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10화 (10/430)

#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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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환이 그룹 컴백하려는 건가?

솔로 활동은 미뤄지겠네ㅠ

└222 공백기 길어지길래 내심 솔로 기대했는데ㅜㅜ

└윤환이는 뭐 멤버 아님?

└그룹이 솔로 인기에 편승하려는 건 좀 양심 없는 거 아닌가;ㅋ

└악개 난리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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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형은 작업한 곡이 든 USB를 들고 있었다.

“노래는 담아왔는데, 여기서 들으셔도 되고 작업실에서 들어보셔도 돼요.”

“작업실로 가자.”

나는 작업실을 택했다.

이사실의 사무용 컴퓨터보다는 작업실에 있는 스피커로 듣는 게 나을 것 같았으니까.

우형은 자신이 곡을 만들던 작업실로 안내했다. 이전에 해랑과 같이 있던 작업실이었다.

모니터와 스피커, 건반 키보드, 마이크 등의 선이 얼기설기 엉켜 있는 작은 공간.

내가 처음 들어와 본 작업실을 구경하는 동안, 우형은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한 폴더를 열었다.

‘무슨 파일이 이렇게 많아?’

[가이드_1차작업]

[가이드_2차작업]

[가이드_최종본]

[가이드_진짜최종본]

[가이드_진짜진짜최종본]

[가이드_진짜진짜최종본_진짜마지막]

자기들끼리 의사소통이라도 하듯이 뒤로 갈수록 무수하게 길어지는 파일명에서 그의 고뇌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래서 뭐가 진짜 최종본이라는 건지는 몰라도 그가 한 파일을 골라 열자 모니터엔 그래프처럼 생긴 것이 가득 떠올랐다.

우형이 재생 버튼을 누르고, 스피커에선 노이즈 섞인 기타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 생각보다.’

자작곡이란 이야기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피아노나 기타로 간단하게 멜로디를 치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우형이 만들었다는 곡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장르의 음악이었다.

빠른 박자에 드럼도 깔려 있고, 피아노인지 뭔지 모를 다양한 악기 소리가 복잡하게 섞여 들어갔다.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본격적인 곡에 나는 흥미진진한 표정이 되어 소리에 집중했다.

반주가 끝나고 보컬 부분이 시작되었다.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다.

“이건 누구 목소리야?”

“한이가 불렀어요.”

한이는 모노크롬의 메인 보컬이었다.

다 보지는 못했어도 모노크롬의 예전 뮤비를 보며 노래를 듣긴 했었다.

그때는 밝고 쾌활한 분위기의 노래가 대부분이라 가창력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해도…….

‘같은 목소리인데도 이렇게 달라?’

다른 스타일의 곡에 얹힌 그의 목소리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만들어냈다.

한 구간이 끝나고, 마치 그르릉거리는 듯한 낮은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이건 해랑?”

“네.”

아이돌 그룹은 메인 래퍼니 서브 보컬이니 하면서 멤버별로 한두 개씩 포지션을 담당한다.

모노크롬에 래퍼 포지션은 두 명이 있었다. 메인 래퍼인 해랑, 리드 래퍼인 우형.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유달리 낮아 해랑인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도 평소 말할 때의 목소리와는 또 달랐다.

다시 보컬 구간이 시작되고, 중간중간 화음으로는 우형의 목소리가 들어간 듯했다.

시작 부분과 같은 기타 소리로 마무리되며 곡이 끝났다.

화면만 쳐다보던 우형이 내 눈치를 보며 물어봤다.

“어, 어떠셨어요?”

“생각보다 엄청 좋았어.”

난 작게 박수를 쳤다. 빈말이 아니고 정말 솔직한 감상이었다.

내가 노래에 무지하긴 해도 귀는 있지 않은가. 일반인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정말 음원 사이트에 있는 곡을 듣는 것 같았다.

가이드본이라기에 시안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완성도가 상당히 높았다.

무슨 기분이냐면 어린 사촌 동생이 빵을 만들어 봤다며 내게 선물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입에 넣었더니 웬만한 제과점 빵 맛과 비슷한 느낌?

내 칭찬에 우형이 목덜미를 쓸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부터 생각했는데…… 내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쑥스러워하는 것이, 칭찬에 상당히 약한 것 같았다.

