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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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상 본방에 응원봉이랑 앨범 같이 흔들던 팬덤 있는데 어디냐
앨범 개번쩍거려 ㅁㅊ
└모노크롬인가?
└저긴 특이하게 응원봉이 네모나네 했는데 앨범이엇냨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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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앨범이 발매되었다.
실물 앨범 제작 과정에도 나의 탕진 계획은 곳곳에 침투했다.
사실 진짜 탕진의 끝을 보여주려면 앨범 특전으로 랜덤 포토카드 대신 랜덤 복권을 넣으면 되겠지만, 사행성 조장이니 법적으로 허용될 리가 없었다.
‘게다가 팬들은 이런 이상한 거 넣지 말고 포카나 달라고 하겠지.’
뮤직비디오 세트에 소품을 채워 넣듯, 앨범에도 비싼 인쇄 옵션을 추가하는 것으로 제작 단가를 소소하게 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제작된 앨범은 발매일에 맞춰 배송이 시작되고, 실물 앨범을 손에 넣은 컬러즈는 속속들이 커뮤니티에 후기를 남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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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오늘 배송 받았는데 커버 달 부분 홀로그램박임ㅇㅁㅇ
꺼내자마자 엄청 번쩍번쩍거려서 놀랐어
└안에 책갈피는 금박임 ㅜㅋㅋㅋㅋㅋㅋㅋ
└북클릿은 청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예약판매로 샀는데 왜 내건 아직 안오냐 ㅠㅠ
└ㄱㅇㄱ 나 디자인회사 다니는데 과장님이 앨범 보고 인쇄소 거래처에서 보낸 거냐고 물어봄ㅋㅋㅋㅋ 박인쇄 샘플 팜플렛 보낸 줄 알았다고
└조난 당했을 때 손전등 대신 이거 흔들면 구조대가 10km 밖에서도 보고 찾아와줄 듯. 우리의 생존까지 책임져주는 모노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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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표현하려면 그와 대비되는 빛을 표현해 줘야 밤의 어둠이 더 돋보이는 법이었다.
그 때문에 이번 뮤직비디오 촬영 때도 조명을 특히 많이 활용했던 거고.
앨범 패키지도 일반 인쇄로 끝내는 게 아니라 여러 반짝거리는 옵션을 많이 추가했다.
실물 앨범만 나와줘도 좋은데 튼튼한 하드커버에 고퀄리티 옵션 인쇄에 포토 카드 외 엽서, 책갈피 등 특전까지.
빵빵한 사양으로 제작되어 나오니 다들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비싼 옵션을 알아봐 주는 팬들도 있었기에 난 흐뭇한 마음으로 그들의 후기를 지켜봤다.
‘앨범까지는 일단 만족스러웠어.’
제작 과정은 끝났으니 이제 남은 건 앨범 활동.
이번엔 무려 그 돌대회 방송국인 ZBS의 <가요차트>에도 출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공중파 채널 음악 방송 둘, 케이블 채널 음악 방송 셋, 총 다섯 개의 음악 방송 전부 출연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메인 퀘스트 속 수많은 퀘스트가 있다는 생각에 막막했던 게 바로 엊그제 일 같은데.
그중 하나에 달성 체크 표시를 하고 나니 그나마 뭔가 진행된다는 느낌이 들어 뿌듯했다.
‘오래 걸린 것 같기도 하고, 빠른 것 같기도 하고.’
최종 목표를 생각해 보면 아직 한참 남았지만, 기반이 여러모로 부족한 상태로 시작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나름 대단한 성취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금요일이 앨범 발매일이었으니 보통이라면 토요일에 예정된 이 <가요차트>가 우리의 첫 방송이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 주 <가요차트>는 하필 스포츠 경기 중계로 결방되고 말았다.
‘ZBS랑은 진짜 상성 안 맞는 것 같아…….’
이제 겨우 출연권을 얻었는데 어떻게 우리가 컴백하자마자 결방일 수가 있지.
그러나 이건 ZBS의 책임도, 우리의 책임도 아니므로 넘어가고.
이런 연유로 이번 모노크롬의 앨범 활동은 일요일에 편성된 QBC의 <음악상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토요일을 건너뛴 탓에 컬러즈는 무려 이틀을 기다린 음악 방송.
첫 컴백 무대가 주말인 덕에 사전 녹화 방청 신청 인원은 역시나 빠르게 채워졌다.
그리고 녹화 당일. 하루 만에 배송을 받았는지, 아니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해왔는지 벌써 실물 앨범을 들고 온 컬러즈도 있었다.
“앨범을 벌써 받았어요?”
사전 녹화를 위해 무대에 오른 멤버들이 몇몇 컬러즈가 들고 있던 앨범을 보고 관심을 보이자 다른 컬러즈들도 실물 앨범을 하나둘씩 꺼내 들었다.
