다.
갑자기 폭풍 성장해서 모든 1위와 상을 휩쓰는 만화 같은 전개를 기대한 건 아니었으니까. 이만큼만 해도 솔직히 많이 성장했다.
과거는 어찌할 수 없고, 우리가 할 일은 앞으로 잘하는 것뿐이다.
내년이 특히 중요했다. 새해엔 거의 바로 컴백 일정이 잡혀 있어서 이미 앨범 준비도 들어간 상태다.
‘이렇게 바쁜데 과거 성적에만 얽매여 있으면 안 되겠지.’
얘기가 나온 김에 민형의 얼굴을 보니 생각나는 게 있어서 물었다.
“아이리스는 연말 무대 어디 나온대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최 비서에게 물어보는 게 낫겠지만, 가볍게 물어보기엔 민형에게 물어보는 것이 빨랐다. 아이리스의 소식은 아마 이미 알고 있을 테니까.
뉴마와 뉴레인은 현재 자금 부분만 엮여 있어서 뉴마 이사인 내가 그쪽 상황을 일일이 보고받는 것은 아니었다.
대표의 딸로서 알 수야 있었지만, 내 할 일로 바빴던 탓에 아이리스의 동향까지 매번 파악할 정신까지는 없었다.
전처럼 컴백이 겹친다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면 그쪽에서 찾아와서 자연스레 알게 되겠지만,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은 우리가 1년 4컴백을 하는 동안에 컴백 일정이 더 겹친 적은 없었단 뜻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활동 앞뒤로 컴백 소식이 들린 적이 없긴 해.’
대형 소속사는 연말에 소속 그룹끼리 콜라보 무대를 하기도 한다던 이야기를 들은 참이라 생각났다. 지금 모노크롬과 아이리스의 경우는 선후배가 선후배가 아니게 되었지만.
내가 머릿속이 가벼워져 표정이 풀린 반면, 이번엔 민형이 대답 대신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내가 뭐 잘못 물어봤나……?
“아이리스는 연말에 안 나온대요……?”
“나오기야 하죠.”
“근데 표정이 왜 그래요?”
“국내 방송이 아니고 외국에서요.”
대표가 해외 진출을 노린다더니 계속 그쪽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민형의 표정을 봐서는…….
“팬으로선 별로 달갑지 않아요?”
“아니 뭐, 활동 범위를 넓히는 거야 좋긴 좋은데…….”
민형은 웬만하면 크게 눈치 보지 않고 솔직히 말하는 타입이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뜸을 들인다는 건 별로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좋은 이야기였으면 저번처럼 줄줄 정보를 읊어 줬을 테니까.
“저한테 말하기 좀 그런 얘기예요?”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말 안 해도 이사님은 최 비서님한테 물어보면 다 아시겠죠. 그냥 진짜 팬으로서 하는 얘기라 생각하고 들어주시면 말씀드릴게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민형은 아이리스의 팬인 무지개로서 입을 열었다.
“해외 투어 하다가 일본에선 연말 팬미팅이 있고요. 해외 방송 출연이 연말 가요제 기간이랑 겹쳐서 아마 가요제는 안 나올 것 같다고 다들 예상 중이에요. 올해 한국 활동이 상반기 한 번뿐이라 시상식이나 음악대상도 아마 라인업에 없을 것 같고요.”
이야기를 들어 보니 내가 너무 바빠서 아이리스 소식을 못 들은 것이 아니라 국내 소식이 없어서 내 귀에 들려오지 않은 것이었다.
“저번에 우리 활동 겹쳤을 때가 마지막 국내 컴백이었어요?”
“국내 활동은, 네. 한국 컴백 이후로 해외 앨범만 나왔죠. 장점이 있어서 그렇게 활동하는 거겠지만…… 이건 정말로 팬의 관점에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아이리스와 활동이 겹쳤던 것은 모노크롬이 로 활동할 때다. 분명 봄이었는데.
민형은 말하면서도 단순히 일개 팬의 입장이라고 계속 선을 그었다. 아이리스의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면 환영하지만 정작 국내 팬들은 아이리스를 접할 기회가 줄어들어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아이 유학 보낸 부모님 같은 심정이려나…….’
분명 더 좋은 기회를 얻으려고 외국에 나간 건데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서 쓸쓸한 기분 비슷한 거 아닐까.
내가 또 생각에 빠져있자 민형이 화제를 전환했다.
“그건 뭐 어쩔 수 없는 거고요. 완전히 해외에서만 활동할 것도 아니고 내년엔 또 컴백 일정이 있겠죠. 저희도 내년 준비 중이니까. 뉴레인도 비슷하지 않겠어요?”
“……네.”
민형은 내가 물어봐서 답했을 뿐, 대화를 길게 끌어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
일로 돌아가자는 듯이 그는 책상 위에 있던 자신의 다이어리를 슬쩍 덮었다.
나도 그 사인에 맞춰 적당히 회의를 마무리하고 일어나 이사실로 돌아왔다.
‘그래, 내 일을 해야지……. 아니, 그래도!’
조용한 이사실에 혼자 앉아 있으니 갑자기 또 사념이 불쑥 존재감을 나타냈다.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엔 해외 활동으로 돌리는 게 수익 면에서 제일 좋다던, 마이 엔터 공식 커뮤니티의 공략 글이 지금 생각나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