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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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나 데뷔초에 팬클럽 가입 열렸을때 가입한거 있는데 이걸루 선예매 할수있어..?
혹시 중간에 기수 한번 바뀌었나? 나 얼마전에 재입덕해서 잘몰라..
└ㅇㅇㅇㅇ 얼마전까지 다 1기라 가능
└축하합니다~ 당신은 축복받은 자(폭죽 이모티콘)
└부럽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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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종료 후, 조금씩 계획해왔던 팬미팅 준비를 제대로 시작했다.
멤버들이 앨범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팬미팅 기획 회의는 계속 진행해 왔다.
쇼케이스 팬미팅도 있었지만 그건 조금은 보너스 같은 활동이었고, 이번엔 정말 제대로 된 단독 공연.
올해 공연 준비도 벌써 두 번째라지만 이번엔 생각보다 준비할 것이 더 많았다.
공연 컨셉 기획부터 관련 업체 선정, 코너 기획, VCR 촬영은 물론이고 아이돌이라 노래도 빠질 수 없으니 세트 리스트도 준비하고.
‘그리고 일정이 정해졌을 때부터 제일 먼저 준비를 시작한 건 굿즈였지.’
실물 앨범 제작도 안 하던 뉴마였으니 굿즈도 내지 않았으리란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나마 게임 기본 설정인 응원봉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다른 팬덤에서 이런 굿즈를 냈다더라, 저런 굿즈가 나온다더라 하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손가락만 쪽쪽 빨며 구경했던 컬러즈의 기대치는 이미 하늘을 뚫었다.
이번에 굿즈를 내면 모노크롬의 첫 공연 MD였기에 먼저 멤버들의 의견부터 물어봤었다.
“팬미팅에 무슨 굿즈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꼭 팬미팅에 맞춘 게 아니더라도, 갖고 싶은 거라거나.”
“팬미팅 타이틀이 이니까 리얼한,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게 좋지 않을까요?”
우형이 팬미팅의 타이틀을 상기하며 그런 의견을 내놓았다.
실생활에 쓸 수 있는 거 좋지. 예술품처럼 처음 포장된 상태 그대로 가만히 모셔두는 것보다는……. 아니, 분명 가만히 모셔두는 컬러즈도 있겠지만.
기왕 사는 거 활용도가 높은 편이 좋지 않을까.
“너희 평소에 많이 쓰는 물건이 뭐 있는데?”
“으음. 컵……?”
자주 쓰는 물건을 묻자 해랑은 바로 컵이라고 대답했다. 다들 움직이고 운동하느라 땀을 많이 흘려서 수분 섭취가 중요한 모양.
하긴 집에 컵 없는 사람은 없지. 이사실에도 몇 개 있고.
괜찮은 의견이라 끄덕이고 수첩에 적으려는데 준해가 의견을 얹었다.
“컵도 좋은데, 그거 깨지면 두 배로 마음 아파요. 다시 살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해외여행 가서 사 온 기념품이 깨졌다고 생각하면…….”
아. 그래서 컬러즈가 앨범도 꼭 수집용, 보관용 등 여분으로 더 사서 처음 상태 그대로 고이 모셔두는 거구나.
살 때의 추억이 담겨있는데 망가지면 마음 아프니까.
팬 생활을 해 본 적 없는 나보다는 확실히 멤버들이 팬들의 마음을 더 잘 알았다.
“그럼 안 깨지는 종류로 하자. 텀블러나 보틀 같은 거?”
“오. 텀블러 좋다. 저희 카페 갈 때도 쓸 수 있잖아요. 보온도 되고.”
한이가 내 의견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다들 가수니까 감기 예방을 위해 따뜻한 차를 많이 마시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는데, 보온 텀블러가 있으면 우리도 잘 쓸 수 있겠지.
기본 제작된 제품에 인쇄하는 방식이니까 생산 기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평소에 쓰려면 수건도 괜찮지 않을까요? 공연하면서 땀 닦을 때도 쓸 수 있고.”
“푸핫! 나 너무 개업 수건 같은 것만 생각나는데.”
“모노크롬 팬미팅 개최 기념 글씨 넣고, 아래에 날짜 넣고.”
한이와 재민은 생각해 보니 재밌었는지 자세한 디자인 구상까지 해냈다.
그 외에도 나온 의견들을 나열해 보자면 볼펜, 핸드폰 충전기, 옷걸이, 칫솔, 수저, 멀티탭 등등.
굿즈의 의미를 벗어나서 ‘실생활’에만 집중한 물품 리스트였다.
“컬러즈들은 그런 물건이 필요하면 굿즈 부스보단 잡화점에 가는 게 빠르지 않을까?”
그냥…… 본인들 숙소에 필요한 거 아냐?
멤버들도 별생각 없이 말한 것이었는지 다시 굿즈 구상이라는 본론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재민이 중요한 게 뒤늦게 생각난 것처럼 바로 입을 열었다.
“아! 그거 필요해요. 우산.”
