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188화 (188/430)

# 188화

메이크업 샵 또한 기존에 각 신셋 멤버들을 담당하던 곳이 아니었다.

‘그래서 평소 스타일 고려하지 않고 더 자유롭게 주문할 수 있었지.’

그래도 기본 스타일을 참고해서 큰 변화 없이 자연스럽게 메이크업하는 것으로 모두의 동의를 받았지만 이담은 달랐다.

스타일 변화를 줘도 된다고 소속사의 허락도 받아냈겠다, 열과 성을 다해 특별 주문을 했다.

[최대한 순하게, 무해해 보이게, 동글동글한 느낌으로 해 주세요!]

처음 모노크롬 프로필 사진을 재촬영할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해랑의 눈썹에 특히 공을 들였지. 눈썹이란 게 인상에 꽤나 많은 영향을 주곤 한다.

이번에도 이담의 눈썹에 특히 신경을 썼다. 스크래치는 살려도 괜찮지만, 화난 인상 같아 보이지 않도록 완만하게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아이라인도 마찬가지. 눈매가 순해 보이게 만들어 달라고 거듭 강조하자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는 올라간 눈꼬리를 아이섀도로 이렇게 저렇게 해서 전문가의 손길로 순화해주었다.

다른 멤버들보다 짧은 머리는 갑자기 기를 수 없어서, 앞머리를 가지런히 잘 내려 비니모자를 씌웠다.

거기에 계절에 맞춰 손등을 살짝 덮는 니트 위에 기장이 짧은 더플코트까지.

머릿속으로는 상상해 봤으나 실제로 완성되어 나온 모습을 보니 매우 만족스러웠다.

“좋아. 귀여워.”

“귀, 귀엽다니…….”

“모자 건들면 안 돼! 모양 망가져.”

모노크롬 멤버들에게 칭찬하던 게 습관이 되어서 평소처럼 솔직한 평가를 입에 담자, 이담은 생소한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내 말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이런 종류의 칭찬도 처음 들어보는 걸까. 하긴 평소엔 무섭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었지.

쑥스러워하며 머리를 긁적이려 하기에 모자 형태가 망가질까 봐 막았다.

“야. 잘 어울린다. 뭐랄까. 신인신인한 느낌?”

보컬 멘토였으나 이담 자존감 채우미 역할이 되어 버린 한이가 다가와 이상한 칭찬을 건넸다.

2년 차면 원래도 신인 아니야? 신인신인하단 건 뭐야. 여름여름하단 거랑 비슷한 말인가.

“신인신인한 느낌이 뭐야?”

“후배후배한 느낌이요.”

“……귀엽단 뜻이지?”

“귀여우면서 신인신인한 느낌?”

이야기가 360도 빙 돌아 제자리로 돌아왔다. 표현법은 이상하지만 대충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지는 알겠어.

연속으로 귀엽다는 소리를 듣자 이담은 또 머리로 손을 올리려다가 아까 내 말이 떠올랐는지 퍼뜩 내렸다.

한이도 꼭 자신감 세워주는 역할을 수행하러 왔다기보다는 스타일 변화가 신기해서 다가온 듯했다.

“곡 느낌에 잘 어울려. 딱 머릿속에 있던 악동 느낌이야.”

한이와 함께 다가온 셀프 자존감 채우기 장인인 우형도 한마디 거들었다. 본인 자존감을 채운 경력이 있어서인지 다른 사람의 자존감도 잘 채워주는 모양이었다.

녹음할 때도 그랬지. 성운이 ‘그 부분은 좀 고치는 게 좋을 듯’이라며 솔직하게 평하는 채찍 담당이라면, 우형은 ‘지금도 좋았는데-’로 시작하는 당근 담당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여기에 안 어울릴 것 같다고 걱정했던 이담에게 ‘곡에 잘 어울린다’는 말이 큰 힘이 되었는지, 계속 머쓱한 표정이던 이담은 이제야 웃음을 보였다.

스태프들도 스타일이 부쩍 달라진 그를 보며 긍정적인 평가를 한마디씩 하고 갔다.

‘이게 그 칭찬 감옥이란 건가.’

칭찬 감옥. 아이돌이 유일하게 갇혀도 되는 감옥이었다.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촬영 준비가 완료되어서 곧바로 본격적인 뮤직비디오 촬영에 들어갔다.

대사 없이 행동과 표정으로만 스토리를 표현해야 해서 제법 연기력이 필요했다.

주인공은 대학교 신입생. 다봄이 맡은 상대 역할은 학교 선배. 첫 장면은 주인공이 선배에게 반하는 장면이었다.

