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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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노크롬 팬미팅 관람온 스피드 하범이랑 원만호 투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변에서 사람들이 쳐다보니까 하범이 친구가 가르치는 연습생이라고 소개해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 컨셉에 잡아먹혔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조합은 상상도 못했다
└하범이 목격담 들리길래 촬영하나 했는데 친구 공연 갔었구나ㅜㅋㅋㅋㅋㅋㅋ
└원만호 많이 컸네ㅎ 선배님이랑 공연도 보고
└이라솔도 봤다는 얘기 있던데
└ㄷㄷㄷ 대상도 모여서 보는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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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간이 제법 길어질 것으로 예상했기에 초대권을 받은 지인들은 공연 전이나 앵콜 전에 잠깐 인사하고 가기도 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 남은 사람들은…….
“왜 또 숨으세요?”
“전에 말했잖아요. 제가 좀 내성적이라고.”
윤희 뒤에 슬쩍 몸을 숨기고 있으려니 그녀가 계속 한 발짝씩 피하면서 날 밖으로 끌어내려 했다.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일단 대기실에 들어와 있는 시점에서 절대로 일반 팬일 수가 없는 중년의 인물들이 있었으니까.
서로 통성명을 한 건 아니지만 그들이 누구인지 충분히 추측할 수 있었다.
‘멤버 부모님이 오실 거라고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막상 마주하니까 좀…….’
이전에 멤버들과 면담을 거친 적이 있지 않던가. 멤버들의 가족들이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세상에선 내가 플레이어였던 것을 아무도 모른다고 해도. 아니, 게임 플레이를 무시하더라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올해 계속 멤버들이 하고 싶어 했던 활동을 시켰던 것도 뉴마고 이 공연을 연 것도 뉴마.
현재는 가족들이 지닌 뉴마의 이미지가 좀 개선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이건…… 정말 내가 소심해서 숨는 거라고 할 수 있지.’
누가 날 향해 안 좋은 시선을 보내면 잘 때 계속 생각날 것 같거든.
그냥 좀 그런 게 있어. 대놓고 말하지 않는데 시선으로 느껴지는 냉대 같은 거.
물론 저들이 내게 그런 시선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그냥 내 기우가 앞서서 이러고 있는 것뿐이다.
조금 전엔 또 이런 일이 있었다.
앵콜 상황을 좀 지켜보다가 대기실로 돌아왔는데 누군가 민형을 잡고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아?” 하면서 몰아세우고 있길래, 직원 보호차 다가가서 “누구세요?”라고 물었는데.
[아. 제 사촌 누나, 그러니까 우형이네 누나요.]
……라고 해서 얼마나 놀랐던지.
방심한 상태로 멤버의 가족과 처음 대면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헉’ 하는 소리를 낼 뻔했다.
‘하긴 외부인이 들어와서 직원을 막 대하고 있는데 아무도 말리지 않을 리가.’
아무 생각 없이 상사로서 나섰는데 내가 낄 대화 자리가 아니었다.
두 사람은 그저 사촌지간으로서 대화를 나누고 있던 것뿐이었으니까.
‘친남매인데 분위기가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다니.’
우형은 눈꼬리가 올라가긴 했어도 부드러운 인상인데, 비슷한 눈매를 지닌 그녀의 시선은 왠지 날카롭게 느껴졌다.
혼자 기선을 제압당한 나는 시선을 돌리며 바쁜 척 슬쩍 피하고 말았다.
‘우형이 누나분 옆에는…… 우형이 어머님인가?’
그래도 신기하고 궁금하긴 해서 스태프나 벽 뒤에 숨어서 흘끗흘끗 이들을 지켜봤다.
우형의 어머님으로 보이는 분은 냉한 이미지의 누나분과는 다르게 온화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우형이는 어머님을 닮은 모양이다.
그리고 그 옆에 부부로 보이는 중년 남녀가 있었다.
네 사람은 멤버의 가족이란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혹은 원래 친분이 있었는지,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좀 허전하다?’
아직도 날 이상하게 보는 윤희의 뒤에 서서 나는 대기실 전체를 눈으로 쓱 스캔했다.
