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166화 (166/430)

# 16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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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셋돌 뷰이라이브 채널 생겼음ㅋㅋㅋㅋㅋㅋㅋㅋ

타이틀곡 투표 결과 뷰이라이브에서 발표한다니까 볼 사람은 저기서 대기 ㄱㄱ

└아ㅋㅋㅋㅋㅋ찐 아이돌이자너

└채팅창예상 1오빠 저 생일이에요 2이름 불러주세요 3say hello to~~

└원만호 진짜 진지하게 들어줄것 같다고ㅋㅋㅋㅋㅋ

└채널명 그대로 쉰셋돌이네

└팀명은 또 나중에 투표한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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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셋돌>의 타이틀곡 투표 결과는 뷰이라이브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발표된다고 했다.

우형과 함께 작곡가로 참여한 성운은 결과를 함께 지켜보기 위해 뉴마에 와 있었다.

‘타이틀곡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계획이 어그러지면 빠르게 플랜B를 짜야 하니까.’

PD가 말하는 것을 봐선 앨범 형태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해서, 안심하고 가만히 기다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틀곡이 안 되면 빨리 수록곡 계획이라도 짜서 알려줘야 작곡팀을 어떻게든 내세우지.

나중에 또 갑자기 ‘수록곡도 다른 작곡가들에게 다양하게 받아 보는 게 좋겠다’라든가, ‘수록곡은 없는 게 깔끔할 것 같다’라면서 딴말을 하면 우리는 어쩔 도리가 없는걸.

라솔이 성운을 방송에 참여시키고 싶어 해서 시작된 계획이지만, 꼭 성운뿐만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아이돌이 작곡하는 것을 두고 적당히 이름만 올린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의심을 피하면서 우형의 작곡 실력을 좀 더 내보일 좋은 기회니까.

이런 식의 곡 경쟁은 처음이라 그런지 우형은 긴장되는 얼굴로 말했다.

“만일 투표에서 다른 곡이 1등 하면 어떡하죠?”

“우린 수록곡을 맡아야 하겠지만……. 1번이 타이틀곡이 되면 우리가 만든 데모곡은 아마 못 쓸 거야. 곡 느낌이 비슷해서.”

확실히 따라 만들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흡사한 것은 확실했다. 뉴트로 느낌이 가미된 힙합곡.

나도 앨범을 몇 번 내면서 알게 되지 않았는가. 타이틀곡과 수록곡의 밸런스를 맞춰서 앨범 트랙리스트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안지택 PD는 우리의 데모곡을 수록곡으로 넣겠다고 했으나, 타이틀곡과 겹치는 곡을 굳이 넣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이번 타이틀 후보곡이 먼저 공개돼서 오히려 우리가 따라 했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어.’

온라인 반응을 지켜본 결과, 우형과 성운이 만든 2번도 반응이 좋았으나 그와 비슷하게 반응이 좋았던 게 1번이었다.

내가 괜히 더 예민하게 봐서 그런지 1번이 더 반응이 좋아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1번이 투표로 1등을 차지하면 우리는 타이틀곡도 잃고 데모곡도 쓰지 못하게 되는 최악의 경우를 맞이한다.

우리로선 그나마 다른 곡이 1등이 되는 편이 낫지.

‘역시…… 최선은 우리가 1등을 하는 거지만.’

회의실의 큰 모니터에 노트북을 연결해 놓고 뷰이라이브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준해가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새로 신설된 <쉰셋돌>의 뷰이라이브 채널로 들어가자 곧 방송이 시작된다는 문구가 표시됐다.

“시작 카운트다운 떠요.”

“허어. 채팅창에 사람 많은 것 봐.”

아직 시작도 되기 전인데 채팅창이 올라가는 속도를 보며 한이가 놀랐다.

모노크롬의 뷰이라이브와 비교하는 게 아니라, 들어올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몰려온 건지 채팅창 화력이 웬만한 톱 아이돌 못지않았다.

‘이런 방송에서 타이틀곡 놓치면 진짜 아깝겠지…….’

왜 빨리 시작 안 하냐며, 신인이 군기가 빠졌다면서 화내는 사람도 섞여 있는 것을 보니 역시 팬들이 모여 있는 뷰이라이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거기에 대고 ‘님들 다 캡처해서 고소하겠다’라면서 싸우는 ‘척’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왜 아이돌 팬들끼리 싸우는 상황이 유달리 재미 요소로 통하는지 모를 일이다.

자기들끼리 소란스럽던 채팅창도 화면에 원만호가 나타나자 분위기가 일변했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들. 아이돌 연습생 원만호입니다. 어유. 뭐가 이렇게 빠르게 올라가.]

그 옆에는 동물 탈을 쓴 네 명이 앉아 있었다. 프로젝트 그룹 멤버는 2화에서 공개될 예정이라 예고편에서도 모자이크되어 나왔으니 정체를 숨기기 위함이었다.

[오래 방송하면 네티즌 탐정분들이 제가 모은 정예 멤버를 알아챈다고 해서 빠르게 진행하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멤버는 손을 들고 이 음성변조 마이크로 말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자체 변조하시면 안 되고요.]