“두 분, 눈을 좀 더 정면으로 마주쳐 주세요.”

“선배님, 얼굴이 너무 가까워요!”

촬영 첫 타자인 류현은 다봄의 페이스에 휘말리기 직전이었다. 그래도 웃지 않고 집중하려 노력하는 중이었다.

카메라가 돌아갈 땐 어떻게든 집중에 성공했는지, 다봄이 조금 과장된 코믹한 연기를 펼치는데도 류현은 휘말리지 않고 자신의 연기를 이어나갔다.

클로즈업한 화면 속, 상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듯한 오묘한 표정 연기가 제법 자연스러웠다.

‘얘는 진짜 끼가 있는 게 느껴져.’

저번에 조금 불미스러운 일이 있긴 했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초대형 신인인 데는 역시 이유가 있는 걸까. 분명 파릇파릇한 신인인데도 때때로 아이돌 2회차인 것처럼 프로페셔널한 면모가 느껴지기도 했다.

반면에 연기가 안 되는 제오와 이담은 한이가 구석으로 데려가 속성 연기 강의 중이었다.

‘자기가 필요할 거라고 말한 게 이거였나.’

서툴러도 그 서투른 느낌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으로 슬쩍 지켜봤는데 좀 서투른 수준이 아니었다. 한이가 필요하긴 했구나.

연기란 게 잠깐 배운다고 실력이 갑자기 느는 게 아니라서 한이는 동작 하나하나에, 눈 깜빡이는 타이밍까지 정해주고 있었다.

도한이야 예능 잘할 때 알아봤듯이 뭐든 기본 이상은 하는 아이여서 문제없는 것 같고.

25년 차 코미디언인 만호는 상황극의 달인이니 오히려 다봄이 그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

“대결하는 게 아니니까 좀 더 풋풋한 분위기를 내주세요.”

실제로 둘이 촬영하는 장면은 두 코미디언의 상황극 대결처럼 되어버려서 감독이 말릴 정도였다.

만호도 만호지만, 촬영을 빌미로 대선배를 후배 취급하는 다봄도 만만치 않았다.

애드립이 난무하는 둘의 촬영 장면을 다른 신셋 멤버들은 구경꾼처럼 서서 멍하니 쳐다봤다.

그뿐만 아니라, 촬영을 진행할수록 주변에 구경꾼이 모여들었다.

‘홍보팀 직원도 웬만하면 학생들이 잘 안 오는 곳이라고 했었는데.’

여학생의 비율이 많은 데다가 점점 수가 많아지는 것을 보면 촬영 중이란 걸 알고 일부러 찾아온 듯했다.

그리고 그들이 보내는 시선의 중심엔 신셋 멤버들뿐만 아니라 준해도 있었다.

“시험 기간이라지 않았어?”

“시험 기간 맞는데…….”

준해가 모여든 학생들 쪽으로 시선을 보내자 한쪽에서 작게 새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 학생들은 확실히 준해 보러 온 거 맞나 봐. 혹시 컬러즈인가? 그렇다면 시험공부는 잠깐 미뤄둘 만하지.

“너 완전 학교의 아이돌…… 아니, 아이돌 맞지. 학교의 인기인이네.”

내가 전에 본 대학생 준해는 과 학우들 사이에 머쓱하게 껴 있는 모습이었는데 오늘은 그때와 완전히 달라졌다.

이 상황이 재밌어서 웃은 나와 달리 준해는 혹시나 촬영에 방해가 될까 봐 걱정됐는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학생들도 더 가까이 오지는 않고 스태프들도 해산시키는 등 저지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이 정도는 괜찮은 모양이었다.

촬영 쪽에 집중하던 멤버들도 이쪽 상황을 알아챘는지 준해 옆으로 다가왔다.

“너희 과 사람들도 있어?”

“으음, 없을…… 있네?”

“어디?”

재민이 물어보자 준해는 모여든 학생들을 쭉 둘러보다가 아는 얼굴을 몇몇 찾아낸 듯했다.

그러자 재민은 딱 장난칠 때 표정으로 변하더니 내게 허락을 구했다.

“주인 님, 저희 잠깐 얘기하러 다녀와도 돼요?”

“근처에 강의실 없댔으니까 괜찮을걸? 그래도 조용히 다녀와.”

“넵!”

“그런데 무슨 얘기 하게?”

“준해 학교생활은 어떠냐, 이런 거.”

“……학부모니?”

“형이 그런 걸 왜 물어?!”

“재밌잖아.”

