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147화 (147/430)

# 147화

현 매니저의 직장 선배로서 작은 캠코더를 자주 들고 다니던 민형이 오늘의 비하인드 인터뷰 촬영 담당이었다.

미리 준비된 질문지를 읽으며 대기 중인 멤버들에게 인터뷰를 하는 것이 그의 임무.

원래 개인별로 찍을 예정이었는데 하필 쉴 만한 커다란 침대가 있어서 멤버들이 이쪽으로 다 몰려들어 딱 붙어 있었다.

민형이 그 모습을 보며 캠코더를 켜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는 표정으로 물었다.

“너네 그 상태로 있을 거야? 비하인드 찍을 건데.”

“아, 지금 딱 편하게 자리 잡았는데.”

그러면서 멤버들은 고개만 들어 날 쳐다보았다. 일단 나한테 허락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보다 이렇게 불쌍하게 쳐다보면…….’

어제도 연습실에 늦은 밤까지 붙어 있던 멤버들.

이어질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알아서 체력 비축 중인데 비하인드를 찍겠다고 일어나게 시키는 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 아닐까?

컬러즈는 멤버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기 좋아하기도 했고.

“그냥 이 상태로 찍어도 되지 않을까요?”

“너무…… 대충 널브러져 있지 않아요?”

“나름 신선할 것 같은데요.”

우리 비하인드가 원래 그렇지 않은가.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은 교양 프로그램 스타일.

전부터 뷰이라이브로 일상 모습을 많이 공개해서 그런지, 멤버들은 비하인드 카메라 앞에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자주 보여주곤 했다.

공중파 예능에서도 누워 있었는데 팬들 보는 영상에서 이 정도야 애교지.

그대로 진행하라고 하니 멤버들은 들었던 고개를 내리고 본래의 편안한 자세로 돌아갔다.

민형이 아무렇게나 누워 있는 멤버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준비된 질문지를 읽었다.

“질문입니다. 방에 들어왔는데 물건들의 자리가 전부 바뀌었다면 처음 할 행동은?”

질문은 이번 뮤직비디오 설정과 관련된 내용을 조금 더 일상 친화적으로 바꾼 것들이었다.

한 명을 지목한 게 아니라 넷에게 동시에 질문을 건네자, 등받이에 기대 누워 있던 해랑이 먼저 답했다.

“……유한이를 때린다.”

“나를 왜?”

“너밖에 범인이 없잖아.”

룸메이트니까 방에 문제가 생기면 한이부터 응징하겠다는 해랑. 한이가 기가 찬다는 듯이 짧게 콧소리를 냈다.

“헹. 나도 형 때릴 거거든.”

“너네 싸우면 내가 너네 때릴 거야.”

“싸우지 마. 친하게 지내.”

서로 때린다고 하자 말리기 위해 때리겠다는 우형과, 평화를 사랑하는 재민. 주제만 하나 던졌을 뿐인데도 각자의 성격이 드러났다.

“다음 질문. 단 하루만 자신 말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볼 수 있다면? 멤버 중에서 골라주세요.”

다른 인격이 생긴다는 건 자기도 모르게 다른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만들어진 질문이었다.

사실 뮤직비디오 내용과 상관없이 아이돌이 단골로 받는 질문 중 하나이기도 했다.

다른 멤버로 살아볼 수 있다면? 동생이 있다면 소개해주기 싫은 멤버는? 이런 것들.

“나는…… 재민이.”

“내가 되고 싶다고?”

우형은 재민을 지목했는데 그 이유가 다른 종족에 대한 호기심에 가까웠다.

“몸이 어떻게 돼 있길래 자꾸 우리한테도 불가능한 동작을 시키는지를 좀 알아야겠어.”

“사람이 다 똑같이 움직이지.”

“사람이 아니라 연체동물 같다니까?”

연습실에서 재민에게 혹사당하느라 아예 몸 구조가 다른 게 아닌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너도 다른 사람으로 한번 살아봐야 돼. 그래야 남들한텐 어렵다는 걸 이해하지.”

“음……. 그건 됐고, 저는 준해요.”

“뭔데 내 이름이 나와?”

재민은 준해를 골랐는데 마침 그 준해가 개인컷 촬영을 마치고 침실로 들어왔다.

“네 머리를 가져보고 싶어서.”

“그게 무슨 무서운 소리야?!”

