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100화 (100/430)

# 10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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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실시간으로 매일아침만나요병에 걸려버린 아이돌들

지금 QBC 아이돌 예능 촬영 중이라 다섯그룹이 같이 있음

호텔에서 뭐하고 지내나 다들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이미지)

열댓명이 모여서 매일아침만나요 시청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은 방송국이라 ppl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출연 그룹 한명이 카메오로 나오는 날이었음ㅋㅋㅋ

드라마 끝나고는 서로 ‘연예인 닮으셨어요’ 패러디영상 양산중

(영상 링크)

+보이는대로 계속 추가

(SNS 링크)

└재밌게논다ㅋㅋㅋㅋㅋㅋ

└나도 방금 보고왔는데 내 최애가 갑자기 sns에 글올려서 깜놀

└오늘 매아만 개웃겼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연예인닮으셨어요의 그 닮은 연예인 모노크롬 유한이가 부른 ost 내일 발매<<

└유니온맥스도 본문에 추가해주라(SNS 링크)

└두번째 영상 저거 지금 남주여주 따라하는거냨ㅋㅋㅋㅋ

└저거 원래 동시간대 시청률 잘나오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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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부 방학캠프> 2일 차 촬영.

정해진 시간에 모여 촬영 준비를 하는데 몇몇 스태프가 자기도 드라마를 봤다면서 한이에게 아는 체를 했다.

“한이 씨 어제 드라마 잘 봤어요. 완전 프로던데요?”

“어쩐지 아는 친구가 그쪽 연출팀으로 들어갔는데 한이 씨 칭찬을 엄청 하더라고.”

“저 배우 해도 될 것 같나요? 잘생긴 서브남주 쯤?”

“한이 씨는 남주 해야지~.”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자 한이의 인싸 기질이 또 발동했다.

어디 떨어트려 놔도 일단 주변 사람과 친구부터 먹을 것 같은 저 사교성. 어딜 가서 뭘 하든 존재감은 확실히 챙길 스타일이라 걱정은 없었다.

오늘 촬영은 어제보다는 간단했다. 오전부터 시작해서 정오 무렵 촬영 종료 예정.

어제 단체 촬영처럼 숙소 앞에서 하는 촬영이라 번거롭게 왔다 갔다 할 필요도 없었다.

“여러분, 방학은 잘 즐기셨나요?”

“네!”

“그러면 이제 방학 숙제를 하셔야겠죠?”

“네?”

간밤에 잘 쉬었는지 작가의 질문에 쌩쌩한 목소리로 대답하던 출연진들은 ‘숙제’라는 소리에 하나같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정확히 뭘 하겠다는 건지는 몰라도 숙제라는 단어 자체로도 하기 싫은 것, 귀찮은 것, 등등 온갖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이것 또한 이 제작진 특기인 방심시키고 뒤통수치기 전개.

“어제 여러분이 얼마나 게임에 열심히 임하셨는지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질 텐데요.”

“우등반은 여기서 정해요?”

“네. 반별로 모든 게임을 얼마나 빠르게 돌파하는지 기록을 재는 스피드런 형식입니다.”

그러니까 요약해 보자면, 1일 차 게임의 압축판이라고 볼 수 있었다. 어제는 연습게임이었고 오늘이 본 경기.

팀마다 인원은 제각각이었지만 인원이 많아서 유리한 게임도 있고 적어서 유리한 게임도 있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어제 열심히 했던 게 도움은 되겠네.’

포인트가 결과에 직접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지만, 포인트를 많이 쌓았다는 것은 게임 숙련도도 많이 쌓였단 뜻이니 결국은 열심히 한 모노크롬에게 유리한 방식이었다.

“사실 저희가 준비한 게임은 하나씩 학교 과목과 연관된 게임이었어요.”

같은 학교 학생들의 방학이라는 주제다 보니, 게임에도 학교와 관련된 요소들이 들어있었다.

동화 퀴즈는 국어, 그림 퀴즈는 미술, 이런 식. 다만 벌칙과도 같았던 입수는 그저 여름방학을 위한 물놀이, 쉬어가는 시간이었다나.

“가위바위보는 뭐였는데요……?”

“수학 아냐? 확률 문제잖아.”

모노크롬은 한 판으로 운세만 점쳐보고 그만뒀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몇몇 그룹은 가위바위보 지점에서 포인트를 크게 소진했다는 듯했다.

