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114화 (114/430)

# 114화

저번 주 결방으로 첫 번째여야 했을 컴백 무대가 한 주 밀린 탓에, 이번 ZBS <가요차트>가 우리의 마지막 컴백 무대.

컴백 무대엔 ‘COMEBACK’이란 마크가 붙으며 조금 더 신경 써서 준비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 <아이돌부 방학캠프> 선공개 영상 때문에 괜히 눈치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린 많은 출연진 중 한 팀일 뿐이고, 바쁘게 순서대로 진행하는 것은 다른 음악 방송과 별 차이가 없었다.

물론 별다를 게 없다는 건 녹화 과정이 비슷하다는 뜻이고, 공중파 음악 방송 출연이 두 번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제법 영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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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컴백예고 나온 그룹 혹시 걔넨가? 전에 녹음실 귀신 뷰이라이브 글 올라왔잖아

└ㅇㅇ맞음 모노크롬!

└얘네 통곡팬싸도 인기글 올라오지 않았나? 좀 웃긴 그룹인줄 알았는데 이미지 달라서 못 알아볼뻔ㅋㅋㅋㅋㅋ

└아 그것도 걔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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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컬러즈의 영업으로 녹음실 괴담과 팬 사인회 눈물 사건이 소소하게 커뮤니티에서 입담을 탔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그때만 웃고 지나갈 뿐. 화제가 곧바로 그룹의 인지도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가 하나둘 기억 속에 남다 보면, 나중엔 모노크롬이란 이름으로 확실히 기억해 주겠지.

가끔 신입 컬러즈가 ‘입덕하고 보니 예전에 본 글도 모노크롬이었더라.’ 하는 글을 올리곤 했으니 완전히 무관심 속에 묻히는 건 아닌 듯했다.

‘그래서 컬러즈가 영업을 멈추지 않는 거고.’

당연히 컬러즈뿐만 아니라 뉴마도 함께 일하는 중이다.

컬러즈가 쓴 모노크롬 관련 글이 가끔 커뮤니티 인기글에 올라가곤 했다.

그 패턴을 분석해보면 대개 ‘꼭 모노크롬이 아니라도 누구나 재밌었을 에피소드들, 그런데 마침 그게 모노크롬.’ 이런 느낌의 글이 많았다.

컬러즈는 멤버들의 잘하는 모습, 재능 있는 모습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지만 애초에 관심 없는 사람은 누가 잘생겼든, 노래를 잘하든, 춤을 잘 추든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비주얼이나 실력으로 영업글이 자주 올라오는 그룹은 대개 인기 그룹이 많았던 것 같아.’

그런 글의 댓글을 보면 이미 호감이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게시글을 클릭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얘네 누군데?’ 하는 식의 댓글이 많지 않았다.

물론 해랑처럼 비주얼로 잠시 주목받았던 특이 케이스가 있긴 했지만 결국 그룹의 인지도로 크게 이어지지는 않았으니까.

그런 것을 보면서 인지도에 따라 영업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무대 영상은 봐달라고 들이밀어도 잘 안 보는데, 재밌는 비하인드 클립 영상은 가볍게 보게 된다고 할까.

그렇게 서서히 스며들다가 ‘의외로 노래가 좋네? 실력이 괜찮네? 다른 영상도 한번 볼까…….’ 하는 식으로 팬을 늘려가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듯했다.

‘그리고 이런 음악 방송 활동들이 ‘의외로 잘하네.’의 반응을 끌어내는 과정이고.’

코미디언이나 배우가 아니라 아이돌이니까, 이런 무대 영상은 기본으로 제공되어야 했다.

나는 대기실에 달린 모니터로 모노크롬의 무대를 확인했다.

대형에 맞춰 서 있는 멤버들. 센터에 서 있는 건 우형이었다.

한이는 메인 보컬이라 거의 1절 후렴에 들어가는 편이고, 해랑은 곡마다 랩 파트가 따로 있으므로 시작은 이렇게 우형, 준해, 재민 중 한 명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찬란하게 비추는 my moonlight 난 하염없이 착란 속에 비틀대는데-)

측면을 보고 서 있던 우형이 카메라를 내려다보듯 시선을 맞추고, 재민의 어깨를 잡아끄는 식으로 파트가 바뀐다.

팬 사인회에서 울었다고 소소하게 화제가 된 우형이지만 올라간 눈꼬리 탓인지 무대 위에선 조금 날카로운 인상이었다.