준해의 지능이라는 뜻이겠지만 준해는 섬뜩한 쪽으로 알아들었는지 식겁했다. 민형이 질문 내용을 알려준 덕분에 오해는 금방 풀렸지만.

“그래서 준해는 다른 멤버로 살아본다면 누구?”

“어…….”

준해는 침대에 가로세로로 널브러져서 자신을 쳐다보는 형들을 보더니.

“전 그냥 제가 좋아요.”

라는 깔끔한 대답을 내놓았다.

멤버들은 실망한 표정으로 막내는 애정이 없다느니 하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사람으로 사는 것도 궁금하긴 하지만 그냥 나로 사는 게 제일 나을 때도 있지.’

집에 혼자 있다 보면 잡생각이 많아져서 그런 상상도 해 본 적이 있었다.

내가 이 세상에 와서 얻은 신분이 대표 딸 신주인이 아니라, 신대표 본인이었다면?

처음에 최 비서에게서 내게 부여된 설정을 전해 듣기 전까지는 나도 내가 대표라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아무튼 나야 뒤늦게 내 플레이의 업보를 확인하고 대표가 아니라는 점에 안심했지만, 정말로 대표였다면.

‘퀘스트고 뭐고 다 버리고 도망갔을지도 모르지.’

대표 딸 낙하산 이사란 설정은 어쩌면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최저 조건을 맞춰준 게 아닐까.

적당히 업보를 모른 체할 수도 있고, 게임에서처럼 대부분의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지위도 있고.

이런 안전장치가 없었다면 내 멘탈이 버티지 못해 다 포기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지금도 완전히 좋은 환경에 좋은 일들만 있는 건 아니지만 가끔 가상현실 게임을 하는 기분도 들어서 나름대로 일은 즐거운 편이었다. 물론 잘 풀릴 때의 이야기지만.

“해랑 씨. 잠깐 동선 체크 좀.”

“네.”

다음 촬영 순서인 해랑이 스태프의 부름을 받고 빠지자 그 자리를 준해가 넙죽 차지했다.

연습실에서도 종종 누워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하여튼 눕기 좋아하는 멤버들이다.

언제 한번 누워서 하는 컨텐츠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잠들기 대회라든가, 잠 안 들기 대회라든가.

내가 앞으로의 계획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동안, 특이한 구도의 비하인드 인터뷰와 함께 뮤직비디오도 착착 촬영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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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드라마? 몬클 덕질하는 내 인생이 드라마다

└드라마 아니고 감동실화

└티저만 떴는데 벌써부터 갓반 삘이 온다 진짜로

└정규니까 곡 많겠지?ㅠㅠㅠㅠ내내 신곡 나와서 귀가 질릴 틈이 없다. 아니 24시간 들어도 안질리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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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저 이어폰 끼고 봐봐

바로 앞에 앉아서 보는 느낌임

└허헐 폰스피커로 들어서 몰랐는데 현장감 뭐야 ㄷㄷㄷ소름 쫙돋았다

└몬클 너무나 많이 사랑한 죄로 취조 당하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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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의 첫 번째 정규 앨범 의 컨셉 티저가 업로드되었다.

시작은 새까만 방 천장에 달린 취조실 조명이 좌우로 흔들거리는 장면.

그리고 그 아래에 홀로 앉은 한이가 카메라를 보며 뭔가를 말하지만 영상엔 조명이 끼익 거리는 소리만 흘러나온다.

이 조명 소리가 정말 현장에 있는 것처럼 좌우로 번갈아 가면서 들리는 탓에 컬러즈는 자신이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은 기분, 더불어 취조실에서 취조당하는 기분이라며 없는 죄까지 고백하고 나섰다.

대부분이 사랑한 죄, 들튀를 시도한 죄, 천사를 하늘로 돌려보내지 않은 죄…… 등 주접 섞인 양심 고백 선언이었다.

‘세상에 범죄가 이런 것들뿐이라면 사랑 넘치는 세상이 되겠지.’

아무튼 티저에서 주목할 것은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좌우로 흔들거리는 조명의 움직임에 따라 한이의 얼굴도 어둠에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를 반복한다.

빛을 받고 그림자에 가려지기를 반복하며 서서히 클로즈업되다가, 마지막으로 조명이 비췄을 땐 앉아 있는 사람이 한이가 아닌 해랑으로 바뀌어 있다.

곧바로 해랑의 모습도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그 위에 뜨는 타이틀명, monodrama.

타이틀명에 맞춰 마치 일인극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티저였다.

