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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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bum: 내 친구 #해랑
#모노크롬 도 같은 날 음원 발매!
운명인가? (웃는 이모티콘)
#or_like #기다림의끝 둘 다 많이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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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rang: #하범 #or_like
└habum: 난 네 줄이나 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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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하범 @only****
20xxxxxx 아이돌대운동회 프리뷰
존잘들의 그사세 친목 응원합니다.
#하범 #SPID #or_like #해랑 #모노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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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형은 작곡 프로그램이 띄워진 모니터만을 빤히 쳐다보았다.
작업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뒤돌아본 그는 들어온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다급하게 물었다.
“윤희야, 너 반응 봤어? 사람들이 뭐래? 아니, 잠깐. 말하지 말아 봐.”
자작곡 첫 공식 발매였다.
그는 곡에 대한 반응을 미처 자기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애먼 모니터 화면만 쳐다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너 이럴까 봐 이사님이 나한테 보고 오라고 했나 보다.”
윤희는 방금 보고 온 주인의 정신없는 책상을 떠올렸다.
재민의 복귀가 발표되고, 공식 정보가 수정되고, 인터넷 기사가 우르르 뜬 지금. 모노크롬 담당 인력들은 지금 매우 바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주인은 윤희를 잠시 불러 우형의 작업실로 보냈다.
마치 이러고 있을 걸 예상했다는 듯이.
‘완벽 파악하셨네.’
그녀의 예상대로 우형은 작업실에 앉아있기만 하지, 정신이 다른 데 팔린 상태였다.
손톱 물어뜯는 버릇이라도 있었다면 벌써 열 손가락의 손톱이 다 닳았을 것이다.
그가 궁금해하는 곡에 대한 반응은 어떠하냐면…… 상황 때문에 잡음이 많긴 했지만, 곡 자체에는 불호가 거의 없었다.
이 상황에 갑자기 웬 이별 노래냐며 소속사에 불만을 터트리던 팬들도, 노래가 뜬 후 가사가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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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팬들한테 하는 말 맞지..ㅠㅠㅠㅠㅠ 나 울어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느껴져서 마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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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노래 너무 좋지 않아?
몬클이들 계속 신나는 곡만 해서 상상도 못 했는데 객관적으로 진짜 좋은듯.
└내 친구들한테도 들려줬는데 다들 노래 잘 뽑혔대
└겨울이라 날씨랑도 잘 어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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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손 전부 우형이 맞아?
└ㅇㅇㅇㅠㅠㅠㅠ손등 보면 빼박 우형이
└개설레 ㅁㅊ
└시작하자마자 우형이 손 나오는 거 보고 벽에 머리 박아서 지금 내 방 거실 됨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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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민이 마이크 들 때 심장 쿵 내려앉았다.
세상에 재민아… 3년 만에 재민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다니ㅠㅠㅠㅠㅠㅠ
└예전이랑 똑같아서 더 찡한 거 뭔지 알지..
└3년이나 지났는데 나이는 왜 나만 먹었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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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너무 좋아..
좋은데 눈물나..
└좋은데 슬픈 이 기분… 그래도 좋다…
└지금 기상청 난리났대 갑자기 홍수나서… 그거 제 눈물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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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돌려놓고 라이브 클립 먼저 보느라 곡 정보 이제야 봤는데 작곡가 뭐야?
진짜로 우형이야??
└헐????
└??????????
└단독 작곡??????
└작사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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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마 드디어 정신 차림?
└그건 아닐듯
└요새 좀 낯설어 뉴마…
└왜 자꾸 떡밥 던져주지? 불안하게…
└방심하지 마라. 뉴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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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예상치도 못하게 작사, 작곡으로 멤버의 이름이 올라온 것을 보고 팬들은 난리가 났다.
팬들이 모인 곳엔 곡을 0.1초 단위로 핥은 글이 넘쳐났지만, 아무리 좋은 반응이어도 적나라하게 전부 보여주면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윤희는 객관적인 정보를 꺼내 들었다.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의 재생 이용자 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불쑥 차트인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적은 숫자라고 할 수도 없었다.
멤버 변동으로 시끌시끌했던지라 궁금해서 듣는 사람도 제법 있는 듯했다.