컬러즈가 가끔 ‘옷만 싸맸을 뿐이지, 이게 섹시 컨셉’이라고 하던데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섹시 컨셉의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원하던 게 바로 이런 거였다는 뜻이려나.

다른 그룹도 마찬가지겠지만, 모노크롬은 특히나 온오프의 갭이 큰 편이었다.

내가 평소 멤버들의 이미지를 알기 때문에 무대 위의 모노크롬이 더욱 ‘아이돌!’처럼 보이는 건가 싶어서, 같이 모니터링 중인 민형에게 물었다.

“무지개로서 모노크롬을 보면 어때요?”

“꼭 쟤네를 무지개로서 봐야 하나요? 별생각 없는데.”

민형에겐 그냥 ‘동생들 무리’일 뿐인가.

다른 아이돌 팬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지 궁금해서 물은 건데 그에겐 와 닿지 않는 질문이었나 보다.

하긴 컬러즈에게 ‘컬러즈로서 SPID를 보면 어떤가요?’라고 물으면 ‘그걸 왜 저희한테?’라고 생각할 것도 같다.

기껏 대답이 나와봤자 ‘애들 친구……?’ 정도?

“아이리스 소속사 선배라고 생각하면요? 그 소속사 출신 그룹들은 실력이 괜찮더라, 하는 얘기가 나왔을 때 수긍하게 될 것 같아요?”

“음…….”

기준점을 아이리스로 잡으니 이건 조금 와 닿는 질문이었는지 그는 잠시 고민했다.

“제가 프로듀스팀이 아니라 실력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못한다고 느낀 적은 없었어요.”

멤버들이 손가락만 까딱해도 세상천지가 뒤집힌다는 컬러즈의 반응만 많이 보는 바람에 혹시 나도 객관적인 평가가 안 되고 있나 해서 물은 건데.

정말 일반인의 시선으로 내놓은 감상인 것 같아서, 내게는 만족스러운 대답이 되었다.

“그리고 이건 무지개로서가 아니라 그냥 애들을 아는 입장에서 느낀 건데요.”

내가 꺼낸 화제에 생각나는 게 있는지 민형은 다시 입을 열었다.

“하고 싶어서 즐겁게 한다는 게 눈에 보여서, 원하는 대로 오래 무대에 섰으면 좋겠더라고요. 이게 팬들 마음이랑 비슷한지는 모르겠지만.”

“으음. 무슨 말인지는 좀 알 것 같아요.”

나도 멤버들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지금은 이끄는 입장이라기보단 응원하고 지지하는 입장에 가까우니까.

컬러즈 중에 오래된 팬이 많은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알아서, 앞으로는 그게 무색해질 만큼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까지 휘어잡을 정도로,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존재감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일단 한번 잡으면 다시 놓을 이유가 없는 그룹.

알아갈수록 같은 마음이 되어서 응원하게 되는 것.

‘그게 모노크롬의 매력이려나.’

나는 다시 멤버들의 무대 위 모습에 시선을 두었다.

***

컴백주를 무사히 마치고 2주차 활동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 또 하나의 큰 떡밥이 있었다.

바로 고대하고 고대하던 <아이돌부 방학캠프>.

단체 예능 출연은 몇 년 만이라 컬러즈도 촬영 소식 이후로 계속 목을 빼고 기다리던 바로 그 방송의 방영일이 다가왔다.

그런 그들에게 단체 예능 시청과 팬 사인회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건 잔인해서 오늘은 팬 사인회 일정도 없었다.

‘앨범 판매 목적이라면 실제 사인회 일정보단 응모 기간이 더 중요하기도 하고.’

팬 사인회야 활동이 끝나고도 가능하지만 예능 방송 일정은 우리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멤버들도 오랜만에 찍은 단체 예능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했기에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보게 했다.

나도 집으로 퇴근해서 바로 TV를 틀었다.

‘아까까지 QBC에 있었는데 또 QBC를 시청하고 있다니.’

오늘의 업무가 덜 끝난 기분도 들었지만 기대되는 마음이 더 커서 그리 피곤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방송 시간이 되자 이전에 스태프가 말했던 대로 15세 관람가라는 안내 화면이 떴다.

그 다음으로 나온 것은 사전 인터뷰 영상. ‘방학, 하면 떠오르는 것은?’이라는 작가의 질문에 각 그룹이 대답하는 장면이었다.

