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95화 (95/430)

# 9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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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그거 알아? 오늘 예능촬영하는 돌들 45678인조임 ㅋㅋ

엔피버-모노크롬-이코드-SPID-유니온맥스 이렇게ㅋㅋㅋ

└헐 일부러 맞춘건가ㅋㅋㅋㅋㅋ

└엔피버 5인조인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알고있었나?

└얼마전에 멤버 한명 탈퇴해서 4인조

└아니 그걸로 4인조 섭외 맞춘거면 좀 너무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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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이돌부 방학캠프>에 출연한 다섯 팀 중 하나인 엔피버(N.fiver).

그룹명의 엔(N)은 팬들과의 and를 뜻했고 피버는 fever와 five를 합친 fiver로 표기했다.

이로 알 수 있듯이 엔피버는 5인조였다. 불과 두 달 전, 불미스러운 일로 멤버 한 명이 탈퇴하기 전까지는.

이제 데뷔 3년 차. 한창 성장세를 보여야 할 시점에 데뷔 이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그리고 한 줄기 희망처럼 예능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왔다.

그룹의 존폐가 위태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엔피버 멤버들과 회사는 이 프로그램을 마지막 동아줄처럼 생각했다.

4인조로 재편된 후 첫 공식 활동. 다시 예전처럼 회복할 수 있을지가 마치 이 촬영에 달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임 실패입니다.”

“허억.”

“야! 우리 빈털터리 됐어!”

잘하려고 했는데 너무 의욕이 앞섰는지 좀처럼 순조롭지가 않았다.

모든 팀이 동일한 포인트를 받았건만 엔피버의 포인트는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초반에 가위바위보로 탕진한 게 타격이 컸다…….”

“누가 계속하자고 그랬냐.”

카메라 앞이라 웃고야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울고 싶었다.

자신들이 운이 안 좋아 못하는 게임만 고른 게 아니라, 그냥 이 프로그램에 안 맞았던 게 아닐까.

서로 말은 안 해도 비슷한 생각에 우울해지려는 참에 엔피버 담당 작가의 구제안이 들어왔다.

“사실 저희가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참가비가 없는 게임도 마련했거든요.”

“정말요?!”

“지도를 보시면 몇몇 깃발 위에 동전 마크가 있는데요. 그곳으로 이동해 주시면 됩니다!”

반신반의하며 가장 가까운 동전 마크가 있는 위치로 도착하니 그곳엔 커다란 에어 풀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저희가 여름방학이라는 주제에 맞춰 물놀이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입수 한 명당 천 포인트, 멤버 전원 입수 시 5천 포인트 보너스입니다.”

“이거…… 그냥 벌칙 아닌가요?!”

“대가 없는 공짜는 없으니까요.”

탕진의 대가는 가혹했다. 재밌는 방송 분량을 뽑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지 작가는 밝은 표정이었지만 멘트는 그와 반대로 잔인했다.

그룹마다 인원수가 달랐기에 게임마다 그에 따른 밸런스 패치는 준비되어 있었다.

8인조인 유니온맥스라면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포인트도 많지만 보너스 포인트를 받으려면 8명 전원이 입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다만 엔피버는 인원이 가장 적은 4인조였으니 4명만 입수해도 바로 9천 포인트.

그러나 제작진들은 모르는 엔피버만의 문제가 있었다.

멤버들은 잠시 전략 회의를 하겠다며 카메라를 등지고 모여들었다.

엔피버의 리더인 임종훈이 옷에 달린 마이크를 막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무릎 다친 거 물 들어가면 안 되지?”

“그렇긴 한데. 이 정도는…… 괜찮을걸?”

“아냐. 괜히 그러다 덧나면 더 힘들어.”

산 넘어 산. 며칠 전에 멤버 엔제이의 무릎 부상이 있었다.

다행히 깊은 상처는 아니었기에 움직이는 데는 지장 없었지만 당분간은 조심해야 했다. 중요하지 않은 부위가 어디 있겠냐만 춤추는 사람에게 무릎은 더욱 중요하니까.

그리고 지금은 촬영에 지장이라도 갈까 봐 부상 사실을 숨긴 상태.

“너는 일단 감기 기운 있다고 하고 나머지만 들어가자.”

