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14화 (14/430)

#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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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3년 전 생각나는 컬러즈 있어?

그때 멤버들도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나도 많이 울었는데.. 자꾸 그때 생각나서 괴롭다..

└그때 돌대회 방청 간 나 불렀니… 아직도 트라우마

└ㅌㄷㅌㄷ

└멤버들 생각하면 좀 원망스럽기도 하고ㅠㅠ 보고싶기도 하고…

└222 그 이후로 소식이 전혀 없으니까 좀 걱정도 됨

└그때 갑자기 회사 나간거 말고 뭔 일 있었는진 아직 아무도 모르는 거야?

└걍 회사랑 싸웠다고만 알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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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바이트는?”

그가 일하는 시간대는 평일 오후 타임이었기 때문에, 다시 일하러 가야 하는 게 아닌가 걱정되었다.

재민이 일하던 곳은 이곳과는 제법 거리가 멀었으니까.

시간을 보니 일하러 가야 한다면 바로 돌려보내야 할 판이었다.

“사람 구할 때까지 아는 동생이 대타해 주기로 했어요.”

“다행이다.”

그렇다면 따로 더 정리할 것 없이 깔끔했다.

‘정말 진지하게 계약하러 온 거 맞구나.’

계약서를 들고 농담하긴 했지만 그의 마음만큼은 정말 진심이었다.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도 빠르게 마음을 정하고 찾아와 준 것이 정말 고마웠다.

나는 계약서부터 우선 처리하고 그를 데리고 멤버들이 있는 연습실로 향했다.

재민을 만났다는 건 우형에게 들어서 멤버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들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회사로 나와 있는 듯했다.

‘왜 내가 더 떨리는 것 같지.’

전 멤버가 아니라 현 멤버인 그와 재회할 시간이었다.

나는 연습실의 문고리를 붙잡고 심호흡했다.

벌컥.

문을 열자 안에 있던 멤버들의 시선이 주목되었다.

“이사님 안녕하…….”

먼저 내 얼굴을 보고 인사하려던 멤버들은 내 뒤에 누군가 있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다들 앉아 있다 일어서려는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재민이 한 발짝을 내디뎌 안쪽으로 들어서고, 그의 얼굴을 본 표정들이 선명하게 바뀌어가는 것이 보였다.

순간 고요해진 분위기를 먼저 깬 것은 해랑이었다.

해랑은 저벅저벅 걸어와 말없이 재민을 힘껏 끌어안았다.

재민은 어제 우형을 만났을 때처럼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눈웃음을 지으며 멤버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옆에선 우형이 또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어제 울어놓고 또 울어.’

그의 일관된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고 있는데, 옆에서 크게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깜짝 놀랐다.

“흐어엉! 형! 어디 갔다가 지금 나타나!”

그 목소리는 우형이 아니었다. 준해가 큰 소리를 내며 껴안은 둘에게 달라붙었다.

막내답다고 해야 할까, 준해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야이씨…….”

한이가 재민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울컥한 듯 눈가에 손을 올렸다.

“누가 보면 나 죽었다 살아난 줄 알겠다.”

“사라졌다 나타난 놈이 할 말이냐.”

멤버들 사이에 낀 재민은 어제처럼 울지 않았다.

웃으며 또 농담하는 그에게 한이가 한마디 했다.

몇 년 만에 만났는데도 오랜 친구처럼 익숙한 대화. 아마 그들의 예전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계속 있는 거야?”

한참을 붙어 있던 준해가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반가워서 일단 환영은 했는데 아직 계약했는지는 모르는 상황.

우형과 내가 계약서를 건네러 간 게 바로 어젯밤이었는데 오늘 바로 나타났으니 무슨 일로 왔는지 궁금할 법도 했다.

일이 그렇게 빨리 처리됐을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재민은 대답하기 전에 날 쳐다봤다.

그 시선을 보니 또 장난을 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간절한 멤버들의 표정을 보니, 지금 농담을 했다간 분명 원망을 받을 것 같아서 내가 대신 나섰다.

“크흠. 이쪽은 새 멤버 명재민 군.”

새 멤버라고 하는 게 맞는 건가? 신입이지만 신입이 아니라고 해야 할까.

이미 인사를 다 끝마친 상황에서 새삼스레 다시 소개할 필요는 없었지만 나는 그렇게 말했다.

중요한 건 내가 멤버라고 소개했다는 것.

멤버들은 내 얼굴을 한 번 보고 재민의 얼굴을 한 번 보더니.

“으허엉!”

