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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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마가 그럼 그렇지 이딴식으로 해괴하게 갑질하는 회사는 처음 본다 또ㅋㅋㅋ
@미안한데 무슨 일 있어?ㅠㅠ 잠깐 현생살다 왔는데 분위기가…
@@비계로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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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출근하자마자 모노크롬 멤버들은 사과하러 이사실로 올라왔다.
한이가 자신의 실수를 통감하듯이 면목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 아니다. 신경 쓰지 마.”
나도 어제 퇴근 후에 알림이 뜨기에 실시간으로 뷰이라이브를 보고 있었다.
‘주인 님이…….’란 소리가 나오고 순간 잘못 들었나 했는데, 채팅창 기류도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무엇보다 ‘내가 제대로 들은 거구나.’ 하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우형의 눈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손수 구매해 온 그 천만 화소짜리 전면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폰으로 뷰이라이브 화질이 업그레이드된 덕분에.
“오해라고…… 말하는 게 좋을까요?”
“그걸 굳이 해명하는 것도 좀 이상하지 않을까……?”
리더인 우형이 수습을 위해 해명해야 할지 물었지만 나는 좀 생각이 달랐다.
회사에 신주인이란 이름의 사람이 있다면서, 그게 그 이상한 ‘주인님’이 아니라 ‘주인, 님’이라면서 컬러즈에게 굳이 설명한다?
‘난 그건 좀 반대…….’
그런 말이 있었다.
팬들이 직원이나 사장 이름을 알면 그건 회사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거라고.
‘그런데 해명하면 오히려 내 이름을 각인시키는 일이잖아.’
어차피 팬덤도 부정적인 이야기로 분위기가 흐려지는 건 지양하는 분위기였다.
새 티저가 줄줄이 뜨고 있고, 컬러즈도 떡밥을 즐겨야 할 분위기에 마이너스가 될 만한 얘기로 감정을 쏟기는 싫었는지 ‘주인님’ 건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금방 지나갔다.
내 눈에만 안 보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넘어가자. 큰일도 아닌 것 같고.”
“입조심시키겠습니다.”
“입조심하겠습니다.”
내가 넘어가자고 하자 우형이 한이의 머리를 누르며 또 인사시켰다.
한이는 자신의 입을 손으로 가리며 입조심하겠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진짜 괜찮으니까 너희 할 일 해.”
활발하게 앨범 준비할 시기에 괜히 신경 쓰면서 주눅 들어있는 모습은 나도 별로 보고 싶지 않으니까.
재차 괜찮다는 이야기에 멤버들은 꾸벅 인사를 하고 이사실을 나갔다.
“넌 역시 말을 안 하는 게…….”
“형 이제 금지령 2단계야.”
“재민이랑 얘기하다 보니까 옮아서…….”
“난 눈치 봐가면서 쓰거든.”
“너 전에 스태프분들 있는 데서도 주인 님 하고 부르는 거 내가 다 들었어.”
“…….”
멤버들이 ‘주인 님, 주인 님’ 하면서 한이를 탓하는 목소리가 문 너머로 점점 멀어졌다.
‘주인탈트 올 것 같다.’
오해야 풀 수도 있지만 사실 그러고 싶지 않은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지금 뉴마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 이름이 올라가 있는 ‘신대표’.
컬러즈가 그 대표를 ‘대표야, 대표야.’ 하면서 부르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봤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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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없으니까 이제 좀 뭐가 나오는 것 같지 않냐
글로벌 진출은 개뿔이라고 생각했는데 해외 나가서 다행이다
└그 인간이 원흉이었나?
└대표야 영영 돌아오지마
└대표 외국 음식이 입에 맞았으면 좋겠다 ^^ 진심으로.
└22 향수병 같은 거 없었으면 ^^
└외국이 그렇게 좋으면 나가서 살아 대표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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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표야.’가 내 이름으로 바뀌는 것을 상상해보니 소름이 돋았다.
바로 얼마 전에 열애설을 낸 기자가 온갖 커뮤니티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욕을 먹는 것을 생생하게 지켜본 입장이 아니던가.
결국 별일은 아니었지만, 얼마 전에 회사에 내 소문이 돌았다는 것을 듣고 심장이 쿵 내려앉았던 기억도 있었고.
회사 욕은 익숙해졌지만 내 이름을 불리면서 비난당할 준비는 아직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내가 그 원흉인 대표잖아…….’
