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53화 (53/430)

# 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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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근길 사진 뜬 거 봤냐들ㅠㅠㅠㅠㅠ

사진 보자마자 와 여기가 봄인가 싶더라

└저거 의상 아니고 사복인 거지?! 진짜 요즘 스타일 너무 내 취향이야ㅠㅠㅠ

└무대 올라가기 전부터 청량 뿜뿜이라고ㅜㅜ 다들 우래들 좀 봐달라고ㅜㅜ

└스타일리스트님이 입혀주신 건가? 진짜 누군지 몰라도 큰절

└울 애들 이렇게 옷 이쁘게 소화 가능한데 저번 코디는 대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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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활동에서 발전한 것은 컨텐츠 양뿐만이 아니었다.

활동에 무려 공중파 음악 방송 추가!

‘……하나뿐이지만!’

저번 활동 때는 못 나갔던 공중파 음악 방송 두 개. 그중 하나에 출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추가된 음악 방송은 QBC 방송국의 <음악상상>. 돌대회를 제작한 방송국인 ZBS는 아니었다.

팬들 사이에선 돌대회에 안 나간 가수는 해당 방송국의 음악 방송에도 못 나간다며 말이 많았지만, 사실이 아니었던 듯했다.

우리는 돌대회에 나갔는데도 못 나가고 있으니까.

‘꼭 나갈 거야, 진짜…….’

나는 혼자 이를 바드득 갈았다.

설마 돌대회 때 욕먹게 했다고 지금껏 이러는 건 아니겠지?! 다른 공중파 방송도 이제야 겨우 하나 들어왔으니 아직 시기가 아닌 거라고 믿자.

어쨌든 그렇게 주 3회에서 주 4회로 늘어난 새로운 활동 기간이 찾아왔다.

평일에 방송되는 케이블 음악 방송과는 다르게, <음악상상>은 공중파답게 무려 주말 시간대를 차지한 방송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대기실이 있는 층 복도를 지나는데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신인 아이돌 그룹이 모노크롬을 마주치고는 먼저 인사했다.

연예계는 선후배 관계가 확실한지 정석대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었다.

‘너희도 어엿한 선배구나!’

멤버들이 후배 그룹의 인사를 받는 모습을 보니 새삼스레 선배란 것이 느껴졌다.

저번 앨범 활동 때도 복도에서 다른 그룹들을 마주칠 때면 서로 인사하고 지나가곤 했지만, 그땐 마주치는 사람이 누군지 잘 몰라도 광범위하게 전부 인사하고 보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이번엔 ‘선배님’이라고 호칭을 정확하게 붙이니 정말로 모노크롬을 알아보고 인사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선배 느낌이 나서 내심 뿌듯해하던 나와 다르게, 멤버들은 같이 인사를 하고 지나갈 때까지 조금 멋쩍은 표정이었다.

“왜 그렇게 어색해해?”

선배라고 거만할 것까지는 없지만 방금까지만 해도 자기들끼리 왁자지껄 잘 놀다가 갑자기 낯을 가리다니.

공중파 방송국이어서 그런지 많은 아이돌과 연예인이 자연스레 오가는 사이에서, 모노크롬만 유독 남들과 마주치면 어색하게 구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 물음에 우형이 머쓱하게 제 팔을 쓸며 대답했다.

“요즘 애들은 딱딱 각이 잡혀서 뭔가 되게 연예인 같다고 할까…….”

……너희도 연예인이야!

게다가 ‘요즘 애들’이라니, 무슨 그런 세대 차이 나는 어린 애들 보는 듯한 표현을 한단 말인가.

‘아니, 아이돌들 데뷔 나이를 생각해 보면 신인이랑은 세대 차이가 조금 나긴 하나……?’

특히 연장자인 우형이라면 특히 그런 기분이 들었을 수도 있고.

그러나 다른 멤버들도 비슷한 표정인 것을 봐선 꼭 우형만이 느끼는 기분은 아닌 듯했다.

하긴 요 몇 년간 제대로 된 활동이 없었으니 특히 신인들과는 얼굴 마주할 일이 없었을 터.

일단 연차가 있어서 선배이긴 하지만, 어쩌다 보니 먼저 데뷔해서 선배님 취급을 받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그런데 어쩐지 몇몇은 인사하고 지나가면서 은근히 슬쩍슬쩍 쳐다본 것 같은데…….’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가.

그러나 그게 기분 탓만은 아니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시선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너 제이케인이랑 알아?!”

