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30화 (30/430)

# 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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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스포해도 되나?

대기 중에 팬매님이 살짝 알려줬는데 오늘 뮤비 의상 중 하나래!!

└허어거헉헉 그 뮤비 처음 시작할 때 그 까만 수트인가??

└헉 지각하는 바람에 이 중요한 걸 못 들었네

└이번에 뮤비 의상 다 이쁘던데 벌써 두근거려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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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 줄서있는데 개추움ㄷㄷㄷㄷ

└오늘 실내 대기 아니야? 다들 고생이다

└다ㅑ른 팀 보니까 거이 순서 됴ㅐ야 안으로 들어가는ㄷ드ㄷㄷㄷ

└위에 댓글 왜 그래 죽지마ㅠㅠ

└오늘 방청간 지인들 다들 손 얼어서 오타나고 있다곸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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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핫팩 필요한 사람 있으면 가져가 여분 있어!

└나나 받을 수 있을까ㅜㅜㅜ너므 춥다

└나 늦게 나온김에 다 챙겨서 나온거라ㅋㅋㅋ거의 끝에 있어 두번째줄 끝쪽에 몬클 로고 뱃지 달린 에코백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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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공계에 사진!”

“우형 오빠다!”

컬러즈들은 하던 일도 멈추고 동시에 핸드폰을 들었다.

우린 대기실에 있어서 못 봤지만 돌대회 날 티저 사진이 뜰 때 팬석에선 이런 광경이었겠구나.

“허허억.”

“악! 귀여워!”

“쭌해!”

모노크롬 공식 계정에 올라온 사진을 확인한 컬러즈들은 방금까지만 해도 피곤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금세 술렁거렸다.

손으로 입가를 가리거나 심장을 부여잡는 등 온몸으로 리액션을 취하는 팬들.

동지들이 옆에 있으니 좋으면 좋다고 가감 없이 표현하는 모습. 마치 온라인상 반응이 의인화된 것 같았다.

‘무슨 사진을 올린 거야?’

팬들 반응을 먼저 보게 된 나도 뒤늦게 핸드폰을 들어 모노크롬 공식 계정에 올라온 글을 확인했다.

[오늘 만나요~(여우 이모티콘)

#모노크롬 #뮤직더라이브 #현준해 #취침중]

여우 이모티콘이 우형이라는 표시인가?

그룹명으로 되어 있는 계정이라 누가 올렸는지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팬들은 다들 이모티콘을 보고 우형인 것을 알아챈 듯했다.

첨부된 사진은 한 장도 아니고 점점 클로즈업하듯이 세 장이 연달아 올라와 있었다.

멀리서 한 장, 가까이서 한 장, 얼굴도 안 보이는 정수리 사진이 한 장.

아까 패딩에 파묻혀 잠들어 있던 준해의 모습이었다.

[우리 애기 피곤해ㅠㅠㅠㅠㅠㅠㅠ]

[이 사진 완전 이거잖아요.]

팬들은 SNS에 포대기에 싸인 아기 사진을 올리며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주접을 늘어놓았다.

오늘 올라온 사진들은 팬들 사이에서 금세 포대기준해로 명명되었다.

‘포대기…….’

스물셋, 대학교 졸업반인 준해도 팬들 눈엔 거의 갓난아이였다. 23살이 아니라 23개월이라나.

팬들은 금방 사진을 저장했는지 뒤이어 온갖 아기 사진을 붙여 다시 올리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강아지 사진도 섞여 있었고.

공식 계정 한 군데에 올라온 사진은 이런 식으로 팬들의 계정을 통해 계속 퍼져나갔다.

그리고 올라오는 사진 중에서 유독 화질이 떨어지는 사진이 눈에 띄었다.

[준해 어릴 때랑 얼굴 똑같은것 봐ㅋㅋㅋㅋ큐ㅠㅠ]

서너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 사진. 동글동글한 얼굴에, 어쩐지 눈매나 입매가 낯익기도 한 것이…….

