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33화 (33/430)

# 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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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대회 보다가 질문! ㅎr범이란 분 해랑이랑 친해?

해랑이 인터뷰하고 돌아가는데 화면 구석에서 계속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시강ㅋㅋㅋㅋ

└데뷔 전부터 알고 지내던 느낌이었음

└나도 봤엌ㅋㅋㅋㅋㅋ 해랑이는 못 봤는지 뒤도 안 돌아보고 들어감ㅠㅠㅋㅋㅋㅋ

└아는 사이인건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친한가 봐. 이번에 곡 홍보 서로 올려준 것도 그렇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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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대운동회.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가면 일단 복장부터 터지지만, 방송일이 되면 보긴 하는 그 방송.

욕은 많이 먹어도 아마 그래서 시청률이 나오니 유지되는 게 아닐까…….

나야 현장에서 거의 지켜봤으니 TV로 또 본다고 새로울 것은 없었다.

다만 관객처럼 멀리서 지켜봤던 현장이 방송용으로 어떻게 정리되어 나오는지 비교할 수 있어서 신기한 기분으로 시청했다.

‘오……. 방송은 이렇게 편집해서 나오는구나.’

일단 얼굴이라도 한 번씩은 비칠 수 있었고, 경기가 진행될 때마다 명장면 리플레이에 다른 사람들의 반응까지.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다치지 않고 분량만 잡을 수 있다면 팬으로선 그렇게 나쁠 것까지는 없었다.

그 많은 아이돌 속에서 아이리스는 대단하게도 분량 싸움에서 살아남았다.

옐로의 팔에 묶어준 내 손수건도 뜻하지 않게 덩달아 방송을 탔다.

그리고 모노크롬은…….

‘다치지 않고 분량만 잡을 수 있으면 괜찮아 보이는데 둘 다 해당이 안 된다니.’

착잡하지만 스스로도 조금 예상했던 바였다. 예상대로 모노크롬은 방송에선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아이돌 대운동회가 촬영 당일 가장 크게 욕먹었던 이유가 그것이었으니까.

멀쩡한 아이돌 멤버 은퇴하게 만든 돌대회!

편집에 그날 일이 영향을 줬는지는 나야 알 수 없지만, 여러모로 모노크롬과 상성이 좋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래도 100m 달리기 1위 했잖아.’

분량으로 믿을 만한 건 해랑의 1위 인터뷰 정도인가.

열심히 안 해도 된다고 했던 내 말은 진심이었지만, 정작 방송일이 되니 멤버가 열심히 해서 따낸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다니.

활동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보면 나도 마음가짐에 조금 차이가 생겨나 있었다.

아직은 방송보다 우리를 우선하고 싶긴 한데…… 그래도 얼굴 한 번 더 비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여러 복잡한 마음으로 TV 화면을 보고 있으니 드디어 육상 100m 달리기 남자 결승전 순서가 돌아왔다.

어차피 결과는 알고 있었으니 손에 땀을 쥘 것도 없었다.

해랑의 인터뷰만 언제 나올지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는데.

‘운동회라며. 운동회라며!’

공명정대한 체육인의 정신은 어디 간 거냐!

역시 예능은 예능이었는지 ‘아이돌 <대운동회!>’이기 이전에 ‘<아이돌!!> 대운동회’였다.

어쩐지 해랑의 인터뷰는 적당히 후루룩 지나가고, 2위를 했던 SPID의 하범이란 멤버의 분량이 더 많은 느낌이었다.

‘……해랑이 말을 길게 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지.’

인터뷰 후 해산하는데도 굳이 2위가 팬들에게 인사하며 돌아가는 장면을 따라가면서 더 비추는 카메라.

방송이 무엇에 더 집중하는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물론 진짜 체육대회가 아니므로 시청률을 위해 움직이는 것도 이해는 되었다.

아쉬움은 남지만 마냥 속 터질 일은 아니었던 게, 역시 TV에 단독샷이 잡히는 건 영향력이 컸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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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남돌 100m 금메달 누구냐 존잘이네

└모노크롬 백해랑

└나도 질문하러 들어왔는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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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아이돌이 뛰어다니는거 보는게 뭐가 재밌냐면서 채널 돌리려는 거 겨우 막았는데 옆에서 보더니 잘생겻다고 하더랔ㅋㅋㅋㅋㅋ

덕분에 리모컨 사수함. 타팬인데 대신 ㄳ

└얼굴로 세상은 못 구해도 리모컨은 구한다

└아냐. 방금 내 세상은 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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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ㄴㅋㄹ 해랑 키 몇이야?