“대충 봐도 작곡가 데뷔론 제법 선방했다고 생각해.”
“하아…….”
말을 들으니 그나마 안도가 되는지 우형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늘어트렸다.
“이제 걱정하지 말고 작업이나 마저 하세요.”
현재 우형은 주인에게 첫 번째로 들려줬던 곡을 마저 다듬고 있었다.
어떻게 완성할지 방향이 정해졌는데도 작업은 진도가 안 나가고 애꿎은 물병만 몇 개나 비웠다.
윤희는 책상에 나란히 세워 놓은 물병을 보고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사님이 그 말씀도 전해달라고 하셨는데.”
우형은 작업실에서 나가려다 멈춘 윤희를 고개만 돌려 바라봤다.
“다음엔 타이틀도 맡기겠다고.”
이 한마디의 효과는 강력했다.
다시 혼자가 된 그는 곧장 진지한 표정으로 작업 모드로 들어갔다.
***
회사에서 숙소로 돌아온 후 방에서 한참을 통화하던 재민이 거실로 나왔다.
“무슨 통화를 그렇게 오래 해?”
과일을 섭취해야 한다며 멤버들에게 사과를 꾸역꾸역 먹인 우형이 재민을 불렀으나 그는 한참 뒤에야 나왔다.
대충 썬 사과가 담긴 그릇엔 마르지 않도록 덮개가 덮여 있었다.
“나 있던 댄스팀 단장 형인데 노래 나온 거 잘 들었다고 연락하더라고.”
“어, 어떻대?”
무방비하게 식탁 의자에 앉아 있던 우형은 갑자기 얼굴을 굳히며 진지하게 물었다.
그런 우형의 얼굴을 보고 재민이 웃었다.
“노래 좋대. 다른 팀원들도 다 좋다고 하던데?”
“휴……. 근데 그 얘기 하느라 오래 걸린 건 아닐 테고.”
“음. 나 노래 부르는 거 처음 봤대서.”
그런 가벼운 대화를 나눈 것치고는 방에서 나오는 재민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그래서 우형이 굳이 물어본 것이었다. 그냥 사적인 일이라면 알 필요 없지만.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니라고 하는 거 보니까 더 무슨 일 같은데.”
재민의 성격상, 정말로 별일 아니라면 바로 얘기했을 터였다.
우형은 또 리더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 시선을 마주하고 있으니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아서 재민은 결국 고분고분히 입을 열었다.
“사실…….”
어느새 멤버 전원이 옆에 몰려와서 듣고 있었다.
재민의 이야기를 들은 멤버들은 다 재민과 똑같은 표정이 되었다.
“……잘 조율해 보면 일정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도 앨범 일정 전달받은 거 있잖아. 거기서 뮤비 촬영만 안 겹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도 이건 내 개인적인 일인데 회사 일까지 조정하긴 좀 그렇지.”
“한번 여쭤만 보자. 가능할 수도 있는데 우리끼리 포기해 버리면 아까울 것 같아.”
당사자인 재민보다 멤버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왔다.
예전 같으면 회사엔 얘기도 안 해보고 포기했을 것이다.
멤버들이 뭔가 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달해도, 듣자마자 안 된다고 하던 모습이 눈에 선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여쭤보고 회사에서도 안 된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래도 얘긴 들어주실 거야.”
“그렇지……. 주인 님이라면.”
“주인 님이라면!”
재민에게 옮아서 주인 님 호칭이 입에 붙은 한이가 재민의 말을 복창했다.
호칭은 둘째 치고 멤버들도 다 같은 생각이었다.
주인이라면 정말로 진지하게 들어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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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형과 재민이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이사실에 찾아왔다.
“댄스 경연 대회?”
재민이 모노크롬으로 복귀하며 정리할 것은 아르바이트뿐만이 아니었다.
속해 있던 댄스팀도 있었으나 다들 재민의 복귀를 응원하며 흔쾌히 보내줬다고 들었다.
그런데 관련해서 뭔가 남은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세계 대회인데 한국 예선까진 제가 같이 참가했거든요.”
그 와중에 바로 모노크롬으로 돌아온 거라니.
내 앞에서도 항상 쾌활하게 행동하던 재민이 지금만큼은 자신 없는 어투로 말했다.
