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화
1위 트로피는 오늘로 막방을 마친 걸그룹이 가져갔다.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지만 후보에 올랐다는 기쁨과 1위 실패의 슬픔을 동시에 겪은 컬러즈.
저번에 차트인과 차트아웃을 반복해서 겪었던 것처럼, 컬러즈는 항상 기쁜 일과 슬픈 일을 함께 맞이하곤 했다.
‘차라리 뉴마 욕할 때처럼 분노에 차 있으면 오늘도 활발하구나, 하고 생각할 텐데. 이렇게 우울해져 있으면 괜히 더 마음 쓰이잖아…….’
다행히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곧바로 <아이돌부 방학캠프> 2편이 방영되었기에 컬러즈는 슬픈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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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떡볶이 뷰이라이브에서 만든 떡볶이 아니냐궄ㅋㅋㅋㅋㅋㅋ
우형아 너의 한결같음이 참 좋아
└우리 리더 요리천재야ㅠㅠ 너무 자랑스럽다
└한이 눈물짤에 이어서 재민이 눈물짤 탄생ㅋㅋㅋㅋ짤 줍줍 감사합니다
└뭔데 아이돌들만 먹는데.. 우리도 한번 시식 시켜주면안되냐
└이벤트로 시간한정 노점 내줬으면 좋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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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천재’를 붙여서 칭찬하는 컬러즈다웠다.
우형의 요리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생겼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우형을 ‘요리 천재’라며 칭찬하는 모습.
‘노점이라니……. 신고당할 거야.’
식품위생법 같은 거에 걸리지 않을까. 위해 식품이라서.
우형의 요리는 재민 눈물짤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돌의 눈물짤을 탄생시켰다.
‘아이돌한테 저런 거 먹였다고 혹시 욕먹는 거 아닐까 걱정했는데.’
느닷없이 눈이 그렁그렁해진 최애의 모습에 좋아하며 열심히 캡처 이미지를 올리는 타 그룹 팬들.
우형이 몇 번이나 물에 내던져지는 것을 재밌어하던 컬러즈도 그렇고, 팬들이 뭘 좋아하는지 그 기준을 잘 알 수가 없었다.
화면도 커뮤니티도 흥이 올라 시끄러웠던 장기자랑 시간까지 끝나고, 곧바로 화면은 밤하늘을 비추며 조용해졌다. 이젠 쉬는 시간이라는 뜻.
다음으로 나오는 장면은 바로 출연진이 숙소에서 직접 촬영한 분량.
어찌 보면 팬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부분이었다.
‘이건 나도 처음 보는 거잖아.’
다른 촬영분은 모두 현장에서 지켜봤던 나지만, 숙소에서 촬영한 장면은 다른 시청자들처럼 처음 보는 장면들이었다.
이때 스태프는 전부 다른 동 숙소에서 휴식 중이었으니까.
[푸하하! 아, 겁나 웃겨!]
[연출 미쳤다.]
한이가 출연한 <매일 아침 만나요>를 시청하기 위해 다들 모인 장면은 당연히 방영 분량에 포함되었다.
‘아이돌 십수 명이 모여있는 핫스폿을 방송에 안 내보낼 리 없지.’
이들이 왜 모여있는지 모르는 시청자들을 위해 제작진은 드라마 본편 장면까지 짧게 참고 영상으로 삽입했다.
‘한이 연기한 게 또 이렇게 방송을 타네.’
한이가 카메오로 나왔던 회차가 12화였고 촬영일로부터 한 달이 넘게 지난 상태.
20부작이었던 <매일 아침 만나요>는 이미 몇 주 전 종영을 맞이했다.
그러나 드라마 팬들은 드라마가 끝난다고 바로 새 정착지를 찾아 해산하는 게 아니라 여전히 그 드라마의 팬으로 남아 있곤 했다.
이렇게 다시 방송에 언급되어 반가웠는지 [그때 재밌었는데ㅋㅋㅋㅋ] 하면서 회상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계속 좋은 이미지로 남아서 다행이다.’
드라마에선 카메오 배우, OST 가수라는 점이 더 두드러졌는데, 지금은 모노크롬의 한이로서 예능에 나오는 중이니 모노크롬의 이름도 호의적으로 받아들여 주지 않을까.
드라마 시청 장면 뒤엔 밖에서 몇 명이 뛰어다니며 축구를 하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예능이어서 그런지 이쪽은 몸개그 위주로 편집되었다.
그 사이에 껴 있던 재민이 화려한 발재간인지 댄스 스텝인지를 밟으며 상대 팀의 시선을 교란했다.
[아, 형! 이상한 무술 같은 거 하지 마요!]
상대 팀에 있던 엔피버 멤버가 정상적인 축구를 하자며 그를 말렸다.
