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화
“한이의 괴담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한이가 음산한 목소리를 꾸며내며 말하자 [ㄷㄷㄷ]하는 채팅이 우수수 올라왔다.
옆에서 재민이 얼굴 아래에 스마트폰 플래시를 가져다 대니 무섭다기보단 재밌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사실 이 뷰이라이브를 시청하는 컬러즈는 대부분 웃고 있었지만, 어차피 얼굴이 보이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텍스트로만 무서움을 표출했다.
“방금까지 녹음 중이었는데 갑자기 정전됐어요.”
장난만 치는 형들 대신 준해가 이 상황이 만들어진 연유를 설명했다.
그 말에 컬러즈는 다른 의미로 [ㄷㄷㄷ]를 치기 시작했다.
[그럼 와이파이도 끊긴거 아니에요?]
[데이터값 ㄷㄷ]
지금 이 순간 괴담보다는 라이브가 끊기는 게 제일 무서운 컬러즈는 정전 소리에 인터넷 걱정부터 했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던 것일까. 주인이 개통해 온 뷰이라이브용 스마트폰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되어 있었다.
“녹음하는데 갑자기 불이 팍! 꺼지는 거예요.”
“우형이 형이 놀라서 ‘세이브! 세이브!’ 이랬잖아.”
“안심하세요. 작업한 거 안 날렸어요.”
[세이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제일 괴담ㄷㄷㄷ]
[렌더링중에 정전됐다고 생각하면ㄷㄷㄷㄷ;;]
정전됐을 때의 상황을 설명하자 컴퓨터 작업이 일상인 컬러즈들은 그 상황을 상상하며 아찔해했다.
한이의 괴담쇼라는 멘트로 시작한 뷰이라이브는 어쩌다 보니 다양하고 현실적인 공포를 전달하는 중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라이브를 켠 이유는…….”
“심심해서.”
“……도 맞지만. 제가 전에 유아이 TV 귀신의 집 오프닝 찍을 때, 녹음실 귀신 얘기했던 거 기억나세요?”
할 일이 없어서 시작한 뷰이라이브.
멤버들은 가만히 있기 심심했는지 누가 한마디 할 때마다 옆에서 멘트를 끼워 넣었다.
한이는 그런 방해의 산을 넘어 드디어 본론에 도달했다.
“그게 바로 이 녹음실이었거든요.”
[헐ㄹㄹㄷㄷㄷㄷ]
[진짜 실화 맞아요?]
[ㅠㅠㅠㅠㅠ나 무서운거 약해]
[오빠 뒤에 귀신]
그제야 컬러즈는 정말로 공포 분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뒤에 귀신이 있다는 채팅이 드문드문 올라왔으나 이 또한 뷰이라이브 단골 채팅 멘트였기 때문에 멤버들은 속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녹음실 구조가 이렇게 돼 있어서 사실 문밖에 누가 지나다니든 안 보이거든요. 다 등지고 앉아있는 구조라.”
한이는 스마트폰을 들고 녹음실을 전체적으로 비추며 설명에 나섰다.
“그런데 여기 녹음 부스 안에 서 있으면 문에 달린 창으로 밖이 보여요.”
[벌써 무서워ㅠㅠㅠㅠㅠ]
[나 음량 최소로 해두고 듣는중..ㅜㅜ]
[지금 켰는데 왜 저렇게 어두워요?]
[정전이래요]
한이가 직접 녹음 부스 안에 들어가 카메라로 당시의 시점을 재현하자 생생한 현장 묘사에 컬러즈는 금방 몰입했다.
지금은 멤버들도 청자였기 때문에 한이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문을 쳐다보았다.
복도가 어두워서 까맣기만 한 창에서는 마치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아. 나 듣지 말 걸 그랬어.”
현재 작곡가로 활동 중인 우형은 하필 녹음실에 가장 오래 있는 멤버였다.
우형이 뒤늦게 후회하며 귀를 막았다. 손으로 귀를 막는다고 안 들리는 건 아니었기에 그리 좋은 방안이 되진 못했지만.
뷰이라이브를 시작할 때만 해도 재밌어하던 재민도 괜히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다리를 떨었다.
“그런데 저 창 너머로 어떤 사람이랑 눈이 마주쳤어. 처음엔 이상하단 생각을 안 하고, 기억에 없는 얼굴이길래 ‘다른 데서 잠깐 오신 분인가?’ 했거든요.”
“직원분은 아니고?”
“내가 사람 얼굴 진짜 잘 외우잖아. 분명 본 적 없는 얼굴이었거든. 근데 생각해 보니까 그때가 시간이 12시가 넘었던 거야. 내가 녹음이 제일 마지막이어서.”
