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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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씨 애들 잘 보는거 보니까 내 여보 하면 딱 좋을듯^^
└어휴 또 이러네
└무슨 소리야 현민씨 나랑 점심먹고 방금 학원으로 출근했어
└현민씨 지금 나랑 피아노레슨중인데 당황스럽다고 하시네요
└단체 환각의 현장
└현민씨 도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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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의 이름 외엔 웬만하면 부르지 않는 컬러즈가 최근엔 다른 이름을 부르며 앓기 시작했다.
바로 한이가 웹드라마에서 맡은 배역의 이름인 박현민.
저번엔 이름 없는 카메오 출연이어서 몰랐는데, 배역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컬러즈는 한이를 한이, 하니로 친근하게 부르는데 이 배역엔 이상하게 현민 씨라는 호칭이 정착되었다. 이름마다 부르기 편한 어감이 있는 모양.
‘게다가 컬러즈 주접의 장벽이 낮아진 느낌이야.’
현민이 실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서 그런지 컬러즈가 본체와 배역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랐다.
평소에 멤버들 이야기를 할 땐 나름대로 선을 지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초반에 아주 잠깐 나온 피아노 치는 장면이 마음에 들었는지 같은 장면을 돌려보고 또 돌려보는 그들.
‘악기 연주하는 모습은 실패가 없는 것 같아.’
사람의 취향은 모두 다르다지만, 보다 보면 컬러즈가 유독 좋아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우형과 해랑이 처음 피아노 치는 모습을 선보였을 때도 유달리 반응이 좋았던 기억이 났다.
이번 드라마에 피아노 치는 장면은 별로 없었다지만 배우려면 지원해줄 수 있다고 한번 말해본 적이 있었는데 한이가 하는 말이.
[제 성대가 최고의 악기인데 꼭 배워야 할까요?]
[…….]
한이는 멀쩡히 대화하다가도 이렇게 장난스러운 말을 던져서 대꾸할 힘을 빠지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메인 보컬이라 또 틀린 말은 아니라는 점이 더 할 말을 잃게 했다.
‘도아 씨가 고맙다고 말하려다가 실패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리고 역시 컬러즈가 주목하는 것은 아역들과의 케미.
특히 초반에는 남주와 여주가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니다 보니 아역과 있는 장면이 더 많았다.
한이와 함께 촬영하는 것을 부러워하며 아역의 꿈을 꾸던 컬러즈들은 아이들의 귀여움을 못 이기겠다며 꿈을 포기했다.
‘그러고 보니 아역 남자아이한테 모노크롬 영업하던 건 성공했나……?’
웹드라마도 일반 TV 드라마처럼 요일을 정해서 한 화씩 공개되고 짧은 비하인드도 같이 올라왔다.
촬영이 끝날 때까지 영업해 보겠다고 했으니 나중에 후반부 비하인드를 보면 알 수 있으려나.
가장 먼저 컬러즈에 입덕, 정확히는 준해에게 입덕한 시연은 우리가 촬영한 커피차 비하인드에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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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꼬만 선배님한테 꼬박꼬박 선배라고 부르는거 귀여워ㅠㅠㅠㅠ
아이들이랑 같이 촬영한대서 잘 돌봐주겠다고 예상은 했는데 생각보다 넘 잘 놀잖앜ㅋㅋㅋㅋㅋㅋ
└애기들 계속 한이랑 놀려고 옆에 모여있다궄ㅋㅋㅋㅋㅋㅋㅋ
└아이 잘보는 남자.. 이마 팍팍 친다
└와중에 선배님 준해오빠 잘생겼대ㅠㅠㅠㅠㅠ 울 애기 진짜 애기 옆에선 오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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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들을 몰고 다니는 한이, 시연과 붙어 있는 준해의 모습을 보고 또 벽을 부수러 간다는 컬러즈들.
분명 힐링 컨텐츠였는데 과도한 귀여움은 이렇게 폭력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시연이한테도 가능하면 팬미팅 초대권을 주려고 했는데.’
우리 팬미팅이 8세 이상 관람가로 정해지는 바람에 일곱 살인 시연은 초대할 수가 없었다.
한이와도 많이 친해진 것 같으니 나중에는 다른 멤버들과도 다 같이 만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바쁜 배우 선배님이니까 우리가 쉽게 부를 수는 없겠지만.
당장 할 수 없는 것은 하고 싶은 것 리스트에 집어넣고 우선은 앞에 놓인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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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멤버들은 또 그들끼리 촬영할 분량이 있다고 해서 우리는 팬미팅까지 공연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또 전처럼 자기들끼리 촬영하다 사이가 악화돼서 오는 건 아니겠지?’
