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112화 (112/430)

# 1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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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왔는데 오늘 여기서 팬싸있나보더라 그 모노크롬

└아 그 통곡팬싸

└우리 애 놀리지 말어 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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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떡하냐…….”

이번 활동 첫 팬 사인회는 QnA 시간도 가지며 즐겁게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끝나고 돌아가는 길, 우형은 뒤늦게 민망함이 몰려왔는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자신이 울던 모습이 온갖 사진과 영상으로 박제되고 말았으리란 것을 깨달았겠지.

“조심해, 진짜. 형이 울면 팬들이 따라 운다고.”

우형의 감시역을 자주 맡았던 준해가 또 잔소리를 했다. 잔소리긴 하지만 필요한 충고이기도 했다.

같은 공간에 있는 이상 우형 혼자만 울고 끝나는 게 아니라 컬러즈에게 덩달아 전염되는 것은 불가피했다.

특히 팬들이란 원래 좋아하는 아티스트에게 아무 저항도 없이 몰입하곤 하는 존재였다.

그런데 그 좋아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같이 안 울 수가 없지.

‘첫 팬 사인회를 눈물바다로 마무리하는 줄 알았다고…….’

팬들은 우형에게 울지 말라고 하고 멤버들은 팬들에게 울지 말라고 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펼쳐졌었다.

그 탓에 토크 타임을 이어나가기 전에 진정 타임을 먼저 가져야 했다.

다행히 후반부엔 재밌게 대화하며 다들 웃는 얼굴로 인사할 수 있었다.

“다음부턴 앉는 순서를 좀 바꿔야겠다.”

내가 순서를 바꾸겠다고 하자 다들 동의했는지 끄덕였다.

이번 경험을 통해 재민을 보면 울컥하는 팬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 앉는 순서는 계속 무작위로 정할 생각이었는데, 이런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였다.

“으…….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할 건 없고.”

자신 때문에 일거리가 늘어난 것 같았는지 우형이 면목 없다는 표정으로 사과했다.

이건 따지자면 팬들을 마주하는 상황에 열중하느라 그런 거니까 굳이 사과할 일은 아니었다.

다만 팬들에게 괜한 걱정을 시키지 않도록 방식을 좀 바꾸는 것뿐이지.

“이따 연습실 도착하면 잠깐 뷰이라이브 켜서 얘기 좀 하다 연습할래?”

“아.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형이 울었다는 이야기가 팬들의 입을 통해 퍼졌을 테니, 이제는 괜찮다는 것도 멤버의 입으로 직접 알려줘야 했다.

혹여나 다른 원인으로 힘든 게 아닐까 아직도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원래 뷰이라이브는 멤버들이 알아서 시작하고는 했는데, 다들 첫 컴백 무대를 마친 데다가 몇 년 만의 팬 사인회를 마치고 난 직후.

게다가 뷰이라이브를 제일 먼저 챙기던 우형이 혼자만의 자괴감에 빠져있느라 그런 것까지 고려할 경황이 없어 보이기에 내가 먼저 제안했다.

내 말에 우형은 가방을 뒤져 뷰이라이브용 스마트폰의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더니 보조 배터리를 연결했다.

“내일도 녹화 있으니까 너무 늦지 않게 들어가고.”

“네!”

회사에 도착하고 나는 연습실로 돌아가는 멤버들에게 인사한 후 따로 귀가했다.

멤버들은 오늘도 새벽부터 일했으니 휴식이 필요하겠지만, 컴백 주간이라 수면 시간을 조금 줄이더라도 연습을 더 해야 마음이 편한 듯했다.

‘활동 기간엔 어쩔 수 없지.’

일할 때 바짝 일하고 쉴 때 바짝 쉬고.

건강에는 좋지 않은 패턴이었다. 그렇기에 멤버들은 평소에 운동하며 몸을 관리하고, 회사는 그것을 서포트해야 했다.

지금은 나까지 연습실에 같이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으니 혼자 택시를 타고 퇴근하는 길.

내 스마트폰에도 뷰이라이브 알림이 도착했다.

[하아……. 부끄러우니까 비밀로 해 주시면 안 돼요?]

처음엔 괜찮냐며 걱정하던 채팅창은 우형이 대놓고 민망해하자 점점 웃음으로 바뀌었다.

컬러즈도 일단 말로는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했지만 이미 널리 널리 퍼져나간 소문은 막을 수 없었다.

[이 형을 울리지 않으려면 여러분도 울지 마세요.]

[다음부턴 어디서 보든 웃으면서 만나기!]

[그럼 내일 무대도 기대해 주세요. 안녕!]