모노크롬의 데뷔 동기 그룹인 SPID.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먼저 찾아와 비하인드 영상 촬영을 해도 되냐며 허락을 구하더니, 곧이어 해랑의 친구인 하범과 윤규란 이름의 다른 멤버 한 명이 같이 찾아왔다.

들어오자마자 재민을 붙잡고 묻는 걸 보니 그게 궁금해서 찾아온 듯했다.

“응. 형, 동생 하기로 했어.”

으응? 그냥 단장과 아는 사이라더니.

내가 재민을 쳐다보자 눈이 마주친 그는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아, 농담.

아직 비하인드 카메라가 돌기 전이라 그냥 아무 말이나 하는 재민이었다. 그러나 농담이란 것을 눈치 못 챘는지 윤규란 멤버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와씨. 대박이다. 우리 연습생 때부터 제이케인 영상 엄청나게 봤잖아.”

“그랬지.”

어째서인지 연습생 시절 얘기가 나오자 하범은 해랑을 보며 공감을 구했다. 해랑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지만. 연습생 때부터 알던 사이인가?

‘그나저나 아이돌도 다 똑같은 사람이구나.’

복도에서 봤던 그 시선들이 그냥 ‘와, 저 사람 계 탄 사람이다.’ 정도의 의미였다니.

우리 멤버들이 보자마자 알아보던 것도 그렇고, 춤을 좀 춘다 싶은 사람들은 제이케인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외국인이라 더 먼 존재로 느껴져서 신기했던 거고.

무대 위에서 반짝이는 아이돌들도 더 유명한 사람 앞에선 일반인과 별반 다르지 않게 반응하는 것을 보니 괜히 친근하게 느껴졌다.

“너 이번에 댄스 무대 한 것도 봤는데. 와. 언제 그렇게 늘었어? 춤 어디서 배운 거야?”

윤규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재민의 개인 무대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복귀 이후에 갑자기 늘어난 실력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재민의 공백기가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춤 실력이 어떻게 늘었나 궁금해서 묻는 표정이었다.

“저쪽도 혹시 댄스 멤버야?”

“네. 쟤가 SPID 메인 댄서였을걸요, 아마?”

옆에 있던 한이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니 똑같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이 돌아왔다. 역시나 댄스 주력 멤버.

‘녀석. 메인 댄서라 정확히 봤구나.’

오늘 처음 본 멤버였지만 칭찬해 주는 사람은 곧 좋은 사람. 나는 좋은 사람이란 평가를 달아 머릿속에 그의 얼굴을 저장해 두었다.

그런 짧은 대화를 마치고 SPID의 멤버들은 곧장 비하인드 촬영에 나섰다.

“여기는 모노크롬의 대기실입니다! 인사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그런데 뭐 하러 오신 거예요?”

각 잡고 찍는 게 아니라서 SPID의 멤버들이나 우리 멤버들이나 자연스럽게 쉬던 모습 그대로 편하게 촬영을 진행했다.

“자, 짤막 코너! SPID의 스피드런!”

하범과 윤규만 손뼉을 짝짝짝 치며 코너 시작을 알리고, 모노크롬 멤버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뭐야, 그게?”

“돌대회 달리기에서 네가 금메달이고 내가 은메달이었잖아요.”

“해랑이 형과 승부의 끝을 보러 온 건가.”

“아니, 내 말 좀 들어 봐. 그때 진짜 1초도 차이 안 났다고.”

“형이 다리가 조금만 더 길었어도.”

갑자기 대결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윤규가 하범에게 팀킬 멘트를 날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투닥거림.

‘노는 건 다들 비슷비슷하네.’

나는 대형 소속사의 아이돌 그룹은 어떻게 자체 컨텐츠를 찍을까 궁금해 눈을 반짝이며 구경했다.

예능과 마찬가지로 타 그룹 채널에 올라가는 영상이라면 어느 정도 홍보가 될 테니 고민도 않고 촬영을 허락한 것이었다.

게다가 SPID의 공식 채널이면 구독자가 몇 명이냐……!

이런 속물적인 계산을 하는 와중에도 두 그룹 멤버들은 자기들끼리 신나서 승부에 나섰다.

“지면 벌칙 있어요?”

“상대방 신곡 안무 짧게 배워서 SNS에 올리기!”

얘기를 듣다 보니 돌대회 촬영 후에 해랑과 하범이 서로 SNS에 곡 홍보를 해주던 것이 생각났다. 해랑이 별말을 안 해서 몰랐는데 아마 그것도 내기의 일종이었던 듯했다.

‘해랑이 승부욕을 자극했던 거군.’