“그러면…….”
준해는 그게 사실은 귀신이 아니었기를 바라며 여러 현실적인 가정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이는 반대로 그것이 귀신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대며 반박했다.
자정 넘은 시각에 외부 사람이 들어와 있을 리 없는데, 어떻게 정체 모를 사람과 눈이 마주칠 수 있느냐며.
“그런데 눈이 마주친 건 기억나는데 이상하게 얼굴이 기억 안 나는 거 있죠.”
[ㄷㄷ근데 원래 녹음실이나 공연장에 귀신이 많대]
[혹시 피곤해서 꿈꾼거 아닐까여?]
[경비원분이 순찰하던 거 아니구?]
“꿈꾼 거 아니냐고요? 아니. 잘 들어봐요, 여러분. 얼굴은 기억 안 나는데 머리가 길었던 건 생각나거든. 창문이 작아서 어디까지 내려오는진 모르겠는데 짧은 머리는 아니었어.”
“경비원분은 아니란 거네.”
“응. 그래서 나중에 경비팀 직원분한테 물어보니까 자기도 봤다는 거예요. 내 얘기 듣고 생각났다고. 머리가 허리까지 오는 여성분이었대.”
한이는 차근차근 설명하며 녹음 부스에서 나와 카메라로 멤버들의 반응을 비췄다.
지금 이 공간에서 차분하게 그의 이야기를 듣고 분석하는 건 해랑뿐이었다.
“그런데 출입기록을 봐도 이상한 게 없었고 자기도 그 사람 얼굴이 기억 안 나서 헛것을 본 줄 알았대요. 근데 내가 본 인물이랑 인상착의가 같았던 거지. 인상이 흐릿한 것까지.”
[얼굴 없는 귀신ㄷㄷㄷㄷ]
[귀신 나왔으니 대박날거야]
“그러니까, 회사에 정체 모를 여성분이 한 명 돌아다니고 있는 거야.”
“으…….”
정체 모를 누군가가 회사를 떠돌고 있다는 소리에 우형은 소름이 돋아 팔을 쓸었다.
재민과 준해는 이제 문에 시선도 안 주려고 기를 쓰고 고개를 고정하고 있었다.
[사생 아니에요?ㅜㅜㅜㅜ]
[도둑일지도;]
그러나 컬러즈에겐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지 다른 쪽으로 걱정하기 시작했다.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와 앉은 한이는 ‘사생’이란 민감한 단어는 넘어가고 도둑이란 말만 주웠다.
“아니 여러분, 도둑이 아니라요. 이건 무서운 이야기라니까? 지갑을 왜 조심해요.”
“귀신이 지갑도 훔쳐 가?”
“근데 형은 지갑 좀 조심해.”
재민은 주머니에서 갑자기 지갑을 하나 꺼냈다.
“내 지갑 왜 네가 들고 있냐?”
“아까 연습실에 놓고 갔더라고. 들고 온 거 지금 얘기 듣고 생각났어.”
[예???ㅋㅋㅋㅋㅋㅋㅋㅋ]
[갑분마술쇼ㅋㅋㅋㅋㅋㅋㅋ]
[따란~~~ 지갑이 나타났습니다]
[와 비둘기도 꺼내주세요]
[헐 뒤에 귀신 있어요]
괴담쇼로 시작되어서 마술쇼로 끝난 이야기에 채팅창은 [ㄷㄷㄷ]에서 [ㅋㅋㅋ]로 변해갔다.
그 와중에 귀신이 있다는 채팅은 여전히 끊이지 않았다.
[뭐야 저거]
[아 ㅁㅊ 뒤에]
[아니 진짜 뒤에 뭐 잇어요;;]
한번 속아 넘어갔다간 영상 클립으로 박제되고 움짤도 생기고 컬러즈가 계속 놀릴 것이 분명했기에 멤버들은 평소처럼 지나가는 채팅이겠거니 하고 지나가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을 기점으로 채팅창이 한마음 한뜻으로 귀신이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뒤에 대체 뭐가 있다고…….”
그냥 넘어가기엔 많은 수의 컬러즈가 같은 말을 하기에 멤버들은 혹시나 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곳엔 문밖에서 자신들을 지켜보는 눈 한 쌍이 있었다.
“깍!!”
“아악!!”
[ㅁ어먀머야]
[에ㅔㅔㅔㅔㅔㅔ]
[헐 지금 지나간거뭐이뮤ㅠㅠㅠㅠㅠㅠ]
멤버들은 이상한 비명을 지르며 놀랐다.
한이가 들고 있던 스마트폰이 흔들리는 바람에 화면도 난리 나고 채팅창도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철컥’ 소리와 함께 녹음실의 문이 열렸다.
