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165화 (165/430)

# 165화

모노크롬 공식 미튜브 채널에 영상이 올라왔다.

주인이 제안한 제목은 처음에 구상했던 것처럼 ‘낮에는 대학생인 내가 사실은 아이돌?’이었으나, 학교와도 연관된 내용이라 너무 장난스럽게 지을 순 없어서 무난하게 ‘모노크롬 단군대 축제 비하인드’가 되었다.

이번 영상엔 컬러즈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이야기를 듣고 재밌어 보여서 찾아온 사람들, 그리고 단군대 재학생, 졸업생들까지 모여들었다.

[축제마다 취객 열리는 나무 아는 거 보니 단군대생 맞습니다.]

[이야기 들어보니까 총학도 학생인거 모르고 섭외했다던데ㅋㅋㅋㅋㅋㅋ]

[ㅇㄴ 우리 준해 안경 머선일이고..]

[이름은 못 밝히지만 저 미컴과 후배인데.. 축제날에도 과 부스에 계신거 잠깐 뵀는데 갑자기 머리스타일이 달라져서 같은 사람이라는거 농담인줄 알앗어요ㅠㅠㅠ]

하필이면 공연일에 과 부스를 들렀다가 갔던 탓에 그날의 대학생 준해를 목격한 과 학우들이 많았다.

그런데 공연에 아이돌로 나타난 준해는 인상도 헤어스타일도 달랐기에 과 사람들 사이에선 사진을 두고 동일인이 맞다, 아니다 토론이 벌어졌었다.

처음에 홍보팀 직원이 잘못 들은 줄 알았던 것처럼, 같은 과 사람 중 일부가 ‘내가 보기엔 아닌 것 같다’라고 하는 바람에 덩달아 안 믿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모노크롬 채널에 영상이 올라오고, 이게 학교 커뮤니티에까지 퍼지면서 다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주목한 것은 어떻게 4년 동안 안 들키고 숨길 수 있었느냐 하는 것.

특히 저런 안경은 대체 어디서 구해온 거냐며 여러 의미로 감탄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흐름 속, 모노크롬은 오늘도 연습실에 모여 뷰이라이브를 켰다.

평소에도 별일 없이 켜곤 했지만 팬미팅 준비 중이라 그 빈도가 낮아졌는데, 최근에 특히 궁금해하는 컬러즈가 많아서 특별히 켠 것이다.

“안녕, 컬러즈!”

[몬클이들 안녕]

[(손바닥 이모티콘)]

[짧머]

[준해 머리가 왜 더 짧아졋우ㅜㅋㅋㅋㅋㄱㅇㅇ]

컬러즈들이 머리를 언급하자 준해는 눈썹에 닿을락 말락 하게 짧아진 앞머리를 흔들어 정돈했다.

세팅하지 않은 생머리는 곱슬기를 이기지 못해 축제 당시보다 조금 더 짧아진 것처럼 보였다.

“재밌는 거 보여줄까요?”

재민이 미용사처럼 서서 준해의 머리를 위로 붕붕 띄우자, 가벼워진 머리가 곱슬기를 만나 금세 까치집이 만들어졌다.

마치 어린이들이 샴푸 거품이 묻은 머리로 장난치듯이 닭벼슬 머리를 만들었다가, 양쪽으로 세워 뿔처럼 만들어내자 컬러즈가 ‘귀여워’를 연발했다.

재민이 장난을 치는 와중에도 다른 멤버들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팬분들이 물어보시는데 학교 사람들이 알아보냐고. 너 얼마 전에도 학교 다녀왔잖아.”

“네……. 근데 신기한 게 뭔지 아세요? 생각보다 못 알아보더라고요.”

물론 학과 사람들에게는 다 들켰고 이상하게 부과대 후배가 친한 척을 하긴 했지만.

캠퍼스는 워낙 학생들이 바쁘게 오가는 곳이라 지나가는 사람들이 일일이 눈길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안경 때문이냐고요? 으음. 그럴 수도 있고.”

