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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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이tv 귀신의집 다 보고 옴;;;;
뭐야 이거 영화야? 반전 뭐야ㄷㄷㄷ;;;
└2화 중간부터 한이만 알고 있었던 거 맞아?
└ㅇㅇ멤버들 다 갈라졌을 때
└그냥 애들 운 없어서 함정 다 밟은건 줄 알았는뎈ㅋㅋㅋ
└마지막에 열쇠 꺼낼때 이렇게 밝히기 있냐고 편집도 미쳤어
└엔딩에서 한이 웃고 끝나는데 소름..;; 다 연기였을줄은 예상도 못했다.. 우리 한이 연기 천잰가봐
└비하인드 없었으면 나 무서워서 잠 못 잤어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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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이TV로 명명된 유아이 레코드의 예능 채널.
그곳에서 촬영한 공포 컨셉 웹예능은 미리 들었던 것처럼 3화 분량이 되어 올라왔다. 거기에 비하인드까지 추가!
신생 채널이라기에 솔직히 그리 큰 기대는 없었는데, 업로드일에 확인해 보니 편집 퀄리티가 장난이 아니었다.
‘예능이 아니라 무슨 영화를 만들어 놓으셨네.’
처음엔 누구도 의심하지 않도록 전개되다가 엔딩에서 반전으로 빵 터트리는 연출.
한이가 열쇠를 먼저 찾았다가 멤버들을 배신한 것은 마지막에야 밝혀졌다.
몇 년 만에 제대로 기획된 예능 컨텐츠. 컬러즈는 짧은 예고 영상이 올라왔을 때부터 엄청나게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본편까지 기대 이상으로 완성도가 높아 컬러즈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반응만 봐서는 활동 중에 올라온 떡밥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물론 이 컨텐츠를 시청한 것은 컬러즈뿐만이 아니었다.
“야! 뭐 제작진분들이랑 얘기했다더니 그냥 네가 다 먼저 한 거였네!”
“거참, 뒤끝 있네. 그래서 여기 혼자 다람쥐 된 거 안 보여요?”
“네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우릴 팔아먹은 줄은 몰랐지.”
“하……. 얘한테 속아 넘어갔다니.”
할 일 없는 대기 시간에 멤버들 또한 올라온 영상을 확인했다.
‘한이가 제작진과 짜고 규칙을 추가했다.’ 정도로만 알고 있던 멤버들은 한이가 배신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처음 확인했다. 혼자 떨어진 한이가 귀신 분장 연기자를 붙잡고 딜을 거는 그 장면 말이다.
전원 합류 후에 가는 곳마다 함정이 있었던 이유도 멤버들은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나야 상황실에서 다 봤지만 멤버들은 황당하려나.’
물론 한이는 방송 분량을 위해 희생한 것이지만……. 아닌가? 재미를 위해 배신한 거였나?
아무튼 촬영 당시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멤버들에게 몰매를 맞았던 한이는 또 원망 가득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덕분에 컨텐츠가 살긴 했지만 고민도 없이 배신하겠다고 나선 걸 보면 보통 애는 아니야.’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런 멤버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데 한이와 눈이 마주쳤다.
“주, 이사님이 절 그렇게 보시면 안 되죠.”
재민을 따라 ‘주인 님’이라고 부르곤 하던 한이는 이전의 말실수 때문인지 호칭이 이사님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때 분명 어떤 분이 저보고 연기하라고 그랬던 것 같은데.”
“난 모르겠다.”
빙의자에게만 들리는 귀신의 속삭임 같은 거 아니었을까?
내가 시치미를 떼니 그 모습을 보고 누군가가 한마디를 얹었다.
“귀신의 집보다 이게 더 소름이다.”
멤버들과 스태프들을 위한 간식을 사 들고 온 민형이었다. 상황실에서 내가 의견을 내던 것을 전부 지켜봤던 그였으니까.
“배신당하는 건 이런 기분이었구나.”
“그걸 이제야 알았냐?!”
완성된 영상에는 당연히 제작진과 나의 회의 장면 같은 건 들어가 있지 않았다. 증거 영상으로 남지도 않았고 어차피 한이가 만든 것으로 하기로 다 같이 결론 내리지 않았는가.
한이는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나는 모른 척하며 고개를 돌렸다.
“지나간 건 지나간 거고 다들 간식이나 먹어.”
나는 대기실 한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간식을 늘어놓았다.
그 옆에는 아까부터 책을 붙잡고 중얼거리던 준해가 있었다.
“준해는 무슨 책을 그렇게 읽어?”
“좀 있으면 시험 기간이라…….”