‘이거 진짜 준해 사진이야?’

예전에 풀린 적이 있던 사진이었는지 팬들은 어디서 금방 가져와서는 ‘귀엽다’를 연발했다.

설마 여기서 멤버 어릴 적 사진을 보게 될 줄이야. 멤버들을 게임 그래픽으로 먼저 접했던 나는 생소한 기분에 휩싸였다.

확실히 나보다는 컬러즈가 더 멤버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방금 봤을 때만 해도 준해는 푹 잠들어 있었는데 허락은 받고 올린 걸까?

‘뭐…… 우형이 알아서 했겠지.’

난 사진을 올리면 어떻겠냐고 물어보기만 했고 실제로 사진을 찍어 올린 건 우형이니까. 응.

무료하게 기다리는 팬들을 위한 사진 선물은 성공적인 반응을 끌어냈고 현장에 있던 덕분에 특별히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만족한 나는 녹화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다시 대기실로 올라왔다.

그리고 사진 문제는 알아서 했겠거니 했는데 합의되지 않은 일이었는지,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준해가 우형을 붙잡고 짤짤 흔들고 있는 장면이었다.

“얼굴 완전 부어 있었는데 그걸 찍으면 어떡해!”

“귀여운데 왜. 잠깐, 잠깐. 셔츠 구겨진다.”

“아, 진짜!”

의상 핑계를 대자 준해는 그래도 금방 우형을 놓아주었다.

옷은 구겨지니까 건들면 안 되고 헤어도 망가지니까 건들면 안 되고.

세팅한 것이 무엇보다 강력한 방패였다.

“팬들이 귀엽다고 되게 좋아하던데?”

“으…….”

나는 방금 보고 온 팬들의 반응을 떠올리며 말했다. 준해도 팬들이 좋아한다니 그 점은 할 말은 없는 모양이었다.

화살은 다시 우형에게로 돌아갔다.

“이번 활동 기간 안에 복수한다, 형. 자기만 해 봐.”

“허업.”

준해가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내자 더 건드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우형은 입을 다물었다.

잠깐의 소란은 방송 스태프의 부름 덕분에 일단락되었다.

“모노크롬 리허설 준비해 주세요~.”

“네!”

***

녹화 시작 직전.

나는 녹화 직전 체크 중인 제작진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모노크롬. 데뷔 무대 때도 제가 현장에 있었는데.”

“정말요?”

“음악 방송을 맡은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그 시기에 데뷔 무대 했던 그룹들은 거의 다 기억하거든요. 이 친구들 아마 꽤 오랜만인 것 같은데…….”

“윽.”

또 오는 건가. 죄책감 공격이…….

“컨셉을 보니 그때 데뷔 무대가 딱 생각나더라고요. 촬영하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고.”

“아하하……. 기억해 주시니 참 좋네요.”

다행히 죄책감 공격보다는 호의적인 감상이 돌아왔다.

그는 ‘오랜만에 활동한다.’가 아니라 ‘컨셉이 데뷔 때와 닮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듯했지만 찔릴 것이 많은 나는 또 괜히 양심이 찔렸다.

누군가가 한 곳에서 열심히 경력을 쌓을 때 회사에서 방치되어 있었던 멤버들.

모노크롬을 잘 몰라도 섭섭하지만 기억해도 쓰리구나.

“후편집도 그때랑 비슷하게, 엔딩에 흑백 효과를 넣으면 어떨까 하거든요.”

“저희야 신경 써서 해 주시면 감사하죠.”

“나머지는 상세하게 제시해 주셔서 최대한 맞춰봤습니다. 포인트를 집어주시면 저희도 연출 회의할 때 편해서요.”

몇 테이크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반복되었던 뮤비 안무 촬영을 쭉 지켜봤던 덕분에, 실제 무대에선 어떻게 보일지 여러 번 시뮬레이션할 수 있었다.