그러나 재민은 또 재밌는 게 생각났는지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모두에게 제안했다.
[우리 아이돌이니까 아이돌 축구 하자.]
[그게 뭐예요?]
[일단 현란하고 멋있게 하는 거야.]
처음엔 다들 그게 뭐냐며 질색하더니, 어느새 다들 동화되었는지 곧이어 공을 사이에 둔 이상한 발재간 대회로 변질되었다.
저걸 축구라고 부를 수 있나 싶었지만 예능에는 걸맞은 장면이었다.
‘2일 차에 가위바위보 할 때 왜 그런 이상한 신기술을 펼쳤나 했더니 여기서 시작했나 보네.’
나도 모르는 비하인드가 있었을 줄은.
그런 장면들이 몇몇 지나가고 다음은 정말 휴식 시간이었다.
취침을 위해 각 객실로 모인 그룹들은 오프닝처럼 자기 스타일대로 1일 차를 마무리했다.
이미 잠들어버린 멤버를 클로즈업하거나, 챙겨 온 잠옷을 소개하거나,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베개를 찾아 떠돌거나.
이코드는 도한이 장기자랑 금상을 받으며 얻은 포인트로 미러볼을 구입했던 모양이다.
갑자기 현란해진 화면에 커뮤니티에선 또 ‘힙합인’을 연호했다.
‘……쟤넨 신인치고 분량 뽑을 줄을 안다니까.’
소속사에서 예능 수업이라도 하는 걸까? 그렇다면 나도 알고 싶다.
모노크롬은 뭐 하냐면, 이번에도 누워있었다.
오프닝 때처럼 반듯하게 누운 건 아니고, 세 명은 침대 위에 엎드려 있고 우형은 바닥에, 해랑은 옆 침대에 앉아 있었다.
비좁게 엎드려 있는 세 명이 셀프캠 모드로 촬영을 하는 구도였다.
[안녕하세요. 컬러즈, 아니, 다른 분들도 시청하고 계시겠죠? 안녕하세요. 시청자분들.]
화면 속 모노크롬이 갑자기 시청자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다들 좋은 하루 보내셨나요. 저흰 1일 차 촬영이 끝났습니다.]
[새벽부터 움직였는데 시간이 금방 간 것 같아요.]
[맞아. 오프닝 때 잠깐 자서 그런가? 아직 안 졸려요. 그때 진짜 잠든 사람?]
다음 날 그림일기를 쓰게 될 줄 몰랐던 멤버들은 여기서 일기를 풀고 있었다.
‘이건 평소 모노크롬답네.’
항상 봐오던 모습이 TV에서 나오니 어쩐지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멤버들이 예전부터 팬들과 따로 소통할 계기가 없어서 자주 하던 뷰이라이브.
그 뷰이라이브에서 볼 수 있는 멤버들의 모습이 바로 이랬다. 일과를 시시콜콜하게 풀어내기도 하고, 생각나는 대로 화제가 바뀌기도 하고.
저땐 채팅창도 없었을 텐데 허공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보니 완전히 뷰이라이브를 하는 기분으로 촬영한 모양이었다.
‘예능보다 뷰이라이브에 익숙해서, 익숙한 방식으로 찍은 걸지도.’
그러나 조잘조잘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곧이어 빠른 재생과 흘러가는 자막으로 생략되며 짧게 지나갔다.
거의 1일 차 요약본에 가까웠기 때문에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다 아는 내용인 데다 하도 길어서.
그래도 통편집 당하지 않은 것은 다른 아이돌 덕분이었다.
얘기를 풀어내는 중간중간 셀프캠을 촬영하는지 모르고 다른 아이돌이 방문하기도 했다.
[모노크롬~. 우리 몰래 맥주 가져왔는데 마시려면…….]
얼굴이 흐릿하게 비쳐서 누군지 알 수 없는 한 아이돌 멤버가 맥주캔을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모노크롬이 아직 셀프캠 촬영 중인 것을 알아챘는지 그는 갑자기 얼굴을 가리며 도망갔다.
[악! 우리 촬영 때 술 금지인데! 편집해 주세요!]
‘촬영 있을 때 금지사항이 있는 소속사도 있구나.’
그 요청대로 신원 보호를 위해서인지 제작진은 그의 자막에 따로 이름을 달지 않고 ‘??’으로 표시했다.
다만 손만 봐도 누군지 알아보는 팬들에게 목소리로 멤버를 알아맞히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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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술 들고온거 누구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핃 문영이래
└이렇게 금방 들킬거면 목소리도 변조해줘야했던거 아니냐곸ㅋㅋㅋㅋㅋㅋㅋ
└나 고딩때 수련회 밤에 딱 저랬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몰래 가져온거 아는 애들끼리 모여서 불끄고..
