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72화 (72/430)

# 7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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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즈서클 선공개컷 봤냐 보고 기절했다가 너무 충격적이라 바로 깨어남

천지가 뒤집히고 세상이 펄쩍 뛸 비주얼

└저게 B컷이면 잡지엔 대체 뭐가 들어간건데 헠헠

└오피스룩 화보라니 미쳣냐고ㅠㅠㅠㅠㅠㅠ

└기획하신 거 누군지 가방끈으로 세계일주가능

└지금 내 머릿속에서 드라마 하나 뚝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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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크롬 스포한 거 저거네?!

해랑이랑 재민이 안경이네?ㅠㅋㅋㅋㅋㅋ

└헐 그거 스포였넼ㅋㅋㅋㅋㅋㅋㅋㅋ

└안경처돌이는 행복합니다

└안경처돌이222 요즘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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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저런 사람들 있었으면 출근도 즐거울텐데

보고나니까 현실은.. 퇴사할까

└저런 회사 대체 어디있나요..

└ㄹㅇ 사직서들고 면담요청했는데 저런 상사가 기다리고있다? 평생노예계약 사인하고 뒷구르기하면서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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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200 백수vs몬클이랑 같이 회사다니고 주7일 야근하기

└아묻따2

└주7일 업계포상 아니냐

└근데 몬클이들은 소중하니까 칼퇴크롬하고 야근은 너만 해야함

└아나 상상만이라도 행복하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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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촬영한 <멘즈 서클>의 화보 선공개 사진이 떴다.

멤버별로 B컷 사진 하나씩 총 다섯 장. 조금 더 오프 모습에 가까운 편안한 분위기의 사진들이었다.

컬러즈는 당연하게도 모노크롬의 오피스룩에 환호했다.

모노필름 시퀄 활동 때도 무대 의상은 주로 수트 계열이었지만, 이 수트와 그 수트는 좀 다르다고 할까.

무대 의상으로 표현하는 수트와는 분위기에 차이가 있었다.

‘사실 수트 하면 하나 더 생각나는 게 있는데…….’

본격적인 컴백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셔츠와 수트를 입고 촬영했던 새 프로필 사진.

몇 년이나 이어진 악동 컨셉에 지친 컬러즈에게 단비처럼 내려온 모던한 컨셉의 사진이었는데.

윤환이 곧 탈퇴해 얼마 걸리지 못하고 결국은 내려가고야 만 비운의 사진이었다.

각 잡고 찍은 수트 사진에 목말랐던 건지, 사진이 내려간 이후에도 일부 컬러즈의 SNS 프로필 사진에는 종종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오피스룩 화보 선공개 사진이 공개되자마자 컬러즈들의 프로필 사진이 순식간에 바뀌어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똑같은 사진들을 달고 우르르 주접을 떠는 모습이 좀 귀엽게 보이기도…….

‘선공개만으로도 이런데 잡지 나오는 날엔 또 얼마나 좋아할지……. 아니, 잠깐.’

며칠에 나오던가, 다시 확인하기 위해 달력을 쳐다보다가 중요한 사실이 하나 떠올랐다.

‘잡지 발행일이…….’

……<최고의 팀메이트> 예고편이 뜨고 며칠 후였다.

요즘 내 머릿속 걱정의 8할은 이 프로그램이 차지했다.

재민과 윤환이 출연하는 회차의 전 회차. 그러니까 일주일 전에 방영하는 회차엔 ‘다음 화 예고’가 붙어 나올 테고.

그 예고 영상에선 두 사람이 함께 게스트로 나온다는 것이 밝혀질 테고.

그때부터 뉴마 미쳤냐며 온갖 커뮤니티와 SNS에 난리가 날 테고.

‘솔직히 방송 후도 걱정되긴 하는데.’

촬영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촬영 현장 분위기가 꽤 좋았기에 아무리 악마의 편집을 가미하더라도 그리 심각하게 뽑힐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본방보다는 예고편이 더 걱정이었다.

예고편이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다음 주 방송을 기대해달라는 의도의 영상 아니던가.

시선을 끄는 온갖 자극적인 요소가 압축되어 있을 터. 그리고 이 회차에서 제일 자극적인 요소는 재민과 윤환이었다.

예고편을 접한 컬러즈, 그리고 윤환 팬덤, 그 외 대중들은 일주일간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겠지.

그러니 예고편 공개부터 본방일까지 일주일 동안 뉴마 욕이 피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 시기에 컬러즈가 좋아할 만한 떡밥을 풀어서 어떻게든 잘 넘겨보자는 게 내 계획이었고.

‘일명 단짠단짠 계획이지.’

다행히 <멘즈 서클> 발행일이 딱 그 시기에 껴 있었다.

