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121화 (121/430)

# 121화

컬러즈도 지금쯤 모노크롬에 대한 좋은 반응이 있지 않을까 검색하고 있었을 텐데.

모노크롬이 우등반을 쟁취하자 다른 쪽에선 음악방송 1위에 실패했다는 소식까지 같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덕분에 컬러즈는 예능이 방영하는 한 시간 반 동안 행복을 맛보고, 다시 1위 실패의 아픔을 상기해야 했다.

‘좋은 인상에서 끝나면 좋으련만, 대체 왜 이런 이미지로 귀결되는 거야.’

일단 내 아이돌이 뭐든 우승했으면 하는 팬들.

예능에서 유니온맥스는 모노크롬과 아슬아슬하게 기록 경쟁을 펼치다 결국 2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그러자 유니온맥스의 팬덤인 이온은 ‘우리 애들 첫 번째 순서라 불리해서 우등반 놓친 거 아니야?!’ 하고 벌떡 일어났다가, 오늘 모노크롬의 음악방송 1위 실패 소식을 들었는지 금세 차분해졌다.

이거라도 가지세요. 우린 많으니까.

……이런 소리가 들려오는 건 내 기분 탓인가.

‘견제당하지 않는 그룹이란 이런 슬픔이 있구나…….’

다들 사정을 봐주니까 고마운데 한편으론 비참한 이 기분.

그나마 위안은 다들 모노크롬을 안쓰럽게 보고 있는 것과 다르게, 현실은 그리 안쓰러운 상황은 아니란 것이다.

남들은 모노크롬을 막연한 이미지로 인식하니까 잘 모르겠지만 난 객관적인 지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이걸 이렇게 자주 들여다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나는 다시 봉인 해제한 마이 엔터의 인지도와 팬 수치를 확인했다.

지금은 파란색 주식 그래프처럼 하향 곡선을 그리지 않아서 멘탈에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쌓여가는 적금 이자를 보는 듯한 뿌듯함이 있었다.

현재 팬 지수는 900을 앞두고 있었고 인지도 수치는 1500대.

처음 재민의 복귀를 발표하고 나서 팬 지수 500, 인지도 700대였던 것을 생각하면 큰 발전이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대상 퀘스트 보상으로 10000씩 올려준다는 건 대체 뭐지. 어차피 실패할 거라 생각하고 그냥 막 던진 거 아니야?’

내가 마이 엔터를 플레이할 때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아이리스의 팬 지수가 3000대였다.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는 걸그룹 중에서 상위권을 달리는 아이리스가 이 정도인데, 10000을 넘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보상이 내게는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와서 애초에 달성할 수는 있는 퀘스트인지 의구심이 들곤 했다.

지금 이걸 의심하는 건 이곳에서의 내 존재 의의를 고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나는 다시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했다.

‘인지도야 워낙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이 팬 지수라는 게 참 안 오른단 말야.’

팬 지수가 인지도보다 높을 수는 없었다. 팬이 그 그룹을 인지하지 못할 리가 없으니까.

인지도가 날씨에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강물 수위라면 팬 지수는 그 강바닥을 메우는 모래 바닥 같은 것이었다.

이 수치도 인지도처럼 빨리 네 자릿수로 올라갔으면 좋겠는데 ‘모노크롬을 아는 것’과 ‘모노크롬의 팬이 되는 것’ 사이엔 역시 큰 벽이 있었다.

‘인지도처럼 오르고 있긴 한데.’

모노크롬의 팬 지수도 꾸준히 올라가고는 있었지만, 인지도 수치가 올라가는 속도를 따라가질 못했다.

게임에선 몰랐는데, 팬 지수가 낮은 상태에서 인지도만 올라가면 현실에선 이런 식으로 반영되는 것 같았다.

인기가 적은 그룹이란 이미지가 널리널리 퍼져나가는 것으로.

‘아마 마이 엔터 진성 유저들도 이런 정보는 몰랐을 거야.’

나는 몸소 체감하게 되었지만.

다만 이건 천재지변 같은 재해도, 요동치는 주식 그래프 같은 것도 아니다.

노력으로 얼마든지 올릴 수 있는, 적어도 감소치를 줄일 수 있는 수치였다.

팬 지수를 눈에 띄게 올리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돈이 돈을 불러오듯이 팬도 팬을 불러오지 않을까?

‘영업력은 회사보다 팬들이 더 강하기도 하니까.’

어쨌든 모든 수치가 오르고 있는 지금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어쩌면 진입 장벽을 낮춰 주는 망돌 이미지를 타고 새로운 팬들을 끌어 모을 수도 있겠지.

***

<이리> 활동 마지막 주.