아. 봄이 되고 꽃이 피면 대학생들은 중간고사 기간이지.
“전에는 시험 안 본다고 그러더니.”
프로필 사진 촬영 때 일이었다. 촬영일과 시험일이 겹치자 준해는 당당하게 시험을 먼저 포기했다. 결국 보게 했지만.
준해도 그때 기억이 떠올랐는지 작게 웃었다.
“그땐 계절 학기기도 했고, 1교시라 시험보다 과제 비율이 높았거든요. 교수님도 애들이 출석 잘 못 할 거 아시니까.”
“다 대비책이 있었구나.”
그냥 공부하기 싫어서라고 생각했는데 내 오해였구나. 학점은 별로 신경 안 쓰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충실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준해가 들고 있던 미디어 어쩌구라고 적혀 있는 교재도 제법 많이 펼쳐본 흔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무슨 전공이야?”
지금 묻기엔 뒤늦은 감이 있었지만, 그가 다니는 학교 이름만 알고 무슨 학과인지는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돌이니까 방송연예학과? 아니면 실용음악과 같은 게 아닐까 하고 대충 어림짐작만 했을 뿐.
“저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요.”
음. 역시 아이돌이라 미디어 관련……이 아니라.
“거기 사회대 아니야……?”
“사회대죠.”
가수니까 당연히 예체능 계열일 줄 알았는데. 데뷔한 후에 수능 봐서 단군대, 그것도 사회대로 진학했다고?
요새 입시 성적은 잘 모르긴 해도 웬만한 수험생보다 더 공부해야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곳이었다. 게다가 준해는 아이돌 활동을 병행하면서도 그걸 해낸 것이었다.
“너 진짜 똑똑이였구나.”
“아니, 뭐, 그렇게까지는 아니고요…….”
준해는 코끝을 문지르며 쑥스럽게 대답했다. 다른 멤버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브레인 역할을 맡기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어.
나는 봉투에 담긴 디저트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먹어야 머리도 돌아가지. 샌드위치도 먹고 이것도 먹어. 많이 먹고 쑥쑥 크렴.”
“저 성장기 지났는데요.”
느닷없는 어린이 취급에 준해는 조금 샐쭉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디저트를 받아들었다.
“아냐. 클 애들은 성인 돼서도 다 크더라.”
준해 옆에 와서 앉은 우형이 말했다. 그리고 똑같이 옆에 앉은 해랑에게 시선이 한 번 갔다가 돌아왔다.
“준해는 너무 많이 크지 마. 너무 크면 슬플 것 같아.”
“난 왜 쳐다봐?”
“형이 왜 슬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요만했는데 벌써 이렇게 커서는.”
“아, 내가 언제 그만했어! 무슨 형이 키웠냐고.”
우형은 언제 이렇게 컸냐는 듯이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예전엔 이만했다며 손으로 가늠하는 게 그의 허리춤 정도였다.
‘컬러즈가 23개월이라면서 주접떨던 거 못지않네.’
그가 묘사하는 기억 속의 준해는 막내가 아니라 거의 아들 수준이었다. 아무리 봐도 과장이 심해.
팬들처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게 아니라 멤버들의 과거 얘기를 들을 때면 궁금하긴 했다. 갓 성인 혹은 미성년자였던 신인 시절 멤버들은 어땠을지. 연습생 시절은 그보다 더 어렸을 테고.
모노크롬의 과거를 찾아볼 때마다 내가 저지른 문제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올 테니 마음의 준비는 해야겠지만.
‘고난 속에서도 알아서 잘 컸구나.’
준해를 바라보는 우형의 시선도 이해가 갔다. 내가 키운 것도 아닌데 그냥 잘 크니 뿌듯하고 그런 거.
이전에 느꼈던 다마고치 하는 듯한 기분이 또 떠올랐다. 오늘의 아이템은 간식인 거고.
“한이 형 안 먹으면 이거 내가 먹는다?”
먹는 것에 집중하던 재민이 멀리 있던 샌드위치를 하나 더 집었다. 유독 말라서 볼 때마다 밥 좀 챙겨 먹이고 싶었는데 잘 먹으니 보기 좋네.
마음껏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재민 옆에서 한이는 찌푸린 미간에 손가락을 대고 고민에 빠졌다.
“아, 좀만 먹을까.”
“운동쌤이 빵 그만 먹으랬잖아.”
식단 관리 중인지 한이의 앞엔 샐러드가 놓여있었다.