“그냥 나도 같이 할게. 나만 빠지면 그림 이상하잖아.”

안 그래도 몸 쓰는 일에는 사리고 있어서 마음이 불편한데 혼자만 빠져야 한다니.

제작진들이 기다리고 있건만 멤버들의 의견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리더 임종훈이 어느 쪽이든 결단을 내려야 할 때, 길 건너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빼 들고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보니 이쪽과 마찬가지로 스태프들이 모여있는 것을 봐선 다른 팀이 촬영하고 있는 듯했다.

그 장면을 본 종훈의 머릿속엔 아이디어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방법 하나 떠올랐는데 가능한지 작가님한테 한번 물어볼게.”

***

“안녕하세요. 선배님.”

“네? 아. 엔피버!”

종훈은 길 건너에 있던 그룹이 모노크롬이란 것을 알아채고는 곧바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한이가 스태프들에게 빵을 나눠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 죄송한데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음?”

“뭔데, 뭔데?”

종훈이 가장 가까이에 서 있던 한이를 붙잡고 부탁을 하자 근처에 있던 재민이 호기심을 보이며 다가왔다.

“사실 저희가 바로 옆에서 게임 진행 중인데 인원이 필요해서, 한 분만 도와주실 수 없나 하고…….”

“무슨 게임이요?”

“그게…… 입수요.”

“입수?”

입수가 게임이라니.

두 모노크롬 멤버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종훈은 우다다다 사정을 늘어놓았다.

“저희 네 명만 입수하면 바로 보너스 5천 포인트인데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한 명이 부족해서요! 보너스 포인트를 나누는 거로 어떻게 안 될까요?!”

“으음. 그러면 몇 포인트 나눠주는데요?”

“3천 포인트……면 괜찮을까요?”

엔피버가 한 명을 빼고 입수하면 겨우 3천 포인트지만, 흑기사로 한 명을 영입하면 3천 포인트를 나눠주고도 6천 포인트.

모노크롬도 단 한 명이 입수하는 것만으로도 곧바로 3천 포인트.

서로에게 나쁠 것 없는 거래였다. 물론 모노크롬에게 입수할 생각이 있다면.

한이와 재민은 시선을 교환했다.

“야. 우형이 형 모르게 반장 좀 불러와 봐.”

한이의 말대로 재민이 곧바로 해랑을 데려왔다. 해랑은 얘기를 듣고 잠시 고민했으나 그 고민은 5초도 걸리지 않았다.

“던져버려.”

멤버들을 굴리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하고 나섰던 그다운 결정이었다.

곧이어 준해까지 몰래카메라가 되어버린 이 계획에 참여하고 멤버들은 각자 자리를 찾아 은근슬쩍 우형에게 접근했다.

“어? 형, 마이크에 뭐 묻은 것 같은데?”

“어디? 안 보여.”

“여기. 잠깐 마이크 빼 봐.”

방송용 핀마이크는 목 부근에 있어서 우형 본인에겐 잘 보이지 않았다.

다시 이동하기 전에 카메라를 정비하느라 잠시 촬영은 일시 정지 중. 그래서 우형은 이게 한이의 연기인 줄도 모르고 아무 의심 없이 믿었다.

“마이크 멀쩡한데 뭐가…… 뭐, 뭐야!”

우형이 마이크를 빼내자마자 멤버들이 그를 들쳐 메고 뛰었다.

준해가 “저희 잠시 후에 뛸 건데 따라와 주세요.”라고 미리 말한 덕에 카메라도 그 장면을 놓치지 않고 담을 수 있었다.

“야! 이 자식들…… 어프흡.”

“신발 세이프.”

“나이스, 준해.”

준해는 어느새 우형의 운동화까지 벗겨 양손에 하나씩 들고 있었다.

옷이야 말리면 금방이라지만 운동화는 건조 시간 자체가 달랐으니까. 원활한 촬영을 위한 좋은 판단이었다.

“갑자기 이게 뭔데!”

“아하하하! 형 이제 가위바위보로 포인트 깎아 먹은 건 없던 일로 하는 거야.”

***

“……그리고 이 상황이란 거지?”

“네.”