케이블 음악방송은 1위 후보가 두 팀인 경우도, 세 팀인 경우도 있었다.

“이번 주 1위는, 브이스타일입니다! 축하합니다!”

평일 내내 모노크롬은 <음악상상>에서도 후보에 올랐던 그 대형 신인 보이그룹과 함께 1위 후보에 올랐다.

이 신인 팀은 데뷔 후 두 번째인 이번 앨범에서도 1위를 가져갔고, 모노크롬은 1위를 쟁취하지 못했다.

‘미련은 조금 버렸지만 아프다…….’

멤버들도 컬러즈도 다들 지금 할 수 있는 선의 노력은 전부 해왔다.

그런데도 아직 부족하단 사실이 안타까웠다.

물론 어느 그룹, 어느 팬덤이든 최선은 다하겠지만 모노크롬과 컬러즈는 노력의 대가를 너무 오랫동안 못 받아온 것 같아서.

마지막 방송을 마치고 돌아온 멤버들도 무사히 활동을 종료했다는 생각에 기쁘게 대기실로 돌아왔으나.

잠시 스태프끼리 막방을 기념한 후엔 대기실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뷰이라이브…… 해야 하는데.”

매번 막방일엔 활동 종료 인사를 위해 뷰이라이브를 켜곤 했던 멤버들.

우형은 오늘도 가방에서 뷰이라이브용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으나 정작 켜기 전에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와이파이 잘 안 잡히나? 그럼 데이터로…….”

“아, 아뇨. 그게.”

우형은 나를 보더니 눈썹을 늘어트리며 말했다.

“예전에도 1위 후보 올랐을 때 컬러즈가 저희한테 계속 미안하다고 했던 게 갑자기 지금 생각나서…….”

“그……랬었지.”

우형이 그렇게 말하자 멤버들도 같은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는지 표정이 흐려졌다.

한쪽은 우리가 부족해서 1위 못 시켜줘서 미안해. 한쪽은 오히려 우리가 1위 못 해서 미안해.

이런 사과방송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아무도 잘못 안 했는데 왜 사과하는 사람만 있는 거야…….’

아티스트와 팬덤의 사이는 한번 미안하단 소리가 나오면 우리가 더 미안해, 아니 우리가 더, 더……의 무한 반복이 일어나는, 배려가 넘쳐도 너무 넘치는 관계였다.

그렇다고 뷰이라이브를 안 하면 컬러즈는 또 ‘우리 애들 상심이 큰가 보다.’ 하고 오해할 테고.

“으음. 그럼 차라리 평소보다 더 활발하게 가면 어때?”

멤버들이 활짝 웃으며 신나게 말하는데 거기다 대고 대뜸 미안하단 말을 할 컬러즈는 없을 것 같으니까.

멤버들도 괜히 팬들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 것 같아서 나는 아예 이번 1위 실패를 언급하고 지나가기로 했다.

말없이 잘했다고만 하면 괜히 더 마음에 둘 수도 있으니까.

“이건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아니, ‘생각하자’가 아니라 그게 맞아. 우린 지금 확실히 상승세거든.”

상승세라는 확실한 근거를 게임에서 봤다고는 할 수 없어서 “어떻게 아는진 비밀이지만.”이라고 덧붙이자 멤버들은 웃었다.

“비밀이면 어쩔 수 없다.”

그간 여러 번 비밀 요정으로 나섰던 한이가 내 입에서 나오는 ‘비밀’이란 소리에 긴장이 탁 풀린 얼굴을 하고 어깨를 으쓱했다.

이래서 멤버들이 자주 비밀이라고 하며 넘겼던 거구나. 말하기 곤란한 게 있을 땐 이렇게 편리하게 넘어갈 수 있으니.

“주인 님은 거짓말 안 해.”

“농담은 하시던데…….”

또 사람 잘 믿는 재민이 그다운 소리를 하고 우형은 뭔가 생각났는지 작게 말했다.

내가 언제 무슨 농담을 했더라. 잘 모르겠다.

“1위 후보라고 들었을 때 난 엄청 기뻤거든. 생각지도 못하게 오른 거잖아. 그러니까 너희도 기뻐했던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하고.”

사실 남과 비교하지만 않으면 만족스러운 상황이다.

1위는커녕, 1위 후보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의외로 좋은 점수를 얻었기에 후보까지 오른 거니까.

똑같이 복권 2등에 당첨되더라도 ‘숫자 하나만 더 맞혔으면!’ 하고 후회하는 사람이 있고, 2등이라 행복한 사람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후자가 확실히 이득이지.’

이렇게 같은 상황이더라도 마음가짐만 다르게 가지면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법이다.

