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망한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8화 (8/430)

#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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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아 이것 봐 빨리!!!! 진짜 빨리 안 보면 후회함!!!

뉴마 홈페이지 메인에 계속 소속 옮긴 후배돌 사진 걸려있길래

혹시나 해서 매일 체크했더니 미친미친 직접 봐라 진짜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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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이거 전에 뷰이라이브한 날에 촬영한 건가 봐ㅜㅜㅜㅜ.ㅜ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세상에

└뷰이라이브 때 해랑이 얼굴 안 보여줘서 혹시 다쳤나 했는데 이게 실화냐ㅠㅠㅠㅠㅠㅠ

└뉴마 1일 까방권 준다 망할놈들ㅠㅠ

└덮.해.랑.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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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해랑의 머리 색상을 체크하면서 얼굴을 처음으로 제대로 봤던 것이 생각났다.

‘아니, 이 얼굴이 어떻게 묻힐 수가 있어?!’

내가 아이리스에 집중하기 전까지는 그래도 모노크롬 스타일링도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 정답은 데뷔 때의 사진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지금이랑은 이미지가 좀 달라.’

그의 데뷔 나이 고작 스물하나. 현재 스물여섯.

사회생활을 겪은 내 입장에선 아직도 어린 나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젖살이 빠진 건지, 운동을 한 건지, 선이 굵어진 성인 남성의 얼굴로 완성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나쁜 의미로 한결같던 스타일링 때문이었다.

쌍꺼풀하며 콧대하며 얼굴이 굉장히 잘생겼는데 스타일이 얼굴을 잡아먹고 있었다.

[탈색할까요?]

[아니!]

그는 당연히 이전과 같은 헤어를 하겠다고 생각했겠지만, 내가 머릿속에 그려온 이미지는 큰 변화가 필요했다.

[검은색으로 덮자.]

내 요구사항대로, 그는 오늘 착실히 검은 머리가 되어서 현장에 도착했다.

다른 멤버들의 스타일링에도 내 의견이 반영되었지만 특히나 변화를 많이 줄 해랑의 순서엔 아주 세세하게 주문을 했다.

[혹시 이쪽 일 하신 적 있어요?]

오죽하면 메이크업 디자이너가 나보고 이런 말을 했겠는가.

다만 내가 하는 주문은 ‘여긴 이렇게 만들어 주세요, 이렇게 다듬어 주세요.’ 수준이었고, 그것을 실제로 구현해내는 것은 전문가의 솜씨였다.

난 카메라 앞에 선 그를 보고, 마치 예술 작품 발표회에 온 부호처럼 감탄의 박수를 쳤다.

“완벽해.”

누가 보면 무슨 주접이냐 하겠지만, 이 자리에서 지금 내 의견에 반박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요 몇 년간 이마를 훤히 드러낸 헤어스타일을 유지했던 해랑.

게다가 평상시에 모자를 자주 쓰고 다녀서 팬들도 별로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앞머리가 있는 그의 모습을!

삐죽빼죽했던 과거를 잊고 지금은 단정할 정도로 머리가 정돈되었다.

새까만 머리에 유달리 새까만 눈동자. 거기에 나른한 느낌의 눈매가 어우러져 퇴폐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리고 앞머리 사이로 적절히 비쳐 보이는 눈썹.

이 눈썹도 할 말이 많은데, 나는 메이크업 디자이너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청순한 느낌으로 해 주세요!]

청순이란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내 머릿속 이미지를 표현하려면 그 어휘가 딱이었다.

누가 래퍼라고 세 보이는 스타일만 고집하겠는가! 내가 그랬지만!

아마 저 나른한 눈매를 보정하고자 했던 건지, 이전의 해랑의 눈썹은 각이 날카로운 갈매기 눈썹이었다. 게다가 헤어에 맞춘 새빨간 색.

지금은 각이 낮은 일자 눈썹이 되어 있었다.

“정말 예술이야.”