앨범 재킷의 홀로그램박이 무대의 조명을 반사해서 더욱 빛났다.
“어이쿠, 눈부셔!”
“앨범이요? 컬러즈가요?”
한이가 과장되게 눈을 가리며 눈부신 체를 하자 옆에서 재민이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둘 다!”
한이의 프로 아이돌 멘트가 또 작렬하고, 컬러즈는 “와아아아!” 환호하며 앨범을 더 열심히 흔들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재킷에 그려진 게 달이잖아요.”
“네에!”
이번 앨범 재킷은 멤버들 사진이 아니라 SNS에 처음 올렸던 예고 이미지와 동일했다.
하얀 달을 배경으로 중앙에 영문 타이틀로 ‘IRI’가 쓰인 그 심플한 이미지.
제작진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금 떨어진 구석에서 사전 녹화를 지켜보고 있던 내 눈에도 재킷의 동그란 달 모양이 뚜렷이 잘 보였다.
“달빛이 이렇게 많은데, 이제 늑대로 변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래서 지금 변하라고요?”
“와아아~.”
<이리>의 가사 내용은 달빛이 없어 인간 모습으로 남아 있는 늑대의 이야기.
앨범 재킷의 달이 반사하는 빛은 비유하자면 일종의 달빛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우형이 그 점을 언급하며 해랑을 쳐다보자 해랑이 어리둥절한 시선으로 응답했다.
지금 여기서 늑대로 변신하는 걸 볼 수 있을 리도 없건만, 컬러즈는 일단 환호부터 했다.
“근데 여우 형은 어떡해? 여우잖아.”
“이번 앨범에선 늑대형 해.”
평소엔 진중한 스타일인 해랑도 멤버들 사이에 섞여 있으면 제법 아무 말을 할 줄 알았다.
컨셉에 맞추기 위해 일시적으로 우형의 활동명을 바꾸자는 장난스러운 얘기에 멤버들은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그럼 대형이 형이라고 불러야 해?”
“키는 소형인데.”
성을 빼면 ‘대형’이 이름이냐고 묻는 준해 옆에서 갑자기 신장 공격을 하는 한이.
우형은 진심으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그를 쳐다봤다.
“나도…… 똑바로 서면 180 되거든?”
“그럼 왜 지금까지 비딱하게 서 있었어요?”
“와……. 얘 진짜 나쁘죠, 여러분.”
뭐라고 할 말이 없었는지 우형이 몸 방향을 돌려 컬러즈에게 이르듯이 말했다.
컬러즈는 이런 멤버들의 대화가 재밌었는지 그저 웃기만 했다.
모노크롬의 최장신은 해랑, 그다음이 한이였다. 여기까지가 일명 180 장신 라인.
다른 멤버들의 정확한 현재 키는 모르겠지만 프로필상 170대 중후반이었다.
그래서인지 한이가 가끔 이런 식으로 놀리는 듯했다.
‘이것도 가진 자의 자신감인가.’
한이는 자신의 셀링포인트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곤 했다. 잘생겼다, 키가 크다, 이런 것.
그걸 너무 노골적으로 어필하는 바람에 멤버들에게 질타를 받는다는 게 문제였지만.
“저 늑대형 말고 이리형이라고 해주세요.”
“오, 리형! 이름 괜찮다.”
“근데 어디까지나 제 이름은 우형이란 걸 잊지 마시고요.”
대화할 시간이 길게 준비된 건 아니라, 멤버들은 잠시 늑대니 이리니 하다가 바로 제작진의 녹화 사인에 맞춰 녹화에 들어갔다.
여름이라 동이 빨리 터서 새벽 녹화임에도 그리 날이 어둡지 않았다.
멤버들과 컬러즈의 분위기 또한 이전보다 더 밝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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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형이 이름 세 개 생김 ㅜㅋㅋㅋㅋㅋㅋㅋ
늑대형 보통형 이리형
└보통형은 뭐야?
└운전면허 대형 아니고 보통면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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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해 늑대 흉내내는데 귀여워서 세트 뿌술뻔
└크아아ㅏ 늑대멍뭉이
└와기늑대 와랄랄라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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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모노크롬의 예능 경력은 ZBS의 <아이돌 대운동회>를 제외하고는 QBC에서만 두 번.
<음악상상> 제작은 QBC 예능국이 맡았기에 그나마 모노크롬과 조금 연이 있는 편이었다.
우리가 그룹 홍보를 위해 예능 방영 기간에 앨범 활동을 맞췄듯이, QBC도 곧 방송될 예능을 홍보하기 위함인지 짧지만 컴백 인터뷰 시간을 마련해줬다.
<아이돌부 방학캠프> 출연 그룹 중 방영일에 겹쳐서 활동하는 건 우리가 유일했으니 이런 이점이 있었다.
