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65화 (65/430)

# 6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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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클이들 예능 나갔음 좋겠다

활동 끝난지 얼마나 됐따고 벌써 허해ㅠㅠ 더 보고싶어

└ㅁㅈ 몬클 재밌는거 널리 알려야 한다

└진짜 불러만 주시라고요 다섯명 모아놓기만 해도 오디오 안 빈다고요

└내 동생도 몬클채널 영상 재밌다고 이제 지가 먼저 찾아보던데 방송국놈님들아 젭라ㅜㅜ

└미튜브도 좋지만 대중성은 방송이 넘산데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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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이 끝나고도 끊임없이 올라오는 비하인드에 빠져 있는 컬러즈들.

비하인드 영상엔 멤버들끼리 장난치면서 노는 장면이 많다 보니 ‘이 모습을 남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더 나아가서 ‘방송에 나가서 많은 사람이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며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길 바라는 컬러즈의 의견이 많아졌다.

지금껏 모노크롬의 예능 출연 경력은 이렇다 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나마 게임에선 내가 스케줄을 골라서 할 수 있었는데 난 방송에도 자주 안 내보내고 뭘 했던 걸까.’

모노크롬이 첫 아이돌이었던지라 모아둔 자금도 없는 가난한 가상의 엔터 대표였던 나.

덕분에 방치되기 이전부터 모노크롬의 활동은 수익과 지출을 재가며 소심하게만 이어졌다.

그런데 방송 출연은 돈벌이에는 좋지 않은 편이었으니까.

내가 선택한 스케줄은 게임에서는 그냥 ‘스케줄이 진행되었다’로 끝이었지만, 이 세상에선 인지도 없는 신인 아이돌이 할 수 있을 만한 활동으로 치환되었다.

지방 행사의 많은 출연진 중 끄트머리에 작게 들어가 있거나 출연료만 맞으면 아무나 섭외해도 됐을 만한 스케줄들.

그나마 나가는 예능에선 그저 머릿수 채우기용 게스트였는지, 방송에 나가는 장면은 짧은 자기소개와 스쳐 지나가듯 나오는 리액션이 전부였다.

1시간 남짓한 방송에서 멤버들 분량을 아무리 끌어 모아 봐도 2, 3분.

그런 것만 찔끔찔끔 주워 먹고 살아왔던 것이다. 컬러즈는!

게다가 윤환을 영입한 후에는 윤환의 개인 스케줄 위주로 돌렸기 때문에 단체 활동은 없다시피 했고.

‘애들이 자기들끼리 재밌게 노는 게 어쩌면 그런 상황 속에서 자연스레 단련된 결과일지도…….’

그나마 뭐라도 보여주겠다고 열심히 자기들끼리 새로운 주제를 들고 와서 뷰이라이브를 해왔던 듯했다.

매주 새로운 개그 프로 코너를 준비해야 하는 코미디언도 아니고 말이지.

‘아이돌이 아무리 만능 엔터테이너라지만 원래 이런 고생까지 하나. 잘 모르겠다…….’

그러나 멤버들 선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뷰이라이브라는 것은 대중들에겐 접근성이 떨어졌다.

그나마 접근성이 높은 미튜브는 편집을 해 줄 사람이 필요했기에 회사의 지원이 필요했다. 그래서 업로드 빈도가 처참했던 거고.

팬들이 뷰이라이브를 직접 편집해 올리며 모노크롬 영업에 힘썼으나……. 뉴마가 누구던가. 있는 팬도 다 내쫓은 소속사 아닌가.

조회수가 떨어지는 영상은 알고리즘의 간택도 받기가 어려웠고 컬러즈는 점점 그들만의 리그, 고인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옛말!……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 나도 팬들과 마찬가지로 TV 프로그램 입성을 노리고 있지만.

‘이 세상엔 아이돌이 너무, 너무 많아.’

활동하는 아이돌도 많고 데뷔하는 아이돌도 많았다. 이 파란 속에서 살아남는 그룹이 있는 반면 가라앉는 그룹도 있었다. 모노크롬은 후자에 가까웠고.

손님이 별로 없는 음식점이 회심의 신메뉴를 개발해도, 손님들은 새로 개장한 업소에 더 끌리는 법.

추후에 유명해질지도 모르는 신인과, 6년 차에 애매한 위치인 모노크롬.

방송국은 이 중에서 신인을 선택하는 편이었다.

나가고 싶다고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나는 내 자리에서 열심히 영업하며 내 할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미끼를 열심히 뿌려댄 덕분일까. 겨우 하나가 걸려왔다.

“공중파라고?”

내가 출연 요청을 확인하고는 표정이 확 밝아지자, 최근 들어 내 표정을 살피던 최 비서도 슬쩍 웃어 보였다.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무려 공중파 예능인데!

돌대회 섭외가 왔을 땐 찢어버리려고 했던 나였지만 이제 슬슬 이곳의 생태에 굴복하고 있었다.

