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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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스피디인데 저희애들이 몬클 리더분을 이렇게.. 대신 사과드립니다 ㅜㅋㅋㅋㅋㅋㅋㅋㅋ
└상주하던 컬러즈인데 저희 애들도 같이 했기때문에 괜찮습니다
└저희 애들이 포인트를 좀 많이 꿨네요 제성합니다
└스피디 반갑
└댓글창에 스피디 왤케많어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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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러브인데 저희 애들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당♡엔피버 모노크롬 파이팅♡♡
└둘다 흥해라!
└엔크롬 친목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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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이온인데 몬클분들도 재밌어서 정주행했어요ㅋㅋㅋ2편도 기대기대
└저도 유니온맥스분들 영상에 좋아요 누르고옴
└ㅠㅠ컬러즈분들 넘 친절하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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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이코드팬인데 왜 우린 이름없지..
└이엠유야 우리도 팬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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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여기 온갖 팬덤 다 지나가다가 왔대ㅋㅋㅋㅋ 톨게이트인줄
└통행료는 좋아요로 부탁드립니다
└지나가던 머글인데 저도 껴도 될까요
└거의 아이돌계의 카피바라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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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튜브 댓글은 익명 커뮤니티와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커뮤니티까지 찾아와 활동하는 사람들은 고인물이 많은 데 반해, 누구나 가볍게 사용하는 이런 동영상 플랫폼은 라이트팬과 코어팬이 섞인 느낌.
일단 영상을 클릭했단 것부터가 호감이 있어서 하는 행동이다 보니, 댓글로 좋은 말을 달아주는 타 그룹 팬들이 많았다.
‘다른 그룹 영상보다 모노크롬 영상이 타 팬덤 비율이 많은 것 같기도 해.’
컬러즈가 다른 팬덤보다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탓에 타 팬덤의 댓글이 더 눈에 띄기도 했다.
이건 신인인 이코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모노크롬이 게임을 하며 자연스레 다른 그룹과 엮였다면, 이코드는 적극적으로 다른 그룹을 응원하며 다녔으니.
‘이것도 노려서 한 행동이라면 진짜…… 대단한 것 같아.’
나서서 기회를 만들어내는 모습. 엔터 업계 사람으로서 배울 점이 많았다.
댓글을 보니 팬덤명이 아직 안 정해졌다는데, 하는 것을 보면 일을 못하는 소속사는 아니니까 금방 공식 팬클럽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컬러즈도 ‘그 일 못하는 뉴마도 팬덤명은 챙겼으니 곧 생길 것’이라며 위로했다.
‘역시 자연스러운 뉴마 비판.’
이제는 마치 일상처럼 들려오는 화이트 노이즈같이 느껴졌다.
이렇게 컬러즈들은 영상 댓글창에도 상주하고 있는지, 질문이 들어오거나 좋은 댓글이 달리면 열심히 답변하고 나섰다.
뉴마에겐 매운맛 컬러즈지만 밖에선 순한맛 컬러즈였다.
팬덤으로서 내 가수를 지키겠다고 싸우고 다니는 건 꽤 큰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니까.
다행히 외딴섬 팬덤이라 외부적으로는 평화로웠던 덕분에 비활동기에도 지쳐서 나가떨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듯하다.
알아서 잘하는 멤버들과 알아서 잘하는 컬러즈들.
‘진짜 이런 모노크롬이랑 컬러즈여서 다행이지. 더 개판인 채로 퀘스트를 시작했으면…….’
기본적으로 다들 똘똘 뭉쳐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룹이고 팬덤이고 와해되기 직전이었으면 시작부터 포기했을지도 모르지.
그나마 이들 덕분에 희망을 품고 차근차근 걸어 나갈 수 있었다.
댓글창에서 열일하는 컬러즈를 흐뭇하게 보는데 이따금 보이는 단어가 있었다.
‘카피바라가 뭐야?’
검색해 보니 커다란 기니피그를 닮은 동물 사진이 떴다.
멤버들과 닮아서 이런 말이 나오는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여느 아이돌 그룹이 그렇듯 팬들이 멤버들을 비유하며 언급하는 동물은 여우, 강아지, 고양이 등등.
전부 친숙하고 이미지가 확실한 대표 동물들이었다.
카피바라라는 생소한 동물은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럴 땐 지식인 윤희 씨지.’
이런 걸 물어보자고 매번 이사실로 부르거나 내선으로 연락하긴 좀 그렇고, 가끔 궁금한 게 생기면 메신저로 그녀에게 간단히 물어보곤 했다.
