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최고의 팀메이트>는 토요일 저녁에 방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토요일 낮에는 컬러즈들의 분위기도 괜찮았다.
단짠단짠 계획의 ‘단’을 맡은 그 꽃놀이 컨텐츠, 라이브 클립의 예고가 올라왔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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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뷰티풀 라이브클립 업로드?!!
어쿠스틱 버전인가봐ㅠㅠㅠㅠㅠ
└헐 웬일
└드디어 어쿠스틱뷰티풀이 영상 박제가 되는구나ㅠㅠㅠㅠㅠㅠ
└아 이게 봄이지
└몬클이들이 어디 있다는 거야 내눈엔 꽃밖에 안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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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쇼케이스 팬미팅에서도 의 어쿠스틱 버전 반주를 깔고 다섯 명이 부른 적이 있긴 있었다.
다만 온라인 송출이 끝난 후에 현장에서만 불렀기 때문에 공식으로 영상이 남지 않았다.
팬들이 찍은 영상도 있었지만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노래를 다시 카메라에 담으면 음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컬러즈들도 이제 떡밥 투척 속도에 익숙해졌는지, 새로운 컨텐츠가 올라와도 ‘갑자기 왜 저래 불안하게;;;’라는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오, 웬일로 잘하네.’ 하는 반응이었다.
그렇게 예고편에 기대감을 불태우며 한동안 화목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최고의 팀메이트> 예고편이 TV를 통해 송출되기 전까지는…….
‘기어이 올 게 왔구나.’
나도 촬영하면서 봤듯이 게스트끼리 하하호호 즐겁게 게임을 진행하는 예능이었지만 마음 편히 볼 수 없었다.
이것 때문에 그간 얼마나 마음을 졸이고 고통을 받았던가.
어차피 맞을 매라면 빨리 맞는 게 낫지. 매 맞을 예정이니 내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건 정말 고역이었다.
이제 그 걱정도 끝이란 생각에 차라리 후련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 주 예고가 나왔을 때.
‘그룹명이나 ‘전 멤버’ 같은 자막이라도 붙어 나왔으면 진짜 화날 뻔했는데.’
다행히도 예고편에 재민과 윤환을 의미심장하게 붙여놓은 장면은 없었다.
두 사람의 존재만으로 충분하니 다른 어그로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건지.
다른 게스트들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나와서 아마 모노크롬을 모르는 시청자들은 평범한 예고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만 공중파 채널의 주말 저녁 시간대를 차지한 예능 프로그램.
전국의 수많은 시청자 중에는 당연히도 우리의 컬러즈가 포함되어 있었다.
[헐 최고의팀메이트 담주 예고에 재미니!!]
[엥?]
[미친]
마침 TV를 보다가 예고편에 재민이 나왔다는 소식을 SNS로 알리던 한 컬러즈는 이렇게 단 몇 초 만에 태도가 바뀌었다.
예고편을 보지 못한 컬러즈는 갑자기 폭주하는 일부 컬러즈를 보고 [뭔데?! 뉴마가 또 뭔 짓 함?!] 하며 급히 상황부터 파악했다.
방송계에 한 획을 긋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게스트 구성.
덕분에 예고편 소식은 팬덤 너머로까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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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이돌 그룹 탈퇴멤과 교체멤이 같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
(예고편 영상 클립)
QBC 최고의 팀메이트 다음 주 방송ㅇㅇ
솔로 아티스트 채윤환=모노크롬 탈퇴 멤버
모노크롬 메인댄서 명재민=채윤환 교체 멤버
└헐 미쳤네ㅋㅋㅋㅋㅋㅋ
└내돌이었으면 보고 아찔했을듯ㅋㅋㅋ;;
└방송에서 둘이 같은 팀임?
└예고편에선 아직 안 나옴
└저 방송 전에도 게스트 특이하게 섭외한 적 있지 않았나ㅋㅋ 동명이인끼리 모아둔 거였나?
└그날 방송 혼파망레전드
└ㄷㄷ 손피디 똘끼 하나는 ㅇㅈ합니다
└따지자면 둘다 교체멤임ㅋㅋ 채윤환도 명재민 교체멤이엇음 채윤환 탈퇴하고 명재민 다시 돌아온거
└로테이션제 그룹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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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모노크롬과 상관없는 대중들은 강 건너 불구경 포지션이었다.
체감상 괜찮냐며 걱정하는 반응이 3할, 방송이 궁금하다는 반응이 7할 정도.
댓글을 보니 <최고의 팀메이트>를 담당한 그 PD가 특이한 발상을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나마 아이돌 팬들은 ‘내 아이돌이었으면 환장했겠다’며 이입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컬러즈에겐 그게 현실이라고!’
