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154화 (154/430)

# 154화

“반가워서 시작부터 <너의 별> 얘기로 진행했는데, 중요한 타이틀곡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너의 별>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라면, 는 모노크롬의 색을 정말 잘 드러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미 유아이TV 컨텐츠 촬영으로 앨범 소개글을 꿰고 있는 박대웅은 이미 자신이 아는 이야기도 섞어가며 앨범을 소개했다.

남들보다 더 잘 아는 화제가 나오면 지식을 자랑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지금이 딱 그런 기분이었다. 숨겨져 있던 원석을 내가 먼저 발굴했다고 자랑하고 싶은 기분.

“그리고 이 로 첫 1위. 제가 가수가 아니라 이게 참 궁금한데 기분이 어떠셨어요? ‘1위는 모노크롬입니다!’ 하는 말을 들었을 때?”

“저희도 그렇고 팬분들도 그렇고 정말 오래 기다려왔던 1위라 진짜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더라고요.”

우형은 지금 생각해도 벅찬 듯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다가 다른 기억도 같이 떠올랐는지 한숨을 섞어 말했다.

“그런데 그때 영상을 다시 보니까…… 제가 앵콜 무대에서 바닥을 짚고 거의 기어 다녀서…….”

“그날 형이 흘린 눈물로 무대 청소를 다 했대요.”

“아하하하! 아, 이거 웃으면 안 되는 부분이죠? 감동적인 장면을 회상 중이었는데.”

재민의 과장 섞인 추가 멘트에 대웅이 웃음이 터졌다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아뇨. 저희도 보다가 웃었어요.”

“엄청나게 놀렸지…….”

“그래서 안 울겠다고 했는데 다음에 또 울던데요.”

첫 1위 발표에 눈물이 났던 것은 멤버들 모두가 그랬지만 우형은 하도 통곡을 하는 바람에 나중에 멤버들의 놀림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런 기쁨의 눈물이라면 언제든 흘려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궁금한 게 가수분들은 1위 트로피를 받으면 집으로 가져가시는 건가요?”

“회사에 보관하는 경우도 있고, 집이나 숙소에 두는 경우도 있고요.”

컬러즈가 알고 싶어 할 만한 얘기였기에 한이가 설명에 나섰다.

첫 1위를 받고 돌아가는 퇴근길에 트로피를 회사에 둘지, 멤버들이 숙소로 가져갈지 잠시 토론이 펼쳐졌었다.

회사 공간 대부분은 배우팀과 공용으로 사용 중이라서 적당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

모노크롬이 거의 전용으로 사용하는 연습실은 몸을 움직여야 하는 공간이라 뭔가를 장식해 두기엔 적절치 않았고, 우형과 해랑이 쓰는 작업실도 장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마찬가지였다.

적당히 보안도 되고 여유 공간도 있는 곳으로는 이사실이 있었으나, 주인은 “그럼 너희가 보고 싶을 때 못 보잖아?” 하면서 숙소에 가져가기를 권했다.

“그래서 지금은 저희 숙소에 있는데요. 아직 둘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일단 TV 옆에 뒀는데, 회사에서 장식장을 새로 짜 주신다고 하셨어요.”

주인은 둘 곳이 있냐고 묻더니, 앨범도 같이 장식해 두라며 장식장을 선물하기로 했다.

할 일이 생기면 바로 처리하는 그녀는 바로 민형에게 부탁해서 장식장이 들어갈 곳의 가로세로 길이까지 알아갔다.

“앞으로 장식장을 가득 채워나가자는 의미도 있겠네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트로피도 없었고 실물 앨범도 더 나오지 않아서 숙소에 그런 장식장을 둘 이유가 없었는데 이제 필요가 생겼다.

꼭 트로피가 아니더라도 장식장이 여러 가지 성과로 채워져 가는 것을 상상하니 멤버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1위 가수로서의 근황과 시청자 사연을 읽으며 진행된 라디오 방송은 금세 엔딩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또 좋은 소식이 있는데, 팬미팅도 열린다고요.”

“네! 다음 달에 이란 타이틀로 저희 첫 팬미팅이 예정되어 있고요.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려고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아. 팬미팅 얘기가 나오자마자 채팅창에서 팬분들이 자기 자리를 남겨달라고 하시네요.”