‘물론 본인의 능력이 좋으니 칭찬받는 건데.’

이 업계는 완벽함을 추구하고 항상 더 뛰어난 능력을 요구하니 더 칭찬에 박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 업계에, 이런 회사이기까지.

난 칭찬할 부분이 있다면 가감 없이 얘기해줄 생각이었다. 원래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니까.

우형은 내 호평에 자신감이 조금 생겼는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 하나 더 있는데 들려드려도 될까요?”

“그럼.”

이렇게 물어보는 것을 봐선, 원래는 앞의 노래 하나만 들려주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직접 작업실로 내려오길 잘했네.

우형이 다른 파일을 열어 재생 버튼을 누르자, 잔잔한 피아노 소리로 노래가 시작되었다.

방금 들은 곡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이건?”

“준해 목소리예요.”

내가 물어보자 우형이 바로 대답했다.

참고로 모노크롬의 보컬 포지션은 메인 보컬인 한이와 윤환, 그리고 리드 보컬인 준해였다.

아련한 분위기의 멜로디에 준해의 부드러운 음색이 마치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어우러졌다.

아까 들은 곡은 빠른 비트에 랩까지 섞여 있어서 가사보단 곡의 느낌 위주로 들었는데, 이 노래는 가사가 저절로 귀에 들어왔다.

(붙잡은 손이 내 이기심일까 봐-)

가사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심정을 표현한 것이었다. 그러나.

“…….”

내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진지한 태도로 감상하게 된 것은, 곡의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아니었다.

가사에 그대로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모노크롬을 아는 사람이라면 눈치챌 수 있었다.

이건 자신들의 이야기였다.

(기다림에 끝이 있다면 그게 이별이 아니길…)

팬들, 그리고 자신들의 곁에 있던 사람들을 붙잡기에도 망설여지는 마음.

지금 모노크롬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노래가 끝나고 둘만이 앉아있는 작업실은 조용해졌다.

우형도 이번엔 내 표정을 살피지 않고 그대로 모니터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노래를 듣고 난 후 여운을 삼킬 시간이 필요한 건 당사자인 그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이건…… 진짜 꼭 내자.”

우형이 시선을 돌려 내 얼굴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는,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 뒤에 얼마나 힘든 시간이 있었을지. 나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

‘흐음.’

나는 의자 등받이에 깊게 기대앉아 한 손으로 펜을 까딱거렸다.

우형이 들려준 곡 두 개가 다 좋았다. 특히 두 번째 곡은 팬들이 기다리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내고 싶은데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프로듀스팀이랑 상의를 해 봐야겠어.’

그런 계획을 짜고 있을 때.

“이사님.”

윤희가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이사실을 찾았다.

“무슨 일 있어요?”

순간 더는 일하지 못하게 됐다고 할까 봐 심장이 덜컹해서 나는 자세를 바로 하여 앉았다. 그러나 사직서가 아니라 자신의 사무용 노트북을 들고 있는 것을 보면 일 때문에 찾아온 모양이었다.

“제가 인터넷에 근거 없이 도는 소문은 그냥 지나가는데, 이건 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러면서 노트북 화면이 내게 보이도록 책상에 올려두었다.

“커뮤니티에 윤환이 탈퇴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뭐, 탈……? 네?!”

그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나는 어안이 벙벙하여 그녀가 보여준 노트북 화면에 시선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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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환이 뉴마 나간단 얘기 있던데… 아는 언니가 직원한테 들은 얘기래.

└엥?

└분탕 먹금

└무슨 찌라시를 들고 오냐.

└그 직원 누군데? 사돈의팔촌의동창의삼촌친구딸 이런 거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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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얘기 듣긴 했음. 아티스트 레이블 분리했는데 ㅁㄴㅋㄹ 버린 패잖아.

└뇌피셜 X나 당당해서 당황스럽네ㅋㅋㅋ

└들었다는 게 한두 명이 아닌 걸 보면 뭐가 있긴 한 건가?

└응 내 뇌피셜로 지구 내일 멸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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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윤환이 그룹보단 솔로 활동이 많았던 것 같은데 차라리 솔로로 나가는 게 낫지 않음?

└분위기 안 좋아서 말 못 했는데 나도 그 생각함.

└222

└조심스럽게 나도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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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마 지금 내부 분위기 안 좋은 건 맞아. 엔터 업계 사람들은 웬만하면 다 앎.

