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38화 (38/430)

# 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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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느 소속사의 노빠꾸 스캔들 해명

(열애설 기사 캡처 이미지)

스타토픽: 어? 둘이 인사하는 거 보니까 사귀는가 본데요?

(부인 기사 캡처 이미지)

소속사: 응 아냐~ 기사나 제대로 써~

웃겨서 퍼옴

└ㅋㅋㅋㅋㅋ뭐 얼마나 노빠꾸길래 하고 봤더니

└스타토픽 맨날 찌라시만 깔짝대더니 뼈맞았죠? 개발렸죠?

└어ㅓㅓㅓㅓㅓ 속 시원하다 기사 뜬거 보고 빡쳐서 소주 한병 비웠는데 하루만에 해장까지 다했다

└ㅈ타토픽 맨날 선 넘어서 ㅈ같았는데 대신 말해주네

└뉴마 중소야? 스타토픽이랑 뉴마랑 싸우면 누가 이김?

└저것만 봐선 뉴마가 이긴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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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마의 입장문을 작성하기 위해 모니터에 워드 프로그램을 띄운 난 고민에 빠졌다.

‘예전 같은 상투적인 입장문 말고 의사를 확실히 전달하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

그쪽이 낸 기사는 사실이 아니고. 다음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그런 골자에 한껏 집중하며 한 글자 한 글자 적어내리다 보니, 예전 일들이 생각나 감정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기자를 본업으로 가지고 있다면 기자답게 좀 더 신중을 기해 기사를 작성해 줬으면 좋겠고 어쩌구저쩌구. 대중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알면서도 이런 불확실한 기사를 공표하는 언론사의 행태에 통탄을 금치 못하고 구시렁구시렁.

자꾸 이러니까 연예인들의 멘탈이 무너지고, 팬들의 마음이 무너지고, 그렇게 다들 일에 집중을 못 하면 경제가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우리 회사도 망하고 너희 회사도 같이 망하고, 결국 지구 멸망하고.

실제로 이대로 썼다는 건 아니고 뉘앙스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게 분노를 담아 적다 보니 짧게 끝난 해랑의 해명 뒤에 뉴마가 얼마나 유감스러운지만 한 바닥 가득이 되어 버렸다.

나도 나름 회사 생활을 겪은 사람으로서 비즈니스 문법을 따라 적었는데, 그런데도 너무 감정적이었는지 이걸 읽은 최 비서의 눈이 흔들리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스캔들 기사를 보고 나와 마찬가지로 관자놀이를 짚던 윤희는 ‘좀 날것이지만 그래도 읽으니 후련하다.’라는 입장이었고.

‘그래. 내가 이것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였는데!’

아마 게임 플레이하며 제일 허망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아이리스의 팬미팅을 순조롭게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놈의 찌라시 때문에 성공률이 급하락했을 때의 그 황당함.

[팬미팅을 [보통]으로 마쳤습니다.]

마이 엔터에 떠오르는 이 우울한 문구에 당시 우울했던 나는 더 우울해졌더란다.

대성공 각이었는데. 그나마 인기도와 팬들이 있어서 보통이었지, 체감상으로는 대실패 수준이었다.

게다가 지금 생각하면 더 화나는 건.

‘아이리스 수입이 줄면 모노크롬이 더 굴러야 했다고…….’

내가 한 짓이라 책임 전가하기에도 양심이 조금 찔리지만 사실이 그랬다.

이런 찌라시가 없었으면 그나마 모노크롬이 덜 굴렀어도 됐을 터였다.

그래서 난 윤희의 의견에 조금 더 마음이 기울었던 것이다.

기사도 아무렇게나 내는데 입장도 아무렇게나 내서 안 될 거 없지.

그렇게 바로 날것 느낌이 남아 있는 입장문을 뿌렸고 기사 업로드까지는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우리 좋은 기사 써주시는 기자님들은 헤드라인도 직관적으로 뽑아주었다.

[‘모노크롬’ 해랑, 레드와의 열애설 부인 “이름도 몰라…외우겠다”]

정말로 해랑의 해명은 저게 끝이었다. 왜냐하면 저게 끝이었으니까.

짧고 강렬한 해명이 효과가 있었는지 제목에 호기심을 가지고 보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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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 후배였는데 이름을 모를 수가 있나? 너무 지어낸 것 아닌가.