[신주인: 댓글에 이런게 있던데 이게 무슨 뜻이에요?]
[신주인: (캡처 이미지)]
뭐든 알고 있는 윤희는 역시 이번에도 금방 정답을 알려주었다.
[이윤희: 동물계의 인싸로 유명한데. 그냥 착해서 두루두루 친하게 지낸다는 뜻이에요]
그런 신비한 비유가.
하긴 모노크롬이 일로 엮인 사람 중 누군가와 사이가 나쁜 건 본 적이 없었다.
잘 모르는 사이라면 낯은 좀 가리지만, 조금만 대화해보면 금방 친해지는 느낌.
엔피버에게 곡을 주겠다고 한 것도 그렇다.
촬영하면서 처음 제대로 만난 사이인데 그 친분이 예능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적으로도 이어지지 않았던가.
‘누구랑 사이가 나쁜 것보다야, 친하게 지내면 좋지.’
덩달아 언급되고, 이름도 알리고. 난 원래 끼워 팔기 같은 것엔 거리낌 없고.
견제를 당하지 않고 우리 할 일만 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상황이었다.
덕분에 나는 조금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들어오는 물살에 따라 노 저을 준비를 할 수 있었다.
***
시기 맞춰 미리 유아이TV에서 촬영했던 특별 안무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미리 말해준 일자에 올라온 영상을 보니 흐뭇한 기분도 들었다.
‘내가 말했던 대로 맞춰서 올라오니까 은근 기분 좋은데.’
미튜브에 모노크롬의 예능 클립 영상들이 올라올 테니, 이때 같이 올리면 추천 영상으로 뜨지 않겠냐며 슬쩍 제안했다.
일리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지 유아이TV의 제작진들도 진지하게 의견을 수용했다.
이쪽 시청자들이 추천 영상 메뉴를 통해 저쪽으로 유입되고, 저쪽 시청자들도 이쪽으로 유입되고.
‘그 사이에서 모노크롬도 이득이고.’
업계 일에도 슬슬 적응되는지 제법 노련하게 계획을 짠 것 같아서 마음속으로 나 자신을 칭찬했다.
컬러즈는 모노크롬이 또다시 이 채널과 함께 컨텐츠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무척이나 반겼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기획된 예능을 만들어준 곳이었으니 무한한 호감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유아이TV는 컬러즈뿐만 아니라, 우리와도 좋은 관계를 구축 중이었다.
‘애초에 채널 시작을 모노크롬과 같이했으니 사이가 안 좋을 수가 없지.’
이번 유아이 측에서 기획한 안무 영상도 역시나 반응이 좋았다.
[와.. 이게 진정한 모노크롬이다]
[몬클에 어울리는 안무영상 기획해주셔서 진짜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
호평 일색인 댓글창을 보며 나도 크게 동감했다.
유아이TV에 꾸준히 올라오는 컨텐츠는 모노크롬도 촬영했던 ‘귀신의 집’, 그리고 그런 다인원용 컨텐츠를 찍을 수 없는 솔로, 듀엣 아티스트를 위한 심화 토크 인터뷰 정도.
그러나 이런 웹 예능 채널은 내내 같은 컨텐츠만 제작하며 단일 패턴으로 이어나갈 수 없었다.
따라서 이번엔 모노크롬을 시작으로 새로 안무 영상 컨텐츠를 찍게 되었는데, 어쩌다 보니 거의 모노크롬에 특화된 기획이 되었다.
‘첫 타자 선점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처음 출연 요청이 들어왔을 땐 괜찮은 곳인지 판단할 만한 작업물이 아무것도 없어서 조금은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섭외를 수락했었는데.
공들인 세트, 연출과 완성본을 보고 제작진이 얼마나 기획에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안무 영상도 제작진들은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나는 영상을 재생하며 촬영일의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
첫 촬영 이후 채널이 나름 성적을 올리며 잘 되어가던 덕분인지, 모노크롬이 도착하자 스태프들은 다들 반갑게 맞이했다.
“채널이 살아있으면 꼭 다시 초대 드린다고 했는데 정말 다시 뵙게 되었네요.”
“정말 말도 안 되는 걱정이던데요. 그렇게 고퀄리티로 제작해 주시는데 잘 안 될 리가요.”
꽤 오래간만에 다시 만난 작가는 전처럼 언제 망할지 모르는 스타트업 회사 직원 같은 표정이 아니었다.
모노크롬 영상이 올라온 이후로도 나는 유아이TV 채널을 가끔 참고할 겸 확인했다.