짧게 진행된 뷰이라이브는 울지 말고 웃으면서 보자는 인사말로 종료되었다.

***

<아이돌부 방학캠프>는 모노크롬이 이번 앨범 활동을 시작하고 딱 일주일이 지난 날, 일요일 저녁 9시에 1편이 방영될 예정이었다.

총 다섯 그룹, 총 30명이라는 많은 인원을 이틀에 걸쳐 촬영했으니 일반 예능보다 촬영 분량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규 편성 예능 프로그램이 잠시 비는 2주간만 특별 편성되는, 어디까지나 파일럿 프로그램.

TV 프로그램은 웹 예능처럼 마음대로 분량을 늘릴 수 없으니, 반응이 좋건 나쁘건 시청자들에게 정해진 분량을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인지 QBC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 미방영 분량을 따로 공개하는 방법을 택했다.

‘젊은 층은 TV보다 이쪽을 더 많이 본다고도 하니까.’

아이돌 단체 예능이니 표적으로 삼은 시청자층은 팬덤을 포함한 젊은 층.

그런 점을 고려하면 TV 방영과 온라인 공개를 병행하는 것은 제법 영리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따로 개설된 <아이돌부 방학캠프> 채널에선 본 방송 전에 그룹별 소개 영상이 공개되었다.

선공개 영상이 뜨는 날. 모노크롬의 소개 영상을 본 나는.

“…….”

말문이 막혀버렸다.

채널에 올라온 모노크롬 선공개 영상의 제목은 이러했다.

[(선공개)모노크롬의 좌우명은 안전제일?! 안전 가이드로 변모한 모노크롬의 활약상]

다른 그룹은 [(선공개)유유자적 SPID의 힐링 여행! 혹은 벌칙 여행…?]처럼 평범한 제목이 달려 있는데 갑자기 웬 안전 가이드?

‘이게 뭔 소리야?’ 하면서 영상을 재생하고 나서야 제목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재민의 ‘다치면 가만 안 둔다’는 발언 후, 멤버들은 몸을 써야 하는 곳에선 무척이나 조심했었다.

[아니, 지도에 숫자 쓰여 있는 건 당연히 머리 쓰는 게임 아니야?!]

[게임 포인트가 대체 왜 계곡 위에 있는 거예요?]

[계곡 소리 같은 백색 소음이 집중력에 좋다고 해서 특별히 지정한 장소입니다.]

[와……. 어쨌든 왔으니까 가 보자.]

[거기 조심히 올라가.]

바위 사이로 발이 빠질 것 같다면서 주변 돌을 주워다 발판을 만들어 놓거나.

[여기 지나가다가 잘못하면 긁히겠다.]

[어디?]

소품으로 쓰인 책상에 못이 조금 튀어나와 있다고 테이프를 몇 겹이나 붙여놓거나.

그냥 지나가도 아무 일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재민의 당부 때문에 괜히 더 신경이 쓰였는지 촬영 중에 이런 소소한 일들이 몇 번 있었다.

선공개 영상은 바로 그 모습들을 모아둔 영상이었다.

언제 찍었는진 몰라도 처음에 돌다리가 미끄럽다면서 흙을 뿌려서 발로 다지던 모습까지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었고.

안전을 중요시하는 모습이 강조된다고 나쁠 것은 없지만, 하필 그게 모노크롬이고 하필 그걸 찍은 게 QBC라는 건 문제였다.

‘이거 완전 돌대회 겨냥한 거잖아!’

실제로도 영상 아래엔 이런 댓글이 달려 있었다.

[어느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부상자는 안 나왔나 보네요. 안전에 신경 쓰는 모습 좋아요.]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좋다고 생각했는지 이 댓글엔 좋아요가 162개 달려 있었다.

사전 인터뷰 때도 돌대회 얘기를 대놓고 하길래, 설마 돌대회에서 멤버가 다친 걸 홍보 수단으로 써먹으려는 건 아니겠지? 했는데 그게 진짜였을 줄이야.

예전이면 몰라도 지금은 특히 더 신경 쓰이는 이유가 있었다.

‘우리 이제야 ZBS 음악 방송 처음 잡혔는데 이렇게 긁어 부스럼을 만들면 어떡해!’

QBC에서 모노크롬을 이용해서 ZBS를 저격하고 나서면 괜히 우리가 눈치 보이지 않겠는가.

ZBS의 <가요차트>는 하필이면 돌대회와 같은 예능국 제작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돌대회에 출연하지 않으면 ZBS 음악 방송에도 출연을 못 한다’는 소문이 있었던 거고.

‘정말 애증의 QBC다…….’

QBC와 엮이면 항상 이랬다.