이번에 요청을 준 곳은 여전히 모노크롬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돌대회 방송국인 ZBS……는 아니었고, 이번 활동 때 음악 방송에도 나갔던 QBC였다.

‘단체가 아니란 점은 좀 아쉽지만.’

출연 요청은 모노크롬 5인이 아니라, 재민에게 온 것이었다.

이번 돌대회 녹화에 참여하지 않은 재민에겐 복귀 후 첫 공중파 예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촬영 날짜가 좀 급박합니다.”

어차피 스케줄도 없고……. 우리야 섭외가 들어오면 최대한 상대방에 맞춰서 빠르게 처리하고 있었으니까 일정이 빠른 것이야 큰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뭐 얼마나 빠르길래? 하며 마저 내용을 확인해 보니.

“내일모레?!”

바로 내일이나 당일이 아닌 걸 감사해야 하나.

그런데 계속 제작해 온 프로그램인데 뭐 이렇게 섭외를 촉박하게 해?

“이거 아무래도 펑크 땜빵 같지……?”

“……그럴 확률이 제법 높다고 생각됩니다.”

갑자기 웬 예능 섭외냐 했더니만 역시나. 아니, 내가 역시나라고 하면 안 되지.

들어와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상황이니까.

‘그래도 땜빵으로 불리다니 좀 쓰리다…….’

연예계가 다 이런 건가. 기분 상한다고 거절할 배짱은 허락되지 않는다는 게 슬픈 현실이었다.

재민에게 섭외가 들어온 프로그램은 <최고의 팀메이트>.

다양한 분야의 연예인이 팀을 짜서 함께 게임을 진행하며 의외의 조합으로 다양한 매력을 이끌어내 보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다.

확실히 그룹이 단체로 나갈 만한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재민이지?’

개인 댄스 무대로 조금 화제가 됐던 게 방송국 귀에도 들어간 건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공중파 예능을 놓칠 순 없지.

재민을 불러 출연 요청이 들어왔음을 알려주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요? 왜요?”

“이번에 활동을 잘해서 제작진들 눈에 띈 거 아닐까?”

방송 나가고 싶다고 염불만 외다가 정작 불러주면 ‘왜?’라는 생각부터 드는 것은 재민이나 나나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나도 똑같은 의문을 품었던 건 비밀로 하고 대충 좋은 얘기를 하며 넘겼다.

재민은 이렇게 콕 집어서 섭외가 들어왔다는 것 자체에 놀랐을 뿐, 곧바로 촬영일이라는 얘기에는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저 몸 쓰는 거면 잘해요.”

“응. 믿음직하네.”

갑작스러운 예능 섭외였지만 나도 조금은 안심할 만한 구석이 있었다.

바로 마이 엔터의 예능 레벨. 한이와 재민이 모노크롬 예능 레벨 투톱이었으니까.

재민이 한이와 붙어있을 때 3인분의 오디오를 채우며 시너지를 일으키던 이유가 있었다.

‘출연진은 아직 미정이라고 했지.’

프로그램 특성상 원래 안 알려주는 모양이라 재민이 방송에서 누구와 팀을 짜게 될지는 예상할 수 없었다.

모노크롬 단체는 선배로서 어색해할 때가 있었지만, 다행히 재민 개인은 낯을 안 가리는 편이라 큰 걱정은 없었다.

“오케이. 그럼 나가는 걸로 하고, 컨디션 관리 잘하고 있어.”

“그런데 저 염색은 그대로 놔둬요?”

그렇게 이야기를 정리하고 끝내려는데 재민이 고개를 숙여 자신의 머리카락을 보여주며 말했다.

활동 전에 탈색한 그의 금발 염색 머리는 뿌리 부분이 약간 자라 있었다.

그렇지. 아이돌은 염색이 일상이었지.

“일단…… 샵부터 예약하자.”

공중파 예능이면 모노크롬을 모르는 시청자들도 많이 보겠지?

최대한 이쁘게 꾸며서 보여줄 거야.

내가 이 세상에 와서 잡힌 두 번째 공중파 예능.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자 의욕에 불타올랐다.

***

<최고의 팀메이트> 촬영일.

MC를 맡은 25년 차 예능인 나윤철의 대기실에 프로그램 기획을 맡은 손영식 PD가 찾아왔다.

“어유. 일찍 오셨네요.”

“어~. 손 PD. 내가 뭐 언젠 늦게 왔나. 그나저나 죽을상이더니 잘 해결됐나 봐?”

<최고의 팀메이트>는 게스트 세 명씩 세 팀을 꾸려 게임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한 회에 총 9명의 게스트가 출연한다.

이번 회차의 게스트들도 한 달 전부터 미리 섭외를 마쳐놨건만, 출연하기로 결정되어 있던 배우 두 사람이 촬영 일주일 전에 갑자기 스캔들이 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의외의 조합’의 재미를 더 이끌어내고자 촬영 전에 미리 출연진을 밝히지 않는 탓에 벌어진 문제이기도 했다.

