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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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모노크롬 4명이서 활동함?
└ㅇㅇ기사 뜸
└그럼 다섯명이서 하겠냐?
└글쓴이 별말 안 했는데 겁나 예민하게 반응하네;
└지금 상황이면 예민해도 인정해줘야지..
└뉴마 ㅆX 소속 가수 케어를 얼마나 쳐못하면 또 이 지경을 만들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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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환의 탈퇴 후 며칠이 지났다.
너무나도 중대한 일을 겪었지만, 잔인하게도 우리에게 언제까지고 감상에 빠져 있을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떠난 사람은 떠났고, 남은 사람은 남은 대로 자신의 일상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다행인 일인지 회사 직원들은 모두 모노크롬과 담당 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그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했다.
안쓰러운 시선을 받는 게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나는 조용히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아……. 이젠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다시 생각해야지.’
나는 우형이 있는 작업실을 찾아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잘 돼 가?”
“아, 이사님.”
우형도 이사라는 존재에 익숙해졌는지, 이제는 마치 사장이 나타나 놀란 사원처럼 벌떡 일어나 90도 인사를 하진 않았다.
발전은 발전인데, 어쩐지 힘없이 인사하는 그의 모습이 안타깝게만 보였다.
애초에 스케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멤버들에겐 휴가를 줬다.
적어도 며칠은 일 때문에 부르지 않을 테니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마음껏 쉬다 오라고.
그러나 하루 이틀 좀 쉬는 듯하더니 이렇게 다시 작업실로 나와 있었다.
멤버들 모두가 힘들겠지만, 조만간 낼 계획이었던 곡의 작곡가인 우형에겐 더욱 힘든 시간이었다.
‘다섯 명이 부를 노래를 네 명이 부를 수 있게 다시 짜야 한다니.’
그는 지금 작업실에서 파트 재분배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한 명의 파트를 없애는 작업.
안 그래도 윤환의 탈퇴로 힘든 와중에 확인사살과도 같은 작업이었다.
‘진도는…… 잘 안 나가나 보네.’
잘 돼 가냐는 내 물음에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사실은 통 진도가 나가지 않는 듯, 책상 위에 펼쳐진 노트에 펜으로 마구 그은 자국이 보였다.
힘든 티를 내진 않았어도 눈이 부은 것 같기도 했다.
그룹을 키우려고 내가 온 건데, 어째 최악의 상황으로만 치닫는 것 같다.
그룹이 남아있고 멤버들이 남아있으니 최악인 건 아니지만.
‘내가 설마 인간 하드모드인가.’
마이더스의 손이 아니라 마이너스의 손인 게 아닐까.
아이리스 키우는 건 나름 쉬웠던 것 같은데, 현실로 마주하니 쉽지가 않았다.
멤버들을 언제까지고 내 업보의 희생양으로만 남겨 두면 안 되는데…….
아무튼 내가 이렇게 우형을 찾은 것은 그룹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었다.
“앞으로 너희 네 명끼리 활동해도 문제없겠어?”
“그럼요.”
우형의 입에서 나온 것은 자신 있는 대답이었지만, 반대로 그 눈동자는 갈피를 잃었다.
‘또 저런 표정이네.’
내가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니 뭔가 불안한 눈치였다.
뭘 어디까지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하려는 말은 그가 생각하는 것만큼 불안한 얘기는 아닐 것이다.
진지하고 중요한 얘기는 맞지만.
나는 이 며칠간 계속 고민하던 얘기를 꺼냈다.
“……멤버 영입을 하면 어떨 것 같아?”
***
어차피 내 플레이니까. 내가 만든 그룹이고 다 알고 있으니까 앞으로의 일만 생각하면 돼.
그런 생각이 오만이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최 비서에게 모노크롬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달라고 부탁했다.
멤버들이 쉬는 동안, 난 초심으로 돌아가 이 세상의 과거를 다시 꼼꼼히 확인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내가 아주 중요한 것을 놓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 신주인. 제발…….”
난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모노크롬은 중간에 멤버 교체가 있었다.
‘하……. 팬덤 개판 나는 소리 들리는 것 같다.’
모노크롬은 윤환의 탈퇴가 첫 멤버 변동이 아니었다.
팬들 사이에서 소속사가 당연하게 욕먹는 존재로 정착된 것이 절실하게 이해가 갔다.
뭐랬더라. 윤희의 말로는 모노크롬의 팬덤인 컬러즈가 한 처먹은 팬덤으로 불린댔나.
