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51화 (51/430)

# 51화

10이란 숫자를 마주하니 많은 감정이 들었다.

‘……진짜 하고 싶었던 게 이거란 말이지.’

멤버로서 정말 최선을 다한 무대를 팬들한테 보여주는 것.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것.

내가 발목을 잡았을까 봐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그는 멈춰있지 않았다.

재민이 계속 댄스팀에 있었다면 또 다른 방식으로 레벨이 올랐을 수도 있지만, 이것 또한 정답이었다는 사실에 마음속 매듭이 하나 풀린 기분이었다.

연습하는 장면은 여러 번 봤지만, 완성형으로 감상하니 여전히 놀라운 무대였다.

팀 미로의 대회 때나 모노크롬 활동 때나 항상 팀원들과 합을 맞춰 춤추던 재민.

이번엔 누구도 없이 혼자 펼치는 무대라 어떻게 완성될지 궁금했는데 그는 소품으로 의자를 두고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재민이 시작할 때처럼 의자에 앉으며 그대로 무대는 암전되었다.

숨 쉬는 것도 잊고 무대에 몰입한 컬러즈. 노래가 끝났는데도 헤어나오지 못했는지 어두운 공연장 전체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뒤늦게 터져 나오는 환호성.

그리고 스탠딩 뒤편에 있던 한 컬러즈의 입에서 흘러나온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미, 미친 거 아니야?”

***

발라드 파트가 끝나고 다 함께 행복감에 젖어있었다면, 개인 무대가 모두 끝났을 땐 컬러즈의 흥분도가 끝에 달했다.

방금 개인 무대를 마친 재민은 잠시 메이크업 수정 및 의상 교체를 위해 내려가고, 그가 개인 무대를 하는 동안 옷을 갈아입은 네 명이 먼저 올라왔다.

“이렇게 다섯 명의 개인 무대가 끝났습니다. 준비 많이 했는데, 다들 잘 보셨나요?”

“네에에!”

이보다 더 잘 볼 수는 없다는 듯이 긍정의 긍정의 긍정을 표하는 컬러즈들.

컬러즈도 감격하고 멤버들도 만족한 표정이었다. 나 또한 관객의 관점에서 지켜봤더니 정말 만족스러웠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기도 했고.

“리더라고 혼자 피아노까지 준비한 건 사기 아니에요? 나도 막 꽃가루 터트리고 그랬어야 했는데.”

한이가 한 발짝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손가락으로는 우형을 가리키며.

옆에서 준해가 “꽃가루 터지면 청소해야 되잖아.”라며 현실적인 이유를 가져다 댔다.

“너도 피아노 치면 되잖아요.”

“나는…… 에이.”

우형이 담백하게 대꾸하자 컬러즈 사이에선 또 “오오오!” 하는 기대 어린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음. 멜로 눈빛에 피아노라……. 좋은 조합인걸.’

이전에 배우다 말았다고 했던가. 다시 배워보도록 권유해 봐도 좋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레벨을 보면 음악적 감각이 있는 듯했으니.

우형을 몰아가려다가 실패한 한이는 다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1절, 2절 이어나가는 메인 보컬.

“피아노 치는 척만 하고 녹음한 거 튼 건 아니죠?”

장난스럽게 짚고 넘어갔지만 우형의 연주가 정말 라이브라는 것을 알려주는 멘트이기도 했다.

“치는데 손에 땀 나서 엄청 긴장했잖아.”

“손이 대신 울었나 봐요.”

중간에 전세가 역전되기도 했지만, 준해의 놀림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우형도 지지 않고 “지금도 손이 촉촉한데요?”라면서 준해 의상에 닦는 척을 하자 준해는 해랑 뒤로 잽싸게 도망갔다.

“이거 비싼 거예요!”

맞아. 비싼 옷이긴 하지. 가격을 말해주진 않았지만 브랜드품인 걸 알아봤구나.

다음 무대에 맞춰 조금 더 캐주얼한 의상으로 바뀌었지만 명품은 명품이었다. 명품 좋아.

다음은 해랑의 무대에 코멘트할 시간이었다. 해랑의 순서가 되자 멤버들은 무대 주인공에게는 말할 차례도 주지도 않고 먼저 나섰다.

“자기는 노래를 못 하겠다면서 아주 난리~ 난리를!”

“메인 보컬한테 제자로 받아 달라면서 사정~ 사정을!”

“여러분. 이 사람들은 믿으시면 안 됩니다.”