그리고 허전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
스태프 제외 다른 외부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멤버의 부모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더 없었다.
아직 앵콜이 마무리 중이라 관객석에 있는 건지, 아니면…….
벽 너머로 웅웅거리며 들려오던 공연장 내부 소리가 잦아들고, 곧이어 멤버들이 들어왔다.
“어! 엄마, 아빠!”
“아휴. 땀 좀 봐.”
앵콜에서 신나게 뛰었는지 땀을 흘리며 들어온 재민이 중년 남녀에게 달려갔다. 두 사람은 재민의 부모님이었던 모양이다.
“공연 봤어? 처음부터?”
“그럼. 봤지.”
“진짜 재밌었어.”
재민은 재밌었냐고 묻는 게 아니라 본인이 재밌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자랑이라도 하듯이 말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그의 부모님은 못 이기겠다는 표정으로 같이 웃었다.
면담 때 듣기로는 재민의 부모님은 그저 재민에게 모든 결정을 맡겼다고 했다. 재민은 지체 없이 모노크롬을 선택했고.
그런 것을 미루어보아 부모님은 아들이 아이돌로 복귀하는 것을 적극 지지하는 편은 아닌 듯했는데.
‘이 모습을 보니까 재민이가 하루 만에 부모님 확인도 받았다며 계약서 들고 온 것도 이해가 가.’
이렇게 즐겁다는 표정으로 웃는데 반대할 수가 있을까.
그리고 그 옆의 두 사람, 우형의 가족들도 역시나 우형을 반겼다.
“야. 너 우냐?”
“아냐. 이거 땀!”
……진짜 남매 같은 대화잖아.
우형이 쉽게 눈물을 보이는 타입인 건 역시 가족들도 알고 있는 사실인 듯했다.
공연이 끝나서 메이크업 신경 쓸 필요도 없겠다, 우형은 눈물이 아니라면서 얼굴의 땀을 수건으로 벅벅 닦았다.
그나저나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 된 거야?
“한이 너도 초대권 몇 장 받아가지 않았어?”
“아. 친구들 몇 명 불렀거든요.”
“친구들은 먼저 간 거야?”
“네. 제가 걸그룹도 아닌데 굳이 얼굴 더 볼 필요가 있냐고 문자만 남기고 갔어요.”
인사할 필요성까지는 못 느끼지만 공연은 보러 와줬다니, 정말 친한 친구가 맞나 보다.
공연 전에 초대권을 받아갔던 한이에게 “가족?” 하고 물으니 “시끄러운 거 별로 안 좋아하셔서 아마 안 오실걸요?”라고 대답했는데, 가족은 역시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한이는 본인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서 크게 걱정은 안 되지만…….’
유달리 신경 쓰이는 한 사람이 있었다.
“너희 부모님은……?”
한이와 다르게 해랑은 분명히 가족에게 줄 초대권을 받아갔었다.
그런데 여기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은 더 없었다.
‘동생은 안 올 것 같긴 했는데 부모님까지 안 오셨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부모님과 사이가 나쁜 건 아닌 것 같았는데.
게다가 본인에게 가족을 초대할 마음이 있었는데 아무도 오지 않은 것은 조금 이상했다.
내 의아함을 눈치챘는지 해랑이 대답했다.
“오신다고 했는데, 오늘 갑자기 동생이 좀 아프다고 해서…….”
“그…… 아니다.”
뭔가 일이 있겠거니 예상은 했는데 너무 납득되는 이유가 튀어나와서 말문이 막혀 버렸다.
‘하필 공연 날에?’
사람이 아프다는 이야기에 의심부터 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어린아이들은 종종 관심을 얻기 위해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해랑이 이 정도로 덤덤한 얼굴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두 분이 같이 꼼짝 못 할 정도로 아픈 건 아닌 듯한데.
‘그래도 처음으로 제대로 된 공연을 한 건데 한 분이라도 오셨으면 좋았을 것을…….’
왠지 해랑의 동생이 일부러 부모님을 보내지 않은 것 같아서 조금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남의 속이야 내가 모르는 일이고 이미 공연도 끝났는데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또 한 사람.
“준해 너는……?”