누구나 아는 간단한 형식, 누구에게나 공평한 확률, 이기기만 하면 포인트 두 배라는 구미 당기는 조건. 이런 요소들이 포인트를 쉽게 쓰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그 게임엔 출연진들은 예상 못 했던 요소가 숨겨져 있었다.

“계속 지니까 운이 안 좋다고 생각하셨죠?”

“운이 안 좋은 게 아니었어요?!”

“사실 가위바위보 게임이 담당한 과목은, 체육이었습니다.”

가위바위보 지점에 앉아 있던 그 스태프가 사실은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오랫동안 경기 중계 카메라를 잡았던 사람이라고.

한마디로 동체 시력 덕분에 승률이 높았던 것이고 그래서 체육이란 소리였다.

‘그게 가능해……?’

믿기지 않았지만 여기 피해자가 이렇게 많으니 가능하긴 한 거겠지.

가위바위보 강자를 모셔온 게 아니냐는 질문에 스태프들이 웃던 게 바로 그런 이유였다. 진짜 고수여서.

“헉. 우리도 큰일 날 뻔했어.”

“준해가 안 말렸으면 우리 침낭에서 잤을지도.”

준해가 말린 덕분에 모노크롬은 큰 손해를 보지 않고 바로 다음 게임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우형은 자신이 운이 나빴던 게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한 표정이었다.

모노크롬은 그렇게 잘 피해 갔지만, 다른 그룹은 반쯤 속았다는 사실에 통탄했다.

“우리 눈 뜨고 사기 당한 거야!”

“사기라니요. 정정당당한 승부였습니다. 여러분.”

“와. 제작진분들 너무하다.”

제작진의 당당한 도발에 모두 경쟁심에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쉬고 나니 에너지가 리셋되어 쌩쌩한 상태라는 것도 한몫했다.

‘우등반…… 할 수 있을까?’

이번이 마지막 분량을 뽑아낼 기회.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으니 그저 모노크롬 멤버들이 잘하기만을 기도했다.

게임은 그룹별로 순서대로 진행하고 나머지 그룹은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어제 게임과는 다른 점이 있었는데.

“저게 동물이라고요?!”

“푸하하하! 야, 우리만 못 그린 게 아니라니까!”

“내가 다 부끄럽다…….”

그림 연상 퀴즈는 전날 다른 그룹이 그렸던 그림으로 진행한다는 점.

스태프가 너구리 혹은 판다로 예상되었던 재민의 고양이 그림을 꺼내 들자 모노크롬 멤버들은 부끄럽다는 듯 시선을 돌려 외면했다.

재민의 그림뿐만 아니라, 뒤이어 나오는 다른 그룹의 그림들도 하나같이 기상천외했다.

역시 사전 인터뷰로 특별히 엄선된 그림 구멍 멤버들답다고 해야 하나.

이런 허를 찌르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었지만 각 그룹이 공통으로 막히는 구간은 역시나 가위바위보였다. 모노크롬의 순서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너 왜 한 판을 못 이기냐?!”

“재민이 단순해서 그래.”

“아니, 좀!”

가위바위보 장인 스태프도 승률이 높다뿐이지, 사람이다 보니 모든 판을 이길 순 없었다.

그러나 특히 움직임이 잘 읽히는 타입이 따로 있는 건지, 막히는 멤버는 계속 막히면서 시간이 계속 지체되었다. 모노크롬에선 그게 재민이었고.

“후우. 갑니다. 가위, 바위…….”

“푸하, 저게 뭐야!”

“아니 저건 무슨 기술이죠?”

하도 많이 지는 바람에 멤버들에게도 놀림당하자 재민은 뭔가 결심했다는 듯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가위바위보 구호에 맞춰 현란한 발재간을 펼치기 시작했다.

상대의 시선을 교란하는 신기술에, 지켜보던 다른 출연진들이 흥미롭게 상황을 관전했다.

“보! ……이겼다!”

“동체 시력을 무력화해 버렸어요!”

“우리도 이따 저렇게 하자.”

많은 그룹의 숙적이 되어버린 가위바위보 스태프를 재민이 신기술로 이겨버리자 다들 순간적으로 경쟁도 잊고 신이 났다.

어디선 마치 스포츠 경기라도 되는 듯 해설에 나서고 아직 순서가 오지 않은 그룹은 카피할 생각을 하고.

그 이후 순서에선 모두 재민의 기술을 따라 했다.

‘저렇게 춤출 시간에 몇 판이라도 더 하는 게 빠를지도 모르는데…….’

거의 비보잉을 하는 사람도 있고, 온갖 과장된 제스처의 향연. 이미 경기는 뒷전인 듯도 했다.