준해를 대학에서 목격했다는 사람들은 다들 안경 얘기를 빼놓지 않았기에 ‘그렇게 이상한가?’ 하고 의아해하는 컬러즈도 있었다.

이미 축제 비하인드 영상으로도 봤지만 컬러즈 눈엔 콩깍지가 씌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 쓰기 전과 쓴 후를 실시간으로 비교해서 보여주니 다들 할 말을 잃었다.

“우리는 익숙해져서 그렇게 이상한 줄은 몰랐는데.”

“준해가 고등학생 때부터 쓰던 안경테거든요.”

“맞아. 그때 이런 스타일이 유행했던가? 편해서 그 이후로 계속 썼던 거예요.”

[대체 어디서 그런 유행이]

[타임머신 발명하러간다 유행시킨사람 없애러]

[은근 괜찮은데?]

[다 좋은데 기왕이면 다른 안경..네..]

몇 년이나 함께해 온 안경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준해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회사에서 새 안경 하나 맞춰주셨어요.”

그렇게 말하며 새 안경을 하나 꺼냈다. 주인이 꼭 이걸 쓰라며 골라준 얇은 금속 테의 동그란 안경.

새 안경을 쓰자 채팅창은 묵은 체증이라도 내려가듯이 만족한 모습이었다.

[이거지]

[아까 괜찮다고 한거 취소할게여]

[편ㅡ안]

그 후로 멤버들은 ‘이 두꺼운 안경을 살려낼 멤버가 있을 것인가’를 연구했으나 아무도 살리지 못하고 안경 사건이 지나갔다.

곧바로 이어진 다음 화제는 곧 방영할 <쉰셋돌> 1화에 관해서였다.

“이건 말해도 된다고 했는데, 저희 1화에는 안 나와요.”

“근데…… 1화 꼭 봐 주세요. 꼭.”

한이가 출연 정보를 알려주자 뒤이어서 우형이 손까지 모으고 간절한 표정으로 컬러즈에게 꼭 봐달라며 부탁했다.

함께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1화 마지막에 타이틀곡 투표 공지가 안내될 예정이었기 때문.

작곡가의 이름값이 투표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작곡가 정보는 비공개였다.

그래서 우형은 공모 참여 사실을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방송을 봐달라’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컬러즈는 [ㅇㅋㅇㅋ]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했다.

***

아직 우리는 딱 한 번밖에 촬영을 진행하지 않았는데 벌써 <쉰셋돌> 1화가 방영됐다.

우리가 없는 촬영 분량이 있어서 방영 일자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한다.

‘아직 우형이밖에 촬영 안 했는데 나중에 또 뒤통수치는 건 아니겠지…….’

이미 기사에 모노크롬의 이름이 실렸으니 모노크롬 출연까지 딴말하지는 않으려나.

1화의 방송 내용은 원만호가 함께할 동료를 찾기 위해 온갖 기획사를 돌아다니며 신인 아이돌들을 만나고 다니는 것까지.

모노크롬은 안 나오지만, 다른 기획사의 연습실 모습이나 요즘 활동하는 신인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내게도 제법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이름을 알린 신인 아이돌 그룹이 여럿 나오다 보니 팬층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의 이목이 모여들었다.

아이돌이 많이 나오는 방송은 보는 사람만 본다는 말이 많지만, 인기 코미디언인 원만호의 새로운 도전을 보기 위해 모여드는 시청자들도 상당했다.

[이게 무슨 저세상 설정이냐 길거리캐스팅이 아니라 연습실캐스팅 ㅁㅊㅋㅋㅋㅋㅋㅋ]

[데뷔 ‘리얼리티’라고 홍보하는거 ㄱH어이없다곸ㅋㅋㅋㅋㅋㅋ]

[나 지금 티비 틀었는데 런하 분량 지나감?]

[멤버 누구 뽑혔는지는 아직 정보 뜬 거 없지?]

방송으로 모여든 화제는 방송 말미에 공개된 타이틀곡 투표로 이어졌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방송국 SNS 등지에 올라온 투표 링크. 연결된 페이지엔 약 1분 내외의 타이틀곡 후보들이 번호가 붙어서 올라와 있었다.