이 세상에선 설명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내가 그 신 대표였다는 것은 솔직히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런 복합적인 이유로 아직은 내 존재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은 채 방어적으로 있기로 결정했다.
‘하. 설정상 대표 아니라서 다행이다.’
이곳에 온 첫날엔 내가 대표임을 밝히고 출근해야 하는 건가 고민한 적도 있었는데.
이것도 나름 게임 시스템의 배려일까. 설정 덕분에 난 대표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있을 수 있었다.
내가 온 뒤로 아직 욕먹을 짓은 하지 않았으니 과거의 비난은 여전히 존재 모를 대표에게 향했다. 난 그걸 반쯤 모른 체하며 흘려보내기만 할 뿐.
그러나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해야 하나. 대표를 아는 사람은 당연히 컬러즈뿐만이 아니었다.
또 내 심장을 덜컹하게 만든 건 이번에 매니저로 새로 들어온 우형의 사촌 형, 여민형이였다.
“두 분은 원래 알던 사이예요?”
회사 건물 아래에 있는 카페에서 민형과 마주쳐 가볍게 인사한 참이었다.
그리고 멤버들의 음료를 챙기려던 건지 카운터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던 그가 대뜸 내게 질문했다.
‘두 분’이라 함은 나, 그리고 나와 동행한 최 비서를 뜻하는 것이었다.
‘아는 사이긴 했지.’
게임에서 일방적으로 알던 사이.
어쨌든 설정상, 그러니까 표면적으로는 모르던 사이였다.
“아니요?”
게임으로 알았다는 사실을 그대로 말할 수는 없어서 난 시치미를 뗐다.
일단 실제로 만난 건 얼마 안 됐으니까 그런 셈 치자.
“최 비서님한테는 말 놓으시길래 아는 사이인 줄 알았어요.”
“큼.”
이번에 반응한 것은 최 비서였다. 그는 헛기침하고는 작게 말했다.
“이사님이 외국에서 살다 오셔서…….”
그런 거로 되어 있었던 거야……?
종합해 보자면 최 비서에게 내 이미지는 ‘외국에서 살다 온 아이리스 덕후’라 이거야?
‘나도 실제로 보기 전에 프로필 사진 보고 깍두기 캐릭터일 거라고 생각했으니 그게 그건가.’
게임에서 의사소통이 되는 사람은 최 비서밖에 없었고, 게임 내의 나는 철저하게 대표였다.
최 비서가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게임 내 이미지를 사용했던지라 나는 그를 비서보다 튜토리얼 캐릭터로 먼저 인식했었다.
그래서 플레이어의 자아가 강했던 나는 자연스럽게 그를 편하게 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걸 지적하는 사람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
“저도 얼핏 들었던 거라 착각일 수도 있는데……. 이사님, 대표님이랑 말투 똑같지 않아요?”
“콜록.”
뭐야, 이 사람.
새로 영입해서 잊고 있었는데, 예전에 신 대표가 운영할 때도 있던 사람이었지.
‘이상한 데서 예리해.’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신 대표의 자아를 들켜버려서 당황한 난 최대한 신 대표가 하지 않았을 법한 말투를 꾸며냈다.
“아, 아하하. 그런 소리 처음 듣는걸요?”
“……외국에서 오래 지내셨나 봐요?”
……지금 내 말투 이상하단 소리를 돌려 말한 거지?
“아뇨. 그렇게 오래는.”
결국 말투를 바꿔보려는 노력은 현타를 맞아 3초도 가지 못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나를 서포트한 사람이 있었다.
“대표님과는…… 많이 다르십니다.”
무심코 뒤돌아보자 그 말을 꺼낸 최 비서와 눈이 마주쳤다.
좋은 의미인가? 그런데 어쩐지 내가 일하는 것을 보며 동공이 흔들리던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최 비서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런 거겠죠.”
민형도 최 비서의 말에는 곧바로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를 옆에서 보필해 온 최 비서니까 확실히 그의 말이 가장 신뢰가 가긴 했을 것이다.
근데 그만큼 최 비서가 대표를 잘 알고 있단 거고…….
‘사실 가장 조심해야 할 인물이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거 아냐?’
욕먹을 짓 했지만 욕먹고 싶지 않던 나는 혼자서 위기감을 키워나갔다.
***
지금까지의 모노크롬의 활동은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하던 대로만 잘하면 돼.’가 통하지 않았다. 최소한만 챙기고 넘어가는 식의 활동이 많았으니까.
