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131화 (131/430)

# 1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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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해랑이 라솔님 노래 피처링???!

공계 알림뜨자마자 펄쩍 뛰어서 성층권 다녀옴 이게 무슨 일이야 우리애랑 갓라솔님이라니

└으아 나 라솔님 노래 예전부터 진짜 좋아했는데 어제는 한이가 커버영상 올려주더니 오늘은 피처링 소식 ㅠㅠㅠㅠ

└자꾸 선물받는 기분이야ㅜㅜ 뭐야 우리 생일이야?

└그런가봐,,, 하긴 요즘 매일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임

└매일 우리에게 새 삶을 주는 모노크롬. 그들은 창조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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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랑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라솔의 <되돌아가는 길> 발매 예고가 올라왔다.

함께 올라온 재킷 이미지는 한 여성이 접은 우산을 들고 비에 젖은 길을 걸어가는 뒷모습을 담은 사진.

그 위에 감성이 담긴 명조체로 간단하게 제목과 가수, 발매 일시만 적혔다.

물론 라솔의 곡이니 우리는 라솔의 회사에서 올린 예고를 인용만 하면 됐고.

디지털 싱글이라 거창하게 티저를 낼 것 없이 이 정도의 간단한 예고면 충분했다.

다른 정보 없이 라솔의 이름만 보고도 벌써 기대된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리고 컬러즈는…….’

이전에 <기다림의 끝>을 디지털 싱글로 발매했을 때 디싱은 지긋지긋하다며 진저리를 치던 모습이 생각나서 나는 괜히 불안한 마음으로 컬러즈의 반응을 살펴봤다.

그러나 그들은 피처링이 중요하지, 앨범 형식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컬러즈는 ‘뉴마가 또.’, ‘앨범을 낼 만한데 굳이!’, ‘예상 가능한 자가복제곡을!!’이라는 조건이 붙은 디지털 싱글만 싫어하는 듯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가.

‘그나저나 음악대상이 이 정도구나.’

이 간단한 예고에 모여드는 반응만으로도 체감할 수 있었다. 정말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가수라는 느낌.

특히나 나는 엔터 업계에 들어오자마자 팬덤 위주로 돌아가는 보이그룹만 맡아봤으니, 이렇게 다양한 층에서 반응이 온다는 게 신기했다.

모노크롬 외길 인생이던 컬러즈도 라솔은 잘 알았다.

‘멤버들한테도 연예인의 연예인 같은 존재였으니까 그럴 법하지.’

게다가 한이가 뷰이라이브에서 라솔의 노래를 몇 번 부른 적이 있었다고 한다.

컬러즈에겐 ‘내 가수가 존경하는 선배’. 그래서인지 그들은 더욱 그녀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도 정말 고마운 사람이었다.

“음악방송 스케줄은 금요일 <뮤직더라이브>를 시작으로 해서 주말의 <가요차트>, <음악상상>으로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연달아 3일. 깔끔하고 좋네.”

라솔의 회사와 일정을 조율하던 것이 최종적으로 결정되었다. 무려 <되돌아가는 길>의 음악방송 무대.

게다가 우리가 올해의 세 번째 앨범을 내고서야 올 출연을 달성했던 공중파 음악방송들이다.

거기에 금요일의 <뮤직더라이브>를 포함하여 금, 토, 일 출연.

‘음악방송 출연 기회가 알아서 우리 앞으로 굴러오다니.’

그것도 우리는 힘들이지도 않았는데 가장 좋은 요일로 딱 맞춰서!

피처링 곡의 경우, 무대에선 피처링 파트를 다른 사람이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엔 라솔과 해랑이 심도 있게 의견을 나누며 함께 만든 곡이라 다른 이와 함께 하기는 어려웠다.

우리는 음악방송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었기에 해랑 또한 그녀와 함께 출연하기로 결정되었다.

‘여러모로 이익 관계가 맞아서 다행이야.’

원래 음원만으로도 승부 가능한 그녀는 음악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편은 아니었다.

우리도 그러했듯이 음악방송에 출연하고 싶어 하는 가수들은 많고 방송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그런데 라솔은 이번에 음악방송에서 러브콜을 받아 딱 이 세 번만 출연하기로 했다.

출연자 중에서 1위를 뽑는 방송도 있는데, 활동이 2주가 넘어가는 경우 다른 후배 가수의 1위 자리를 뺏을 수도 있어서 딱 한 주만 나오는 것으로.