인원이 필요한 엔피버와 포인트가 필요한 모노크롬. 그 둘이 전략적 임시 동맹을 맺은 것이었다.

어째서인지 우형과는 이야기가 안 되었던 것 같지만.

‘어쩐지 의상을 여유 있게 준비해 달라고 하더라.’

촬영에 앞서 멤버들 모르게 회사에만 전달된 이야기가 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의상은 여유 있게 준비해 달라고. 그리고 그 혹시 모를 상황이란 게 바로 이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이돌 단체 예능은 돌대회만 겪어봐서 이 방송도 그런 팀별 대항전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런 전개가 가능한지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탄생한 새로운 그림에 모노크롬 담당 작가와 엔피버 담당 작가는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눴다.

‘갑자기 왜 스태프 인원이 두 배가 되었나 했네. 애들은 9인조가 되어 있고.’

두 팀이 같이 움직인다면 두 팀 스태프도 같이 움직여야 했다.

모노크롬이 엔피버를 도와준 상황이어서인지 엔피버 측 소속사 스태프도 이쪽에 감사를 표했다.

“온세계 엔터 매니지먼트 실장 송성훈입니다.”

“뉴마 신주인 이사예요.”

상대 쪽 직원이 내게 먼저 악수를 건네며 인사했다. 이쪽은 실장인가.

“사실 촬영하면서, 모노크롬 직원분들을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저희를요?”

“멤버가 나가면서 막막한 마음에, 비슷한 상황에서 버틴 그룹이 있었나 찾아보다가……. 가장 최근에 비슷한 멤버 변동이 있었던 그룹이 모노크롬이었거든요.”

촬영 전에 출연진 정보는 대강 알아뒀기 때문에 엔피버가 멤버 탈퇴로 5인조에서 4인조가 된 것은 알고 있었다.

그 얘기를 지금 이렇게 엔피버 측 회사 사람에게서 직접 들을 줄은 몰랐지만.

‘하긴 우리도 지금이야 잘 해결되었지만 그땐 정말 어떻게 되려나 싶어서 막막했지.’

이 사람들이 바로 그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있었던 게 아닐까.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공통점에 급격히 감정 이입이 되면서 동질감이 들었다.

“고난을 어떻게 헤쳐나가고 계시는지 지켜보면서 모노크롬이 잘될수록 저희도 잘 풀릴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얻게 된다고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조금……. 아, 혹시 실례되는 말씀이었던 건 아니죠?”

“아니요. 응원해 주신다는 건데 기분 나쁠 게 있나요.”

몰랐는데 엔터 업계에서 모노크롬은 역경을 딛고 일어난, 아니 일어나는 중인 아이돌 그룹의 아이콘이 되어 있는 건가……?

항상 잘 나가는 아이돌만 보면서 부러워했는데 이런 어려운 사연은 또 처음 듣는 것이었다.

‘그렇지……. 잘나가는 그룹은 항상 소수일 수밖에 없지.’

세상에는 이렇게 원치 않게 휘청이고 주춤하는 그룹이 더 많을 터였다. 모노크롬을 포함해서 말이다.

쉽지 않은 업계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모노크롬을 보면서 희망 같은 걸 봤다는 이야기에 어깨가 조금 무거워지기도 했다.

다만 이게 그리 나쁘게 와 닿는 무게감은 아니었다. 팬들의 기대감과 비슷한 느낌.

“저희가 인원이 가장 적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좀 버겁더라고요.”

송성훈 실장이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었던 듯, 엔피버 멤버들은 모노크롬 멤버들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여기는 이래서 어렵고요, 여기서 포인트 털렸고요.” 하면서 고생스러웠던 자신들의 게임 진행 상황을 대략 알려주었다.

‘친구랑 싸우고 와서 형한테 이르는 동생 같네.’

아직 슬레이트는 치지 않았지만 조금 전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카메라가 두 팀의 모습을 담았다.

이 동맹은 모노크롬에게도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다른 방향에서 시작한 엔피버가 그간 지나온 게임 지점을 설명해 준 덕분에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지 대략적인 그림을 짤 수 있었으니까.

“좋았어. 그럼 우린 털린 포인트 다시 회수하러 가자.”

그리고 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형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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