능력이 특히 뒤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모노크롬이 이 정도로 대중들의 기억에서 잊힌 이유 또한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웬만한 팬들이 다 떨어져 나가서.
‘소속사가 팬들 내쫓으려고 깽판을 쳐놨네, 아주.’
그나마 멀쩡하게 활동하던 때의 인지도와, 아이리스의 소속사 선배라는 점 때문에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주 적은 건 아니었다.
다만 활동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 와중에 두 번째 멤버 변동.
내가 기존에 봤던 자료는 공식 활동과 실적, 디스코그래피 위주였다.
지금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정보까지 준비되어 있을 리 없었다.
멤버들의 얼굴이 익숙지 않아 재킷 사진이나 뮤비를 보면서도 눈치채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똑같이 다섯 명이니까 당연히 내가 만난 다섯 명이라고 생각했지.’
초반 활동엔 다른 사람의 얼굴이 섞여 있었을 줄 누가 예상했을까.
나는 이 자료를 보기 전까지 멤버가 바뀌었다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었다.
중간에 교체되어 들어온 멤버는 윤환이었다.
그는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으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상태에서 연습생으로 들어왔다고 적혀 있었다.
‘개인 팬들이 많았던 이유가 있었네.’
기억을 더듬어보면 게임을 하다가 능력치 뛰어난 연습생이 들어오길래, 돈이 더 잘 벌릴까 싶어서 교체했던 것 같다.
능력치가 골고루 뛰어났던 그였기에 개인 활동을 시켰던 거고.
기억에 크게 남아 있지 않을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한 행동이었다.
‘나 정말 생각 없이 게임을 했구나.’
이렇게까지 바로 기억하지 못했던 이유는 내 게임 플레이 특성이 크지만, 그것뿐만은 아니었다.
모노크롬이 3년 차면 아이리스가 1년 차일 때인가.
그때 내가 마이 엔터, 특히 아이리스 키우기에만 엄청나게 몰입했던 이유가 있었다.
당시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아이리스가 성공하는 모습에 대리만족하며 더욱 집착했던 것이다.
살면서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였고, 당시 내 삶의 낙은 마이 엔터 공식 커뮤니티에 아이리스 자랑글을 올리는 것뿐이었다.
밥보다 게임을 우선할 정도로 시간을 쏟아부은 덕분인지 내가 스타일링한 아이리스 멤버들은 제법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실에선 날 보는 모든 시선이 마치 칼날처럼 느껴지던 때. 심지어는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날 노려보는 기분이 들어 움츠러들던 때.
내 얘기를 들어주고 인정해 주는 곳이 그 온라인 공간뿐이라.
현실의 신주인이기보다 온라인의 익명 유저일 때가 더 행복했던 불쌍한 나.
정말 이곳 설정처럼 아무도 모르는 해외에 있던 거면 좋았을 텐데.
‘차라리 여기가 더 낫…….’
나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이 세상에 이입할수록 내 기본적인 사고에 혼란이 찾아왔다.
목소리도 들을 수 없는, (알 수 없음)으로 표시된 메시지창.
나는 핸드폰 속에만 있는 엄마와 거의 매일 메시지를 나눴다.
2년이 지나면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데다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을 저버릴 순 없다.
‘잡생각 말고 일이나 하자.’
나는 다시 서류에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좋게 말하자면 교체, 나쁘게 말하자면 퇴출당한 당사자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
“…….”
글자를 읽어내려갈수록, 내 머리는 싸늘하게 식어갔다.
‘이거…….’
뉴마 진짜 무슨 짓을 한 거야…….
***
“……멤버 영입을 하면 어떨 것 같아?”
우형은 내가 이런 얘길 꺼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지 눈을 크게 떴다.
“연습생 중에서요?”
아. 회사에 연습생도 있었지.
마이 엔터에도 연습생 관리창이 따로 있긴 했다.
게임 내에서 연습생이란 굳이 따로 캐스팅하지 않는 이상 알아서들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존재라, 그룹을 결성할 때나 윤환을 영입할 때 빼곤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튼, 내가 말하려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
“아니. 너도 잘 아는 사람인데…… 명재민 말이야.”
내 얘기를 듣고 우형의 큰 눈이 더욱 커졌다.
“재민……이요?”
“아직 연락해 본 건 아니야. 그냥 먼저 너희 의견을 들어보려고…….”
뚝. 뚝.
갑자기 우형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는 당황해서 말하는 것도 멈추고 굳어버렸다.