“우산은 왜?”
“여우 형이 비 내리니까……. 집에 갈 때 비 맞으면 안 되잖아요.”
“팬미팅 날엔 비 안 내릴 거야.”
우형이 자연스레 비를 안 내리겠다며 대꾸했다. 이제 비를 불러온다는 건 인정하기로 한 건가.
웃으면서 나는 또 수첩에 물품을 하나 더 추가했다.
‘해를 불러오는 해랑이도 있으니까 우양산으로 알아보자.’
그렇게 멤버들, 직원들의 회의를 거쳐 제법 다양한 굿즈 후보 리스트가 완성되었다.
전부 제작하지는 못하겠지만 여러모로 업체와 제작 기간을 알아보며 괜찮은 것들을 추려나가면 될 것이다.
이렇게 팬미팅 일정이 대략 정해졌을 때부터 매일이 회의의 연속이었다.
‘예능 촬영이랑 최대한 안 겹치게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낫지.’
출연진이 모두 각자의 스케줄이 있는 연예인이라 촬영 시간을 맞추는 게 무엇보다 어려웠다.
우리는 메인이 아니라 매번 촬영에 함께하는 것은 아니었다. 프로젝트 그룹 멤버 촬영이 두세 번 진행되면 그중 한 번을 함께 촬영하는 정도.
다큐가 아니라 예능이니 제작 과정까지 일일이 담을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도 혹시나 일정이 어긋나면 팬미팅 준비에도 지장이 갈 테니 최대한 융통성 있게 맞출 수 있도록 했다.
‘팬미팅을 준비하는 우리 사정은 그렇고.’
컬러즈는 대망의 티켓팅을 앞두고 있었다.
보통 앨범 활동이 끝나면 다음 떡밥은 뭘까 상상하며 기다리던 컬러즈였으나, 지금은 자기 앞길이 제일 걱정인지 다들 그 이야기로 바빴다.
‘티켓팅 도와주는 친구를 용병이라고 부르던데 전장에 나서는 기분인 걸까.’
그 정도로 치열한 현장이니 돈을 노리고 티켓팅하는 사람들도 생겨나는 거고.
우리가 팬미팅 예고 전에 공식 컬러즈 가입을 막은 것도 그런 업자들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팬 유입은 늘어나는데 가입이 막혀있으니 이런 사람들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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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열어줘 쾅쾅쾅쾅쾅
나도 공식 컬러즈 시켜달라고
└일예할테니까 가입 먼저 시켜줘 쾅쾅
└문열어 앞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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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 창은 맨날 열려 있었는데 하필이면 닫혀 있을 때 입덕한 신입 컬러즈들. 그들은 2기 가입창을 다시 열어달라며 성화였다.
유입이 늘어났다는 게 체감되어서 뿌듯한 기분도 들었지만 2기 가입을 받는다는 건 2기가 유지되는 동안 모노크롬이 그만큼 유의미한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는 뜻.
지금도 할 일이 많은데 이제 또 내년 계획을 짤 생각에 아득하기도 했다.
‘우선은 예정된 티켓팅이 잘 진행되면 좋을 텐데.’
멤버들은 공연 준비와 예능 촬영으로 바빠질 예정이라 예전보다는 소통이 많지 못할 것이다.
평균적으로 티켓팅을 잘 치르는 사람이 많아야 그 비활동기를 잘 참아낼 수 있지 않을까.
이 부분은 나도 잘 몰라서 가장 잘 알 것 같은 윤희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윤희 씨. 티켓팅 잘하는 팁 같은 게 있을까요?”
“……티켓팅 참전하시게요?”
참전이라니. 역시 티켓팅은 전장이 맞는 거야?
그보다 말투를 들어보니 저번에 뭐든 믿겠다던 윤희는 내가 티켓팅에 성공할 것이라고는 못 믿는 듯했다.
“제가 하면 망할 것 같아서요?”
“티켓팅 경험은 있으세요?”
“영화 예매나 연극 공연 정도는…….”
물론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고 예매창 오픈을 기다리면서까지 시도해 본 적은 없고 그냥 있는 자리 중에서 적당히 골라 예매했을 뿐이지만.
내가 하는 말에 치열한 티켓팅 경험은 없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윤희는 손으로 팔을 쓸며 어색하게 웃었다.
“흐흠, 아무래도……. 사전 녹화 방청도 앞번호는 1초대로 갈리는 거 보셨잖아요.”
하긴 사전 녹화 방청 신청 인원이 채워지는 것을 보면 정각과 1초 안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곤 했었지.
“사실 제가 직접 하려는 건 아니고…….”
나는 윤희에게 방금 떠올린 컨텐츠에 관해서 설명했다.
얼마 전 라디오에서도 티켓팅 팁에 관해 얘기했는데 다들 잘 몰라서 청취자들이 해 주는 얘기만 가볍게 소개하고 지나가지 않았던가.
기념할 만한 첫 티켓팅. 게다가 뉴마 탓에 본진 티켓팅이 처음인 컬러즈를 위한 컨텐츠.