스핃 하범도 작은 키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옆에 있으니까 왤케 아담해 보이짘ㅋㅋㅋ

└이메다정도 할듯

└공식은 아마 186인가? 그럴걸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뿐이지 하범이도 180이라구요ㅠㅠ

└6센치면 저 정도로 차이 안 나. 하범이 키 늘여 말한 것 같은데ㅋㅋ

└으이구 알못아 하범 180맞아 신발 벗고 키 잰 영상 있으니까 보고 오던가

└굳이굳이 서치해서 까댓글 달고 가는 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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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세상에 와서 가장 먼저 달성, 아니, 발굴한 매력 레벨 10의 효과는 강력했다.

해랑은 실물이고 화면발이고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록 전체 방송 시간에 비해선 아주 짧은 시간이더라도,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방영되니 반응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해랑과 동시에 언급되는 것은 2위인 하범이었다.

나야 모노크롬 멤버들이 다른 아이돌과 같이 있는 모습을 잘 보지 못했으니 그들이 연예계에서 누구와 안면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촬영 당일에 해랑과 하범이 가볍게 인사하는 모습은 봤는데 확실히 친하긴 했던 모양이다.

‘이 하범이란 멤버네 그룹…… 요새 손에 꼽을 정도로 잘나간다고 했었지.’

해랑과 하범이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그쪽 팬석에서 들려온 큰 환호성이 떠올랐다.

ㅈ소 소리 듣는 뉴마와 다르게 대형 소속사라고 했던가. 규모만큼이나 인기도 대형이었다.

분량으로 밀리긴 했지만, 우승자 인터뷰 내내 하범이 해랑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계속 옆에 붙어있던 덕분에 함께 있는 캡처 사진도 제법 올라오고 같이 언급이 많이 되었다.

다만 ‘해랑 잘생겼다’에서 하범 키 논란으로 이어지는 이 흐름.

‘아니, 키 몇 센티가 대체 뭐가 중요해! 우리 애한테 더 주목해 달라고!’

사람들이 자신의 키가 180이 넘는지 안 넘는지 갑론을박을 펼치는 것을 알 리 없는 하범은 방송이 끝나자 개인 SNS에 해랑과의 투샷 사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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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bum: 금메달과 은메달(트로피 이모티콘)

친구야 연락 좀 자주 하고 살자고 했더니 TV로 먼저 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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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랑은 말없이 ‘좋아요’를 누르며 흔적을 남기고 갔고.

어쩐지 그 이후로 모노크롬 채널에 영어 댓글이 아주 조금 늘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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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첫 음악 방송이었던 <뮤직더라이브> 사전 녹화 날에 있었던 재민의 망한 애드립이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다.

“본방에서 <기다림의 끝>을요?”

“길이를 반 정도로 줄여야 하긴 하는데. 괜찮지?”

“그럼요!”

무려, 방송에서 두 곡 무대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

본방송에서 라이브로 <기다림의 끝>을 부르고, 그 뒤엔 사전 녹화로 촬영하는 이 방송으로 나갈 예정이었다.

한이가 ‘다음 기회에!’라면서 넘겼는데 정말 그 ‘다음 기회’가 바로 찾아올 줄이야.

‘다들 좋아하니까 괜히 내가 뿌듯하네.’

재민이 다치는 바람에 본방송 무대에 완전체로 올라가지 못했기에 좋지 않은 이미지로 인식되진 않을까 걱정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제작진이 너그럽게 잘 봐줬는지 먼저 이렇게 제안을 해 주니 안심이 되었다.

아무래도 방송에 두 곡이 나가다 보니 <기다림의 끝>은 곡 전체를 다 부를 순 없고 1절만 부르든 편곡을 하든 반으로 줄여야 했다.

하지만 1분 남짓이어도 모노크롬에게 그만큼 방송 시간을 더 할애해 준다는 게 어디인가!

괜히 떡 하나 더 챙겨 먹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계기를 던진 재민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때 분위기 숙연해졌으면 죄송할 뻔했는데.”

다친 것뿐만 아니라 상의 없이 아무 말이나 했던 것도 조금은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럴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역시 한이랑 미리 짜고 던진 게 아니라, 한이가 이어받아서 적당히 넘긴 듯했다.