부모님이 탐탁지 않아 하신다는 건 알고 있는데, 아직도 같은 마음이신 걸까. 그의 부모님도 오지 않은 듯했다.
준해도 머리를 가볍게 긁적이며 대답했다.
“사실 얼마 전에 축제 때문에, 공부하러 간 학교에서 뭐 하는 거냐고 화내셔서요…….”
“…….”
오늘 여러 번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내 잘못인가……? 축제에서 깜짝 카메라를 진행할 생각에 신나서 추진한 게 나였는데.
준해가 내 표정을 봤는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아버지만 그렇고요. 그래도 어머니는 그래도 오시려다가, 아버지가 심통 날 것 같아서 못 오시겠다고 하셨어요.”
그나마 어머님은 아들의 아이돌 활동을 보러 오실 마음이 있었다는 점에서 안심해야 하는 건가.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말하던 준해의 눈동자가 조금 옆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이건 내 시선을 피하는 게 아니라…… 내 뒤?’
나도 그 시선을 따라 뒤돌았는데 여자아이가 한 명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고등학생? 많아 봤자 대학 새내기 정도로 보이는 동글하고 뽀얀 얼굴에 반묶음한 중단발.
아담한 체구에 코트를 걸친 여자아이가 이쪽으로 총총 걸어오는데…….
“어! 준해 동생?”
한이가 그녀를 먼저 알아보고 인사했다.
그래. 저 동글한 인상이 누구 닮았다 했는데!
“네 동생 엄청 귀엽다……!”
“쟤가요? 에이……. 그냥 작아서 그런 거겠죠.”
귀여운 생명체의 등장에 순간 찜찜하던 기분도 날아갔는데 준해는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방송국 등지를 오가며 예쁘고 귀여운 연예인들은 많이 봐왔다. 준해의 동생은 그런 연예인 종류의 귀여움이라기보다는.
‘그냥…… 그냥 귀여워!’
이건 시연을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려나.
게다가 모노크롬과 컬러즈의 귀여움을 받는 막내의 여동생이라니. 작은 아이에게 그보다 더 작은 아기 동생이 있는 걸 본 기분?
동생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니 준해와 닮은 구석이 보여서 더 귀엽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혼자 등장한 그녀는 이곳에 의지할 사람이 오빠뿐이어서인지, 반가운 표정은 아니지만 일단 준해에게 다가왔다.
“……왔냐.”
“어.”
준해와 동생의 인사는 이게 끝이었다.
‘이쪽도 현실 남매의 대화잖아.’
남매 사이는 이럴 수밖에 없는 건가.
아주 짧은 대답이었지만 목소리를 들으니 예전에 오빠가 가출했다며 전화했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기억났다.
“전에 회사에 전화했었죠? 그때 내가 전화 받았었는데.”
“아!”
준해와의 대화가 더 이어질 것 같지가 않아서 내가 긴장을 풀어주려고 슬쩍 끼어들었다.
예전에 통화했던 것을 말하자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조금 부끄러운 듯 우물쭈물하는 모습.
귀여워. 아기 고양이 같아.
“멤버들이랑 다 같이 사진 찍을래?”
친구들이 먼저 가버리는 바람에 한가한 한이가 이쪽에 관심을 보였다.
멤버들과 사진을 찍자고 하자 준해의 동생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준해와 대화할 땐 보지 못했던 수줍은 미소가 입에 걸렸다.
‘그래도 동생은 모노크롬한테 호의적인가 봐.’
어떤 기분일까. 오빠가 아이돌이라면.
이쪽도 준해 못지않게 순정만화 주인공 설정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 가족 특성인가.
훈훈한 풍경에 나도 덩달아 미소를 그리며 지켜보고 있는데, 그녀가 들고 있던 자신의 핸드폰을 준해에게 건넸다.
자신 앞으로 다가온 그것을 별생각 없이 받아든 준해는 2초 정도 생각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내가 찍으라고……?”
“내가 오빠랑 찍을 이유가 없잖아.”
“야. 나도 모노크롬이야!”
준해가 기가 찬다는 얼굴로 동생을 바라봤다.
정말 이보다 더 남매다운 대화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