걱정되어서 재민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댄스 트레이닝 담당이라 가장 최근에 그들과 함께 있었으니까.
“트레이닝할 땐 별문제 없었지? 누가 표정이 별로였다거나 하는 일 없이.”
모노크롬이 프로듀싱을 맡은 것에 불만인 멤버가 있으니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전에 내게 걸려서 사과는 했지만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니.
혹시 또 누군가 그런 불만을 티 내지 않았을까 해서 물어본 건데.
“쉬면 안 되냐고 죽을상이긴 했는데 적당히 쉬는 게 나았을까요?”
“……아냐. 잘했다.”
반쯤 ‘선배들의 고충을 겪어봐라’ 하는 마음으로 정성 들여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는데 정말 트레이닝에만 집중해서 잘 가르쳐준 모양이다.
다른 예능 멤버들은 무슨 죄냐고 할 수도 있지만 트레이닝은 좋은 거니까.
따로 스케줄이 있어서 무리하게 트레이닝을 받기 어려우면 일정 조정해서 빠지면 되는 일이고.
어디까지나 우린 자율 참가라고 했다. 각 소속사가 원해서 멤버들을 보냈을 뿐.
“기존 댄서 멤버는 없는데 괜찮은 것 같아?”
“네. 다 생각보다 잘 따라오던데요. 민후 형은 더 심화 과정으로 들어가 봐도 될 것 같대요.”
“지금까진 심화 과정이 아니었던 거야……?”
“팀 미로로 치자면, 으음. 입단 테스트 정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댄스팀은 역시 다르구나.
그 와중에 그곳에서 당당하게 단원으로 자리 잡은 재민이 대단해 보였다.
이전에 민후와 로아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처음 재민을 만났을 때 정착할 곳이 없어서 막막해했다고.
팀 미로에 들어가서 다른 생각 할 여유 없이 힘든 훈련을 거친 덕분에 재민도 더 우울한 생각에 빠지지 않고 버텼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재민은 힘들게 하려는 게 아니라, 단순히 좋은 것을 같이 나누겠다는 마음으로 트레이닝에 나서는 듯했다.
‘제작진 말로는 잠시 트레이닝은 쉬고 다른 곳에서 촬영한다니까 예능 멤버들이 되게 의욕적으로 나왔다던데.’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왜 그랬는지 알겠어.
그들은 그저 지옥 같은 훈련에서 해방된다는 게 기뻤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다 같이 기피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서 멤버들끼리 똘똘 뭉치게 만드는 것도 나름 좋은 방법 아닐까?
‘어쩌다 보니 우리가 채찍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게 된 것 같지만…….’
그러나 트레이닝을 쉰다고 그들이 편하게 놀러 간 것은 아니었다.
안지택 PD는 아이돌 그룹이 할 만한 컨텐츠로는 뭐가 있냐며 우리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우리와 함께 촬영하고 나서 날 선 분위기가 많이 진정되었는지, 우리를 신뢰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왠지 1등 타이틀을 얻은 것 때문인 듯해서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어쨌든 같이 방송을 만들어가는 입장에서 도움을 줄 겸 아이디어를 몇 개 제시했다.
이전에 그들을 친하게 만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할 때 똑똑이 준해가 한 말이 있었으니까.
[흔들다리 효과라는 거 있잖아요. 심장 박동수가 올라가는 걸 호감으로 느낀다는 거. 이 경우와는 조금 안 맞는 것도 같지만…….]
그래서 나는 그 말을 PD에게 고스란히 전했다.
[흔들다리로 보내버리면 어떨까요?]
그리고 내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는지 정말로 국내 흔들다리 명소를 찾아갔다나.
그 외에도 비슷하게 흉가 체험, 암벽 등반, 롤러코스터 탑승, 번지점프 등의 아이디어를 꺼냈는데 PD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적어갔다.
‘우리가 찍을 소재는 아니었으니까 아쉬울 것 없지.’
컬러즈는 모노크롬이 괜한 고생을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간 고생해 왔으니 제발 편하고 즐거운 것만 하라는 게 그들의 소원이었다.
그래서 우리 자체 컨텐츠 후보에서 제외된 소재들이었는데 마침 혈기왕성한 신인들을 데리고 예능에서 하기에는 적절한 컨텐츠였던 모양이다.
‘고강도 훈련을 피했더니 흔들다리……. 힘든 것만 시키는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하긴 한데.’