‘한이가 이런 쪽으로 머리가 참 잘 돌아가.’

순발력 있는 준해도 그렇고, 기지 있는 한이도 그렇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알아서 잘들 수습해 주니 나로서는 든든했다.

“결과가 좋으면 뭐 다 좋은 거지. 노래 줄이는 건…… 우형이가 송 피디님이랑 같이 상의해서 편곡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

“네!”

아무래도 자작곡이니까 가장 잘 아는 우형이 맡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물어보니 우형은 또 그 결연한 표정을 내보였다.

괜히 활동기에 일을 더 떠맡기는 건 아닌가 고민도 되었지만 의욕적인 표정을 보니 그리 고민할 일은 아니었던 듯했다. 뭐, 이것도 좋은 게 좋은 건가.

“아무튼 활동 일주일 더 남았으니까 다들 몸 관리, 목 관리 잘하고,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고.”

목을 쓰는 가수다 보니 감기는 특히나 조심해야 했다.

내가 모인 멤버를 슬슬 해산시키려 그렇게 말하자 멤버들의 시선이 메인 보컬인 한이에게 모여들었다.

“너 아까 기침하지 않았냐……?”

“한 번 할 수도 있지.”

그러고 보니 이전에 녹음 단계에서 송준오 피디가 했던 얘기가 생각났다.

[2절 사비는 준해로 시작하는 게 낫지 않겠어? 안 그래도 후반에 고음 파트 몰려 있는데 이렇게 안 나누면 목 나가기 십상이다.]

하면서 파트 배분을 조정하던 그였다.

원래 윤환이 있을 땐 한이와 윤환이 함께 메인 보컬 포지션을 맡았었다.

그러나 모노크롬의 메인 보컬이 한 명으로 줄어들면서 전보다 그에게 부담이 가는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긴 공백기 이후에 갑자기 여러 곡을 녹음하지 않았던가.

“조금이라도 목 아프거나 감기 기운 있다 싶으면 바로 병원 다녀와.”

“에이. 다녀오기야 하겠지만 지금은 진짜 아니에요.”

“너 아침에 목 잠겨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진 것 같긴 해.”

“그건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우형이 걱정스러운 반응을 보이자 뭔가 말하고 싶은 듯이 한마디를 덧붙이는 해랑.

‘하긴 평소에도 목소리가 큰 편이니까.’

연습실에 가까이 가면 벽을 뚫고 들리는 게 주로 한이 목소리긴 했다.

노래 부를 때뿐만이 아니라 평소 말할 때도 그는 목청이 컸다.

“그래. 안 그래도 활동 끝나면 또 바로 앨범 준비인데 평소엔 목 좀 쉬게 하는 게 낫겠어.”

예전에 얘기가 나왔던 것처럼 입 다문 게 멋있다든지 그런 얘기가 아니었다.

정말 목을 위해서 평소에 부담을 줄이는 게 나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야 할 말은 없는데…….”

본인도 목을 쉬게 하는 것엔 이견이 없는지 순순히 나왔다.

그런데 한이가 말하다가 별안간 해랑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못 봤는데 뭔가 찰나의 표정 변화를 감지한 듯했다.

“형 방금 웃은 거 아니지?”

“아니.”

한이의 말에 나도 해랑을 쳐다보니 그는 이미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가장 말 많은 타입과 가장 말수 적은 타입이라……. 어떻게 보면 극과 극이긴 하네.’

아까도 한이가 말이 많다고 한마디를 덧붙였던 게 해랑이었는데.

해랑이 아무 반응도 하지 않은 척하는데도 한이는 물고 늘어지기를 멈추지 않았다.

“웃은 게 아니라는 거야, 웃은 게 아닌 게 아니라는 거야.”

“한이 형 벌써 말 많이 한다.”

“아니, 이러기…….”

준해가 한이의 입을 틀어막았으나 그 와중에도 뭐가 그리 불만인지 웅얼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바로 조금 전 나눴던 목 좀 쉬게 하자는 대화가 무색하게도 멈추지 않는 그의 입.

우형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이를 가장 잘 아는 멤버들의 그런 반응을 보니 그저 추상적인 지시로는 부족한 듯했다.

모노크롬의 대표 목소리라고 할 수 있는 한이. 정말 목이라도 상하면 큰일인데.

‘그렇다면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겠어.’

결국 모노크롬의 메인 보컬 한이에겐 목 보호를 위해 일정 데시벨 이상 수다 금지라는 지령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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