“이번 타이틀 이리! 짧지만 강렬한 제목인데 어떻게 정해진 건가요?”
“사실 저희 멤버 해랑 씨 이름의 ‘랑’이 ‘이리 랑’이거든요!”
“와아! 그게 정말인가요?”
“아닌…….”
“이름까지 운명적인 모노크롬의 늑대 컨셉! 너무나도 기대되는데요!”
“네. 저희 모노크롬의 컴백 무대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끝까지 채널 고정!”
“그 전에! 이 더위를 상큼하게 날려줬던 터치유의 아쉬운 굿바이 스테이지가…….”
음악방송 특유의 밑도 끝도 없이 발랄한 진행, 그리고 다음 무대 시간에 맞춰야 하는 촉박함이 더해져 해랑의 ‘아니요.’는 묻히고 말았다.
해랑 이름의 ‘랑’은 사실 ‘이리 랑’이 아니라 ‘물결 랑’이었다. 바다 해, 물결 랑.
잔잔한 물결이지만 커다란 바다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라나. 그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예쁜 이름이었다.
‘어쩌다 보니 컨셉에 맞춰 뜻이 바뀌어 버렸지만.’
해랑뿐만 아니라 우형도 늑대형이니 이리형이니 하며 활동명이 아무렇게나 바뀌어 인터뷰에 들어갔으니 팬들도 진지하게 듣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래 음악방송 인터뷰란 진지하게 질답하기보다 거의 만담처럼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해랑의 이름을 언급하고 지나가는 이유가 사실 하나 더 있었다.
‘그래. 따지자면 호랑이가 아니라 늑대에 가깝다고.’
자신은 호랑이 사냥꾼이라던 지오엘의 디스랩. 그 랩에서 해랑은 호랑이로 비유되었다.
멤버들은 당황스러운 마음이 더 커서 크게 반응하지 않았지만, 준해는 유독 씩씩거리며 분한 마음을 표출했다.
해랑을 보고 늑대를 떠올린 것도 준해였는데, 이름에서 동물을 연상하자면 늑대가 맞지 않겠냐는 준해의 똑똑한 발언이 있었다.
그게 생각나서 작가에게 말했더니, 사실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재밌는 얘기라고 생각했는지 인터뷰 대본에 그 내용이 착실히 들어갔다.
‘상황 종료된 지는 좀 됐지만…… 노이즈마케팅에 조금 더 쓰겠습니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는 법인데 우린 디스 받기만 하고 아무 행동도 안 취했잖은가. 그냥 주변에서 맞디스했을 뿐이지.
도한 소속사의 대담한 노이즈마케팅 방식에 조금 용기를 얻어 슬쩍 끼워 넣은 것이었다.
‘나도 이렇게 조금씩 엔터 업계 경험치가 오르는 건가.’
가만히 지나가기엔 사실 아직 꽁한 마음이 남아 있었기에 이렇게라도 소심한 복수로 풀어냈다.
나처럼 아직도 그 일을 마음에 두고 있었거나 눈치 빠른 컬러즈가 있다면 이 인터뷰의 의미를 알아주겠지.
인터뷰를 마친 멤버들은 다시 내려와 앞 순서 그룹들이 무대를 진행하는 동안 잠시 대기하다, 본방송 무대까지 무사히 끝마쳤다.
‘이제 다음 음악방송 일정은…… 내일 <픽스테이지>.’
예전 같았으면 멤버들은 회사로 퇴근해서 또 밤까지 연습했겠지만, 이번엔 곧바로 진행해야 할 스케줄이 하나 더 있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팬 사인회!’
참고를 위해 다른 아이돌 이름으로 검색하다 보면 꼭 뜨는 것이 팬 사인회 영상 혹은 사진이었다.
모노크롬은 그나마 신인 시절엔 팬 사인회 경험이 몇 번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엔 실물 앨범이 오랫동안 나오지를 않았기에 팬 사인회를 열려야 열 수가 없었다.
‘디지털 싱글에는 사인해 줄 앨범이 없으니.’
보통 팬 사인회란 팬들이 협력 음반사에서 구매한 앨범 내 추첨권으로 응모해 당첨되면, 아이돌이 그 앨범에 사인을 해 주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실물 앨범 없이 온라인으로 음원만 발매하는 디지털 싱글일 경우 해당 없음.
음반이 없더라도, 광고 모델이 되면 그 광고 업체에서 팬 사인회를 열어주는 경우가 있겠지만 이건 더 난도가 높았다.
그러니 모노크롬은 정말이지 오랜만에 진행하는 팬 사인회였다.
멤버들은 오늘 음악방송 의상을 그대로 입은 채 팬 사인회장으로 이동했다.
나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팬 사인회 현장.
난 오늘 이곳에 와서야 카메라 셔터 소리가 ‘찰칵’이 아니라 ‘촤라라락’이란 걸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