내가 그의 얼굴과 나의 적절한 주문에 감탄하는 사이, 자신의 촬영을 마치고 지켜보던 우형과 한이도 나처럼 박수를 쳤다.

“매일 보고 지내는데도 저렇게 잘생긴 줄 몰랐어.”

“와……. 팬들이 보면 난리 나겠다.”

내 안목은 남에게도 통하는 모양이었다.

영상 촬영에 스틸컷 촬영까지 하던 윤희의 손도 덩달아 바빠졌다.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웠는지 약간 삐걱거리며 들어오던 해랑도, 카메라 앞에선 금방 자연스러운 표정을 되찾았다.

모니터에 촤라락 뜬 사진 목록에는 B컷이 없을 정도였다.

그 와중에 시험을 보고 돌아온 준해가 촬영 중인 해랑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뭐야……?”

“넌 빨리 준비해야지.”

“아니, 나도 구경할…….”

우형은 그런 준해를 데리고 메이크업실로 들어갔다.

해랑은 다른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좀 더 캐주얼한 의상으로 교체하고 촬영을 이어나갔다.

의상이 바뀌었는데도 그는 따뜻한 이미지보단 차가운 인상이 강했다. 냉미남이라고 해야 하나.

다른 멤버들이 부드러운 인상이 강하다 보니 오히려 밸런스가 잘 맞는 느낌이었다.

띠링.

몰입하여 구경하는데 느닷없이 내 스마트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마이 엔터의 알림이 와 있었다.

[마이 엔터: 아티스트의 매력 지수가 올랐습니다. 확인해 보세요!]

‘뭐야, 이건?!’

플레이할 땐 본 적 없는 알림이었다.

지금 상황과 관련이 있는 듯싶어 알림을 눌러보니, 곧바로 아티스트 관리 창이 화면에 떠올랐다.

그리고 해랑의 캐릭터 옆에 [UP!]이란 표시가 반짝이고 있었다.

캐릭터를 터치하면 각 멤버의 능력치가 떴다. 각 능력치에 해당하는 경험치 게이지를 채우면 레벨이 오르는 시스템이었다.

보컬, 랩, 댄스 등 여러 능력치 항목 중, 한 항목에만 두 자릿수의 숫자가 적힌 것이 보였다.

매력 레벨 10.

사람의 능력치에는 한계가 없다는 의미인지 마이 엔터의 능력치 레벨도 한계치가 따로 없었다.

공식 커뮤니티의 한 미친 보컬 장인 유저가 자신의 아이돌 그룹 멤버에게 40년 동안 트레이닝을 시켜 보컬 레벨을 18까지 찍은 것이 내가 본 최고 레벨이었다.

‘18이란 숫자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면서 유저들 사이에서 화제였지…….’

아무튼, 해랑이 도달한 이 레벨 10이 능력치 레벨의 최대치는 아니지만, 마이 엔터의 모든 수치는 자릿수가 달라지면 급을 달리했다.

보통은 높아 봤자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마는 레벨이 두 자릿수로 돌입한 것은 거의 최상급이란 의미. 매력 지수가 필요한 웬만한 이벤트엔 대성공이 뜰 정도로 치트키 수준이었다.

‘좋은 일이긴 한데.’

솔직히 현재 눈앞에 있는 멤버들의 능력치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무섭게도 느껴졌다.

이 세상에 적응해갈수록 이런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가끔 찬물을 끼얹는 느낌이었다.

원래의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적과, 내가 이 세상에선 이질적인 존재라는 것을 상기하게 돼서.

나는 한결 냉철해진 시선으로 능력치 창을 바라봤다.

‘……내 행동에 따라 얼마든지 능력치가 오를 수 있단 거지.’

시스템이 퀘스트 수행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활용할 생각이었다.

다른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준해의 촬영 순서가 돌아왔다.

혹시라도 누가 내 굳은 표정을 보고 또 눈치 보지 않을까 하며 옆을 둘러봤는데 다행히도 나를 본 사람은 없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다들 나보다 더 앞에 자리를 잡고 자신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 준해 잘생겼다.”