가만히 있다가 느닷없이 뒤통수를 얻어맞은 컬러즈는 황당함과 분노를 거친 어휘로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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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뉴마ㅁㅊ놈들
일 좀 잡아오라고 염불외었다고 엿먹이는거지 지금?
잡아와도 어떻게 이런 일을 잡아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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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BC까지 쌍으로 사탄들 아녀
소속사건 방송국놈들이건 믿을놈 하나없다
기다려 내가 로또 당첨돼서 몬클전용 제작회사도 세우고 공연장도 세울거야 ㅅ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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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난 지금 멤버들이 젤 걱정돼
애들 속도 말이 아닐텐데 ㅠㅠ
저거 촬영하고 심란할텐데 우리 보라고 라이브클립까지 찍고 속상하다 증말……
ㅎㅏ.. 소주까러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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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참..ㅋㅋ 대낮부터 떡밥주길래 웬일이냐 했더니 이거나 먹고 떨어지란 거였어
몬클이들은 이용당했다
우리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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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자기들끼리 댓글을 달아가며 도란도란 잘 소통하던 컬러즈.
지금은 소통보다는 분출이 먼저였는지 댓글도 안 달리고 자기 할 말만 격렬하게 쏟아내는 중이었다.
다만 컬러즈의 반응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있는지 게시글의 조회 수는 평소보다 배나 높아졌다.
‘역시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로 화제 되는 게 빨라…….’
몇몇 인터넷 언론사들은 벌써 [‘최고의 팀메이트’ 아이돌 그룹 전멤버-현멤버 동시 출연…최악의 팀메이트?] 하며 기사를 업로드했다.
기사가 하나둘 올라오니 우후죽순으로 같은 내용의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예고편만 보고 쓴 기사여서 그런지 별 실속 있는 내용은 없었지만.
‘시청률은 잘 나오겠네. 하아…….’
그 와중에 컬러즈에게 아직 윤환은 대놓고 언급하기 어려운 존재였기에, ‘설마 둘이 팀이 되는 게 아니냐’며 말하지도 못하고 은근슬쩍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 내 눈에도 보였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란 회원이라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었다.
팬이 아닌 듯한 누군가가 기어이 ‘둘이 같은 팀 되면 어떡함?ㅋㅋ’이라며 속을 긁는 글을 써 올렸지만 컬러즈는 초지일관 ‘병먹금’으로 흘려보냈다.
설마 아니겠지 하며 그런 가정 자체를 외면하고 싶은 듯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야!’
이미 알고 있는 나로서는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컬러즈 마음도, 내 마음도 난장판이 되어 있는 와중, 라이브 클립이 예고대로 일요일 정오에 업로드되었다.
엔터 업계에 주말은 없다지만 일반적으로 출근은 안 하는 날.
그런데도 주말에 굳이 영상을 업로드하는 안 하던 짓을 한다? 그것도 예고편으로 난리가 난 이 시점에?
뉴마가 노리고 올렸다는 의도를 들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효과는 확실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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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뉴마 머리쓰네
이 상황에 옛다 떡밥 하고 던져주면 좋아할줄알았나 ㅆX 사실 좋긴 해서 더 기분 나쁘네
└너네가 뭔데 우리 마음을 간파해?
└뉴마 수작질에 당하는 기분이라 짜증나ㅠㅠㅠ
└멤버 방패 쓰지 말라고 뉴마 주제에
└몬클이들은 죄없으니까 그래도 무한재생중이긴 한데..
└젠장.. 6년차 컬러즈인 이 내가 그 뉴마에게 조련당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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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은 여전했지만 멤버들의 얼굴을 본 컬러즈는 어제보단 많이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
멤버 방패. 어감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이번엔 정말 멤버들로 무마하려고 계획한 일이라 할 말은 없었다.
컬러즈에게 이보다 잘 먹히는 진정제는 없었으니까.
‘그래도 이번엔 서로를 위해서 이런 거였지, 정말 나쁜 의도였으면…….’
회사의 입장에선 이익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인간성에 조금 반하더라도 말이다.
내게 주어진 퀘스트 내용은 뉴마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키우는 게 아니고 모노크롬을 키우는 것이라지만.
기간 내에 대상감 그룹을 만드는 것은 어설픈 방법으로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아직 막연한 목표여서 최대한 많은 사람을 배려하며 일하고 있는데 나중엔 이런 마음도 변하기도 할까. 생각이 많아졌다.
주말 내내 머릿속이 시끄러웠던 나는 마음이 불편해 편히 쉬지도 못하고 다시 월요일을 맞이했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오피스텔 아래로 내려오니, 차를 세워두고 대기하던 최 비서가 내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밤새 못 주무셨습니까?”