“원래 그쪽 팀이랑도 얘기는 다 됐던 거지?”
“네. 그런데 중간에 제가 빠지는 바람에 기존에 짜던 안무랑 동선을 수정하느라 조금 힘든 것 같아서 혹시…….”
혹시 가능할까 하고.
얘기를 들어보니 예선과 본선 사이에 제법 간격이 있었다.
따라서 재민이 곧바로 모노크롬으로 돌아오지 않았더라도 생겼을 문제였다.
재민이 빠르게 결정했기에 댄스팀 쪽에서도 그에 대비하여 빠르게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역시 기존 팀원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컸던 모양이다.
‘음……. 이것도 내 영향으로 생긴 일이긴 한데.’
따지자면 외부 일이기에 내가 해결할 의무는 없지만, 내 행동에 따라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다만 모노크롬의 스케줄까지 영향을 줘야 한다면 내 의지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본선 경연장이 어디라고?”
“LA요.”
한국이었다면 크게 고민 안 하고 보내줬겠지.
하지만 미국이라면 다녀오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그 전에 대회를 준비할 시간까지 포함하면 제법 여러 날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여러모로 준비하는 게 많은 상황이라 지금 바로 대답해주기가 어려웠다.
“좀 생각해 보고 말해줘도 될까?”
“네!”
바로 결정되지 않아서 실망했다거나 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정말로 ‘혹시 가능할지’만 물어보러 온 듯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나가고 나는 고민에 빠졌다.
만약 재민이 원래 예정된 본선까지 끝내고 나서 돌아오겠다고 했다면 모노크롬의 공백기가 훨씬 더 길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한테 주어진 시간은 2년뿐인데.
빠르게 결정해 준 재민. 그 결정을 지지해 준 댄스팀.
그런 도움이 있었기에 시기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나도 마음은 맞춰주고 싶지…….’
고마운 마음과는 별개로, 어쨌든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나로서는 현실적인 것을 생각해야 했다.
모노크롬의 그룹 색을 정착시키고 알리기 위해 계획한 컴백 프로젝트엔, 앨범이 두 개가 예정되어 있었다.
일정 하나가 미뤄지면 그다음 앨범은 더 미뤄질 터였다.
한참이나 다이어리를 뒤적이며 온갖 경우의 수를 떠올려 보던 나는 논의하기 위해 프로듀스팀을 찾았다.
***
“모노크롬 집합!”
뭘 하고 있었는지 연습실 바닥에 엎어진 한이를 깔고 누워 있던 멤버들이 갑자기 등장한 내 외침에 벌떡 일어나 섰다.
내가 이렇게 떵떵거리며 나타난 것은 처음이라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우린 미국으로 간다!”
뜬금없는 내 발언에 멤버들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가, 갑자기 미국을요?”
“뮤비에 쓸 영상 촬영할 거야.”
다들 눈만 둥그렇게 뜰 뿐, 마땅한 리액션을 하지 못했다.
해외로 촬영 간단 소리는 처음 했으니 놀랄 법도 했다. 이미 컴백 첫 번째 앨범의 뮤비 촬영 일정을 전달해 줬고, 거기에 해외 촬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알려줄 것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재민이 대회 구경하러!”
멤버들의 시선이 이번엔 재민의 얼굴로 모여들었다.
갑자기 지목된 재민은 잠시 무슨 뜻인지 해석하는지 그대로 멈춰 있다가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러면서도 걱정이 남아 있었는지 내게 물었다.
“다녀와도 일정 괜찮은 거예요?”
“일정은 뭐, 조~금 변동이 있긴 했는데.”
사실 해외 촬영은 내가 계획한 것 중 하나였다.
‘다만 이번 앨범이 아니라, 그다음 앨범에 예정된 계획이어서 문제였지.’
외부와 계약된 것들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내부 스케줄에서 어떻게든 조정해보려 고민하고 이야기하느라 결론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어렵사리 결정하긴 했지만, 어차피 나중에 할 계획이었던 촬영을 앞당겼을 뿐이었다.
무엇보다 내 개인적인 소망이 담기기도 했다.
“꼭 하고 싶었거든. 해외 로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