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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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다섯 명인 거 맞으면 멤버 늘어난 걸 수도 있지 않을까…?
예전에 같이 연습했다던 연습생 몇 있었잖아…
└누군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멤버로 데려온 거면 난 좀..;
└연습생 데려오긴 좀 그렇지. 몬클도 이제 6년차인데..
└음… 일단 까봐야 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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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랑과 준해는 나란히 연습실로 향했다.
아침이라 피곤했는지 해랑은 하품하며 기지개를 켰다.
“피곤해?”
“조금.”
“진짜 한이 형이 그렇게 시끄럽게 해?”
“너도 같은 방이었으니까 알 거 아니야.”
최근 여러모로 준비하는 것이 많아서 운동 시간을 늘린 상태였다.
따라서 피곤의 원인이 한이 하나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시끄럽지 않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아니. 난 원래 시끄러워도 잠은 잘 자거든.”
방 배치를 바꿀 때 시끄럽다고 놀리긴 했지만, 공부할 때 귀찮게 하는 것만 빼면 준해에겐 사실 그렇게 시끄럽다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빈방이 있으니까 옮겨보고 싶었던 것뿐.
아마 해랑이 준해보단 청각이 예민한 것이거나, 아니면 한이가 그동안은 그나마 막내를 위해 말을 참고 있었거나.
“피곤하면 내 방으로 피신 올래?”
그렇게 말한 준해는 해랑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다. 한이 형 불쌍하니까 그만두자.”
“…….”
우형은 재민의 요청으로 재민과 한방을 쓰고 있으니, 지금 해랑까지 한이의 룸메를 포기하면 한이에게 남는 것은 독방 신세뿐이었다.
그 모습을 상상해 보니 처량하게 느껴져서 그만두기로 했다.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며 걸어가다가 복도를 지나가는 연습생 무리와 마주쳤다.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떠들며 걸어가던 연습생들은 두 사람과 시선을 마주치곤 조용해졌다.
어딘가 못마땅한 시선으로 보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지나가자 그들은 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방금 봤어? 나 노려본 것 같은데.”
“뭐, 그래도 나름 선배는 선배잖아. 조용해.”
“크크크.”
복도가 조용해서 들린 것인지, 일부러 들리라고 말한 것인지는 몰라도 수군거림이 두 사람의 귀에도 들려왔다.
지나가면서도 그들은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너도 혹시 영입 후보였던 거 아냐? 너 예전에 데뷔조도 후보였다며.”
윤환의 빈자리가 채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연습생 사이에서도 돌았던 듯했다.
전 멤버였던 재민이 돌아와서 그럴 일은 없었지만, 혹시나 기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연습생도 있었을 터.
해랑과 준해는 남의 입으로 그룹 얘기를 듣는 것이 유쾌하진 않지만 굳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 그냥 못 들은 척하며 계속 지나가려 했다.
“에이. 망한 그룹 들어가느니 연습생 좀 더 존버하는 게 낫지.”
그러나 신경을 긁는 한마디가 똑똑히 귀에 들어왔다.
“하. 지금 어떤 놈이……!”
뒤돌아서 몰아붙이려던 준해를 해랑이 팔을 뻗어 가로막았다.
그리고 흉흉한 눈빛을 한 해랑이 그들 앞에 섰다.
“야.”
***
모노크롬 멤버와 연습생이 싸우는 것 같다는 소리에 나는 바로 이사실에서 튀어나왔다.
한 직원이 지나가다가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내게 알리러 왔다는 모양이었다.
모노크롬 멤버들의 일에 바로 나를 떠올리고 불러준 건, 아무튼 직원들에게도 내가 담당이란 인식이 심어졌단 뜻이니 좋은 일이긴 한데.
‘내가 무슨 담임선생님이야?!’
설마 이런 일로 불릴 줄은 몰랐다. 고등학교도 아니고 싸움이라니.
진짜로 싸운다면 내가 힘으로 말릴 순 없었기에 최 비서를 데려갔다.
직원이 멤버와 연습생을 봤다는 층으로 내려가니 예상과 다르게 복도는 조용했다.
여기가 아닌가 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늘어선 회의실 중 한 곳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가까이 다가가 문 유리창을 힐끔 들여다보니 준해의 모습이 보였다.