마지막에 한이가 해랑으로 바뀌는 것은 다중인격이란 컨셉을 드러낸 것이었고.

긴장되는 분위기가 익숙해질 때쯤 훅 나타나는 해랑의 얼굴 공격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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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모노크롬 이번 정규 티저인데 봐봐

(GIF이미지) 친구가 보여줬는데 마지막에 눈마주치고 심장떨어짐

└오바ㅋ하면서 보다가 나도 핸드폰 떨굼

└몰랐는데 얘네 비주얼대잔치네

└옼ㅋㅋ 티저 잘만들었다.. 머리 새하얗게 만들고 거따가 발매일자를 콱 박아버리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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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표현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의도한 게 바로 그거였어. 갑자기 나타난 반전에 어? 할 때 타이틀명을 뇌리에 각인시키는 것.

‘이제 다음은 트랙리스트…….’

하이라이트 메들리, 뮤직비디오 티저 등 매일 차례대로 정보가 공개되는데, 특히 다음에 공개될 트랙리스트는 고민이 많았다.

문제는 라솔이 피처링하는 곡이었다.

‘곡이 너무 좋고 그걸 같이 부른 게 라솔 씨라는 게 문제였지…….’

작업 스타일이 잘 맞는지 우형과 성운은 곡을 빠르게 완성했고, 녹음도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곡도 굉장히 좋았는데.

이것을 이번 앨범의 수록곡으로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아주 긴 토론이 이어졌었다.

[싱글컷을 해서라도 타이틀로 낼 만한 곡인 것 같습니다, 이건.]

뉴마에서 가장 긴 프로듀서 경력을 가진 송준오 피디가 그렇게 말했다.

수록곡은 아무래도 타이틀보다 주목도가 떨어지니, 이 곡을 수록곡으로만 남기기에는 아깝다고. 그러니 수록곡으로 넣더라도 싱글로 따로 공개하는 게 어떻겠냐고.

[그건 선공개랑은 다른 건가요?]

[싱글컷은 선공개보다 텀도 더 길고, 꼭 앨범 발매 전에 공개하는 건 아닙니다. 발매 후에 따로 싱글컷을 할 수도 있는 거고.]

[그리고 이번엔 선공개는 추천 드리지 않는 게, 선공개 곡에 먼저 집중하면 팬들 화력이 조금이라도 분산될 수밖에 없거든요. 특히나 이번이 첫 정규라 화력 모았다가 앨범 발매일에 빵 터트리는 게 낫죠.]

윤희는 다른 그룹 팬덤에서 그런 불만 사항이 나오곤 한다며 의견을 얹었다.

게다가 첫 정규 앨범이니 그 어느 때보다 타이틀에 이목을 집중시켜야 하는데 음원 강자 라솔이 함께 부른 탓에 주목도가 분산될 수도 있다고.

퀄리티에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인지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우리에겐 문제로 다가왔다.

그 때문에 긴 고민이 이어졌는데, 돌파구는 우형과 성운의 작업 스타일에 있었다.

[버전이 두 개나 있다고?]

[네. 앨범에 들어갈지도 모르니까 좀 더 앨범 색에 맞춰서 만든 버전이 하나 더 있는데…….]

전엔 미완성곡이 다섯 개나 있었다더니 이번엔 버전을 두 개나 만들었다는 우형.

‘대체 둘이서 뭘 어떻게 하길래 곡이 이렇게 술술 나오는 거야?’

덕분인지 우형의 작곡 경험치도 쑥쑥 오르고 있었다. 이번 정규 앨범은 곡 수도 많고 과반수를 우형이 작곡했으니 공개하면 레벨이 9에 가까워지는 거 아닐까.

이번 앨범 색에 맞췄다는 것은 조금 더 모노크롬에게 맞췄다는 뜻.

[그럼…… 두 버전 다 내자.]

그렇게 트랙리스트에 들어간 것이 <너의 별(monochrome ver.)>.

다른 곡과 다르게 모노크롬 버전이란 문구가 따로 붙어 나온 곡명에 컬러즈는 의문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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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클 버전이면 다른 버전도 있는 거야?

다른 버전이 뭐일지 상상이 안 가서 더 기대된다 헠

└진짜 뭘지 궁금하다. 다른 가수 버전도 있단건가? 무슨 곡일지 너무 궁금해ㅠㅠ

└하라메 빨리 올려줘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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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고민과 계획이 담겼던 첫 정규 앨범.

이번에야말로 첫 1위를 달성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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