└현실 수련회 고증 수준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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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에 맞게 수련회다운 해프닝 덕분에 SPID는 술을 지참한 것을 소속사에 들켰을 테고 우린 분량을 챙겼다.
남의 희생으로 얻은 이득이지만 시청자들이 다들 재밌어하니까 좋은 게 좋은 거 아닐까.
SPID 다음으로 나타난 것은 이코드였다.
[선배님들! 1층에 있는 노래방 기계 켜준다는데 안 주무시면…….]
미러볼이 휴대용이었는지 이동식 클럽처럼 현란하게 둠칫거리며 나타난 그들은 모노크롬이 촬영 중임을 눈치채고 다시 둠칫거리며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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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다 모노크롬 방으로 모임ㅋㅋㅋ? 꿀이라도 발라놨나?
└카피바라라서;;
└미튜브에도 모노크롬 영상에 다른 팬덤 다 지나가다가 들리던뎈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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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 전원이 방에 틀어박혀 안 보이자 다른 아이돌이 기웃대는 것을 보고, 커뮤니티에선 또 한차례 모노크롬 카피바라설이 퍼져나갔다.
화면 속 한이는 이코드가 꺼낸 얘기에 관심이 있었는지 벌떡 일어나 잠시 나가서 그들과 대화를 하고 오더니.
[우리 이따 내려가서 놀고 오자.]
[너희 안 잘 거야?]
[너무 푹 자면 내일 얼굴 부어요.]
[적당히 놀다 올라와. 난 잘란다.]
우형은 그럴 체력까진 없었는지 혀를 내두르며 리타이어했다.
[우리 아직 떡볶이 얘기까지밖에 못 했는데.]
[그 정도면 다 했다.]
[음…….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여러분.]
그렇게 모노크롬의 영상 일기는 급히 마무리되었다.
이후엔 체력이 남은 소수 인원의 노래 부르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편집되며, 2일 차의 아침으로 화면이 전환되었다.
그 이후엔 나도 봤듯이 스피드런 게임. 모노크롬이 우등반을 차지하며 원샷을 받았다.
엔딩엔 여우비가 내리고, 우형이 발뺌하는 순간도 편집되지 않고 들어갔다.
현장에서 언뜻 들었던 것처럼 사전 인터뷰 영상까지 확실히 추가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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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옛날에 몬클 퇴근길 보려고 기다리는데 머리에 물방울 떨어진 적 있었거든.
하늘은 맑길래 지금까지 뒷사람 눈물인줄 알았는데 혹시 빗방울이었나;
너무 정수리로 떨어지길래 좀 이상하다 싶긴 했어.
└눈물이라고 생각하는게 더 이상하지않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몬클이들 나오니까 뒤에서 막 앓는건지 우는건지 모를 소리 내길래
└과학적으로 생각해보면 여우비가 맞다 우형 이즈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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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모노크롬 스케줄이 있는 날 근처에서 여우비를 맞아봤다는 컬러즈의 간증 또한 속속들이 올라왔다.
‘공중파 인증 신선 캐릭터라니.’
어디에도 이런 캐릭터는 없을 거야.
다음에 컬러즈 굿즈를 제작하게 된다면 우산, 우비 같은 것을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해를 불러오는 해랑이 부적이라든가.
이렇게 <아이돌부 방학캠프>는 정말 여름방학이란 테마에 걸맞게 밝게 마무리되었다.
엔딩 후 스태프 롤이 흘러가는 짧은 시간엔 그림일기 몇 개가 천천히 지나갔다.
‘훈훈한 BGM 깔아놓고 나오는 그림이 너무 무섭잖아.’
분명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돌도 있었을 텐데.
짧은 시간 안에 서른 개를 전부 띄우지 못하다 보니 웃긴 그림 위주로 편집한 듯했다.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점을 언급하며 웃었다. 스태프 롤까지 알차게 재밌었다며.
전체적으로 모든 그룹의 분량이 균등한 편이었지만 엔딩은 역시 우등반인 모노크롬 위주였다.
재밌었던 방송, 내 아이돌 위주의 좋은 마무리에 컬러즈도 만족하며 예능의 남은 여운을 즐겼다.
그러나 방송이 끝나면, 현실로 돌아올 시간이었다.
같은 일요일 방송이라 그런지, 아니면 커뮤니티에 특히 아이돌 팬덤이 많아서인지 같은 날 방송한 <음악상상>을 시청한 사람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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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ㄴㅋㄹ은 음방1위 못하더니 예능에서 1위하네
└6년찬데 아직도 1위 한번도 못함? 케이블도?
└ㅇㅇ오늘 음상에서 1위후보엔 올랐었음
└스피드랑 데뷔 동기라며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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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예능으로 힐링하는 컬러즈를 자극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