└너만 엔터 업계 다니냐고요ㅋㅋ 전문가인 척~ 업계 사람인 척~ㅉㅉ

└지금 커뮤 내부 분위기 안 좋으니까 너도 회원 탈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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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뉴마하고 그룹은 유지할 수도 있는 거 아님?

└소속사랑 척지고 그룹 활동 같이한다고? 그건 너무 행복회로지ㅋㅋ

└그냥 다 같이 탈뉴마하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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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소문 맞으면 어떨 것 같아? 난 응원할 것 같음…

└나도..

└윤환이로 입덕해서 올팬된 케이슨데ㅠ 아니었으면 좋겠다.

└난 원래 개인팬이라 노상관

└노상관22

└주변 덕친들은 소속 옮기는 거면 환영하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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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뒤로도 논란에 대한 공방은 계속 이어졌다.

그룹이 아닌 아티스트 채윤환의 개인 팬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 또한 처음 알았다.

그룹 활동보다 개인 활동이 많았다는 대목에선 머리가 띵해졌다.

‘아……, 내가 또…….’

당시 아이리스가 2년 차였으니 모노크롬이 4년 차일 때인가.

마이 엔터에 업데이트가 있었다. 멤버의 개인 활동이 가능해진 것.

단체 활동은 멤버들의 각기 다른 체력 게이지를 고려해가며 스케줄을 돌려야 했지만, 개인 활동은 신경 쓸 것이 적으니 간편했다.

후반부엔 모노크롬을 정말 돈 버는 용도로 쓰던 나에겐 참 좋은 선택지가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5인 단체로 활동하는 것보다 윤환 한 명만 활동시키는 게 투자 비용에 비해 수익이 잘 나왔으니까.

‘그게 개인 팬덤이 커져서였다니.’

그렇게 그룹의 공백기가 길어졌지만 윤환은 스케줄 뺑뺑이를 도는 상황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룹과 개인, 양쪽에게도 몹쓸 짓이었다.

스케줄 몇 주 치를 한꺼번에 설정해두고 난 아이리스에 집중하면 될 일이었다.

내겐 자동 플레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굳이 기억에 담아두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계기가 있어야만, 뒤늦게 기억났다.

‘과거는 잊고 미래에만 집중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오만이었다.

나는 생각보다 모노크롬에 대해 많이 기억하지 못했고, 결국 그것은 나비효과처럼 돌아왔다.

이것도 또 내가 불러온 재앙이었다. 나는 찌푸려진 미간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윤환이는요……?”

“오프 날이라 잠깐 본가에 가 있어요.”

모노크롬 멤버들이 자주 회사에 나와 있긴 하지만, 연예인이니 우리처럼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인 일이 있으면 본가에 다녀오는 것도 흔한 일이었고.

일단 근거 없는 소문이기에 두고 보자고 했지만, 소문이 계속 퍼져나가는지 다음 날은 회사까지 술렁이기 시작했다.

가만히 흐름이 지나가길 기다리기엔 일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크게 한 방 터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똑똑.

최 비서가 이사실 문을 두드렸다. 평소처럼 차분한 노크 소리가 아니었다.

“이사님. 지금 사장실로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가 이렇게 다급한 표정인 것을 보면 필시 예삿일이 아닐 터.

나는 최 비서의 안내를 받아 곧바로 사장실로 향했다.

대표가 부재중인 지금, 현재 뉴마 엔터테인먼트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사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티스트 레이블이 분리된 후, 사장은 주로 소속 배우 매니지먼트에 치중했기 때문에 나와는 활동 범위에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업무적으로 만날 일이 별로 없었는데.

사장실의 문을 두드리고, 나는 들어와도 된다는 대답도 듣기 전에 바로 문을 열었다.

사장의 비서도 이사인 나를 미처 막진 못했다.

“지금 이게 뭐 하시는 건가요?”

상대방이 할 말이기도 했지만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사장과 매니지먼트팀 팀장.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은 두 사람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나를 쳐다봤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것은 윤환의 전속계약 해지를 요청하는 내용증명.

“사장님과 얘기 나눌 사항입니다. 이해해 주시죠.”

“모노크롬은 제가……!”

내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 뒤에서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가 있었다.

당사자인 윤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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