그 기억을 토대로 어느 부분에 어느 포인트를 살려줬으면 하는지 구체적으로 요청할 수 있었고.

솔직히 방송사와의 관계에서 우리가 갑인 것도 아닌데 너무 깐깐하게 요구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직접 만나 보니 상당히 너그러운 제작진이었다.

‘방송국 첫 입성이라 긴장했는데…….’

마음이 조금 풀어졌다. 첫 시작으로는 좋은 느낌이었다.

내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추운 곳에서 고생하던 팬들도 드디어 입장했다.

“여러분, 아시죠~. 개인 멘트 자제, 환호성은 크게.”

팬매니저인 윤희가 먼저 팬들 앞에 서서 안내사항을 전달했다.

컬러즈는 윤희가 “아시죠.”까지만 말했는데 뒷말을 듣기도 전에 먼저 “네~.” 하며 대답했다.

그렇구나. 다들 프로 컬러즈라 다 아는구나.

컬러즈도, 윤희도, 카메라 감독도 다 이 상황에 익숙한데 나만 신입이었다.

그리고 멤버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드디어 무대 의상의 멤버들을 실물로 접하게 된 컬러즈들은 크게 환호했다.

‘목청은 여전하구나.’

돌대회 때 소수정예로도 존재감이 확실했던 그 목청.

이 정도면 정말 어디 가든 꿀리진 않을 거야. 든든해.

댄스곡이다 보니 머리에 고정시킨 헤드 마이크를 끼고 올라온 멤버들은 정말 ‘아이돌’이었다. 아직도 새삼스러운 부분이 남아 있었다니.

올라온 멤버들이 먼저 인이어와 마이크 체크를 하느라 정신없자 컬러즈들은 실물 영접의 감상을 내뱉으며 자기들끼리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와~나. 실물 개미쳤네.”

“콜록.”

팬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는 누군가가 나지막이 내뱉는 말에 순간 사레들리고 말았다.

크게 말한 건 아니고 뒤에 있는 내게만 들린 말이었지만 좋으면 험한 말투가 나오는 컬러즈.

‘회사가 험한 말 안 듣게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어…….’

이전 뉴마의 행태에 욕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이젠 조금 적응되었지만, 앞으로 내가 한 일로 욕먹으면 정말 타격이 클 것 같으니까.

“저 의상 진짜 보고 싶었는데 오늘 와서 다행이다!”

“스타일리스트님 바뀐 거 맞나 봐요.”

“헤메스 전체적으로 간 것 같지 않아요?”

“그 샵 계약 언제 끝나나 했더니 드디어.”

확 바뀐 모노크롬의 스타일만큼은 팬들도 흡족했던 모양.

대기 시간에 윤희를 통해 뮤비 의상 중 하나라는 떡밥을 흘렸을 때도 반응이 좋았었다.

‘이건 내가 뿌듯해해도 되는 거겠지?’

이번 의상들도 내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스타일링 경험의 결과물이었다.

헤어, 메이크업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는 따로 있었고, 내 의견을 실질적으로 구현해내는 것은 그분들의 역할이었으니 내가 거기에 이름을 올린 건 아니었지만.

대신 내 이름은 총괄 프로듀서로 앨범에 올라가 있었다.

‘그 사람이 뒤에 서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를 테지만.’

그게 나라고 자랑할 수도 없고, 그냥 혼자만의 뿌듯함에 빠져들었다.

뒤이어 음향 체크를 마친 멤버들이 일렬로 서서 인사했다.

“블랙 앤 화이트! 모노크롬입니다!”

“와아아아아!”

열렬한 환호에 멤버들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오래 기다렸죠?”

“아니이…….”

우형이 질문하자 컬러즈는 금세 표정이 감회에 젖어 들어갔다.

기다렸냐는 물음은 아마 오늘 녹화 대기 시간만을 말한 것은 아닐 터였다.