“왜, 왜 울어?!”
“죄, 죄송…… 끅.”
“아니. 나한테 죄송할 건 아니고.”
자기도 갑작스레 터져 나온 눈물에 놀랐는지 우형은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가렸다.
소매로 닦아내는데도 눈물은 멈추지를 않았다.
뭐, 뭐지……. 의견 물어보러 온 것 가지고 설마 이렇게 반응할 줄은 몰랐는데.
나도 놀라기도 했고, 우형이 열심히 감추려고 하길래 어쩌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데, 옆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다가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으로 멈춰 선 것은 해랑이었다.
“……이사님이 울리셨어요?”
“아냐! 아닐……걸?”
무슨 질문이 그래?! 나는 결백했다. 아니, 결백하진 않은 것 같기도 하고.
해랑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미간을 찌푸리자 우형이 나섰다.
“끅…… 아니…… 이사님…… 끄흑, 내가…….”
내가 울린 게 아니란 뜻이겠지……?
우형은 딸꾹질에 목이 막혀 차마 나오지 않는 말을 손짓으로 대신했다.
그 모습을 보고 해랑은 익숙하게 티슈를 찾아 우형에게 건넸다.
“너희한테도 차례대로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난 우형에게 한 말을 그대로 해랑에게도 전했다.
옆에서 우형은 딸꾹질은 가라앉았는지 티슈를 눈가에 대고 눈만 껌뻑껌뻑하고 있었다.
해랑 또한 내 이야기를 듣더니 평소엔 나른한 눈매였던 눈이 크게 뜨였다.
‘둘 다 놀란 건 맞는데, 긍정적인 반응인지 부정적인 반응인지 알 수가 없네.’
해랑은 뭐라고 말을 꺼내기가 어려운 듯, 입가에 손을 대고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작업실 문이 열려있는 게 이상했는지 지나가던 한이가 나타났다.
세 사람이 복잡한 표정으로 있는 것을 본 그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무슨 문제 있어요……?”
문제? 지금 내가 무슨 문제를 만든 건가……?
나도 덩달아 불안해졌지만 그에게도 할 말이었기에 똑같은 얘기를 다시 한번 꺼냈다.
한이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문을 잡고 선 채로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준해.
‘왜 이렇게 한 사람씩 들어와……?’
한이가 작업실 문을 잡고 서 있는 걸 보고 왔겠지만.
나는 네 번째로 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네?!”
준해는 그보다 먼저 이야기를 접한 세 사람의 얼굴을 한 번씩 둘러보고는 다시 내게 시선을 맞췄다.
준해의 동그란 눈이 더 동그래졌다.
“재민이 형…… 연락돼요?”
“찾고는 있는데 너희한테 먼저 물어보려고 온 거야.”
준해는 내 이야기를 듣고 문 앞에 그대로 쭈그려 앉았다.
왜. 왜 그러는데. 뭔데?
이야기를 꺼낸 건 나인데, 나만 이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재민이…….”
내내 울음을 그치는 데 열중하던 우형이 심호흡하여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재민이는 저희한테 너무 미안한 존재예요.”
나는 자료로 간략히 정리된 정보가 아닌, 그들 시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아이돌 대운동회. 타이틀 그대로 아이돌 그룹을 모아 운동회를 하는 프로그램.
그것이 화근이었다.
3년 차이던 모노크롬도 당연히 그 대형이벤트에 참가했고.
‘……다쳤지.’
재민은 다리 부상을 크게 입었다.
당시 아이리스가 결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신인인 아이리스에게서 수익이 크게 나는 것도 아니었다.
돈을 벌기 위해 모노크롬의 활동을 이어가려면 재민을 제외하고 진행해야 했다. 시스템상 부상 상태인 멤버를 포함하면 활동이 불가능했으니까.
‘그리고 신경을 안 썼고…….’
부상 상태가 해제된 이후에도, 팍 깎인 체력 게이지 최대치가 회복되기엔 시간이 걸려서 다른 멤버와 같은 일정대로 스케줄을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모노크롬의 4인 활동 시기가 시작된 것이었다.
난 아무 생각 없이 쭉 같은 멤버 설정으로 스케줄을 진행했고, 한 명이 계속 빠져있던 것은 윤환이 연습생으로 들어왔을 때야 다시 눈치챘었다.
내 가벼운 결정으로 멤버가 교체되었고, 그렇게 회사와의 계약이 끝났다는 게 내가 아는 정보의 끝이었다.
그러나 우형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