방영 전부터 주목도가 높았던 예능 프로그램이라 커뮤니티에선 실시간으로 온갖 반응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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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업 좀 뜬금없긴 하네

엔피버까진 알겠고 이코드도 요즘 이름 많이 들어서 뭐 ㅇㅇ.. 근데 모노크롬은 잘 모르겠다..

무슨 기준으로 뽑은 거래?

└PD기준으로

└요즘 qbc에서 자주 부르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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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일에도 출연진이 알려지고 ‘모노크롬?’ 하는 반응이 지나갔는데, 오늘도 같은 반응이 도돌이표처럼 이어졌다.

‘음악 방송 빼면 최근 QBC 출연 경력이라곤 <최고의 팀메이트> 하나뿐이었는데 자주 불러주기는.’

그룹마다 급을 나누는 듯한 글을 볼 때면 속이 쓰렸으나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방송이 계속 진행되면서 출연진 구성에 관한 얘기는 흥미가 떨어졌는지 금세 사라지고 다들 본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짧은 사전 인터뷰 영상 이후에는 곧바로 오프닝이 이어졌다.

‘통편집 안 당해서 다행이다.’

역시 그 프리스타일 오프닝은 우리가 독보적이었다.

다른 네 그룹이 시끌시끌하게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와중, 모노크롬만 조용하게 누워있는 게 교차로 편집되어 방송됐다.

절간에서나 들릴 법한 목탁 소리 효과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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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틀었는데 바닥에 있는게 모노크롬임?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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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온도차이 뭐냐ㅋㅋㅋㅋㅋㅋㅋ개웃기네

└고막 쉬는 시간ㅋㅋㅋㅋㅋㅋ

└근데 다른 팀은 다 열심히 하는데 좀 글타. 쉬는건 카메라 밖에서 해야하는거 아닌가

└다큐멘터리 보고싶으면 교육방송에서 하는중이니까 그쪽으로 가시구요ㅇㅇ

└원래 저런 거 작가가 다 시키는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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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이 누워서 시작한 것도 ‘방송할 생각이 있는 거냐.’, ‘예능에선 저게 똑똑한 거다.’ 하면서 커뮤니티 유저끼리 설왕설래하기 시작했다.

‘평범하게 자기소개하는 것보단 더 임팩트가 있긴 한가 봐.’

어차피 실시간 반응은 그 장면만 지나면 같이 흘러가는 편이라 크게 마음 둘 필요는 없었다.

실제로 오프닝 이후부터는 모노크롬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게임에 임했기에 ‘연차 차서 배짱부리는 거다.’라는 반응은 금세 사라졌다.

초반부엔 이렇게 시청자들이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이 진행될수록 밝은 분위기에 동화되는지 ‘ㅋㅋㅋㅋ’가 반응 대다수를 차지했고, 모노크롬의 동맹을 시작으로 그룹별 분량 또한 점점 섞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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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방금 들었어? 준해보고 형이래..

와 요즘애들은 찐애기구나;;

└세상에 어떻게 말도 하고 걸어다닌대

└준해 형 소리 듣고 입술 움찔하는거 나만봤어? ㅠㅠㅠㅠㅠ애기도 형아 하고싶어쪄

└우리 막내 많이 컸다ㅠㅠ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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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ㄴㅋㄹ 팬분들이 우리 애들보고 어떻게 걸어다니냬

완전 애기라 걸음마도 안 뗐을 것 같다고 ㅜ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컬러즈분들 어나더주접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애들이 다 동생이야?ㅋㅋㅋㅋㅋ

└종훈이 빼고 그쪽 막내분보다 동생인듯ㅋㅋㅋㅋ애기 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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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이 엔피버와 엮이면서 컬러즈는 선배미가 있다며 좋아하고, 엔피버 팬덤은 동생미가 있다면서 좋아했다.

‘이 정도면 좋아하는 가수가 집에 누워만 있어도 백수미가 있다고 좋아하지 않을까?’

아무튼 방송에서 그룹끼리 교류하자 그걸 시청하는 팬들도 덩달아 교류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SPID와 활동 시기가 겹쳤을 때도 그렇고, 도한 사건 때도 그렇고 컬러즈도 생각보다 폐쇄적인 집단은 아니었다.

상대방이 호감을 보이며 다가온다면 얼마든지 문을 열어주기도 했다.

그 와중에 뉴마는 얼마나 비호감이었기에 마음의 문을 꽁꽁 걸어 잠갔는지는 상상도 안 가지만.

나는 방송과 함께 이런 커뮤니티 반응들을 흥미로운 현상을 관찰하듯이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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