아직 티켓팅 전. 게다가 컬러즈는 뮤지컬과 같은 다른 공연을 예매하거나 친구의 티켓팅을 도와주는 등의 경험은 있어도 컬러즈로서 티켓팅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의미 있는 공연이니만큼 꼭 가야 하는데 자리가 없을까 봐 지금 한창 불안함에 떨고 있었다.

“다들 티켓팅 파이팅!”

티켓이 없어도 당연히 공연에 참석할 수 있는 재민이 무책임한 응원을 내뱉었다. 컬러즈는 [파이팅…]하며 울기만 했지만.

“티켓팅 팁 같은 걸 전수해주시면 어떨까요?”

“팁…… 뭐가 있지?”

살면서 공연 좌석 예매야 해 봤지만 살벌한 티켓팅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한 멤버들의 시선이 허공을 떠돌았다.

“긴장 안 하는 게 제일이지 않을까요.”

차분함을 가장 잘 유지하는 해랑이 명답을 내놓았지만 그 ‘긴장 안 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 문제였다.

“긴장을 어떻게 안 하죠?”

“명상을 한다거나…….”

“여기 한 팬분이 ‘눈 감으면 모노크롬 생각밖에 안 나서 명상을 할 수가 없다’고 하시네요. 이런 표현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대웅은 컬러즈의 주접이 재미있는지 채팅창이 올라오는 화면을 흥미진진하게 보며 몇 개를 골라 읽었다.

멤버들은 차를 마시면 좋다더라, 손바닥을 때리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등 각자 긴장을 푸는 방법을 열심히 알려주려 나섰다.

그러다 재민이 준해를 보더니 뭔가 생각난 듯이 말했다.

“최근에 수강 신청 해 본 준해가 잘 알지 않을까요? 시간 맞춰서 클릭하는 건 비슷하니까.”

“저 수강 신청 망했어요…….”

“아.”

활동 기간은 현 매니저도 휴식 기간이라 멤버들 모두가 잠시 잊고 있었다. 현 매니저의 발단이 수강 신청이었다는 것을.

이후에도 잠시 채팅창에 청취자들과 컬러즈가 올려주는 티켓팅 팁을 몇 개 소개하며 화제를 마무리했다.

결국 멤버들이 줄 수 있는 도움은 재민이 처음에 했던 것처럼 “파이팅!”이라며 응원하는 것뿐이었다.

“아쉽지만 1부를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네요.”

“벌써요? 아직 10분밖에 안 지난 것 같은데.”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벌써 한 시간이 지났네요. 청취자분들도 많이 아쉬운가 봐요. 채팅창에 유유유가…….”

한이가 능청스럽게 없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말하자 대웅이 웃으며 대꾸했다.

‘오늘 방송 재밌었다’라며 감상을 남기는 건 대부분 기존 청취자들이고, ‘ㅠㅠㅠㅠ’를 띄우는 것은 대부분 컬러즈였다.

채팅창이 눈물로 채워져 가는 것을 보던 한이가 작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컬러즈 뚝!”

“으음?! 이게 뭔가요?”

한이가 “뚝!”이라고 하자마자 텍스트 눈물을 흘리던 컬러즈는 [네 형님] 하면서 갑자기 차분해졌다.

채팅창을 안 보고 소리만 듣는 청취자를 위해 대웅이 간략하게 채팅창 상황을 설명했다.

“저희끼리 통하는 사인인데…… 규칙 같은 거예요. 울지 말고 웃으면서 보자는.”

“아하하. 그룹도 재밌는데 팬들도 참 재밌는 것 같아요. 오늘 채팅을 보면서 다양한 표현을 새로 알게 되었거든요.”

채팅창을 구경하는 재미에 더 시간이 빨리 간 것만 같았다. 그래도 방송 시간은 칼같이 잘라야 하니 마무리 멘트를 진행했다.

멤버들이 한 명씩 ‘불러주셔서 감사하고, 즐거운 시간이었고…….’ 하며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우형이 마무리했다.

“첫 정규 앨범 와 이번에 발매된 <너의 별>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고요. 저희도 2부에선 청취자로 함께하겠습니다.”