“죄송합니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
해랑과 준해는 앉아있고, 연습생으로 보이는 한 명은 90도를 넘어서 거의 폴더처럼 몸을 접어 두 사람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역시 연습생이라 유연……이 아니라!
“무슨 일이야?”
“이사님.”
해랑과 준해는 내가 들어온 것을 보고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싸운다더니 이미 사태는 알아서 수습되어 있었다.
세 사람 다 다친 것도 아니었고, 상황을 보니 싸운 게 아니라 잠시 언쟁이 있었던 듯했다.
“제가 선배님들 지나가는데 망한 그룹이라고……. 진심은 아니었어요. 말을 조심…… 아니, 생각도 조심했어야 했는데 정체되는 기분이라 조급한 나머지 괜히 남을 탓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해랑과 준해가 내게 상황을 설명하기도 전에 연습생은 자기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알아서 좔좔 늘어놓았다.
‘망한 그룹…….’
줄줄 늘어놓는 이야기에 벙쪄 있는데 최 비서가 귓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슬쩍 알려줬다.
“연습생 김도한 군입니다. 모노크롬 데뷔 전에 멤버 후보로 거론되다가 직전에 제외됐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띵.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내 업보는 끝이 아니었다.
그룹 결성 이후뿐만 아니라, 심지어 결성 전부터 난 문제를 저질러왔던 것이었다.
게임 시작 시 연습생은 다섯 명만이 아니었고, 모노크롬은 그중에서 다섯 명을 골라 결성했다.
나름 그룹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능력치를 재보며 고민했던 게 문제였던가.
얘가 좋은가 하고 넣었다가 아닌 것 같아 하고 다시 뺐다가. 음, 아닌가. 다시 넣었다가 뺐다가.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했던 행동이 이 세상에선 ‘데뷔 희망 고문만 겪다가 결국 데뷔 못 하고 남은 연습생’이란 피해자로 남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게 얘라는 거지.’
게임 속에서 연습생은 한번 회사로 들어오면 계속 있는 게 아니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나가기도 하고 알아서 충원되기도 하는 존재였다. 그래서 신경을 쓰지 않았던 거고.
그런데 설마…… 모노크롬 결성 때의 연습생이 아직 남아있을 줄은 몰랐다.
“열등감으로 못된 마음이 들어서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언행에 조심하겠습니다.”
“뭐, 알았다면 더 할 말은 없는데…….”
준해도 거듭되는 사과에 어느 정도 마음이 누그러진 표정이었다.
이번 모노크롬의 멤버 변동 때문에 연습생 신분이었던 도한의 마음이 흐트러졌던 것 같았다.
해랑과 준해도 연습생 기간을 거치고 데뷔한지라 그가 무슨 마음인지 이해 가기에 더욱 뭐라고 비난할 수 없었던 거고.
“너흰 잘 풀었어? 충분히 사과받은 거야?”
“네.”
할 말 못 할 말은 있었지만, 곧바로 정직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사과를 받아들이기로 한 모양이었다.
“그럼 다행이고. 해랑이랑 준해는 할 일 있으면 나가봐도 돼. 난 잠시 할 얘기가 있어서.”
도한은 나가는 두 사람의 등 뒤에 대고 또 고개를 숙였다.
최 비서도 자리로 돌려보내고 회의실엔 둘만 남겨졌다.
“죄송합니다…….”
도한은 내게도 사과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죄송하단 소리를 몇 번 들었는지.
애초에 그런 말을 꺼낸 것이 잘못이었지만, 이렇게 사과를 반복하니 혼낼 기분이 들지도 않았다.
혼내려고 남긴 것도 아니었고.
“너 이 회사에 몇 년 있었지?”
“6년 반 조금 넘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오래도 있었구나…….
“미안한데 아직 우리가 새 보이그룹을 계획 중인 게 없어. 당분간은 계속 그럴 거야.”
“네…….”
내 말에 도한은 눈에 띄게 시무룩해졌다.
모노크롬을 담당하는 나도 새 보이그룹을 런칭할 여력이 없고, 프로듀스팀에서도 진행하는 기미가 없었고.