병 주고 약 주는 게 아니라, 약을 주길래 고맙게 받았더니 다음엔 병을 줘서 고마운 마음이 싹 사라졌다가, 그다음에 또 약을 주고, 또 병을 주고…….

이것도 그래. 선공개 영상까지 따로 만들어주길래 기쁜 마음에 들어왔더니 타 방송 저격 영상이라니.

‘당근과 채찍으로 조련당하는 것도 아니고.’

그 탓에 복장은 몇 번 터졌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있었기에 그냥 ‘증’이 아니라 ‘애증’이었다.

뭐, 내가 혼자 애증을 느낀다고 섭외 왔을 때 괜히 튕기거나 할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모노크롬에게 실보다 득이 더 크기를 바랄 뿐이었다.

***

모노크롬의 다음 팬 사인회 일정은 평일 저녁, 한 대형 쇼핑몰의 실내 광장에서 이루어졌다.

이른바 공개 팬 사인회.

벽으로 공간이 분리된 게 아니므로 사인회에 당첨된 팬들뿐만 아니라 다른 이용객들도 지나가다 구경할 수 있는 구조였다.

‘물론 먼저 모여서 자리 잡는 건 팬들이겠지만.’

보통 이런 오픈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팬 사인회는 주말에 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평일에 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마침 지금은 여름 방학 기간이니 평일에도 큰 무리가 없겠다고 생각하여 잡은 일정이었다.

실내 광장은 주변이 통로, 상점이라 바로 옆에서 기다릴 수는 없었기에 우리는 별도로 준비된 공간에서 대기했다.

“일단 재민이랑 우형이는 몇 자리 떨어져서 앉자.”

“네…….”

왜 둘을 떨어트려 놓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아마 우형 자신이 가장 잘 알지 않을까.

일단 붙어 있으면 안 될 두 사람을 떨어트려 놓고. 다음은…….

“그리고 우형이 옆에 준해, 한이.”

“풉.”

한이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손으로 가려 막았다.

그런 것치고는 그 행동을 우형 앞에서 대놓고 하긴 했지만.

내가 한이와 준해를 지목한 이유 또한 말하지 않았으나 아마 멤버들도 다 알 터였다.

‘우형이 울면 가장 열심히 놀릴 것 같은 두 사람이니까.’

그렇게 결정된 이번 사인 순서는 재민, 해랑, 한이, 우형, 준해였다.

시간이 되어 멤버들은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사인회 장소로 이동했다.

모두의 시선이 모노크롬에게 몰린 틈에 나도 구경꾼인 듯 스태프인 듯 애매한 위치에 슬쩍 자리 잡고 섰다.

공개 팬 사인회는 주변에 사람이 많아서 나도 존재감 없이 묻혀서 구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블랙 앤 화이트! 모노크롬입니다!”

팬 사인회에 참여한 컬러즈, 그리고 당첨되지는 못했지만 멤버들을 보러 온 컬러즈가 환호했다.

연예인이 신기해서 모여든 사람들도 덩달아 박수를 쳤다.

‘왠지 비공개 사인회보다 더 부담되는 것 같아.’

모노크롬을 잘 모르던 사람들한테도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까 기대도 되고.

“저희 이번에 규칙이 하나 생겼는데, 우는 사람은 이걸 씌우기로 했거든요.”

사인회가 시작되기 전, 센터에 선 한이가 책상 아래서 소품을 하나 주워들며 말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회색의 늑대 귀 모형이 달린 머리띠.

멤버들이 쓰면 컬러즈 눈엔 분명 귀여울 것이기에 다들 “와아아!” 하며 환호했다.

“그리고 이건 여러분한테도 해당하는 규칙입니다.”

“와아…….”

그러나 이 규칙이 멤버들뿐만 아니라 사인을 받는 컬러즈에게도 해당한다는 얘기에 환호성은 바로 줄어들었다.

물론 이 머리띠를 선물해 준다는 건 아니고 단상에서 내려갈 땐 스태프에게 반납해야 했다.

어디까지나 울지 말고 웃으면서 보자는 의미로 만든 벌칙 같은 것이었으니까.

가벼운 벌칙이지만 당사자가 된다면 과연 어떨까.

당첨되지 못한 컬러즈를 포함하여 그냥 지나가다가 구경하는 사람도 있는 개방된 장소.

많은 관객 사이에서 아이돌도 안 쓰고 있는 늑대 귀 머리띠를 팬인 자신이 혼자 쓰고 있다?

‘나는 싫어…….’

물론 어딜 가든 주목받기 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주목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을 터.

그렇게 단상 위에서 울지 않기 미션이 걸린 두 번째 팬 사인회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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