재민이 준해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학생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자 잠시 소란스러워질 뻔했으나, 따라가던 우형이 검지를 세워 입 앞에 가져다 댄 덕분에 금세 조용해졌다.

오히려 저쪽으로 집중이 분산된 덕분에 뮤직비디오 촬영 내용 유출이 덜할 듯도 하고.

‘저 모습을 보면 구경하는 사람들은 뭘 찍고 있는지 잘 모를 테지만.’

지금 카메라 앞에선 다봄이 만호가 주는 선물들을 전부 거절하는 장면을 촬영 중이었다.

캔커피, 핸드크림, 책, 영양제……. 만호는 가방에 든 물건을 하나씩 꺼내서 선물하다가 결국 가방을 통째로 주지만 다봄은 도도하게 받아서 바로 뒤로 던져버린다.

그러자 만호는 이제는 소품도 아닌 주변에 있던 큰 화분까지 들고 오고, 다봄은 역도 하듯이 그걸 들어 올려서 뒤로 내려놓고.

그렇게 선물 공세가 점점 힘 싸움으로 변질되어갔다.

‘코미디언은 어디서든 개그 욕심을 참지 못하는 건가.’

그래도 감독의 마음에는 쏙 든 모양이었다. 덕분에 촬영장 분위기도 유쾌했다.

수월하게 잘 흘러가는 것 같아서 흐뭇하게 보고 있는데, 단군대 홍보팀 직원과 대화하던 스태프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사님. 괜찮으면 학생들에게도 잠깐 촬영 협조를 받을까 하는데요. 배경의 엑스트라는 스태프들이 채우려고 했는데 학생들이 해 주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아서요. 아무래도 차림이.”

스태프들은 다들 움직이기 편한 복장이었지만, 같은 캐주얼이라도 역시 학생들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긴 했다.

스태프는 그렇게 말하면서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대화 중인 우리 멤버들을 쳐다보았다.

“혹시 아는 학생분들 있으면 촬영 협조 구해도 괜찮을까요?”

“준해 과 학우들도 있는 것 같아서, 한번 물어볼게요.”

준해와 아는 사이라면 촬영에 협조적일 것이라 생각해서 내게 물어본 듯했다.

스태프는 자신이 대신 물어보겠다며 우리 멤버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멤버들은 몇몇 학생들을 이끌고 이쪽으로 다시 돌아왔다.

‘저 얼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여학생만 모여 있는 건 아니었지만, 준해를 포함한 멤버들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남학생은 한 명뿐이라 눈에 띄던 참이었다.

지금 준해와 같이 다가오는 걸 보면 아마 같은 과 학생인 것 같은데.

‘저번에 준해랑 대치하고 있던 걔 아냐?’

그때와 다르게 표정이 매우 밝아서 마치 다른 사람 같지만 분명 기억에 있는 얼굴이었다.

“와아. 선배 덕분에 이런 촬영도 다 하고. 혹시 사진도 찍어도 돼요?”

“그건 물어봐야 하지만…… 그런데 너 내일도 시험 있다며.”

“저 부과대 아닙니까. 예습복습이야 미리 해서 여유 있죠. 괜찮으면 혹시 사인도…….”

부과대였군. 준해에게 치대며 친한 척을 하는데 준해는 조금 귀찮은 표정이었다.

“쟤랑 별로 안 친하지?”

“흐…… 네.”

내가 작은 목소리로 묻자 준해가 슬쩍 웃더니 똑같이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에 준해를 보는 시선이 별로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서 조금 찜찜한 기분은 들지만, 알아서 촬영에 협조해 준다면야 거절할 이유도 없다.

사인은…… 하는 거 봐서 해 주라고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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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 준해랑 같은 과 학생들만 보면 아싸 아닌거 맞냐고 확인하고 있대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학부모냐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준해가 아싸라니 1년 365일 둥기둥가해줘야 한다구요

└어디서 들었는데 준해 완죤 인싸라던데?!! 친하단 사람 엄청 많대

└흑흑 부러워.. 나도 단군대 동기 하고 싶은데 지금 수능 공부해서 들어가도 준해 졸업한 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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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스포되는거면 지울게) 단군대 다니는 친구가 말해줬는데 해랑이두 지금 촬영 중이라는데 모지???

└오잉?? 해랑이도 노래에 피처링 같은거 하나?

└그건 아닐 것 같고 혹시 카메오인가?

└헐 뭐야 나 궁금한 거 못 참아.. 당장 뮤비 풀버전 올려줘

└지금 촬영도 안 끝났다곸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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