산하 레이블인 뉴레인도 아이리스에 집중한다고 했으니 당분간은 없을 듯했다.
이런 상황에 기약 없이 청춘을 바치게 할 순 없었다.
“괜찮으면 다른 소속사로 옮길 수 있게 알아봐 줄게.”
“저 잘못해서 쫓겨나는 건가요?”
“아니. 이번 건 네가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없는 일로 하자.”
말하는 걸 봐선 자기 잘못은 확실히 아는 듯했다.
“쫓아내는 게 아니라 네게 더 좋은 기회를 줄 곳을 찾아보겠다는 거야.”
한 회사에만 오래 있었다 보니 그는 잘 와 닿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냥 말만 그렇게 하고 쫓아내는 것으로 생각할까 봐 나는 말을 덧붙였다.
“넌 어딜 가든 잘할 거야. 진짜로.”
그의 실력을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뉴마의 연습생 중 최장기간을 지내온 그였다.
이런 회사에서 긴 시간을 버틴 근성만큼은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근성이라면 정말로 뭐든 할 수 있겠지.
내 말을 들은 도한의 입꼬리가 움찔거리며 표정을 숨기려는 것이 보였다.
“왜?”
“그런 말 처음 들어봐서요.”
그는 볼을 긁으며 쑥스러운 듯이 웃음을 보였다. 웃는 모습을 보니까…….
‘내가 이런 어린애한테 뭔 짓을 한 거야…….’
사회생활로 치면 확실히 어린 나이였다. 게다가 굳어있던 표정과는 달리 웃으니까 확실히 학생 티가 났다.
내가 모노크롬을 결성할 때 계속 고민했던 것이 아마 동생 라인 쪽이었던 것 같은데. 그도 아마 준해 또래였을 것이다.
그 긴 시간을 연습생으로 지내는 동안 이런 말을 한 번도 듣지 못했다니.
멤버들도 그렇고 그와 같은 연습생도 그렇고,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진짜로 진심이야.”
게임 중심적인 사고지만, 내가 직접 육성하진 못해도 그 또한 하는 만큼 능력치가 오르는 건 마찬가지 아닐까.
대화를 마치고 그는 “감사합니다!” 하면서 또 폴더처럼 몸을 접어 인사했다.
그 후 나는 최 비서를 통해 다른 소속사를 알아봐 줬고, 얼마 후 도한은 소속을 옮겼다.
그는 회사를 나가기 전에 또 내게 인사를 하러 찾아왔었다.
난 그저 내가 저지른 것을 수습했을 뿐이니 이게 그렇게 인사 받을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과거 수습은 이게 끝이기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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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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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이거 봤어? 서치하다가 찾았는데.
얼마 전에 데뷔한 그룹인데 한 명이 인터뷰에서 몬클이들 얘기했나 봐. 짤은 SNS에서 퍼옴.
[Q. 가장 존경하는 선배는?
A. 모노크롬 선배님들.
연습생 기간이 길어져 좌절하던 시기가 있었다. 가수가 내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엇나간 마음을 보인 적이 있었다. 그때 선배님들이 넓은 포용력으로 진심 어린 조언을 해 주셔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걸 계기로 당시 회사에서도 좋은 말씀을 해 주시며 도움을 주셔서 용기를 얻고 지금까지 꿈을 이어올 수 있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변함없이 색을 유지하며 활동하는 모습을 닮고 싶다. 이번에 나온 선배님들 앨범도 샀는데 해랑 선배님 포토 카드가 나와서 부적처럼……. (편집부: 이후 칭찬이 계속 이어졌지만 지면 관계상 생략합니다.)]
└ㅋㅋㅋㅋㅋ뉴마 연생이었나 보다.
└해랑이 포카 부적 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울 애들이 조언해줬구나ㅠㅠ
└생략한 것도 엄청 긴데?ㅋㅋㅋㅋㅋㅋㅋ
└나 얼마 전에 앨범 이벤트 응모하러 갔을 때 앞에 있던 사람 저 사람인 듯. 모자랑 마스크 끼고 있었는데 저 사진이랑 머리색 존똑; 특이한 머리색이라 일반인은 아닐 거라 생각해서 확실히 기억남.
└헐 ㄹㅇ?
└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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