“이야. 천사 같다.”

뭐, 뭐야. 얘네 주접 뭐야.

아까까지 주접은 내 담당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준해의 순서가 되자 다른 멤버들이 더 주접을 떨고 있었다.

‘돌잔치 보는 줄.’

준해는 쌍꺼풀 라인이 이쁘게 호선을 그렸고 입술도 도톰해서 전체적인 인상이 동그란 편이었다.

지나가다 보면 훈남 학생이겠지만, 멤버들 사이에 있으니 확실히 한 살이라도 어린 티가 났다.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모를 정도로.

애쉬 색상이 가미된 그의 머리카락을 보니 천사 같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다.

머리가 복슬복슬한 게 옛 명화의 아기 천사 헤어스타일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 정도로 곱슬거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기도 봐봐.”

“아, 방해하지 말라고오!”

그런 모습도 윤희가 열심히 카메라로 담아냈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게 모노크롬의 평상시 분위기였구나 싶어서.

스케줄을 다녀온 윤환이 복귀하고, 이번엔 단체 사진을 찍을 차례였다.

단체 사진도 두 가지 버전이었는데, 다들 개인 촬영 후 두 번째 촬영 의상을 입고 있는지라 이번엔 순서가 반대였다.

촬영이 전부 완료되었을 땐 모두 셔츠 차림이 되어 있었다.

확인 작업을 거친 후 촬영이 완전히 끝이 났다.

‘후. 보람찬 하루였어.’

나름 첫 스케줄을 성공적으로 해낸 나는 없는 땀을 닦으며 성취감을 만끽했다.

“저, 이사님.”

뒤에서 우형이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그가 손에 쥔 스마트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희 뷰이라이브 해도 될까요?”

“응? 마음대로 하면 되지?”

뷰이라이브. 어플을 통한 실시간 소통 방송. 그건 나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질문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은 ‘내가 허락까지 해 줘야 하는 일인가?’였다.

“사실 아티스트용 아이디는 회사에서 관리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윤희가 옆에서 설명해 주었다.

전용 스마트폰을 직원이 관리하다가 필요하면 상의하고 찍는 경우가 많은데 모노크롬은 우형이 관리하고 있다고.

멤버들이 있는 곳을 보니 핸드폰 앞에 와글와글 몰려있는 와중에 해랑만 화면 밖에 따로 서 있었다.

윤희가 링크를 연결해 준 덕분에 나도 내 핸드폰으로 라이브 방송을 볼 수 있었다.

방송 제목은 <안녕 컬러즈!>.

참고로 컬러즈는 모노크롬의 팬덤 이름이다. 이것도…… 내가 정한 이름이지.

모노크롬의 흑백 세상에 색을 입혀주는 팬들이란 의미였다. 그런 의미를 부여했지만, 실상은 내 행동에 멤버들과 함께 고통 받았을 사람들.

채팅창은 갑작스러운 라이브 방송, 게다가 멤버들의 풀세팅한 모습에 놀라움과 의아함이 반반이었다.

[헐]

[무슨 스케줄 있어요?]

[왜 네 명밖에 없나요]

[해랑이 어디 감?]

“해랑이는 어딨냐고요?”

“옆에 있는데 지금은 보여드릴 수가 없어요.”

[???????]

[????]

“해랑아. 인사만 드려.”

“여러분. 오늘…….”

“아니 얼굴은 말고!”

[ㅠㅠㅠㅠ??????]

[얼굴 왜?]

[오빠들 저 오늘 생일인데 축하해주세요]

[보여줘ㅠㅠㅠㅠ]

아무래도 멤버들끼리도 해랑의 스타일 변화는 사진이 뜰 때까지 공개를 미루려는 모양이었다.

덩달아 나도 공개됐을 때의 반응이 기대되었다.

얼마 후, 촬영 사진이 도착하자마자 나는 홈페이지 메인에 대문짝만하게 걸어 달라고 디자인팀에 맡겼다.

포털에도 사진 수정요청이 들어갔다고 한다.