우리처럼 홍보 활동의 일환으로 출연하는 것은 아니라서 특별무대 느낌으로 꾸며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게 정말 가진 자의 여유인가.’

음악방송 측에서는 대중들에게 아이돌 음악 외에도 다양한 음악을 소개해야 했고, 좀 더 다양한 시청자층을 잡아보려는 목적도 조금 있는 것 같았다.

라솔 또한 회사가 자신을 주축으로 돌아가다 보니 사업적인 측면을 무시하지는 못했다.

그러니 굳이 홍보를 위해 출연할 필요는 없지만 와달라는데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다만 걱정인 것은.

‘해랑이 예능 레벨이…….’

그는 현재 예능 레벨 2.

시너지를 일으키며 성장하는 멤버들 사이에서 6년 차가 될 때까지 꿋꿋하게 버틴 이 2라는 숫자.

경험치가 있어서 3을 바라보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레벨 2의 초중반에 머물러 있었다.

아직도 이 정도면 아무래도 성격상 한계가 있었던 게 아닐까.

그가 평소에 과묵한 스타일인 것과는 별개로, 랩 메이킹을 할 정도로 표현력은 풍부한 편이니 이 레벨은 웅변 능력과는 상관이 없는 듯했다.

아마 시청자나 많은 사람 앞에서 재치 있게 말하는 능력, 혹은 분량을 잘 확보할 만한 능력이 아닐까?

지금껏 모노크롬 멤버들이 방송에 많이 나가지 못한 것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대선배님이니까 후배가 옆에서 잘 보조해야 할 텐데.’

다행히 곡 소개는 외우면 된다.

컬러즈나 네티즌들이 ‘얼굴이 유잼’이라고 했으니 매력 레벨로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공중파 방송은 라솔 위주의 짧은 인터뷰만 예정되어 있으니 적당히 넘어갈 수 있겠는데, 걱정되는 것이 하나 남아 있었다.

<뮤직더라이브>의 대기실 습격 인터뷰.

우리가 지난 <이리> 활동 때 촬영했던 타이틀 소개 영상과 다르게 정말 라이브로 진행하는 코너였다.

지난 영상들을 보니 곡에 대한 질문, 사소한 질문을 빠르게 던지는 인터뷰 코너였다. 거기에 음악방송 특유의 깨발랄한 분위기는 덤.

이 코너를 잘 살릴 방법을 찾아보고자, 나는 한이와 재민을 불러 모았다.

***

“그래서 뭔가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을까 하고.”

“해랑이 형을 재미있게요? 흠.”

난 해랑의 예능 레벨을 수치로 확인했지만, 한이와 재민은 몇 년간 그와 같이 지내왔으니 레벨을 보지 않아도 그의 예능 실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 터였다.

내가 ‘재밌게’라는 조건을 붙이자 한이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고민에 빠졌다.

“재미. 재미…… 재미니?”

“너 그거 자기소개에 써라.”

“형은 하니하니 하는 게 어때?”

재미에 대해 고민하던 재민은 갑자기 새로운 이름 소개법을 창조해냈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건 좋은데 내가 물어본 건 그게 아니야.

내가 한이와 재민을 콕 집어 부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예능 레벨 투톱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두 사람이 마침 <뮤직더라이브> 스페셜 MC로 출격하기 때문.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고 열심히 영업한 결과였다.

‘컬러즈가 이 방송은 사랑한다고 하던 이유가 있었어.’

<뮤직더라이브>는 출연진을 잘 챙겨준다고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도 호평이 자자했다.

우리도 컴백 프로젝트의 첫 음악방송을 이 방송으로 시작했고, <기다림의 끝> 무대까지 하게 해 준 것도 바로 이 프로그램이다.

한 달간 매주 각기 다른 스페셜 MC를 선보인다는데 우리도 그 사이에 낄 수 있었다. 그게 마침 라솔과 해랑이 출연하는 회차였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때 스페셜 MC가 잡힌 것은 라솔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는 듯하다.

비유하자면 우리는 라솔이 운전하는 버스에 동승한 것이다. 일명 라솔 버스.

‘옆에 슬쩍 올라탄다고 피해가 가는 것도 아니고 목적지만 같으면 됐지.’

그리고 마침 모노크롬 멤버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이 대기실 습격 인터뷰 코너가 추가되었다.