엔터 업계 무경력인 내가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었다. 그래서 전부터 송 피디에게 괜찮냐며 몇 번이나 확인을 거듭한 것이었고.
그리고 저번 앨범 활동을 거치며 내가 미처 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앨범 홍보.
앨범 발매일에 맞춰 방송을 나가거나 인터뷰를 하는 등, 음악 방송 외에도 다른 활동을 하면서 홍보하는 것이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의 마케팅 방법이었다.
저번 앨범은 있는 일정도 압축시키면서 하도 바쁘게 준비하느라 그럴 시간이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
‘불러주는 곳이 없었지…….’
있더라도 아무 데나 나갔다간 오히려 이미지에 해가 될 수 있으니 잘 골라야 했다.
그렇게 거르다 보면 결국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마냥 출연 요청이 오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
나도 경험이 쌓였으니 이번엔 제대로 하고자 여러모로 출연할 만한 프로그램을 알아봤지만…….
‘방송이 이렇게 많은데 나갈 수 있는 곳이 없다고?’
음악 방송은 같은 아이돌, 가수들만 출연하는데도 경쟁률이 치열하지 않던가.
그런데 그 외의 방송은 모든 부류의 연예인, 더 나아가선 일반인까지 전부 경쟁 상대라고 할 수 있었다.
인기도와 화제성으로 굴러가는 생태계!
‘그렇다고 점점 눈을 낮추면 끝도 없어질 것 같은데.’
이것저것 양보하다간 결국 기준이 없어질 터였다. 한마디로, 나가고 싶은데 아무 데나 나가고 싶진 않아!
그렇게 이곳저곳 알아보며 머리만 싸매고 있는데 판단하기 어려운 출연 요청이 하나 들어왔다.
“웹예능?”
“신생 채널인데, 아티스트나 아이돌 위주의 예능 컨텐츠를 제작하려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 방송국에서 만드는 프로그램은 방송 송출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개수가 정해져 있지만 인터넷에 올라가는 웹예능이라면 상황이 달랐다.
물론 제작하는 곳이 있을 때의 얘기지만, 채널 번호를 받는 것도 아니고 재생 시간도 자유로우니 상한선이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이쪽으로 뛰어드는 컨텐츠 제작 회사가 있는 모양이었다.
“기존에 올라온 영상은 없고 완전 신생 채널?”
“네.”
새로 만드는 채널이라 기존에 어떤 걸 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그쪽에서도 자신들이 신생이란 점을 고려했는지 회사 소개와 채널의 추후 방향성에 관해 설명한 문서를 함께 보내주었다.
확인해 보니 컨텐츠 제작 부서를 신설했을 뿐, 회사 자체는 원래 있었다는 모양이다. 바로 음반 판매 회사.
‘그래서 가수 관련 컨텐츠를 만들겠다는 거구나.’
가수를 홍보하면 자신들이 파는 음반도 잘 팔릴 테니, 서로 윈윈하자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왜 모노크롬을 첫 타자로 지목했을까?
아무 데나 들여보내 달라고 문을 두드릴 땐 언제고 누가 문을 열어주니 ‘왜 열어주지?’ 하고 의심하는 모양새였지만, 솔직히 의문은 들었다.
“기획안을 보시면…….”
내게 보여주기 전에 미리 검토를 끝낸 최 비서의 말에 따라 다음 문서를 펼쳐보니, 마치 초대장처럼 출연 요청을 하게 된 연유와 함께 어떤 컨텐츠를 촬영할지도 설명되어 있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채널이다 보니, 새로운 느낌으로 활동을 이어나가는 모노크롬과 함께하면 의미가 있으리라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준비하시는 컴백일이 마침 저희 채널의 오픈 예정 시기와 맞아떨어져…….]
문서를 천천히 확인해 보니 회사도 확실하고 우리가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환영이었다.
‘좋았어. 예능 한 건 낙찰!’
촬영에 하루 정도 시간을 내는 거면 앨범 준비에도 별 차질이 없을 테고. 컴백일까지 고려해서 제안해 줬다면 홍보로 더할 나위 없었다.
잘 몰랐는데 요샌 이런 식의 웹예능이 더 접근성이 좋아 화제가 된다고 하기도 하고.
이 소식을 전해주고자 나는 멤버들이 있는 연습실로 곧바로 향했다.
얘기를 전해 들은 멤버들은 예상대로 기쁘게 환영했다.
“그런데 뭐 찍는 거예요?”
“그게 말이지.”
나는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너희…… 무서운 거 잘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