이 음악 방송 무대에 다시 올라오기까지,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기까지 몇 년을 기다렸을까.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분위기 처져도 괜찮은 거야……?’

뒤늦게 같은 걱정이 들었는지 팬들의 얼굴을 본 우형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팬들에게 안 보이는 곳에서 빨리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손짓을 보냈다.

누가 뭐라도 말해서 넘어가 봐!

다행히도 그 다급한 손짓을 무대 위의 재민이 캐치해냈다.

“그럼 기다렸으니까 <기다림의 끝>이라도…….”

“와아아아!”

팬들의 분위기는 다시 살아났지만 그 누구와도 합의되지 않은 애드립에 멤버들도, 나도 당황했다.

처진 분위기가 살아난 건 좋지만, 그건 좀 생각해 봐야 할 일인데……?

곧바로 한이가 재민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뒤로 돌아 뭔가 과장되게 주의를 주는 척했다.

“아, 옙. 넵. 죄송합니다.”

마치 상사 앞에서 조아리는 듯한 뒷모습.

마이크를 통해 재민의 사과하는 목소리만 들려오자 팬들은 재밌었는지 작게 웃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어어어~.”

“쉿.”

돌아온 한이가 상황을 마무리하자 팬들이 아쉬운 소리를 냈다.

그러나 지금은 녹화 전 준비 시간이지 토크 시간은 아니었으니까.

다들 프로 컬러즈라 현실적으로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지 금방 한이의 “쉿.”에 따라 조용해졌다.

“착하다. 착해.”

한이가 허공을 쓰다듬는 제스처를 취하자 분위기는 또 달아올랐다.

분위기를 들었다 놨다. 프로 컬러즈에 꿀리지 않게 너도 정말 프로 아이돌이구나.

카메라 리허설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모니터링을 위해 세트 뒤로 이동했다.

모니터 화면으로 보는 모노크롬의 무대는 뮤비 촬영 때와는 또 비슷한 듯 달랐다.

시작은 무대 뒤의 LED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 역광으로 실루엣만이 드러난 멤버들.

사운드의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연출된 조명과 함께 대형에 맞춰 빠르게 움직이며 무대를 꾸며나갔다.

정말 내가 TV에서나 보던 아이돌 무대의 모습이 눈앞에 있었다.

하나의 무대가 완성되어가는 긴 여정을 지켜봤더니 더욱 새삼스레 와 닿는 기분으로 녹화를 지켜보았다.

진행된 녹화는 리허설이 한 번, 본 녹화가 두 번.

‘이 정도면 완벽해. 어쨌든 내 눈엔 완벽했어.’

멤버들은 공을 들여 준비한 컴백 무대였던 만큼 그 노력의 결과를 보여줬다.

녹화의 끝을 알리는 “수고하셨습니다.”가 울려 퍼지고 멤버들은 컬러즈에게 손을 흔들었다.

“다들 조심히 들어가요. 안녕~.”

“안녕~.”

녹화는 끝이었지만 활동은 이제 시작이었으니 팬들도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인사를 건넸다.

‘잘했다!’

첫 사녹이 성공적으로 끝나 흡족한 표정으로 대기실에 돌아오는 멤버들을 반기려던 순간.

“어? 야!”

팬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들어오자마자 재민이 갑자기 풀썩 주저앉았다.

옆에 있던 한이가 재빨리 팔을 붙잡아 넘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재민은 그 자리에 앉은 채로 일어서질 않았다.

“무슨 일이야?”

계단을 내려오면서 미끄러지기라도 한 건가. 하지만 그 정도라면 일어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계단보다 더 안쪽, 밖에서 보이지 않는 곳까지 들어와서 주저앉은 것이었으니까.

느닷없는 상황에 내가 곧바로 가까이 다가가자, 나를 올려다보는 재민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저…… 발목이…….”

재민은 한이에게 붙잡히지 않은 다른 쪽 손으로 발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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