“전기 돌아왔다.”
하며 문 옆의 전등 스위치를 켠 것은 민형이었다.
“아! 형! 왜 거기서 그러고 서 있어!”
“얘기하러 왔는데 라이브 중이길래.”
“하아……. 여러분, 진정하세요. 매니저 형이었어요.”
그 말대로 복도의 전등도 뒤이어 하나둘씩 켜지고 있었다.
마치 대본이라도 짠 듯이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난 매니저에 컬러즈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10분 후에 녹음 다시 시작한다니까 세팅해 놔.”
“네에.”
“여러분. 그럼 저흰 다시 일하러 갈게요.”
“지갑 조심하세요.”
지갑 조심하라는 이상한 교훈으로 끝났지만 이 또한 모노크롬다워서 컬러즈는 웃으며 인사했다.
일부 컬러즈는 이 레전드 뷰이라이브를 영업해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컴퓨터 앞에 앉았다.
***
‘……회사에 귀신이 있다고?’
나 또한 정전되는 바람에 하던 일을 멈춘 상태였다.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특히나 전기 문제에 약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비가 와서 어둡긴 해도 낮. 그나마 창문에선 빛이 들어왔기에 스케줄러 정리라도 하려고 했는데 스마트폰에 멤버들의 뷰이라이브 알림이 떴다.
그래서 옆에 틀어놓고 할 일을 하는데, 바로 몇 층 아래에 있는 멤버들이 회사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웹 예능 촬영 때 이미 들었던 얘기지만, 나도 자주 지나다니던 복도에 귀신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자세히 하니까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뉴마가 작은 소속사인 것치고 건물까지 있길래 의외였는데, 사실 귀신 나오는 곳이라 싸서 구할 수 있었던 건 아니겠지?’
뷰이라이브는 민형의 등장으로 시끄럽게 끝났지만,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끊겨 다시 조용해진 이사실은 빗소리를 제외하고는 정적 그 자체였다.
“으. 괜히 으스스해졌어.”
난 정적을 깨트리기 위해 굳이 소리를 내 혼잣말을 했다.
방금까진 전혀 의식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어둑한 분위기가 의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똑. 똑.’ 하고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누, 누구세요?”
“이사님. 전체 층 전력 돌아왔다고 합니다.”
아. ‘누구세요?’라니. 당연히 최 비서일 텐데.
방금 뷰이라이브도 민형이 전기가 돌아왔다고 알려주면서 끝났었지.
같은 건물이니까 당연히 여기도 전기가 돌아왔을 텐데 귀신 얘기에 정신이 팔려서 불을 켤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쇼트가 날까 봐 꺼둔 전등을 다시 켜기 위해 일어난 김에, 나는 문을 열고 최 비서를 불렀다.
“최 비서.”
“네?”
“최 비서도 혹시…… 회사에서 귀신 본 적 있어?”
“귀신…… 말입니까?”
“아니, 귀신인지는 모르겠는데. 직원이랑 멤버가 회사에서 긴 머리 여자를 봤대. 얼굴은 못 봤다는데.”
내 뜬금없는 질문에 최 비서는 잠시 말이 없었다.
내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귀신은 아닐 겁니다.”
“봤어?”
“…….”
진중한 그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세상에 귀신이 어딨겠냐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게 대답하면 나도 ‘역시 그렇지?’ 하면서 안심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최 비서는 오히려 알 수 없는 대답을 남겼다.
‘……농담하는 건가?’
조금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게, 뭔가 다른 생각을 하는 듯도 했다.
최 비서는 멤버들의 뷰이라이브를 안 봤으니 내가 뜬금없이 농담을 꺼냈다고 생각해서 똑같이 농담으로 응수한 걸 수도 있지.
‘근데 귀신이 아니면 더 무서운 거 아냐?’
최 비서가 한 게 농담이라면 별 뜻 없이 얘기한 거겠지만,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그 말이 진짜라면 이건 실제 범죄에 해당하는 얘기였다. 무단 침입이라든가, 뷰이라이브에서 나온 얘기처럼 진짜로 도둑이라면 절도라든가.
그런데 이미 경비팀에서 출입기록까지 확인했다고 하니 내가 지금 나선다고 잡아낼 수 있는 건 아닌 듯했다.
그리고…… 괜히 확인했다가 진짜 귀신이란 게 확실해지면 더 무섭잖아.
‘……나중에 누가 또 봤다고 하면 경비를 좀 더 철저히 해달라고 해야겠다.’
멤버들의 뷰이라이브는 유쾌한 분위기로 끝났지만 나에게는 괜히 더 찝찝한 기분만 남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