한 명이 변조 없이 소프라노와도 같은 고음으로 대답하자 채팅창에선 ‘저건 분명 메보다’ 하면서 벌써 추측에 나섰다.

하지만 메인 보컬만 세 명이란 건 예상하지 못하겠지.

[여러분은 타이틀곡 몇 번에 투표하셨습니까?]

만호의 질문에 채팅창이 1부터 5까지의 숫자로 메워졌다.

동체 시력 뛰어난 재민이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서 채팅창에 ‘2’가 얼마나 섞여 있는지를 확인했다.

“오. 2번 많다.”

“1번도 만만찮게 많잖아.”

“지금 그거 좀 라임.”

“……조용히 봐.”

해랑이 옆길로 새려는 재민의 말을 막았다.

채팅창에선 1번과 2번이 박빙의 승부를 펼쳤고, 그것은 집계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시청자 투표 퍼센트만 먼저 보여드리자면, 1등 25%, 2등 24%! 단 1% 차이!]

나머지는 각각 15, 11, 10%였다. 상위권의 비등비등한 결과에 동물 탈을 쓴 멤버들이 각자 몸짓으로 놀람을 표현했다.

[허허. 이러면 멤버 투표에 따라서 결과가 바뀔 수도 있고 안 바뀔 수도 있어요.]

만일 10%를 받은 곡에 멤버의 다섯 표가 몰렸다면 1등인 25%와 동점.

한 멤버가 변조된 목소리로 그 점을 언급하자 채팅창에선 두 곡을 1절과 2절로 합쳐라, 더블 타이틀로 활동해라 등등 무리수를 던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PD님이 이미 결과가 나왔다고 하셨습니다. 확실하게 1등이 뽑혔다는 얘기겠죠.]

시청자들도 궁금한 마음에 [두구두구] 하며 채팅을 올려 나갔고, 우리는 그보다 더 긴장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곧이어 멤버 투표까지 합산한 결과가 나왔다. 시청자 투표 1등 곡에 3표, 2등 곡에 2표.

결국 시청자 투표로 1등을 한 곡이 총 34%로 최종 1등.

[그렇다면 이 1등 곡은 몇 번 후보곡이죠?]

2등이 너무 쟁쟁한 탓인지 1등만 공개하는 듯했다. 무슨 곡이 아깝게 떨어졌는지 공개하면 그 곡에 투표했던 사람들의 미련만 괜히 더 커질 테니까.

스태프가 몇 번이라고 말하는 대신 후보곡 음원을 틀었다.

동물 탈을 써서 얼굴이 안 보이는 다른 멤버들의 반응은 알 수 없었지만, 원만호는 만족했다는 표정으로 감상했다.

[이야아. 이 곡! 엄청났죠. 네? 제가 투표했냐고요? 아이, 익명 투표인데 알려드릴 수 없죠. 여기까지!]

1등 곡이니만큼 채팅창에도 해당 곡에 투표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반응이 뜨거웠다.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아 보였다.

[아직 우리도 작곡가분이 누군지는 모르고요. 앞으로 1등 작곡가분과 함께 작업을 진행할 테니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결과 발표 후, 아이돌다운 인사를 하겠다며 예능 멤버들에게 다양한 K-하트를 배운 원만호의 팬서비스와 함께 라이브가 종료되었다.

항상 라이브를 진행하는 입장이다가 이번엔 반대로 시청하는 입장이 된 멤버들이 조용히 [라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문구를 바라봤다.

“……우리 플랜B 안 짜도 되겠다.”

내가 상황을 정리하자 다들 우형과 성운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스태프가 1등 음원을 틀었을 때 흘러나온 멜로디.

불안한 탓에 후보 다섯 곡의 음원을 내내 들어서 귀에 익숙하기도 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귀에 익은 멜로디였다.

‘우형이가 내가 듣기엔 어떠냐면서 중간중간 계속 들려줬으니까.’

그러니까, 우형과 성운이 만든 곡이 시청자들과 멤버들의 성원을 입어 1등을 달성했다.

다른 요소가 개입되지 않고 오로지 곡으로만 경쟁해서 따낸 1등.

우형은 긴장이 풀렸는지 등받이에 몸을 축 늘어트렸고 성운도 그 옆에서 “하아…….” 하면서 큰 숨을 내쉬었다.

방금 결과를 듣고 멤버들이 “와악!” 하면서 기뻐할 때 성운도 주먹을 불끈 쥐는 걸 내가 봤지.

‘생각보다 진심으로 임하고 있잖아.’

방송에 의욕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이런 상황에 놓이니까 경쟁심이 생긴 건지, 기회를 빼앗기기 싫었던 건지.

전에 오디션에 나갔을 때도 예선에서 끝내지 않고 본선으로 올라갔다면 생각보다 열정적으로 방송에 임하지 않았을까.

‘안 해서 그렇지, 하면 잘한다’라는 말 그대로였다.