재민이 막 들어섰을 때의 시추에이션이 다시 재현되었다.

이번엔 옆에 서 있던 우형까지 합세해서 다섯 명이 하나로 뭉쳤다.

“다들 왜 그렇게 울어.”

“넌 왜 안 울어. 매정한 놈아.”

말없이 끌어안은 해랑, 통곡하는 준해, 멤버들 전체를 끌어안고 훌쩍이는 우형. 그 옆에서 눈에 물기 어린 한이는 재민과 벌써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멤버들이 이렇게 눈물을 쏟아내는 반면, 재민은 내내 헤실헤실 웃었다.

‘이젠 웃을 일만 남았지.’

몇 분이고 뒤엉켜 있던 멤버들은 겨우 진정하여, 재민을 사이에 두고 둘러앉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좋은 형, 누나들 만나서 스트릿댄스팀에 있었어.”

“춤 잘 췄으니까.”

한이가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은 해랑이 메인 댄서 포지션도 맡고 있지만, 원래 재민이 모노크롬의 메인 댄서였다.

“그리고…… 팬들이 가끔 찾아와줬어.”

“팬들이…….”

하긴 평범한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지냈으니. 일반인이 된 그를 알아본 팬들이 몇몇 있었던 모양이었다.

팬으로서 그를 찾아와줬다고 하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다들 말은 안 하지만 같은 생각인 듯했다.

동시에,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꼭 이 다섯 명에 한정된 것은 아니란 사실도 체감이 되었다.

팬들은 이들과는 또 다른 위치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 우리 자작곡 내기로 했거든.”

그 생각에 조금 무거워진 분위기를 환기하고 싶었는지 우형이 나섰다.

“네 파트 준비해뒀어.”

재민을 찾는 동안, 우형은 재민이 돌아왔을 때의 5인 버전을 미리 준비해 뒀다.

같은 5인 버전이었지만 윤환의 파트를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었다.

한 사람의 파트를 없앨 때는 계속 진행이 더디었는데, 우형의 머릿속엔 아직도 재민의 목소리가 생생했는지 이번 작업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내내 차분하게 웃으며 대화하던 재민도 벌써 자신의 자리를 준비해뒀다는 것에는 놀란 듯했다.

“그……, 나 사실 2년 동안 노래 한 번도 안 불렀는데.”

“…….”

순간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그룹에서 나간 이후로 지금껏 한 번도 노래를 안 불렀다니.

가수 생활이 좋지 않게 끝나는 바람에 트라우마처럼 남아서 차마 부르지 못한 듯했다.

안타까운 말이었지만…… 회사 입장에선 괜찮은지 걱정되는 발언이었다.

조금 떨어져 서 있던 나는 슬쩍 뒤돌아 스마트폰을 들었다.

‘명재민 능력치…….’

실시간 업데이트가 빠른 마이 엔터였다.

이전에도 윤환의 계약 해지와 동시에 멤버창에서 사라졌었다.

지금 확인해 보니, 재민 또한 계약이 성사되자마자 멤버로 추가되어 있었다.

그의 능력치를 확인한 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댄스 레벨이 9?!’

전에도 말했지만 레벨이 두 자릿수로 돌입하면 가히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미친 비주얼의 해랑이 매력 레벨 두 자릿수로 돌입했으니까.

그런데 재민의 댄스 레벨이 10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내가 윤환과 재민을 교체했던 건, 당시 재민의 능력 평균치가 윤환보다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윤환은 메인 보컬이었으니 댄스 레벨 하나만 놓고 보면 재민이 높았겠지만.

다만 정확히 몇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도 분명 이렇게 높은 레벨은 아니었다.

당시에도 이 정도 레벨이었으면 내가 미련 없이 교체했을 리가.

‘회사에 있는 것보다 혼자 배우는 게 더 나았단 거지…….’

회사에서 얼마나 해주는 게 없었으면 회사를 나가 있던 동안 더 성장해서 돌아왔겠는가.

정말로 방치된 원석들이었다.

나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문제의 보컬 레벨을 확인했다.

재민의 보컬 레벨은 4에 가까운 3.

능력치는 일반적인 연습생들이 1~2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되었다. 윤환은 연습생 신분으로 들어오긴 했어도 반은 프로였으니 논외로 친다고 해도.

데뷔한 아이돌은 보통 평균 3 이상의 능력치를 지녔다.

레벨이 3 후반이란 것은 2년 쉰 것치고는 양호했다. 오랫동안 부르진 않았어도 기본 실력은 남아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이 정도면 금방 예전 실력을 찾을 수 있겠지.’