나중에 다시 떠올리기 애달픈 기억으로 남기기보다는 다들 기쁘게 이번 성적을 기념하면 좋을 것 같았다.

“맞아! 어차피 얼굴 볼 거면 웃는 게 좋지.”

“아. 이거.”

준해가 고개를 끄덕이며 힘차게 말하고, 가방 옆에 앉아 있던 해랑이 손에 걸리는 것을 들어 올렸다.

활동 내내 들고 다녔던 바로 그 늑대 머리띠.

멤버들은 또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는지 웃으며 뷰이라이브를 켰다.

“안녕. 컬러즈!”

[몬클안녕ㅠㅠㅠㅠ]

[보고싶었어ㅠㅠㅠㅠㅠ]

“잠깐, 잠깐! 여러분. 뷰이라이브 제목 봤어요?”

들어오자마자 우는 컬러즈를 보고 한이가 서둘러 위를 가리켰다.

대충 라이브 화면에서 제목이 표시되는 자리.

[벌칙이요,,?]

[게임해요?]

뷰이라이브 제목은 <오늘 방송은 벌칙이 있습니다>.

준해가 대표로 오늘 뷰이라이브의 규칙을 설명했다.

“이거 저희끼리 하던 게임인데. 우는 사람이 있으면 늑대로 변하는 거거든요. 하품하거나 누가 간지럽히거나 무슨 이유에서든 눈물 나면요.”

팬 사인회에서도 있었던 벌칙이니 아마 소식을 들은 컬러즈들은 무슨 얘기인지 금방 알아챘을 것이다.

그 벌칙을 멤버들이 활동 중에도 내내 했다는 것은 아직 모를 테지만.

곧 활동 비하인드 영상이 올라가면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오늘은 유유유 하면 안 돼요.”

[강퇴당해요?ㅠ]

“아니 강퇴가 아니고. 늑대로 변하는 거예요.”

“뷰이라이브에 자동으로 늑대로 변신시키는 시스템은 없어서 여러분이 수동으로 하셔야 해요.”

[(늑대 이모티콘)이렇게 하면 되나요?]

[(늑대 이모티콘)ㅠㅠㅠ]

“늑대는 유유유 하고 안 울어요. 아우우- 하고 울지. 울고 싶으면 늑대 소리로 하기.”

멤버들이 ‘ㅠㅠㅠ’를 금지하자 말 잘 듣는 컬러즈는 텍스트로 하울링을 하기 시작했다.

[아우]

[아우우]

[아웈ㅋㅋㅋㅋㅋ]

[아우야 네 형님]

[이게 뭔뎈ㅋㅋㅋㅋㅋ]

채팅창을 메운 하울링 소리가 웃겨서 멤버들도 컬러즈도 웃었다.

그렇게 멤버들의 걱정과 달리, 이번 막방 기념 뷰이라이브 또한 밝게 끝마치며 기쁜 마음으로 활동 종료를 맞이했다.

***

컬러즈는 화력 부족을 체감하며 잠시 우울해했지만, 계속 업로드되는 <아이돌부 방학캠프>의 나머지 미방영 영상들과 <이리> 활동 비하인드 영상을 보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리고 침울한 분위기가 오래가지 않았던 것은, 컬러즈 사이에서도 조금 분위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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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왜 나한테 빨리 입덕하라고 말 안해줬어? 황당하네

그래서 뭐부터 보면 돼? 영상 추천좀

└방학캠프랑 공식 채널은 봤지?! 그거랑 유아이tv에 올라온 거 꼭 봐

└쇼케이스 영상은 뷰이라이브에만 있으니까 거기서 봐야해(링크)

└(링크)(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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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즈도 체감할 정도로 팬 유입이 늘어났다.

나야 게임 수치로는 팬이 늘어났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룹 활동기에는 컬러즈 또한 워낙 활발히 활동했기 때문에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활동 종료를 맞이하니 컬러즈가 모인 게시판 등에 평소에도 상주하는 인원이 늘어난 게 뚜렷이 보인 것이다.

‘비유하자면 신입생 받은 신학기 분위기?’

마침 방학도 끝물이고 다들 신학기를 준비하는 시기인데 컬러즈도 덩달아 새 분기점을 맞이하고 있었다.

다만 문제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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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번에 입덕한 컬러즈인데..

공식 채널 거슬러올라가는 중인데 작년 재작년은 왤케 영상이 없어?ㅠㅠ

└회사가 수납해서..

└공식 미튜브 말고 뷰이라이브 채널로 가면 멤버들 영상 많이 있어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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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덕하자마자 1위 실패. 입덕하고 보니 이 과거의 공백기는 뭐지?

이런 식으로 선배들을 따라 한부터 처먹은 신입 컬러즈도 덩달아 늘어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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