‘살면서 이렇게 관리하는 남자들 처음 봐……’
난 프레첼을 하나 집어 우물거리며 그들을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한이만큼은 아니더라도 우형과 해랑도 관리 중인 건 마찬가지인 듯, 샌드위치 하나를 반쪽씩 나눠 먹는 모습이었다.
그 와중에 딱 봐도 관리가 필요 없어 보이는 재민은 예외였는지 한이 옆에 붙어서 마음껏 먹방을 펼쳤다.
“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
“형은 뭔가 억눌려 있어야 무대에서 더 잘하는 것 같더라고.”
한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면서 답답해하던 걸 말하는 듯했다. 대기실에서도 줄곧 놀려대더니 무대에서 울분을 가창력으로 토해내라고 그런 거였나.
재민은 한이에게 더 찰싹 붙어 새 샌드위치 포장을 벗겼다. 한이는 뚱하게 그런 재민을 흘겨보고.
‘보고 있으면 고등학생들 보는 것 같다니까.’
부글거리는 표정으로 재민의 도발을 참아내던 한이는 대뜸 재민의 어깨에 팔을 둘러 그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붙잡힌 재민이 “아악!” 하면서 피하려고 했으나 이미 늦었다. 한이는 재민이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한 입 크게 와악 베어 물더니 벌떡 일어나 그의 팔이 닿지 않는 곳으로 피했다.
“와하하! 못 먹을 줄 알았지?!”
“주인 님! 저 형 관리 안 해요!”
눈 깜짝할 새에 샌드위치 절반을 잃은 재민은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며 일렀다. 얘네가 고등학생이면 내가 선생님인 거냐고.
‘진짜 다들 빼빼 말라 보여서 뭐라도 먹이려고 사 온 건데 왜 마음껏 먹지도 못하는 거야.’
손주를 볼 때마다 뼈만 남았다면서 먹을 걸 퍼주는 시골집 할머니라도 된 기분이었다.
그래도 멤버들이 입는 의상 사이즈를 보면 성인 남성 평균치보다 체중이 덜 나가는 것은 틀림없었다. 일반인 기준일 뿐이고 카메라 기준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운동을 더 하더라도 좀 먹고 해. 춤추다가 쓰러질라.”
“그렇죠?”
내가 편을 들자, 서서 입 안에 남은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던 한이가 빙 돌아 내 옆에 와서 앉았다.
‘아까는 배신당했다느니, 뭐라고 하더니만.’
그래도 목 보호하라고 했던 것도 나였고 지금까지 말 잘 듣던 한이 아닌가.
잘 참았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내가 간식을 하나 집어 건네주자 한이는 재민을 향해 자랑하듯 흔들어 보였다.
“이사님만이 날 알아보신다.”
이번엔 재민이 흘겨보고, 한이는 허락받아서 마음이 편해졌는지 밝은 표정으로 포장을 뜯었다.
그러고도 반만 먹고 반은 남겼지만. 강인한 의지력.
의상도 챙기고 먹을 것도 챙기고. ‘의식주’에서 ‘의식’을 챙겨주니 그래도 챙길 건 다 챙긴 것 같았다.
‘남은 건 ‘주’인가……?’
……월급으로 집을 사 줄 수는 없을 테고.
멤버들이 지금 지내는 숙소에 관해서도 회사에서 제법 가깝단 것 외에는 잘 몰랐다.
그래도 회사 돈으로 월세가 나가는 거면 나름 챙겨주는 쪽에 속하지 않을까? 이건 나중에 알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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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방송 출연은 장소만 다르고 대개 비슷한 루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멤버들은 의상, 메이크업 등을 준비하고, 대기하다 리허설하고, 사전녹화 하고, 또 대기하다 본방송 하고.
‘밤낮이 바뀌다 말다 해서 이제 피곤한 건지 아닌지도 구분이 안 가.’
오늘도 어김없이 모노크롬 팀은 새벽부터 모여 일을 시작했다. 이제 익숙해졌다고 해야 하나. 당장 할 일이 없을 땐 다들 자연스레 각자의 방식대로 휴식을 취했다.
나도 다른 직원들처럼 앉아서 스마트폰 화면만 쳐다보고 있는데, 어쩐지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무슨 이유에선지 민형이 내 쪽을 힐끗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무슨 할 말 있어요?”
내가 그에게 묻자 뒤에 있던 우형도 고개를 들어 자신의 사촌 형을 쳐다보았다.
자기 인맥으로 데려온 사람이라 신경 쓰이는 건가. 혈연이라고 꼭 편하기만 한 건 아니겠구나.
나와 우형의 시선을 동시에 받은 민형은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아이리스 사녹 구경 가도 돼요?”
“악! 형,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