“내 얼굴 그렇게 심해 보이나?”
아침에 보니까 다크서클이 심한 것 같긴 했어.
“회사에 도착하기 전까지라도 조금 눈 붙이시는 게 좋겠습니다.”
“잠이 왔으면 집에서 벌써 잤지.”
전에도 무리하다가 쓰러진 적이 있으니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나도 또 그 꼴을 안 보이려고 노력은 했지만…… 잠이 안 오는데 별수가 있나.
이 정도로 컬러즈들이 폭발한 것은 윤환 탈퇴 이후 처음이었다. 재민이 복귀했을 땐 폭발보다는 혼란이었으니.
‘이번엔 우리 잘못도 아닌데. 우리도 방송사에 당한 건데.’
차라리 내 잘못으로 욕먹었으면 이렇게 억울하지라도 않았지.
출근해 보니 얼굴에 피로가 묻어 있는 것은 우형도 마찬가지였다.
“넌 또 왜 피곤한 얼굴이야?”
“저도 주말에 방송 봤는데…….”
예고편을 보고 여러 반응이 걱정되었던 걸까.
우형은 어깨를 떨어트리며 힘없는 말투로 말했다.
“촬영은 잘했냐고 물어봤는데 재민이가 말을 안 해주더라고요. 방송으로 보라던데요…….”
그의 손에는 예전에 내가 재민에게 받았던 것과 똑같은 피로회복제가 들려있었다. 재민이 줬다면서.
‘소악마가 여기 또 있었네.’
촬영한 본인이 걱정을 장난스럽게 넘길 정도로 괜찮다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우형은 성격상 걱정을 차마 떨칠 수 없어서 나처럼 머리가 복잡한 듯했지만.
“윤희 씨가 그러는데 본인이 어쩔 수 없는 일엔 크게 미련 두지 말래.”
“저도 그러고 싶은데…….”
머리로는 아는데 실천은 안 되는 좋은 조언. 나도 그 마음 알지.
복도에는 나와 우형이 쌍으로 한숨 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며칠 후, 컬러즈가 완전히 진정되는 데는 잡지 발매 덕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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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뭐냐..ㅠㅠ..
우형이 자기는 데뷔 못하더라도 동생들 꼭 데뷔시키고 싶었대..
애들도 연습생때부터 우형이 외에 다른 리더는 생각해본 적 없었대ㅠㅠ..
나 밖에서 읽다가 눈물 났어..
└데뷔해줘서 고마워 울 리더ㅠㅠㅠㅠㅠ
└지금 몬클이들 모인 거 너무 감사한 일이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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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공개 컷으로 기대감을 잔뜩 채운 후, 화보 사진을 영접하길 기대하던 컬러즈는 생각지도 못하게 인터뷰를 읽고 눈물바다를 이뤘다.
그런 컬러즈의 반응을 보다 보니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이런 제대로 된 인터뷰도 정말 몇 년 만일지도.’
그간 소통 방송이나 비하인드 등으로 그때그때의 기분과 생각을 소소하게 말한 적은 많았어도 이렇게 진중하게 답변할 기회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와 다른 색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평소에 쉽게 꺼내기 어려웠던 이야기도 전해줄 수 있었고, 촬영 현장도 꽤 재미있었고.
이번 <멘즈 서클> 화보 촬영은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
한차례 풍파가 지나간 자리였지만 나도 오래간만에 훈훈한 마음으로 팬들의 반응을 살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내 눈에 들어오는 게시글 제목이 하나.
[혹시 예전에 그 ㅈㅇㄴ 이건가?]
‘ㅈㅇㄴ’이라니.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ㅈㅇㄴ’은 하나뿐이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주인님 사건’.
한이가 뷰이라이브에서 자기도 모르게 ‘주인 님’이라고 말했다가 황급히 입을 막았던 그 사건 말이다.
외부에 내 이름이 알려지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원인이 되는 사건이기도 했다.
그날 이후로 언급이 없어서 잘 지나갔겠거니 하고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게 왜?
불안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게시글을 클릭해 보니 본문엔 작은 이미지가 하나 첨부되어 있었다.
<멘즈 서클>의 모노크롬 인터뷰 페이지 아래에 작게 포토그래퍼나 어시스트 등의 스태프진 이름이 적혀있는 부분을 찍어 올린 사진이었다.
[Stylist 이아란 신주인]
“악?!”
함께 일하는 스타일리스트 스태프 이름 옆, 당당히 적힌 내 이름을 목도한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괴성과 함께 인터넷 창을 닫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