“저흰 그대로 타이틀곡 마저 만들면 되겠네요…….”

“그렇지. 방금 사람들 반응도 봤지? 기대하는 사람 많더라.”

우형이 정신적으로 기력을 많이 소모했는지 진이 빠진 얼굴로 웃었다.

후보곡으로 올릴 1절까지의 분량만 만들어진 상태니까 이제 두 사람은 나머지 분량을 완성하는 작업에 들어가면 되었다.

“자. 다들 해산!”

“와아-. 저희 1등 한 김에 파티 하면 안 돼요?”

내가 손뼉을 짝 치고 각자 할 일 하라며 해산시키자 한이가 뭔가 기대하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그냥 케이크가 먹고 싶은 거면 현 매니저한테 문의해.”

“형 팬미팅까지 다이어트한다고 자기 입으로 말해 놓고…….”

“하아. 명분이 필요해서 여쭤본 건데.”

법인카드를 지닌 준해가 순순히 카드를 꺼낼 생각이 없어 보이자 한이는 포기했는지 침통한 표정으로 터덜터덜 회의실을 걸어 나갔다.

작곡팀의 성취를 케이크 먹을 명분으로 삼다니. 그런 한이와 멤버들의 뒷모습을 배웅하며 나는 이번엔 성운에게 시선을 돌렸다.

“원래 그러려고 했지만, 아까 라이브에서 들으셨듯이 이제 같이 작업하는 것도 일부 촬영하게 될 텐데 방송 출연하는 건 괜찮아요?”

성운은 내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출연 기회를 빼앗겼다가 되돌려받은 것이 극약처방이 되었던 듯하다.

“라솔 씨에게는 제가 전달할게요. 우형이 넌 이제 작업실?”

“네. 전에 가이드 작업 하면서 보니까 조금 맞춰서 수정할 부분이 있겠더라고요. 그것도 회의할 겸.”

목표 지점이 확실하면 알아서 잘하는 우형이니까 작곡팀 쪽은 더는 걱정 없겠지.

문제 하나는 해결했고, 우리는 마음을 놓고 다음 촬영일을 기다릴 수 있었다.

***

유성운은 살아오면서 성취감을 느낄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음악 활동은 즐거웠지만 자신의 능력 수준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지, 성장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과정은 아니었다.

대중가요 쪽에 흥미가 있었고, 작곡도 노래도 좋아했기에 오디션 프로그램 예선에도 나가봤지만 방송에는 흥미가 일지 않았다.

혹시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갔으면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런 기분이 든 날이었다.

고양된 기분에 방송 출연해도 괜찮겠냐는 말에 바로 끄덕이며 대답하고야 말았다.

이런 과정이라면 얼마든지 괜찮을 것 같다. 그런 생각으로 마음이 너그러워진 성운이었으나, 그 이후로 신경 쓰이는 일이 하나 있었다.

“너희 이사님이랑 자꾸 눈 마주치는 것 같아.”

“응? 우리 이사님?”

옆에서 걷던 우형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로 반응했다.

우형은 성운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 주인이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니, 눈이 마주친다기보다 내 쪽을 쳐다보고 계신 걸 가끔 봤어.”

“쳐다보셨다고……?”

우형은 성운을 한번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렸으나 이미 주인은 복도 너머로 사라진 뒤였다.

‘……혹시 인재 수집 본능이 발동하신 건가.’

꽤 지난 일이었지만 당시 뉴레인 소속이었던 송준오 프로듀서를 빤히 쳐다보던 주인이 떠올랐다.

현재 뉴마 소속 아티스트는 모노크롬뿐인데 작곡가를 눈여겨보신다?

‘설마 더 좋은 작곡가가 생기면 타이틀 뺏기는 건 아니겠지……?’

처음엔 모노크롬의 타이틀곡을 자신이 맡아도 되나 걱정이 많았던 우형이었으나, 다시 빼앗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주인은 손에 뭔가를 하나둘 계속 쥐여줄 뿐, 뺏어간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회사와 더 잘 맞고 재능 있는 작곡가를 찾는다면…….

상황에 안주하던 건 아니지만, 원하면 얼마든지 곡을 만들 수 있는 환경에 마음 놓고 있었던 우형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껏 작곡으로 남과 대결할 생각은 해 본 적 없었지만 이번 공모 참여로 경쟁을 경험한 그. 경쟁심은 가끔 성장의 양분이 되기도 했다.

***

‘저 머리 좀 어떻게 하고 싶다.’

처음 만났을 때도 조금 신경 쓰였지만, 최근 뉴마에 계속 와 있는 성운을 보다 보니 어느새 나도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 준해의 헤어스타일을 변경하기 위해 남자 헤어스타일을 연구한 탓인지 다시 그의 머리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멤버들의 작은 스타일 변화에도 크게 반응하는 컬러즈를 보며 한창 성취감에 빠져 있던 내 앞에 남아있는 세팅 안 된 머리.

‘진짜 조금만 어떻게 다듬어 보면 훨씬 나을 것 같은데.’

그 생각이 내내 머리를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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