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29화 (29/430)

# 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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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씨 이게 얼마만에 무대 보는 거야

근데 음방 일정이 왜 저거밖에 안 되냐.

내가 몬클이들 무대만 5억5천만년 기다리다가 눈이 침침해져서 다 안 보이는 거냐

└공중파 다 빠졌네

└뭐야 내 음방 마저 돌려줘요

└뉴마가 또

└후배돌 활동할 땐 잘만 잡아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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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발매한 <기다림의 끝>이 온라인 음원으로 한 곡만 발매하는 디지털 싱글이었던 것처럼, 앨범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었다.

이번 에는 총 네 곡이 들어가는데, 이것은 미니 앨범이란 명칭이 붙었다.

첫 번째 트랙으론 앨범명과 동명인 타이틀곡이 들어가고, 두 번째 트랙엔 이전에 들었던 우형의 자작곡, 마지막인 네 번째 트랙엔 저번에 발매한 <기다림의 끝>이 들어가게 되었다.

이미 디지털 싱글로 발매되었지만 실물 앨범에 들어가는 것은 또 다르니까.

이번 컴백 프로젝트에서 가장 먼저 나온 곡이었으니 앨범의 선공개곡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남은 세 번째 트랙엔 타이틀곡 후보에서 아쉽게 제외된 곡이 들어가나 했는데, 수록곡은 또 수록곡만의 감성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타이틀곡 후보는 전부 댄스곡이었으니까.’

그렇게 해서 세 번째 트랙엔 밝은 느낌의 발라드곡이 들어가게 되었다.

잘 구상해서 넣어야 밸런스가 맞는 거구나. 이렇게 또 하나 배워갑니다.

우형의 자작곡은 거의 완성되어 있었고 한 곡은 이미 발매된 곡이었던 덕분에, 다행히 미국 일정이 중간에 끼었어도 큰 차질 없이 제작 일정에 맞출 수 있었다.

물론 앨범 제작이란 노래 녹음만 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앨범 사양 결정에, 재킷 사진에, 앨범 북클릿에 들어갈 사진 촬영에. 앨범마다 랜덤 포토 카드라는 특전도 들어가니 그것도 잠깐 찍고.

실물로 제작되어 나오는 것 외에도 소속사는 따로 할 일이 있었다.

순차적인 티저 공개와, 통칭 ‘하라메’라고 줄여 부르는 하이라이트 메들리 공개.

‘언제 나옵니다~.’, ‘나왔습니다~.’ 하고 끝인 게 아니라 중간에 기대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챙길 게 많았다.

나는 처음 하는 일이었기에 직원들이 진행하면 뒤에서 ‘아, 그렇구나.’ 하고 거들며 어깨너머로 배우는 시간이나 마찬가지였다.

일정대로 짜인 떡밥 공개가 끝나면 드디어 앨범 발매.

이 정도면 기본적으로 할 건 다 한 거겠지?

뭔가 또 부족한데 모르고 있던 건 아니겠지?!

그런 걱정에 휩싸여 나는 앨범 발매일까지 송준오 피디에게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더란다.

내가 불안해하며 몇 번이나 되묻자 그도 질렸는지 대답 대신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이런 점은 정말 여우형이랑 똑같네요.”

“뭐가요?”

“아닙니다.”

왜 갑자기 우형의 이름이 나오는지 처음엔 이해를 못 했으나 잠시 생각하고 알아챘다.

아. 우형이 그랬었지. 계속 확인 받고 싶어 하던 것.

‘이런 기분이었구나…….’

확실히 잘 아는 사람이 괜찮다고 해 주면 그제야 안심이 되었으니까.

그래도 난 처음이라 어쩔 수가 없다고!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앨범이 나왔다고 또 끝나는 게 아니었다.

이제는 2주간의 음악 방송 활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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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하면 내가 주로 떠올리는 모습은 음악 방송에서 무대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음악 방송도 나가고 싶다고 전부 나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현재 TV로 방송되는 음악 방송은 공중파 채널이 둘, 케이블 채널이 셋.

잡힌 스케줄은 딱 케이블 채널 셋.

‘공중파는…… 인기를 얻어야 나갈 수 있는 거야?!’

방송 시간이 정해져 있고 나갈 수 있는 아티스트 수는 한정되어 있었다.

음악 방송에 나가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의 수는 생각보다 많았고. 대중들에게 친근한 공중파 프로그램이라면 더더욱 경쟁이 치열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 반짝거리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과 달리 뒤에서는 이 얼마나 험난한 세계인가.