사진을 본 모두가 느껴줬으면 했다. 이제 새로운 모노크롬의 시작이라고.

***

“실장님. 이거 보셨어요?”

뉴레인의 기획실. 진명희 팀장이 허용석 실장의 자리로 태블릿을 들고 왔다.

“뭔데 그래?”

“일단 한번 보세요.”

이 두 사람은 얼마 전까지 뉴마 엔터테인먼트에서 아티스트 기획을 맡았다. 물론 그 아티스트엔 모노크롬도 포함되었다.

아이리스의 성공으로 현재 새 레이블의 기획실장 자리까지 오른 용석이었다. 그런데 설마 여기서 모노크롬의 외부 반응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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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년 만에 헤메스와 화해한 남돌.jpg

(이미지)

존잘

└예전엔 어땠길래?

└(이미지)

└헐ㅋㅋㅋㅋㅋㅋ

└예전 사진을 같이 올려놨어야지ㅋㅋㅋㅋ댓글 보고 이해했네

└얘가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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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야 워낙 많은 연예인이 화제가 되었다가도 금방 지나간다지만, 이 업계에 오래 몸담은 용석의 눈에도 제법 반응이 열렬한 편이었다.

댓글부터 먼저 확인한 그는 스크롤을 올려 본문의 사진을 다시 봤다.

“백해랑?”

물론 그도 아는 인물이었다. 이런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마주칠 때마다 항상 모자를 벗으며 꾸벅 인사하던 빨간 머리가 기억났다.

“스태프를 새로 뽑았나?”

“뽑은 건 아니고요. 특이하게 초기에 일하던 샵과 다시 일하려나 보더라고요.”

다른 곳으로 바꿨다가 되돌아갔다니.

‘이유가 있어서 바꿨을 텐데.’

뭔가 맞지 않으니 바꿨을 테고, 바꾼 곳도 맞지 않아서 돌아간 것일 터였다.

어쨌든 새로운 곳을 뚫은 것도 아니라면 변화의 이유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뉴마 쪽에선 손을 뗐지만, 분리된 직후라 아직 들려오는 얘기가 많았다. 개중에 담당 인력을 충원했단 소식은 없었다.

단 한 명, 대표의 딸인 신주인 이사를 제외하고.

대표가 뉴레인에 집중하기 위해 해외 출장을 떠난 사이, 뉴마에 딸을 이사직으로 올린 것은 그저 영향력을 행세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여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그는 모노크롬의 단체 사진을 유심히 보고, 아이리스를 떠올렸다.

아이리스는 연말 특별 무대에서 신곡을 발표한 후, 현재 음악 방송에 활발히 출연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어쩐지 팬들의 반응에 불만이 적지 않게 섞여 있었다. 노래가 아니라 비주얼적인 면에서.

반응이 좋았던 연말 무대에 비해, 이후 활동은 의상이나 화장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법 많았다.

‘신주인 이사.’

해외에서 왔다지만 무슨 공부를 했고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인물.

“한번 인사를 드려야겠어.”

만일 이 사진이 그녀의 손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면 뉴마에 있긴 아까운 인재였다.

***

이사실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응답하니, 최 비서가 용건을 들고 찾아왔다.

“이사님. 뉴레인에서 회사도 소개해 드릴 겸, 시간 되실 때 모시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나를 왜?”

“뉴마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라고 할 수 있으니 인사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고 합니다.”

나의 아버지란 설정인 대표가 뉴마와 뉴레인, 양쪽의 대표이니 나도 관련이 있단 얘기였다.

“괜찮으면 아티스트 연습 모습도 보여드리면 좋겠다고…….”

탁!

나는 혼자 열심히 계획을 쓰고 지우고 하던 다이어리를 덮었다.

‘드디어 이날이 왔나.’

바로 만날 수 있다는데도 굳이 거절한 후 몇 년…… 아니, 며칠이 지났던가.

난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하게 대답했다.

“간다.”

드디어 현실의 아이리스를 보러 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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