모르지. 정말 흔들다리 효과가 발동해서 사이가 좋아져서 돌아올지도.
그렇게 예능 팀은 여기저기 촬영 보내놓고, 우린 대망의 팬미팅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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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 팬미 굿즈 개부럽다
공식으로 솜인형 나왔대
└헐 동물형?
└ㄴㄴㄴ사람형(이미지)
└인형 잘못 만들면 사은품같아지는데 귀엽게 잘뽑았넼ㅋㅋㅋ
└ㅁㅊ 부럽다 나는 내돌 비공굿인형 1년 기다렸는데도 아직 안옴ㅠㅠㅠㅠㅠㅠ
└이거 예약판매로 수량 다 나가서 팬들도 못구함.. 2차 주문 받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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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팬미팅 굿즈엔 큰맘 먹고 준비한 것이 있었다.
미니한 모노크롬. 이름하여 ‘미니크롬’이라고 명명된 다섯 멤버를 캐릭터화한 솜인형이었다.
‘아이돌 팬들이 인형 하나씩은 꼭 가지고 있길래 뭔가 했었지.’
컬러즈뿐만 아니라 많은 팬이 캐릭터 인형을 대동하고 인증샷을 찍어 올리길래 궁금해서 윤희에게 물어보니 대부분이 팬들이 직접 주문 제작한 것이라고 했다.
[회사에서 직접 만들지는 않아요?]
[보통은 그렇죠. 잘은 모르겠지만…… 제작하는 데 오래 걸리고 까다로울걸요?]
그럼 우리는 그 오래 걸리고 까다로운 걸 해야지.
제작 기간이 유달리 길어서 팬미팅 일정이 잡히기 전, 대충 올해 한 번쯤 제대로 된 공연을 해야지 하는 막연한 일정만 잡혔을 때부터 샘플 제작에 나섰다.
제작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인형 디자인은 조금 단순해지긴 했지만, 단순화시킨 만큼 호불호는 덜 갈리니 나쁘지 않았다.
공식 굿즈로는 희귀하단 것 외에도, 내가 이 인형 제작에 꽂힌 이유가 또 있었다.
‘원하는 대로 예쁜 옷을 입히는 건 누구든 좋아하지 않을까?’
나는 본체에게 옷을 입힐 수 있지만 컬러즈들은 그럴 수 없잖아.
게임을 하면서도 옷 입히는 데서 즐거움을 찾던 나는 이 즐거움을 모두에게 대리 체험 시켜주고 싶었다.
이미 인형 옷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서 옷 구하기도 어렵지 않을 테고. 작으니까 옷을 직접 만들 수도 있을 테고.
뭣보다 항상 500원이 모자라서 모노크롬의 비싼 사복을 따라 사지 못하는 컬러즈도 인형 옷은 큰 부담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덕분에 컬러즈도 다른 팬덤한테 부러움을 사고 있으니, 이것만 해도 어디야.’
컬러즈도 언제까지고 ‘아이고, 쯧쯧.’ 하는 반응만 받고 살 순 없지.
다만 팬 증가치나 티켓 판매량을 예상하기 어려웠던 만큼 수요 예측도 어려웠고, 제작 수량도 한도가 있어서 이번 예약 판매에서 금방 품절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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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정 1몬클까지는 꿈도 안 꿀 테니까 제발 1미니크롬만이라도..
└그래도 난 1몬클ㅎ
└아 거 판매 열어줄때까지 말 좀 맞춥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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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지니까 더 가지고 싶어 하는 컬러즈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2차 판매를 열기 위해 제작 회사와 일정 조율 중이다.
‘이번에 구매에 실패한 컬러즈는 안타깝지만 우리는 가지고 있지.’
나는 무대에 올라가기 전 의상을 차려입고 대기 중인 멤버들에게 인형을 들고 다가갔다.
공연이 끝나면 다른 의상으로 교체한 상태일 테니 지금 해 둬야 할 일이 있었다.
“인형 들고 사진 한 번만 찍자.”
“어! 그러고 보니 지금 저희 옷이랑 똑같네요.”
“그걸 지금 안 거야?”
해랑이 내게 인형을 받아 멤버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자 한이가 그제야 알아챘는지 자신의 의상과 인형 옷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의 말대로 이번에 판매하는 인형 옷은 지금 멤버들의 의상과 같은 옷이었다.
다양한 의상이 준비되어 있지만, 그중에 첫 의상은 바로 컬러즈가 좋아하는 수트 스타일.
이번 팬미팅을 여는 컨셉은 바로 모노크롬 회사원 버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