내가 받은 퀘스트는 하나였는데 그 속에 무수한 세부 퀘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 음악 방송 전부 나가기. 하나 추가.’

이렇게 하나씩 해나가다가 2년이 금방 지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만스러워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최선을 다하는 게 내가 할 일이지만.

[20****** <뮤직더라이브> 사전 녹화 안내]

그리고 드디어 모노크롬의 공식 팬카페에 음악 방송 방청 신청 공지가 올라왔다.

오랜만에 올라온 음악 방송 소식에 우리의 컬러즈는 크게 들썩였다.

[죽기 전에 내 눈으로 무대를 보는구나ㅠㅠㅠㅠㅠ물론 붙어야겠지만…]

[으악 공지 보자마자 연차 신청 내고 옴. 반려하면 퇴사할 거야 팀장님 빨리 처리좀 빨리빨리]

[아이고 너무 오랜만이라 신청 방법 다 까먹었다 어떡하냐]

[나 이제 늙어서 순발력 떨어진다고 벌써 손 덜덜 떨려]

방청 인원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신청은 선착순이었다.

얼마 전엔 돌대회 방청 신청도 있었지만 기나긴 녹화 시간도 장벽이고, 컬러즈에게는 여러모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프로그램이라 선뜻 신청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음악 방송은 꼭 한 번쯤 직접 보고 싶은 무대!

다들 말로는 시름시름 앓는데 모노크롬 무대를 실물로 볼 수 있단 사실에 기뻐하는 게 느껴졌다.

‘지켜보는 나까지 덩달아 두근거리잖아.’

팬들이 필요한 일에는 팬매니저인 윤희가 가장 수고를 많이 하게 되었다.

나는 윤희가 하는 일을 구경하며 처음 보는 이 세계가 얼마나 치열하게 돌아가는지 실감했다.

“와……. 순식간에 마감이네요.”

“다들 벼르고 있었을 테니까요.”

모노크롬이 인지도는 떨어진다지만, 남아 있는 팬들만큼은 정말 열과 성을 다해 그룹 활동을 응원했다.

말하자면 아이돌계의 외딴섬 고인물 팬덤.

상황이 도와주지 않고 회사가 속 터지게 해도 정말 멤버들만을 부여잡고 버텨온 사람들.

그리고 팬들을 보고 버티던 것은 멤버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심지어 일반인이었던 재민도 우연히 알아보고 찾아와주는 팬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오랜만에 보는 무대인 데다가 가장 첫 컴백 무대라는 특수성 덕분에 선착순은 순식간에 채워지고 윤희는 신청 받은 내용을 능숙하게 확인하고 정리했다.

[김**]

[정**]

[활동2주실화냐]

[뉴마정신차려]

[박**]

[공중파는]

뒤로 갈수록 신청이 목적이 아니었는지, 자신의 이름을 적어야 할 공간에 이름 대신 뉴마를 향한 코멘트를 남기는 사람들도 섞여있었다.

2주간의 활동은 너무 짧다는 사람, 공중파 스케줄은 없냐는 사람, 아무튼 잘 좀 하라는 사람.

‘……이런 건 또 생각 못 했네.’

정말 창의적인 팬들이야.

방심한 상태에서 훅 들어온 질타에 마음이 뜨끔했지만 지금 나로서는 이게 최선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정해진 일은 어쩔 수 없는 것. 이러한 요청 사항들은 다음 활동을 위한 발판으로 새겨듣기로 했다.

***

‘으으. 무슨 녹화를 이런 쌩새벽에 하는 거야.’

해도 뜨지 않은 시각.

시간이야 미리 전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지만 실제로 나와보니 동틀 기미도 보이지 않는 그냥 깜깜한 밤이었다.

물론 준비를 위해 녹화 시간보다 더 일찍 나온 것이지만 몇 시간 먼저 집합해야 하는 것은 멤버들이나 팬들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전 회사 생활이 거지 같긴 했어도 이 시간에 일하러 나와 본 적은 없었는데.’

아무리 엔터 업계엔 온전한 휴일이 따로 없다지만 밤낮까지 없을 일인가.

그래도 방송이란 것은 근로 시간이 아니라 방송 시간에 맞춰 돌아갔다.

당일에 녹화하고 당일에 방송하려면 이런 이른 시간에 시작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사람들이 엔터 업계에 관심만 많고 발 들이긴 싫어하는 이유를 알겠어.’

유명한 연예인, 혹은 좋아하는 연예인과 함께 일하는 모습을 선망하는 사람도 많다지만 직장은 직장.

실제로 누군가 엔터사 취업에 관심을 보이면 이런 고충을 들려주며 추천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뉴마에도 직원이 항상 부족한 걸까…….