해랑 본인도 금시초문인 비하인드를 탄생시키자, 해랑은 그들을 가리고 서서 웃는 컬러즈들을 진정시켰다.

“사실 예전부터 만들었던 곡이잖아요?”

“네. 이렇게 들려드릴 수 있을 거라곤 생각 안 했는데…….”

고민이 많았던 것을 지켜봤으니 더욱 공감 가는 말이었다. 여러모로 시기와 상황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가짜 비하인드로 시작했지만 멤버들은 어느새 진짜 비하인드를 풀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먼저 데뷔한 작곡가답게 작업물에 대해 얘기하던 우형이 다시 진지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다음에도 또 들려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와아아아!”

거리는 멀었지만 어쩐지 그런 말을 하는 우형과 눈이 마주친 듯했다.

‘나야 환영이지.’

조명에 눈부신 무대 위에서 보일지는 몰라도 나도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멤버들이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준비를 마친 재민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가 올라오자 팬석에서는 “오오~.”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건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오~, 메인 댄서~.”

한이가 대충 현란해 보이는 발재간을 보이며 재민을 맞이하자 컬러즈들은 또 웃음이 터졌다.

“설마 지금 재민이 따라 한 건가요?”

“완전 똑같은데요?”

태클을 걸면 금방 그만두겠지만 멤버들은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지켜보았다.

“다리가 너무 안 올라가잖아요.”

“악! 다리 찢어진다.”

다리 각도가 그게 아니라면서 멤버들이 직접 붙잡고 교정해주자 한이는 포기하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도 몇 년간 춤을 춰왔지만 역시 유연성은 못 따라가는 모양.

“위험하니까 여러분은 따라 하시면 안 돼요.”

한이는 몸소 체험해 보고 얻은 교훈을 남기며 깔끔하게 물러났다.

[저희가요?]

[그걸 누가 따라해요]

[우릴 너무 능력자로 보는거 아니냐곸ㅋㅋ]

[그게 되면 컬러즈 데뷔할 수 있다]

컬러즈가 데뷔의 꿈을 꾸는 동안 멤버들은 코멘트를 이어나갔다.

“사실 이번 신곡도 재민이가 안무에 참여했거든요.”

“네. 맞아요.”

이번 쇼케이스 팬미팅의 하이라이트. 의 첫 무대.

드디어 신곡 무대 이야기가 나오자 컬러즈들은 “와아아!” 하며 기대감을 표출했다.

“선생님 입장에서 ‘솔직히 이 멤버가 제일 안무 가르치기 어려웠다.’ 누구?”

자연스레 선생님이 된 재민은 한 발짝 물러서서 팔짱을 끼곤 전문가처럼 멤버들을 훑어보았다.

“아. 어려운데.”

“어려워?!”

“일단 해랑이 형.”

기존 메인 댄서의 이름이 불리자 팬석에선 놀랐다는 듯이 소란이 일었다.

“……은 아니고!”

“그럼 그렇지.”

“아. 부럽다.”

후보에서 제외된 해랑은 말없이 재민과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그 옆에 가서 재민과 똑같은 포즈로 멤버들을 지켜보았다.

남은 세 명이 기도하듯이 손을 모으고 간절하게 쳐다보니 그 모습에 채팅창에선 또 앓이를 시작했다.

[준해 간절ㅋㅋㅋㅋㅋ]

[ㄱㅇㅇ ㅋㅋㅋㅋㅋ]

[우형이 표정 진심이다ㅋㅋㅋㅋㅋㅋㅋ]

[한이 어필하는 것 좀 봐주라고요ㅠㅋㅋㅋㅋ]

[ㅠㅠㅠ망태기에 넣어서 들튀해버려]

“그 결과는 여러분이 직접 무대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재민이 손을 뻗으며 ‘60초 후에 계속!’ 같은 멘트로 마무리 짓자 컬러즈가 기대감에 환호하는 것과 반대로 남아 있던 멤버들은 맥이 빠져 허탈하단 표정을 지었다.

“결국 해랑이만 잘했다는 거잖아!”

“준해 너도 우리랑 똑같은 거야.”

“저만, 저까지만 살려주세요!”

혼자 포기하지 못하고 간절하게 손 모으고 남아 있던 준해였지만, 재민은 그에게 어깨동무하고는 일부러 못 들은 척하며 장난스레 넘겨버렸다.

“그러면 저희 신곡 의 첫 무대입니다.”

컬러즈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느낌으로 큰 함성으로 반겼다.