└입장 바꿔서 생각해 봐. 니가 소속사면 저런 식으로 지어내겠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 어이없어서 더 신뢰 감

└후배 이름 모르는 게 안 이상하다고? 같은 소속사에 몇 년이나 있었다며. 팬들도 기분 좀 그럴 것 같은데.. 아이리스가 인지도 없는 돌도 아니고

└넌 모든 아이돌 본명 다 아냐

└무지개인데 별생각 안 드는데? ㅋㅋㅋㅋㅋㅋ

└예명으로 활동하는데 예명만 제대로 알면 됐지

└회바회긴 한데 같은 소속사여도 마주칠 일 없으면 남남이나 마찬가지인 데도 있더라

└우리 엄마는 딸이 몇 년째 아이리스 좋아하는데 아직도 레드보고 빨갱이라고 한다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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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롬 소속사 왜 저렇게 급발진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노크롬 스캔들 처음 아님? 기자랑 전생에서부터 원수진 줄

└작년까지 아이리스도 저기 소속이었음

└아;

└기자가 뉴마한테 억하심정 있었낰ㅋㅋㅋㅋ

└해명만 4년째 실화냐고ㅋㅋㅋㅋㅋㅋ

└뉴마도 이제 깨달은 거지 좋게좋게 말하면 호구로 본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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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게 진짜면 기자는 뭐가 되는 거냐ㅋㅋㅋㅋㅋ 저 정도면 그냥 모르는 사이 아냐?

└뭐가 되긴 ㅈ되는 거지

└스캔들 이전에 서로 통성명부터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대체 몇 단계를 건너뛴거옄ㅋㅋㅋㅋ 망붕도 이정도면 수준급

└망붕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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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토픽 언론사 아니고 소설작가 지망생 모임이었냐? 지금까지 오해했네

└신춘문예 노리고 썼다에 한 표

└쓰는 꼬라지 봐선 올해도 등단 못할듯

└이젠 그만 절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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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웃기자고 쓴 건 아니었는데.’

나름 심각하게 쓴 글이었는데 온라인상에선 대개 통쾌하단 반응에 이어 웃긴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었다.

해랑이 소속사 직속 후배였던 수연의 본명을 모른다는 것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간간이 있었지만 포용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지 큰 반응 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이게 수연에게는 벌써 네 번째 스캔들. 팬들이야 마치 처음처럼 복장이 터지지만, 그 외 대중들은 이제 슬슬 질렸는지 ‘또?’ 하면서 수연에 대한 이미지가 고착화되어 반응도 시들해져 가던 참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다시 화제가 되면서 저번 기사들 또한 재점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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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작년에도 열애설 있지 않았어?

누군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헤어진 거?

└찌라시

└내 기억에도 몇 번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도 찌라시

└무슨 레드연금이냐; 기자가 꿀 많이 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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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뉴마가 대충 넘겼던 그녀의 과거도 소소하게 해명이 되며 지나가기도 했다.

‘이 정도면 해명은 확실히 된 거겠지?’

선빵을 치길래 카운터어택을 날렸을 뿐인데, 사람들은 이 스타토픽이란 곳에 쌓인 게 많았던 듯했다.

우리가 반격에 나서자 같은 생각이었던 사람들이 이때다 싶어 우르르 몰려나와 같이 때리는 상황이었다.

‘공공의 적이 있으면 자연스레 뭉치게 된다더니.’

그중에 의외였던 곳은 뜬금없게도 SPID의 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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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돌 언급 주의) 하범이 친구분 돌대회 사진 기사 뜬거

저거 하범이한테 인사한 것 같은데 기자가 맘대로 하범이 크롭한 듯. 기분 나쁘네ㅋㅋ;;

└원본 사진 떴어?

└원본은 아니고 같은 장면 찍은 건 찾아보면 나옴. ㅇㅈㅎㅂ님 프리뷰에도 있더라.

└우리 애 크게 보기도 모자란데 왜 잘라요

└스타토픽 수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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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대회 촬영 현장에서 인사했다는 장면은 알고 보니 수연의 뒤에 있던 하범과 해랑이 인사하는 장면이었다는 듯하다.

‘촬영 시간이 그렇게 길었는데 그 찰나의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찾은 거야……?’

놀라운 건 둘째 치고, SPID의 팬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멤버를 사진에서 잘라냈다는 이유로, 더불어 그 주체가 팬덤계의 적인 스타토픽이란 이유로 엄청난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원래 다른 그룹의 일엔 안 끼는 게 보통이지만 멤버의 절친이라면 또 경우가 다른 모양.

끼리끼리라는 말이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세계여서 그런지 해랑의 무결함에 의견을 얹기도 했다.

그렇게 기사는 대형 팬덤의 대형 비난까지 등에 업고 온 커뮤니티로 퍼지기 시작했다.

‘크흠. 나도 말조심해야겠다.’

생각보다 파장이 커졌고, 또 인터넷 세상이란 건 순식간에 정보가 퍼져나가서 무섭게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은 다들 우리 편이라고 할 수 있으니 우리야 좋지만.

모니터에 뜬 활자들만 봐도, 여기서 욕먹고 저기서 치이고 이리 구르고 저리 데굴데굴하며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스타토픽이 마치 눈에 보이는 듯했다.

‘이 정도면 또 쉽게 건드리진 않겠지?’

이제 더러워서라도 안 건드릴 것 같다던 한 댓글이 떠올랐다.

마냥 방심할 수는 없지만, 때려서 가만히 있는 것과 때리면 반격하는 건 차이가 크니까.