나도 우형과 성운이 만든 곡 외엔 어떤 곡이 몇 곡이나 입후보할지 몰랐기에 다른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처음 확인한 것이었다.

방송이 주말 시간대였기에 나는 집 소파에 기대 누워 업무용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연결한 후 투표 페이지를 찬찬히 살펴봤다.

‘총 다섯 곡…….’

우형과 성운이 작곡한 것은 2번에 있었다. 순서는 투표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테니 앞쪽이건 뒤쪽이건 상관은 없었다.

다섯 곡을 전부 한 번씩 들어보니 전체적으로 통하는 것은 ‘밝고 신나는 분위기’.

다른 작곡가들도 프로젝트 그룹 멤버들이 원하는 컨셉을 보고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우리가 틀리게 해석한 건 아니란 증거겠지?’

그런 점에서는 안심됐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비슷한 분위기의 곡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

아예 느낌이 다르면 사람들도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하기 쉽겠지만, 비슷비슷하다면 세세한 부분까지 집중하며 조금이라도 더 뛰어난 부분을 찾으려 할 터였다.

그리고 우리처럼 힙합 느낌을 가미한 곡이 몇 개 있었다. 아마 우리는 이 곡들과 특히 더 경쟁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 1번이 조금 마음에 걸려.’

왠지 우리가 만들었던 데모곡이랑 비슷한 느낌이란 말이지.

처음 회의 때 준해가 ‘원만호의 취향에 맞추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한 게 머리에 맴돌았다.

설마 데모곡이 어디서 유출되었고, 만호가 마음에 들어 했다는 사실을 알아서 굳이 비슷하게 만든 건 아니겠지?

‘에이. 자존심이 있는데…….’

아니, 자존심 지키다간 떡 하나도 못 받아먹을 업계니까 그렇게 단정 지을 수도 없나……?

이미 공개된 시점에 이런 생각을 해 봤자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니 난 머리를 털어 애써 걱정을 지워냈다.

당연히 내가 투표할 번호는 정해져 있었다. 나는 2번에 한 표를 던지고 온라인 반응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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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셋돌 타이틀곡 후보들 왤케 다 고퀄이냐?

별 기대 안했는데 듣고 깜짝 놀랐네ㅋㅋㅋㅋㅋ

└ㄹㅇㅋㅋ 벌써 네 곡 떨어질거 아깝다고

└내돌 타이틀곡이라고 생각하고 신중하게 투표하고 왔다

└떨어져도 누가 불러서 내줬으면 좋겠다 진심

└그냥 이렇게 그대로 1~5트랙으로 앨범 내주면 안되나

└근데 거기서도 타이틀곡은 골라야돼

└아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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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듣고 처웃느라 정작 노래를 제대로 못 들음

변조한 거 개웃기네 헬륨가스 마시고 부르는 것 같앜ㅋㅋㅋ

└진짜 곡만 듣고 평가하라고 변조한 거 같은데 웃겨서 못 듣겠어ㅋㅋㅋ

└뽑힌 멤버들이 불러서 정체 숨기려고 그런 거 아니었어?

└이게 맞는듯 3번 35초 들어보면 발음하는거 원만호랑 비슷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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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역시 공정성을 위해 전부 프로젝트 그룹 멤버들이 직접 참여해 불렀다.

물론 아직 멤버 공개 전이었기 때문에 목소리 변조가 들어갔지만.

생각보다 본격적인 곡 수준에 커뮤니티의 인기글에는 이와 관련된 글들이 주르륵 올라왔다.

발음이나 보컬 스타일로 멤버를 추측하는 글도 있었지만, 틀린 추측도 많은 것을 보니 미리 멤버가 유출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화제에 편승한 것은 우리의 컬러즈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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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우형이도 참여한 거 아냐?