구독자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며 늘어나는 게 내 눈에도 보였으니 표정에 여유가 생기는 것도 이해가 갔다.
“제 아는 언니가 컬러즈라고 했었잖아요? 올라온 거 엄청나게 잘 봤다고, 기획이 모노크롬분들이랑 잘 맞았다고 칭찬을 해 주더라고요. 지금도 저희끼리 출연 요청 드리기 잘했다고 틈만 나면 말한다니까요.”
컬러즈의 반응이 좋았던 것은 이미 봤지만 작가의 지인도 호평했단 얘기에 다시 한번 안도했다.
온라인 반응은 계속 보지만 간접적으로 연결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괜히 더 신경이 쓰이곤 하는 법이다.
“편집으로 연출을 잘해 주신 게 컸죠. 댓글 반응으로도 보셨겠지만, 진짜 공포영화처럼 만들어 주셨던데요?”
“한이 씨가 활약해 주셔서, 반전처럼 넣으면 재밌겠더라고요. 그리고 얼마 전에 뷰이라이브에서도 그때 했던 얘기를 언급해 주셔서 최근에 다시 조회 수가 많이 늘고 있어요.”
한이의 괴담 뷰이라이브 이후 컬러즈는 열심히 영업글을 올렸다.
커뮤니티 게시글뿐만 아니라, 웹 예능 오프닝에서 했던 토크와 뷰이라이브를 같이 편집해서 미튜브 팬 채널에 올리고는 했다.
마침 지금이 여름이라 괴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났는지, 그 영향을 받아 지금까지도 모노크롬 편 ‘귀신의 집’ 조회 수가 조금씩 오르는 중이었다.
납량 특집을 봄에 촬영했다는 게 살짝 아쉽기도 했는데, 의도치 않게 멤버들이 여름에 다시 얘기를 꺼낸 덕분에 조금이라도 재조명을 받아 다행이었다.
“이번 안무 영상도 좀 특별한 걸 만들고 싶었는데, 모노크롬분들을 생각하니까 마침 딱 생각나는 게 있어서.”
작가는 그렇게 말하며 세트가 있는 쪽으로 안내했다.
세트장에 들어서자 바로 보이는 것은 흰 스크린으로 된 커다란 벽.
‘와……. 모노크롬에 맞췄다는 게 이거구나.’
모노크롬의 데뷔곡 , 그리고 올해 첫 앨범 타이틀곡인 은 무대에 특유의 연출이 있었다.
조명을 역광으로 이용하여 실루엣만 드러내도록 시작하는 것.
이번 유아이 측에서 준비한 것도 그와 비슷한 연출이 가능하도록 하얀 스크린 뒤에 조명을 설치한 세트였다.
‘일명 그림자 안무 영상.’
간단히 말하자면 커다란 그림자극 무대라고 보면 되었다.
정말 안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안무 영상이란 이름에 충실한 세트였다.
“말씀드렸다시피 1절은 스크린 앞에서 찍은 그림자 영상, 2절은 스크린 뒤편에서 찍은 일반 안무 영상으로 편집해서 들어갈 예정이에요.”
아이돌 영상에 내내 그림자만 나오고 얼굴이 안 나오는 것도 이상할 테니 나름 고심해서 정한 방법 같았다.
그림자 버전, 일반 버전 촬영이 따로 이루어지기에 촬영 순서를 논의하고 있는데, 메이크업을 하느라 뒤늦게 들어온 멤버들이 세트를 구경했다.
“와, 이런 세트 처음이에요. 신기하다.”
“그렇죠?! 저희가 열심히 고안한 거라니까요.”
준해가 신기해하며 세트를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감탄했다.
칭찬에 솔직하게 기뻐하던 작가는 다시 몸을 돌려 나를 보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다음에 앨범 내시면 부디 또 와주세요! 이번엔 ‘채널이 살아있다면’이란 소린 안 할게요. 왠지 모노크롬분들이랑 시작을 같이하면 이번에도 잘될 것 같거든요.”
작가는 자신의 두 손을 맞잡으며 눈을 반짝였다.
한번 성공을 겪고 나니 자신감이 붙은 걸까. 그녀에게 모노크롬이란 행운의 아이콘 같은 존재가 되었나 보다.
“연락 주시면 최우선으로 맞춰볼게요.”
우리를 생각해준다는 것도 기뻤고, 회사로서도 좋은 제안이었기에 웃으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다음 앨범 스케줄까지 따다니 발전했다.’
유아이TV도 우리도 이젠 여유롭게 ‘다음’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