의외로 재밌는 장면을 건진 스태프들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그리고.

“오늘의 우등반은…… 모노크롬! 12분 36초입니다!”

“우와아아악!”

어제부터 이틀간 1등만을 위해 달려온 멤버들은 기쁨의 포효를 외치며 벌떡 일어났다.

1등의 기쁨, 그리고 퇴근의 기쁨!

나도 속으로 ‘예스!’ 하고 환호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우등반에게는 상품권 증정, 그리고 모노크롬의 이름으로 시청자분들에게 지역 상품권과 문화 상품권을 선물할 기회까지.

“그럼 모노크롬, 우등반 소감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반장이 해!”

멤버들이 해랑에게 소감을 맡기자 해랑은 잠시 버벅거리다 입을 열었다.

무대 위에서는 그 누구보다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는 그였지만 예능은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어…… 다들 열심히 했는데 저희가 이렇게 우등반이 되어서 영광이고…….”

“쿠울-.”

해랑이 상투적인 소감을 내뱉자 옆에서 동생들이 대놓고 조는 척을 했다.

그 모습이 괘씸했는지 해랑은 나긋한 목소리로 앞으로의 포부를 내뱉었다.

“……앞으로도 멤버들을 잘 굴리며 활동하겠습니다.”

“아니. 전 안 졸았어요. 이 형들만 굴려주세요.”

“막내는 여기 와서 배신하는 것만 배웠나 보다.”

눈을 감고 재민의 어깨에 기대있던 준해가 재빠르게 먼저 발뺌하고 한이가 황당하다는 듯이 그를 쳐다봤다.

“상품권 받은 거로 모노크롬이 한턱 쏘면 안 돼요?”

“와아아!”

촬영하면서 그새 다들 친해졌는지 다른 출연진들은 모노크롬을 둘러싸고 축하한다면서 은근슬쩍 베풀기를 요구했다.

모노크롬을 제외하고도 스물다섯 명이었으니 거의 다섯 배의 인원에 둘러싸인 모노크롬.

“저기 빵집에서 타르트 하나씩 사 드리겠습니다.”

“에이. 고작 빵이 뭐…….”

“여기 특산품인데?”

“우, 우와! 너무 좋아요!”

우형이 연장자로서 빠르게 현장을 정리했다. 이런 스킬도 여기 와서 배운 건가.

어디까지나 이건 지역 홍보를 겸한 예능 프로그램. 특산품이란 소리에 아무도 반박을 하지 못했다.

어쨌든 우등반으로 뽑힌 덕분에 엔딩 땐 모노크롬이 센터에 설 수 있었다. 재미를 노린 예능이지만 노력해서 쟁취한 결과는 역시 기분 좋았다.

‘다음엔 예능 1등 말고, 음악방송 1위도 할 수 있기를.’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하려는 때.

“어? 비 오는 것 같아요.”

하늘은 맑고, 반짝이면서 조금씩 떨어지는 물방울.

누군가 꺼낸 말에 다들 하늘을 올려다보고, 모노크롬 멤버들은 우형을 쳐다보았다.

“저, 저 때문 아니에요……!”

내가 전에 ‘비가 오면 우리 팀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한 대로 우형은 착실히 책임 회피를 했다.

혼자서 부정하는 바람에 제 발 저린 것처럼 들리는 게 문제였지만.

“사전 인터뷰 영상 남아있던가?”

제작진 뒤에 서 있던 내게 손 PD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형은 부정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덕분에 마지막까지 분량을 챙길 수 있었다.

엔딩 촬영 후, 전 출연진은 그림일기를 한 장씩 썼다. 이건 스태프 롤이 나올 때 쿠키 영상처럼 소개될 예정이라나.

사전 인터뷰에서 우형이 일기 얘기를 꺼냈을 때 듣던 작가가 눈을 반짝이더니 바로 그 아이디어를 활용한 듯했다.

‘다른 애들 그림 실력은 어떠려나.’

슬쩍 지켜보니 그림에서도 성격이 드러났다.

꼼꼼한 우형, 느낌 있는 해랑, 서투르긴 해도 노력이 느껴지는 준해. 한이 그림은…… 조금 웃겼지만.

재민은 역시 모노크롬 그림 구멍 멤버로 뽑힌 게 이해가 갔다.

그렇게 이틀간의 촬영은 모두의 손에서 귀여운, 혹은 정신 사납지만 귀엽다고 봐줄 수 있는 일기로 정리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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