친구라더니 정말로 해랑잘알인데?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나 해랑은 승부욕에 불타는 듯이 진지한 표정이었다. 이번엔 다른 멤버들까지 의욕을 보이며 나서니 더욱더.

어차피 대기 시간도 길겠다, 모노크롬 멤버들과 SPID의 두 멤버는 시끌벅적하게 대결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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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돌 오늘 몬클분들이랑 같이 찍은 영상 올라와서 알려주러 옴!

우린 활동 막주인데 오늘 대기실에서 만났나봐ㅋㅋㅋㅋ (링크)

└와 고마워!

└이번 우리 안무네ㅋㅋㅋㅋㅋ

└왁자지껄한것봨ㅋㅋㅋㅋㅋ

└전부터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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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음상 무대 영상 떴다

좋아요 누르고 가자!

└이미 눌렀지~

└댓글도 달았지

└다시 봐도 너무 이쁘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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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야들아 전에 귀신의집 예고 뜬 거 1화 올라왔다!!!

└섬네일부터 애들 표정 호달달인뎈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무서운 거 잘 못 보는데ㅠㅠ먼저 본 컬러즈들 있으면 알려주라. 깜놀하는 거 많이나와?

└1화엔 토크 많고 무서운 건 별로 없는듯?

└앞부분은 걍 웃긴 것 같은뎈ㅋㅋㅋㅋㅋ 한이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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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밥 동시에 올라오는 거 실화냐ㄷㄷㄷ

└나 지금 영상 세개 동시에 재생중ㄷㄷ

└이럴줄알고 눈 하나 더 준비해두길 잘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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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됐다. 떡밥의 홍수가.

아직 모노크롬 공식 채널에 이번 앨범 메이킹 필름 및 LA 영상들이 올라오지 않았는데도 이 상황이었다.

굶다가 갑자기 많은 음식을 먹으면 체한다지만 컨텐츠는 다다익선!

컬러즈는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고 그저 이 흐름에 몸을 맡겼다.

‘똑같이 2주 활동인데 이번엔 욕 안 먹었다…….’

그간 작은 요소 하나에도 불안에 떨며 민감하게 반응하던 컬러즈. 대량의 컨텐츠를 수혈받은 그들은 정말이지 순한 양 그 자체였다.

얼마나 각박한 팬 생활을 거쳐 왔으면 이렇게 순해질 수 있는 사람들이 한 처먹은 팬덤이라고 불렸나 싶을 정도로.

일례로 모노크롬이 음악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올라오는 이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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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오는 애들 신인임?

└신인 아니고 출연진들중에 꽤 선배임! 모노크롬!

└6년차 모노크롬이고 이번에 신곡 Colors로 활동하니까 많이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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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으면 [6년찬데;] 정도로 끝낼 질문에도 답변이 굉장히 상냥해져 있었다.

역시 다이어트 할 때보다는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을 때가 성격이 관대해지는 법이지.

컬러즈와 더불어 표정이 좋아진 건, 그런 컬러즈를 가장 많이 지켜보는 팬매니저인 윤희였다.

프로 컬러즈가 온순해지기까지 하니 그녀는 기본만 해도 따로 더 손댈 것이 없었다.

[여러분!]

[네~.]

[환호성은?]

[크게!]

사전 녹화 방청에 모인 컬러즈들은 윤희와 죽이 척척 잘 맞았다. ‘참새 짹짹, 병아리 삐약삐약.’ 하는 유치원 소풍 구호처럼 들리기도 했다.

오죽하면 그런 모습을 본 제작진에게 “모노크롬은 현장 정리가 빠르네요.” 하면서 칭찬까지 들었겠는가.

매운맛 컬러즈는 여전히 좀 무섭지만 순한맛 컬러즈는 든든한 아군이었다.

“저번 활동 땐 우는 분들도 있었는데 요샌 정말 많이 밝아졌어요.”

“우, 울어요……?”

“그땐 컬러즈가 모여서 하는 얘기가 다…….”

윤희는 말을 흐렸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충분히 전해져왔다.

음악 방송 방청을 하려고 몇 시간씩 기다리다 보면 자연스레 모여서 얘기하게 되는 법.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던 컬러즈들은 다 같이 힘들었던 시절이 생각나 설움이 터져 나왔던 모양이다.

“요샌 다들 모여서 새로 올라온 컨텐츠 얘기하더라고요.”

“다행이다.”

“활동 끝날 때까지 영상들 계속 올라오겠죠?”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었으면 하는 그녀의 바람에 나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활동 후에도 한참 올라올 정도로 잔뜩 준비해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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