쌀쌀한 밤공기에 겨울 코트를 여미고 미리 예약한 택시를 잡아 탄 나는 곧장 방송국으로 이동했다.

회사에 정시 출퇴근할 때는 주로 최 비서와 함께 이동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시간이지 않은가.

내가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현장으로 간단 소리에 최 비서가 말을 꺼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시간 맞춰서 차를 대기시켜 놓을까요?]

[아니, 택시 타고 가면 되지. 뭣 하러 새벽부터 일을 해.]

[이사님은…….]

최 비서는 말을 하다 말았지만 내가 매니저처럼 모노크롬 활동에 붙어 다니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물론 이사라는 직함을 달고 스케줄에 매번 따라다니는 게 이상해 보일 법도 했다.

최 비서는 그 가상의 대표의 가장 측근에서 일하던 인물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대표로 게임을 플레이할 때 회사가 어땠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때처럼 책상머리에 앉아서 그저 지시만 내린다고 뭔가 될 것 같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직접 보지 않으면 내가 불안했고.

최 비서에게 이런 속마음을 그대로 설명하며 이해시킬 수는 없었다.

내겐 인생이 달린 문제라고 말해봐야 어느 누가 믿을까.

회사 내부 일을 많이 맡기고 나는 밖으로 나돌아서 좀 미안한 감이 있긴 하지만…….

방송국에 도착하니 이미 도착해 있던 멤버들은 메이크업과 헤어 세팅 중이었다.

눈화장을 받고 있는 건지, 자는 건지. 우형과 재민이 화장대 앞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잠들은 좀 잤어?”

“주인 님…….”

정말로 설핏 잠들었던 건지 재민이 잠긴 목소리로 반응했다.

그 ‘주인 님’ 호칭에 눈썹을 그리던 메이크업 스태프의 손이 흠칫하는 것이 보였다.

‘조용히! 스태프들이 이상하게 듣잖아!’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입 앞에 검지를 올리고 주의를 주는 것을 거울 너머로 본 재민은 “큼.” 하고 목을 가다듬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메이크업 중인 우형과 재민 외에도 옆에는 소파 등받이에 기대고 헤어가 망가지지 않게 어딘가 불편한 자세로 앉은 해랑, 그런 해랑에게 기대 자는 한이. 그 옆에 준해는 얼굴이 안 보일 정도로 패딩에 파묻혀 있었다.

피곤해 보여 안쓰럽기도 한 모습이었지만 대기 시간에 체력을 비축해 두는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멤버들은 알아서 조용히 쉬게 놔두고, 나는 가장 고생 중인 윤희에게 찾아갔다.

물론 윤희가 전부 혼자 하는 것은 아니었고 매니지먼트팀의 몇몇 직원이 일을 분담해주었다.

모노크롬 전담팀은 아니었지만, 아이리스가 활동할 때에도 종종 인원이 필요하면 동원되어 일하던 직원들이라 다들 뭘 해야 하는지 확실히 숙지한 것으로 보였다.

“커피 주문 받아요.”

“아, 카페인…….”

누가 그랬지. 커피가 직장인의 포션이라고.

내가 카드를 꺼내들며 말하자 직원들은 다들 카페인이 절실했는지 살겠다는 표정으로 반겼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되면 돈으로라도 해결하자. 그게 나의 모토였다.

방청을 위해 모인 컬러즈 또한 새벽 집합에 다들 피곤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추운 날씨까지. 건물이 바람은 막아주지만 그걸 빼면 맨 길바닥에서 대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팬들은 내내 밖에서 기다리는 거예요?”

“같은 시간에 대기하는 팬덤만 몇백 명이라 다 들어갈 수가 없어요.”

“으와…….”

애정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들을 팬들은 척척 해내는구나.

이 새벽에 일하러 나온다며 혼자 호들갑 떨던 내가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집합 후엔 녹화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그저 몇 시간을 대기.

그 무료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 다들 모여서 대화하거나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바로 어제 공개된 뮤비를 또 감상하는 팬들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지만 4분이 안 되는 뮤비만 몇 시간을 내리 볼 순 없는 일이니까.

‘아니지, 컬러즈라면 이미 그러고 있을지도…….’

어떻게든 뮤비 조회수를 1이라도 더 늘리기 위한 노력.

나는 같이 고생하는 처지에 뭐라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했다.

‘흐음…….’

나는 핸드폰을 들어 멤버들도 포함된 모노크롬 전담팀 그룹 채팅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우형이 곧바로 대답을 남겼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컬러즈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동시에 핸드폰 알림 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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