이번엔 조명이 켜진 채로 멤버들이 곧장 대형을 갖춰 섰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반주 소리.

그간의 악동 컨셉 노래들은 드럼 사운드가 좀 더 강했지만, 이번엔 아련한 듯 반짝반짝한 청량 컨셉이라 멜로디를 연주하는 악기 사운드의 비중이 컸다.

신인에게 어울릴 발랄한 청량 느낌이 아니라 지금의 모노크롬에게 어울리는 조금은 성숙한 청량!

‘6년 차에 걸맞은 청량은 이런 거지.’

무대 조명의 역광으로 팬석에선 응원봉이 흔들리는 빛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모두가 곡의 분위기를 충분히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멤버들이 정말 밝은 표정으로 노래하는 것을 보니, 나도 저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

“안녕~.”

[안녕!!]

[보내지말아줘]

[오늘 너무 좋았다]

[안녕ㅠㅠㅠ]

[아 잠깐 셔터 닫지 마요]

[ - 뷰이라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 ]

준비된 순서를 모두 마치고, 실시간으로 송출되던 뷰이라이브도 종료된 후 조용해진 현장.

“우리만 남았네?”

한이가 팬석을 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의미심장한 멘트를 남겼다. 그 프로 아이돌 멘트에 팬석에선 “꺄악!” 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온라인으로 보던 컬러즈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현장에 모인 컬러즈는 멤버들과 조금 더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여러분, 이제 저희도…….”

“어어어~.”

멤버들이 슬슬 작별 인사를 하려는 듯한 기미를 보이자 컬러즈들은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멤버들의 말은 누구보다 잘 듣는 컬러즈지만 헤어지는 건 언제나 아쉬운 법.

“아쉽다. 그쵸?”

“네에!”

하나같이 아쉬움을 표하던 컬러즈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그리고 멤버들의 시선이 팬석이 아니라 더 뒤로 향했다.

그러니까 내가 있는 곳.

‘뭐, 뭐야. 팬들이 쳐다보잖아!’

이전의 ‘주인님’ 건으로 드러나지 않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었던 나는 슬쩍 스태프들 사이로 숨어들었다.

그러나 멤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의사를 표시했다.

“저희 딱 한 곡만!”

“쪼~금만 더!”

대놓고 콘솔을 향해 선 멤버들은 검지를 세우며 ‘하나만’ 포즈로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노래방 서비스 시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뭐, 뭐 어떡하라는……. 아!’

스태프 뒤에 선 내가 음향 조정 스태프에게 슬쩍 말하자 그는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곧이어 준해가 불렀던, 의 MR이 현장에 깔렸다.

“와. 선곡 센스.”

흘러나오는 멜로디에 컬러즈는 금방 알아채고 환호했다. 멤버들 또한 활짝 웃으며 의자에 앉아 마이크를 다시 들었다.

이번엔 정말 다섯 명, 그리고 컬러즈와 함께 부르는 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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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비에 안무 없어서 또 음방 안 돌고 넘어가려는건가 했는데 이렇게 보여주려던 거였어 ㅁㅊ

현장에 있었는데 개쩔었다……

└나 왜 안방1열이요ㅠㅠㅠㅠㅠㅠㅠ

└꿈같다 정말ㅜㅜㅠㅜㅜㅜ

└아직도 내 정신 공연장에 있어..

└컬러즈들이 정신 놓고가서 분실물센터 꽉찼대

└나 무대 보고 심장 튀어나온 것 같은데 이것도 분실물센터에서 찾아주냐ㅜㅜ

└이제 활동 시작이라니 너무 행복해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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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컬러즈는 행복한 표정으로 귀가하고, 뷰이라이브로 지켜보던 안방 1열의 컬러즈는 끝나자마자 다시 보기 영상을 재탕하며 또 감상하고.

그리고 모두 온라인 공간에 모여서 그 행복한 기분을 공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약 한 시간짜리 영상을 1초 단위로 일시 정지와 재생을 반복하며 다시 감상하고, 캡처하고, 움짤을 만들고, 클립으로 잘라서 영업하면서 컬러즈는 그다음 날, 다음다음 날도 바쁘고도 충실한 팬 생활을 보냈다.

그렇게 무대 영상이 소소하게 팬들의 손으로 퍼져나가는 와중.

이번 모노크롬 쇼케이스 팬미팅의 반응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찾아왔다.

[Is he JEM? 내 친구가 나에게 이 영상을 보냈다. :) 나는 그를 알아! 하지만 알지 못했다 그가 K-Pop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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