예고편으로 난리 났다가, 잡지 보고 조금 가라앉았다가, 본방송 보고 또 뒤집혔다가.

난리가 나는 것은 막을 수 없겠지만 중간에 쿠션이 하나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컬러즈의 멘탈은 조금 더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지금은 단짠의 ‘단’ 부분이 부족했기에 뭔가를 더 만들어내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컨텐츠를 위해 회의를 소집한 참이었다.

아이디어 단계의 소소한 회의를 할 때는 주로 이 멤버였다.

팬들을 잘 아는 윤희, 멤버들을 잘 아는 민형, 어쨌든 일 잘하는 최 비서. 여기에 노래 관련 컨텐츠면 송준오 프로듀서가 끼고.

이 사이에서 나는 무슨 역할이냐면…… 자금줄을 쥔 최종결정권자?

아무튼, 이번 회의의 키워드는 ‘휴일’이었다. 모노크롬의 휴일.

모노크롬도 길었던 컴백 프로젝트 이후로 이제 처음 휴식 기간이 찾아온 것이었다.

물론 현역 아이돌에게 휴식 기간이란 준비 기간이나 마찬가지지만.

“모처럼 날씨도 좋은데 계절에 맞추는 게 낫지 않을까요?”

“봄이니까…… 꽃놀이는요?”

“봄이랑 어울리기는 하는데 벚꽃도 다 졌고…… 사실 일반적인 꽃놀이 시기는 지났잖아요.”

내가 꽃놀이를 언급하자 윤희가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사실 꽃놀이 하면 벚꽃만 있는 건 아니지만 녹지가 많지 않은 서울 안에서는 대개 벚꽃 가로수 구경을 칭했다.

공원이나 수목원 등엔 지금 시기에 개화하는 꽃들도 많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찾아오는 사람이 많을 터.

우리가 촬영하겠다고 사람들 통행을 막고 전세를 내기엔 좋지 않은 시기였다.

게다가 컬러즈의 시선을 흩트려놓자는 불순한 목적으로 제작하는 컨텐츠였기에 멀리 나가지 않고 간단히 촬영할 예정이었다.

‘그럼 꽃놀이는 기각인가…….’

얼마 전에 아파서 혼자 서러운 와중에 봤던 엄마의 꽃놀이 사진이 내심 가슴에 사무쳤던 모양이다.

마침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안 된다고 하니까 생각보다 더 아쉽네.

“음……. 그럼 다들 주말엔 뭐 해요?”

직장인의 휴일이란 주말이니까.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까 하여 질문을 건넸다.

“저는 뭐, 친구 만나고 영화 보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그냥 소소하네요.”

어쩌면 가장 힐링이 필요한 직무를 맡고 있는 윤희.

소소하다고 말하지만 정말 휴일다운 휴일을 보내는 듯했다.

영화도 좋지. 하지만 저작권이 있으니 영화 감상을 컨텐츠로 만들 순 없었다.

그래도 딱 정석적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엔 민형을 쳐다보았다.

“아이리스…….”

“네……. 알겠어요.”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으니까 거기까지.

일반적인 주5일 근무 직장인은 아닌 그는 쉬는 시간에 몰아서 덕질을 하는 듯했다.

나도 요새 아이돌들은 뭐 하나 찾아보고 다니니까 비슷하다면 비슷한가.

“최 비서는?”

최 비서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저 한결같이 차분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었다.

제일 인간미가 안 느껴지는 그는 휴일에 뭘 하고 보낼지 상상이 안 갔다.

“음. 별로 재밌는 건 안 합니다만…….”

“최 비서님은 아침에 커피 내리면서 뉴스 보다가 운동하러 갈 것 같지 않아요?”

만족할 만한 대답이 안 된다는 듯이 머쓱하게 웃는 최 비서 옆에서 민형이 거들었다.

뭐야. 그 상세한 최 비서 캐해석은.

그건 아니었는지 최 비서는 조금 더 자세하게 대답했다.

“본가에 내려가기도 합니다. 부모님 대신 강아지 산책도 시키고…….”

최 비서가 강아지 산책……?

평소엔 칼정장인 그가 편한 차림으로 강아지를 데리고 걷는 장면이라니.

확실히 이것보단 민형이 말한 쪽이 더 상상이 잘 가는 편이었다.

‘당연한 일이긴 한데 사생활이 있다고 하니까 되게 신기하네.’

모노크롬 멤버들이야 평소 이런저런 모습을 봐와서 이제 게임 캐릭터라는 생각은 잘 안 들었다.

그런데 최 비서는 일하는 모습밖에 못 봐서 아직 내 머릿속에선 예전의 게임 이미지가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있고 회사 밖에서의 생활도 있겠지. 그게 당연하지.