바로 멤버들이 직접 설명하는 티켓팅 강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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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컬러즈!”
멤버들이 모여 앉아서 카메라에 대고 인사했다. 배경은 평소와 같은 연습실이 아니라 뉴마의 한 회의실.
오늘의 뷰이라이브 제목은 <티켓팅 1타강사 모노크롬>이었다.
[알림에 티켓팅 단어 뜬거보고 날짜 착각한줄알고 심장 덜컹]
[내 가수가 티켓팅도 챙겨준다]
[나 넘 떨료ㅠㅠㅠㅠㅠㅠ]
저번에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을 때도 티켓팅 얘기가 나오자 걱정을 늘어놓던 컬러즈.
티켓팅 시기가 다가오자 걱정이 더 늘었는지, 아니면 뷰이라이브라 편해서 그런지 오늘은 한탄이 더 많아졌다.
채팅들을 잠시 읽으며 인사한 멤버들은 오늘 뷰이라이브를 켠 이유를 설명했다.
“전에 보니까 다들 티켓팅에 걱정이 많길래, 저희가 티켓팅 잘하는 방법을 알아 왔어요.”
“오늘은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세요.”
준해가 말하자 오늘의 채팅창은 평소의 [네 형님]이 아니라 [네 선생님]으로 메워졌다.
“출석 불러달라고요? 여우형. 네. 백해랑.”
“백해랑 결석했, 컥.”
“네.”
“유한이.”
“결석했어요.”
우형이 출석을 불러 달라는 요구에 자신의 이름을 포함해서 멤버들 이름을 한 번씩 불렀다.
한이가 해랑이 대답하기 전에 장난을 치려다 제압당하고, 되레 한이만 해랑에게 결석 처리를 당했다.
작은 소동이 있었으나 우형은 개의치 않고 재민, 준해까지 이름을 부르며 출석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컬러즈.”
[네네ㅔ네ㅔ]
[네]
[네넨네네]
컬러즈 이름은 한 번 불렀는데 수백 개의 ‘네’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웃던 우형이 “오케이. 출석 끝!” 하고 출석을 마무리했다.
상황극 서론은 여기까지. 멤버들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무튼 저희가 티켓팅 강의를 준비했어요. 너희도 이따가 시험 볼 테니까 잘 들어.”
“아, 시험.”
“으.”
시험이란 말에 학생인 준해가 얼굴을 찌푸리고 그냥 시험이 싫은 재민도 질색했다.
멤버들은 회의실에 있는 화이트보드가 비치도록 화면을 고정해놓고 정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선생님 역할은 누가 하든 상관없었으나 한이가 의욕을 보이며 나섰다. 회사에서 준비해 준 종이가 있었으니 읽기만 하면 되었지만.
“자, 첫 번째. 날짜와 시간을 잘 확인한다! ‘아차! 티켓팅!’ 하고 시간을 확인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있으면 안 되겠죠?”
상상하기도 끔찍한 예시에 컬러즈는 [ㄷㄷㄷ]를 무수히 타이핑했다.
한이는 화이트보드에 선예매와 일반 예매 날짜와 시간을 적으며 까먹지 말라고 당부에 당부를 거듭했다.
“티켓팅 시간 전에 미리 로그인해둔다. 너무 오래 가만히 놔두면 로그인이 풀리니까 계속 확인하기. 그리고 중요한 거! 팝업 제한을 꼭 미리 풀어놓으세요.”
“그건 어떻게 풀어?”
“어떻게 풀어요, 여러분?”
PC보다는 스마트폰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하는 재민이 질문하자, 한이는 그 질문을 바로 컬러즈에게 넘겼다.
“점점점을 누르고…… 설정에 들어가서? 점점점 누르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요?”
“학생들이 예습을 참 성실하게 잘 해왔네.”
해랑이 그 채팅들을 읽다가 하나로 정리하기 어려웠는지 포기하고, 결론은 ‘검색하세요’로 마무리되었다.
잘못된 정보를 주면 안 되니까 멤버들보다 컬러즈가 더 잘 아는 부분은 그렇게 넘어가는 것이 나았다.
“아, 그리고 시간이 됐을 때 혹시라도 페이지가 멈춰버릴 수 있으니까 예매 대기 창을 미리 여러 개 띄워놓는 것도 좋대요.”
“멈추기도 해? 멈추면 어떡해요?”
[내 머리도 멈춰버려..]
[망하는거지]
[술마시면 돼요]
티켓팅이 익숙지 않은 컬러즈는 호달달 떨며 열심히 [메모메모]란 채팅을 올리며 배워갔다.
멤버들도 그런 모습들을 보며 예매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날짜 선택, 회차 선택, 예매창 뜨면 보안 문자 쓰고 구역 선택, 선택…….”
[선택.. 선택된 좌석입니다..]
[다음단계:으 이선좌]
“여러분, 좀 더 희망적인 미래를 떠올려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