작곡에 우리 리더 빠질 수 없자너

└헐! 그럴수도!! 들으면서 찾아볼래

└우형이 만드는 곡마다 분위기 확확 바뀌어서 있어도 찾기 어려울듯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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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흰 몇 번에 투표했어?

난 두번째 좋은것 같아 ㅋㅋㅋ

└그치? 나도 뭔가 귀에 잘 들어와서 2번 투표

└누가 가사 받아적은건데 2번 좀 악동감성아냐?ㅋㅋㅋㅋㅋ(링크)

└ㅓ..? 설마 뉴마 작곡팀..?

└설맠ㅋㅋㅋㅋㅋ 뉴마 작곡팀이면 저 퀄리티로 못 만든다고요

└아 순간 섬뜩했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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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섬뜩했다.’

순간 컬러즈가 악동 알레르기를 보여서 2번을 배척하는 게 아닐까 하고 식은땀이 났으나 잘 넘어간 모양이었다.

뉴마의 자가복제곡은 대충만 듣고도 구분할 수 있는 컬러즈라 다행이지.

게다가 호불호를 떠나, 몇 년이나 귀가 악동에 익숙해져 있던 탓인지 오히려 ‘잘 나온’ 악동 스타일에 친근함을 느끼는 그들.

‘관성이란 무서운 거야…….’

덕분에 우형이 작곡으로 참여한 것을 모름에도 2번에 투표하는 컬러즈가 많았다.

***

시청자 투표 집계 완료 후, 프로젝트 그룹 멤버들은 멤버 투표를 위해 따로 방송국 회의실에 모였다.

“형님은 마음 정하셨어요?”

“곡이 다 엄청 좋더라고!”

정식 촬영이 아니었기에 다들 편안한 차림.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어딘가 긴장된 분위기가 맴돌았다.

그중에서 가장 눈을 굴리고 있는 것은 러너스하이의 류현.

‘우리 곡이 뽑혀야 하는데.’

타이틀곡을 공모로 뽑게 만든 것이 바로 베터 엔터테인먼트였다.

당연히 러너스하이의 프로듀서인 박형주도 참여했고 류현은 당연히 그의 곡에 투표할 예정이었다.

이것은 단순히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박형주가 타이틀곡의 작곡가가 된다면 당연히 자신은 파트를 더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얼마 전엔 [늦잠 잤더니 얼굴이 부었어요(눈물 이모티콘)]이란 멘트와 함께 검지를 세워 ‘1’을 만든 손을 볼에 갖다 댄 일상 사진으로 은밀하게 팬들에게 신호를 보냈으나, 너무 은밀했는지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다만 예전에 잠깐 같은 회사의 연습생 동기였던 브이스타일의 제오에겐 입김을 불어 넣을 수 있었다.

대놓고 언급한 건 아니었고 ‘1번에 랩 파트 많을 것 같던데 이거 되면 넌 좋겠다.’고 슬쩍 흘렸을 뿐.

“그러면 한 분씩 옆 회의실에서 투표하겠습니다. 카메라 없고 익명이니까 번호만 적어서 건네주시면 돼요.”

작가가 한 명씩 호명하여 옆방으로 안내했다.

시청자 투표가 85%에 멤버 투표는 15%. 멤버 한 명의 표에 3%가 달린 것이었다.

만일 시청자 투표에서 비등비등한 결과가 나왔다면 결정타가 될 수 있지만, 한 곡이 월등할 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는 비율.

시청자들이 뽑은 곡이 멤버 투표 때문에 밀려나면 ‘이럴 거면 투표 왜 받았냐’며 원성이 일 수 있어서 적당하게 정한 비율이었다.

다들 가이드 작업을 위해 모든 후보곡을 한 번씩 불러봤기에 선택하기가 조금 더 수월했다.

다섯 명이 투표를 모두 마친 후, 시청자 투표와 멤버 투표를 합산해 결과가 나왔다.

“타이틀곡이 결정되었습니다.”

안지택 PD는 결과를 보고 조금 안심했다. 가장 시청자들의 불만이 덜 나올 만한 결과.

시청자 투표 1위와 멤버 투표 1위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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