나는 무리 없다고 판단하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감동의 재회 현장 한복판에서 이런 걸 확인하고 있는 내 모습이 조금 속물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혹시라도 멤버들이 내 수상한 행동을 봤을까 봐 흘끔 뒤돌아보았다.

그러나 다들 내가 갑자기 뒤돌아서 핸드폰을 확인하고 있으니 일하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전혀 상관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조잘조잘 얘기 중이었다.

‘휴…….’

내 설정까지 철저하게 준비해 둔 게임 시스템이니, 분명 다른 사람에겐 내 핸드폰 화면이 안 보이게 설정되어 있다든지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을까.

그래도 남에게 보이면 좋을 것은 없었다.

‘조만간 업무용 핸드폰을 하나 더 개통해야겠어.’

그래서 아직 명함도 만들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연락할 사람이 많지는 않아도 계속 이 핸드폰만을 쓸 수는 없었다.

마이 엔터 어플이 옮겨지는지도 불확실하고, 엄마의 메시지창도 옮겨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적어도 2년 동안은 고이 써야 했으니까.

나는 화면을 끈 핸드폰을 소중하게 내리며 말했다.

“재민아.”

내 목소리에 멤버들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너 숙소엔 언제 들어갈 거야?”

그도 그럴 것이 재민은 오늘 핸드폰과 계약서만 달랑 들고 왔다.

멤버들의 시선이 이번엔 재민에게 주목되었다.

재민은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짐 쌀 시간은 없어서…….”

하긴 계약서 읽고 아르바이트 대타 구하는 것만 해도 바빴을 텐데 언제 짐까지 싸서 올라왔겠는가.

그러나 어제 편의점 앞에서 대기 타던 우형처럼, 다들 재민을 눈앞에 계속 두고 싶은지 그를 붙잡고 늘어졌다.

“몸만 들어와!”

“갈아입을 옷도 없는데?”

“내 옷 빌려줄게.”

“언제부터 우리가 내 옷, 네 옷 하고 살았냐.”

사이즈만 맞으면 구분 없이 아무나 다 입어도 되는 모양이었다.

숙소란 그런 곳인가. 하긴 체격이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니.

“속옷도 없는데?”

“그건 좀…….”

무슨 대화를 하는 거야.

“내, 내가 빌려줄…….”

“얘들아. 천천히 하자, 천천히.”

뭐가 그리 조급한지 다들 아무 말이나 하기 시작했다.

옆에서 진정시키는 내 말에 자기 속옷까지 빌려주겠다고 들러붙던 준해가 입을 합 다물었다.

그런 멤버들을 보고 재민이 피식 웃었다.

“나 어디 안 가.”

“혀엉…….”

멤버들이 찡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인사는 한참 길어질 듯하여 나는 출입 목걸이 뒤에 껴둔 법인 카드를 꺼냈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재민이 데리고 밥이라도 먹고 와. 살 좀 쪄야겠더라.”

춤을 계속 춰서인지 운동량이 있어 삐쩍까지는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마른 감이 있었다.

행동이나 말하는 투를 보면 밝기만 한 그였지만, 이런 부분에서 왠지 그가 고생한 흔적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조금 짠하기도 했다.

마치 집 나가서 고생해 살이 쪽 빠져버린 고양이를 2년 만에 찾은 기분이랄까…….

‘그러고 보면 좀 고양이상인 것 같기도 하고.’

무쌍에 눈꼬리가 올라간 눈매여서 그런지 얼굴선이 더 가늘어 보이는 것도 같았다.

숙소 들어가면 밥도 열심히 챙겨 먹이라고 해야지.

“비싼 거로 먹어. 내 돈 아니니까.”

회삿돈이라면 얼마든지 탕진해도 좋았다. 등골 빨아먹은 만큼은 토해내야지.

적어도 앞으로 ‘회사가 이 정도도 못 해 줘?’ 하는 일은 없게 할 것이다.

우형이 “감사합니다!” 하며 기쁘게 카드를 받아들었다.

멤버들을 남겨두고 난 이사실로 올라왔다. 이제부터 정말 할 일이 많았다.

재민의 복귀를 언제 공개해야 할지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했다.

‘팬들……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네.’

예상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무섭기도 했다.

그래도 다시 만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일할 의욕이 났다.

많은 일을 겪고 다시 완전체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진짜 컴백 프로젝트를 시작해야지.”

지금껏 시작했다가 물러서기만을 몇 번.

이제부터가 정말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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