습격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정말로 날것의 대기실에 쳐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시간도 정해져 있고 질문도 정해져 있다.

케이블 채널이라 공중파 채널보다 방송 시간이 좀 더 길어서 이런 분량을 잘 챙겨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팬들이 좋아하는 거고.

우리는 스페셜 MC로서 미리 대본을 받았으니 그것을 토대로 조금 더 재밌게 만들기 위해 고민해 보자고 두 사람을 모은 것이었다.

대본엔 밝게 인터뷰해 달라는 주문과 질문 목록만 있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까.

짧은 시간이라도 평범한 것보단 인상 깊게 남는 것이 나았다.

“제목이 <되돌아가는 길>이니까 해랑이 형만 돌아서 있으면 어떨까요?”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선배님이 옆에 계시는데 뒤통수만 나와도 될까?”

한이가 생각나는 대로 아무 아이디어나 던지는지 가볍게 말했다.

뒤돌아서 인터뷰하는 사람이라. 참신은 하지만 괜히 태도 논란이 일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면 거꾸로 돌아있으면 어떨까요.”

“아까 한이가 말한 게 그 말 아니야?”

“아뇨. 이쪽으로.”

이번엔 재민이 비슷한 말을 꺼냈다. 내가 되묻자 그는 손바닥을 펴서 시계방향으로 휙 돌렸다.

그러니까 뒤돌아서 있으란 게 아니라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 있으란 소리였다.

“정말 메인 댄서다운 발상이었어.”

물론 선배님 얼굴 옆에 발이 나오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을 테니 기각이다.

“재미없는 사람을 재미있게 만드는 게 가능할까요?”

한이가 해랑을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고는 손을 들었다.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보면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줄 알았는데 예능 레벨 투톱이 모여도 해랑의 예능 레벨을 구제하기는 어려운가.

그래도 지금껏 아무도 그에게 재미없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멤버들 빼고.

물론 누가 대놓고 노잼이라고 하겠냐마는, 재밌어야 하는 예능에서 그가 단독으로 얘기할 때도 커뮤니티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호감을 보였으면 보였지.

“역시 해랑이는 얼굴이 재밌어서 커버되나 봐.”

“그 형이 웃기게 생기진 않았는데요.”

“아니. 잘생겨서 사람들이 재미없든 있든 재밌게 본다는 소리였어.”

정말 말 그대로 재밌게 생겼다고 알아들었는지 재민이 이상하다는 듯이 반응했다.

내가 의미를 설명해 주자 그는 “아아.” 하면서 바로 끄덕였다.

“난 잘생겼는데 재미도 있으니까 내가 더 낫다.”

한이는 또 자신의 얼굴을 스스로 칭찬하고.

나르시시스트 이미지는 우형이 아니라 한이가 가져갔어야 했는데.

그래도 자신감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곤 하는 멤버들 옆에서 한이는 일관되게 당당하니까 분위기 전환도 되고 보기 좋았다.

“그러면 그 형은 그냥 얼굴만 보여줘도 되겠네요.”

“말 안 하고?”

이것도 태도 논란이……. 아니, 아니지.

대기실 습격 인터뷰는 ‘커피는 핫VS아이스’, ‘오늘 저녁에 먹고 싶은 것’처럼 정말 사소한 질문을 하는 코너였다.

‘MC가 멤버들이라면 해랑이 대답은 굳이 안 들어도 알지.’

워낙 서로 잘 아는 멤버들이니까.

“그럼 정말 말을 안 하는 스타일로 갈까? 대답을 MC가 대신하는 거야.”

비공식 텔레파시 능력이 있는 모노크롬 아닌가.

대답을 안 해도 통하는 것처럼 인터뷰하면 특이하니 기억에도 잘 남고, 시청자들 눈에도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을까?

“재밌겠다. 그럼 내가 질문할 테니까 형이 대신 대답하는 거로.”

“그럼 대본에 대답까지 미리 써놔야지~.”

<이리> 활동 인터뷰 때, “아니요.”라고 대답하려는 해랑이 마이크를 못 들게 방해했던 게 바로 한이였다.

한이와 재민은 벌써 재밌는지 바로 머리를 맞댔다. 여전히 장난치기 좋아하는 멤버들이다.

해랑은 스케줄이 생긴 참에 따로 연습 중. 자신이 없는 동안 이런 대화가 오갔는지는 상상도 못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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