타인을 다른 세계 사람처럼 여기는 건 별로 좋지 않은 일이었기에 나는 다시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최 비서도 평범한 사람이다…….

“이사님은 주말에 어떻게 지내십니까?”

이번엔 최 비서가 내게 질문해왔다.

내가 이들에게 주말에 뭐 하냐고 물어본 이유가 있었다.

이 몇 년 동안의 내 주말을 떠올려보면 생각나는 게 전혀 없어서.

“집에만 있었는데…….”

“원래 어디 잘 안 나가시나 봐요?”

평범한 집순이겠거니 생각했는지 가벼운 말투로 민형이 물었다.

집순이긴 집순이였는데 좀 우울에서 비롯한 집순이였다고 해야 하나.

그간 회사 가는 날 아니면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으니.

지금도 딱히 다른 점은 없다만. 그래도 최근엔 나도 나가고 싶었다고.

“시간만 되면 꽃놀이도 가려고 했는데요…….”

“주말에 다녀오지 그러셨어요.”

“갈 기회가 없어서 컨텐츠 아이디어로 내본 거예요.”

내가 꽃놀이에 자꾸만 미련을 보이니 윤희도 입을 열었다.

“일하러 가는 것보단 친구랑 가는 게 맘 편히 구경하실 수 있으니 낫지 않겠어요?”

“친구가 없…….”

아니, 말이 이상한데?

아무 생각 없이 말하다 보니 다른 뉘앙스로 들릴 수도 있겠다 싶어서 급히 부가설명을 덧붙였다.

“아니, 없는 게 아니라 이 세상에는 없…….”

“…….”

이것도 이상한데.

친구가 없는 게 아니라고 해명하느라 나도 모르게 ‘이 세상’이란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이 세상에 없다니, 저승에 있다는 것처럼 들리잖아.

‘근데 친구가 없는 게 맞긴 한가?’

회사에 다니면서 친구들과 연락이 뜸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금 ‘이 세상’에 와서는 엄마 외엔 연락도 안 되고 있고.

변명을 떠올릴수록 뭔가 점점 이상해져 가는 것 같아서 나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그 말을 끝으로 말이 없자 다른 의미로 해석했는지 회의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았다.

“크흠. 아니, 뭐. 해외에 계셨으니까 그럴 수도 있죠.”

“생각해 보니 꽃놀이도 나쁘지 않은 것 같네요.”

“장소 섭외해보겠습니다.”

아. 친구들은 해외에 있다고 하면 될 것을.

나도 ‘해외에서 온 대표 딸’이라는 내 설정을 자꾸 잊어서 그 변명을 미처 떠올리지 못했다.

다들 알아서 해석한 듯도 하지만…… 뭔가 동정의 시선으로 보는 듯도 하고.

‘그래도 가고 싶기도 했는걸…….’

그렇게 모노크롬의 새 컨텐츠 주제는 어영부영 ‘꽃놀이’로 결정되었다.

***

“라이브 클립이요?”

“응. 장소 섭외해서 야외에서 찍을까 하고.”

꽃놀이 컨텐츠는 좀 더 상세한 회의를 거쳐 이번 앨범 수록곡인 의 라이브 클립 촬영으로 변경되었다.

마침 쇼케이스 팬미팅에서 준해의 개인 무대로 사용했던 어쿠스틱 버전이 있지 않은가.

어쿠스틱 버전도 음원으로 내 달라는 컬러즈의 요청은 계속 있었다.

음원 발매까지는 아니지만 영상으로 그 바람도 충족시켜줄 수 있고 필요한 컨텐츠 수급까지!

나름 일석이조 계획이었다.

“그런데 서울 근교에선 장소 섭외가 마땅치 않아서 좀 멀리 나갈 수도 있어. 아마 하루 꼬박 쓰게 될 거야.”

이동 시간이 길어지면 피곤할 테니 양해를 구하고자 한 말이었다.

그런데 멤버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반겼다.

“멀리 나가는 거 좋은데요?”

“저도 좋아요!”

한이를 필두로 다들 좋다며 강렬하게 어필했다.

그 사이에 있던 해랑은 갑자기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과반수에 따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멤버들을 너무 회사에 가둬놨나?’

소풍을 앞둔 어린이들 같은 반응이라니. 회사에 있는 게 답답했던 걸까.

회사 벗어나는 걸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다.

‘좋아해 주면 나야 다행이지.’

내가 가고 싶어서 제안한 거라 조금 양심에 찔렸는데 다들 환영하는 분위기면 나도 안심이니까.

그런데 이 이후로, 컨텐츠를 준비하는 동안 이따금 멤버들의 이상 행동이 감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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