둘의 스캔들은 꽤 파장이 컸던지라 결국 각 소속사는 잠시 방송 출연을 삼가기로 결정한 듯, 두 사람 모두 펑크가 나 버렸다.

그나마 언젠가 섭외하고자 점찍어뒀던 연예인들은 이런 급박한 일정엔 도저히 안 되겠는지 줄줄이 거절 의사를 밝혀왔다.

게스트의 영향을 많이 받는 프로그램인데 섭외에 난항을 겪은 손 PD는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낯빛이 흙빛이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얼굴이 폈다.

“관점을 좀 다르게 해 보니까 해결법이 딱 보이지 않겠습니까.”

“허허. 그래서 누굴 찾았길래 그래?”

나윤철은 손 PD에게서 최종 출연진 목록을 받았다. MC로서 다른 출연진 목록은 이미 확인했지만 비어있던 두 자리만 확인하지 못했다.

그리고 추가된 이름은, 분명 최근에 어디서 본 이름이었다.

“이거 얼마 전에 그룹 얘기로 좀 시끌시끌했던 아이돌 친구 아냐?”

“역시 형님. 빠삭하시네요.”

다양한 방송에서 MC로 활약하는 나윤철은 평소에 많은 연예인을 접하기에 시간이 될 때마다 연예면 기사는 거의 한 번씩은 읽어보는 편이었다.

나윤철이 이름을 알아보고 미간을 찌푸리자 반대로 손 PD는 웃었다.

“이거 어쩌려고? 방송 되겠어?”

“안 될 게 뭐가 있답니까. 저희 방송 취지에 딱 맞지 않습니까? 의외의 조합. 어느 방송에서 이런 걸 보겠어요.”

“다른 방송에서 못 보는 이유가 있을 거 아냐? 거참.”

두 사람이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도중, 대기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선배님! 인사 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나윤철의 코미디언 후배, 서다봄이었다.

이렇게 게스트가 매회 바뀌는 프로그램은 게스트에 따라 나오는 방송 분량이 제각각이었다.

그리고 최소한의 분량을 뽑아낼 수 있도록 해 주는 조력자가 바로 이 코미디언들.

서다봄은 벌써 3회째 출연 중인 단골 게스트였다.

“다봄아. 오늘 촬영 네가 좀 힘써줘야겠다.”

“왜요?”

나윤철은 말없이 테이블에 놓인 출연진 목록을 가리켰다.

원래는 촬영 전에 출연진을 밝히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방송을 위한 단골 게스트이니 굳이 숨길 게 없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서다봄은 가까이 다가가 그 목록을 확인하고는 굳었다.

“설마 저 여기에 붙이시려는 거 아니죠? 팀 배정 랜덤이잖아요. 아니죠?”

“에이, 다봄 씨. 언제 우리가 조작하는 거 봤어? 형님 말씀은 그냥 옆에서 분위기 잘 살려보잔 얘기지.”

손 PD는 너스레를 떨며 말했지만 서다봄은 표정이 한층 심각해졌다.

이 프로그램은 세 사람이 한 팀이었다.

만일 이 두 사람이 한 팀으로 붙는다면…… 나머지 한 자리는 폭탄 제거반이 될지도.

그녀는 그게 제발 자신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

재민은 헤어 색상을 바꾸는 김에 부드러운 베이지 브라운으로 염색을 했다. 거기에 평소의 생머리와는 달리 약하게 곱슬곱슬한 스타일링까지.

원래 날카로운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눈꼬리가 올라간 눈매를 중화하기 위함이었다.

오늘의 컨셉은 ‘우리 애는 순해요. 편하게 다가와 주세요.’였으니까.

‘평소엔 고양이상이었다면 지금은…… 약간 강아지상?’

음악 방송보다 좀 더 넓은 시청자층을 가진 예능 프로그램이기에 최대한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다.

대기실에 도착하니 작가가 찾아와 촬영 진행 순서를 알려주었다.

“메인 댄서이시니까 체력전도 무리 없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어째서인지 작가가 상당히 친절했다. 섭외 이유는 역시 댄스 무대 때문인가?

촬영 시간이 다가오고 그렇게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세트로 향했다.

‘음? 방금 익숙한 얼굴이 지나간 것 같은데.’

요새 TV를 자주 봐서 연예인 얼굴을 좀 외운 덕분인가.

그러나 그 ‘익숙한 얼굴’을 본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나와 재민은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아.”

상대방도 이쪽을 봤는지 뒤돌아보며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스태프들도 지나다니는 곳에서 크게 반응할 수 없었는지 표정은 금세 갈무리했지만, 당했다는 표정이었다.

그의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표정 관리에 실패했다.

나는 이를 으득 물었다. 갑자기 웬 공중파 예능이냐 했더니만.

‘……방송국 놈들이 그럼 그렇지.’

모노크롬 멤버 재민. 그리고…… 전 멤버 윤환.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복잡하게 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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