생각보다 더 순조롭게 나아가는 상황에 우리의 컬러즈는 어땠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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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마 왜 저래 개웃기네

이제 비즈니스는 약간 놓은 건가. 그래도 이번 건 칭찬함ㅇ

└쟤네도 짜증난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면서 뉴마 때문에 터질줄은 몰랐다ㅋㅋㅋㅋㅋㅋ

└일 안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빨라서 놀랐짜너;;;

└요즘 왜 저러지 진짜…

└잘하면 뭔가 불안하다고 이제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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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컬러즈가 뉴마 얘기하면서 웃는 걸 볼 줄은.’

아직 신뢰 회복까지는 먼 것 같지만 정말이지 장족의 발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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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랑이 원래 사람 이름 잘 못 외워 ㅠㅠㅠ

연습생 때 우형이 이름도 세달만에 제대로 외웠다고 했음

└아 맞닼ㅋㅋㅋㅋㅋㅋㅋ생각난닼ㅋㅋㅋ

└어디서 한 얘기야?

└20xxxxxx 뷰이라이브 보면 8분 40초쯤에 우형이가 얘기함

└진짜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말할 때 우형이 한숨 쉬는 거ㅜㅜㅜㅜㅋㅋㅋㅋ ㄱ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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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음 놓고 다른 떡밥을 즐기러 가는 여유까지.

이 정도면 더 걱정할 것은 없었다.

‘하아……. 오늘 할 일은 다 했다. 이젠 더 일 못 해.’

오전부터 내내 놀랐다가 짠했다가 화났다가 험난한 감정 기복까지 더해져 정신없었는데 이제야 안심이 된 나는 의자에 몸을 축 늘어트렸다.

***

“안녕하세요.”

회사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한이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또 다음 앨범 녹음을 위해 목 관리 중인 그는 여전히 작은 볼륨을 유지하고 있었다.

“연습실?”

“네.”

나는 옆에 서서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한이에게 슬쩍 시선을 두었다.

파란만장한 하루를 보냈던 나와 다르게, 한이는 자신이 그 일에 엮였으리라고는 상상도 안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해랑이 비밀을 확실히 지킨 모양이었다. 워낙 과묵해서 애초에 말할 거란 생각도 안 했지만.

주변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나는 슬쩍 운을 뗐다.

“너 얼마 전에 레드…… 수연이 마주쳤었지? 회사 앞에서.”

뜬금없게 들릴 법한 질문에 한이는 잠시 위를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하더니 기억이 떠오른 듯이 말했다.

“아. 네. 여기 앞에 있길래.”

“응. 잠깐 기자 눈 피해서 들어왔었다더라.”

“얼마 전에 한파였는데 찬바람 맞고 있더라고요. 전에 메인 보컬이니까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라고 하셨던 게 생각나서.”

“아.”

지금도 작은 목소리로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한이는 나름 내 목 보호 지시를 잘 지키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가수니까 찬바람 맞지 말라고 들여보내 준 거라고…….’

생각보다 더 담백한 이유를 듣고 나는 어쩐지 수연의 표정이 떠올랐다.

이게 그건가. 0고백 1차임…….

“혹시 무슨 문제 있었어요……?”

기사 내용까지는 자세히 읽지 않았어도 바로 얼마 전에 수연과 해랑이 기사가 났던 것은 그도 알았을 터.

내가 갑자기 수연의 이야기를 꺼내자 혹시 제 행동에 문제가 있었을까 걱정되었는지 한이가 물었다.

“아니. 아무 일도 없었어. 잘했다.”

뭐, 어쩌면 있을 뻔했던 것도 같은데. 아무튼 깔끔하게 종결 났으니까.

“혹시 그 후에 마주친 적은 없었고?”

“네. 그때도 얘기하다 도망가던데요?”

“으응……?”

도망은 또 무슨 소리지.

그러나 한이는 작게 말해서 내가 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허리를 살짝 숙이고 다시 천천히 말했다.

“들어오라고 했었는데, 누가 볼까 봐 그랬는지 갑자기 피하더라고요.”

아. 이래서.

난 자세를 낮추며 말하는 한이의 얼굴을 보고 수연이 도망갔다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바람이 세게 불어서 작게 말하는 한이의 목소리가 잘 안 들렸을 테고, 그래서 한이는 지금처럼 자세를 낮춰 얘기했고.

가까이에서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바람에 수연은 도망친 것이다. 아마도 부끄러워서.

‘……멜로 눈깔이 잘못했네.’

멤버들에게 ‘입 다물었을 때 가장 멋있다’고 평이 자자했던 그 분위기와 멜로 눈빛의 콜라보.

그게 의도치 않게 한 얼빠 소녀의 마음을 흔들어 버린 것이다.

한이가 아이돌이라 그런 모습을 광역으로 팬들과 대중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지, 일반인이었으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았을까…….

“넌 참 아이돌이어서 다행이다.”

“네?”

“아냐. 아무것도.”

크다면 컸던 이번 해프닝의 실상은 이렇게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일인 듯해서 나도 그만 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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