“네. <박대웅의 밤 음악 여행> 모노크롬의 를 들려드리면서 1부 마무리하겠습니다. 잠시 후에 2부로 뵐게요!”

1부의 엔딩곡으로 가 흐르고, 멤버들은 대웅과도 인사를 나눴다.

“오늘 와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불러주셔서 저희가 더 감사하죠.”

“노래가 좋아서 잘될 줄 알고 꼭 부르자고 했다니까.”

대웅은 모노크롬의 이번 노래들에 좋은 반응이 들려올 때마다 먼저 알아본 자신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받는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이건 팬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아이돌을 좋아해 본 적은 없지만 어릴 적 좋아하던 배우가 있었을 때 이런 기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아까 방송 중에 했던 이야기가 같이 떠올랐다.

“혹시, 팬미팅에 초대권 같은 것도 있어요?”

두 번이나 만나 대화해보니 말도 잘하고 재치도 있는 이들이 팬미팅에서 무엇을 할지가 궁금했다.

누군가의 팬미팅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 이번엔 기회가 된다면 한번 꼭 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회사에 한번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아직 저희도 몰라서.”

“그럼 티켓팅은 언제 해요?”

그렇게 오늘 컬러즈의 티켓팅 경쟁자 한 명이 더 늘어났다.

***

“새로고침 한다고 순위가 계속 바뀌는 건 아닌데요…….”

윤희가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날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실시간 차트는 한 시간마다 갱신되는데 내가 5분마다 새로고침을 한다고 갱신이 빨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자꾸 확인하고 싶어지는 걸 어떻게 해.

“현실감이 없어서 그래요. 갑자기 이렇게 막 오를 수가 있어요?!”

“저도 안 믿기지만 이게 현실이죠.”

애초에 달리고 있던 컬러즈뿐만 아니라 6년 차에 첫 1위를 달성했다는 소식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났는지 와 비슷한 순위로 레몬 차트에 진입했던 <너의 별>.

그 후로도 순위가 꾸준히 오르더니 지금은…… 무려 20위 안착.

‘이 많은 청자가 어느 루트를 타고 왔는지 짐작도 안 가…….’

이 기세라면 어쩌면 더 오를지도 모른다.

이는 라솔 버프인 줄로만 알았는데,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듯했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요약하자면 ‘노래가 좋아서’.

더 자세히 말하자면 ‘매장에서 틀기도 적합하고 따라 부르기도 좋으며 호불호 안 갈리는 대중적인 이지리스닝 곡이어서’.

‘라솔 씨가 꼭 부르고 싶다길래 좋은 곡인 줄은 알았다만…….’

앨범 발매 후 컬러즈들도 ‘편의점에 갔더니 몬클 노래가 나오더라’, ‘학교 앞 카페에서 모노드라마를 틀어주길래 홀린 듯이 들어갔다’ 하는 글을 종종 올리곤 했다.

그런데 <너의 별> 발매 후엔 특히 이런 글들이 일상처럼 올라왔다.

편의점이나 카페 등 매장에서 재생한다는 것은 긴 영업시간 동안 이 곡을 반복해서 재생해 준다는 뜻. 이는 차트 순위 유지에 큰 도움이 되었다.

더군다나 ‘이 노래 좋은데 들어봐!’라고 추천하는 것보다, 어디선가 듣고 ‘좋은데? 이 노래 뭐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찾아보는 것이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

그런 이유에서 많은 사람에게 들려줄 기회가 늘어난다는 건 대단히 좋은 일이었다.

게다가 ‘따라 부르기 좋다’는 점은 생각보다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

“남이 나서서 영업해준다는 게 회사 입장에선 정말 고맙네요. 컬러즈야 항상 회사만큼 영업하고 다니지만.”

“보통 아이돌 그룹 노래가 이렇게 홍보되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특이한 케이스죠.”

나는 차트와 번갈아 가며 보던 화면에 눈을 돌렸다.

[모노크롬 - 너의 별 (cover by 쏭어)]

[<너의 별> 어쿠스틱 기타 커버 / 악보 / Acoustic guitar cover…]

노래 커버 영상을 올리는 미튜브 채널 및 SNS 페이지에서 <너의 별>이 유행을 타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