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 17 장 중중음모(重重陰謀) (18/32)

제 17 장 중중음모(重重陰謀) 

섭수진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여인의 이런 모습은 정말 귀엽다고 진소백은 생각했다.

"그럼, 심화절은 살아남기가 힘들겠군요?"

진소백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싸움은 힘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지 않소? 생사(生死)의 문제라면 더욱 그렇지."

"심화절에게 감춰 둔 수가 있다는 말인가요?"

진소백이 다시 웃었다.

"나는 그와 같은 인물이  최후의 승부수(勝負數)도 없이  싸움에 임했다고는 믿지 

않소."

섭수진도 그 말에는 동감했다.

그렇지만 무슨 방법이 있을까? 

 고숭무의 변절(變節)은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그의 숨겨진 무공은  너무나 가공했

다.

심화절의 심기(心機)가 비록 하늘을 읽는다  하나, 이런 일마저 대비할  수 있었을

까? * * * 

"네 심기가 아무리 하늘에 닿아도 지금의 위기(危機)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섭수진의 생각과 같은 말을 지금 고숭무가 하고 있었다.

그랬다. 설혹 하늘에 닿는 재주가 있다 해도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는 없어 보

였다. 하나 심화절은 담담했다.

"네가 나를 이겼다고 너를 죽일 수 있는 자가 없다고 생각하느냐?"

고숭무가 조금은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당연하지. 여기 누가 있어 내 십 초를 받아 내겠느냐!"

그의 말은 옳았다.

금청청도 자신의 무공에 자부심(自負心)을 가졌으나, 오늘의 격전(激戰)을 보고 기

가 질렸다.

도대체 이런 고수들이 어떻게 한 방파에 모여 있었을까? 심화절은  여전히 차분했

다.

"이미 천기(天機)를 읽었다. 하늘이 네 죄업(罪業)을 용서하시지 않을 것이다."

고숭무는 그의 말을 듣고 대소(大笑)했다.

"크하하, 겨우 그따위 소리냐?  하늘이 어떻게 나를  죽인다 하더냐? 네가 죽음에 

이르러 실성을 했구나! 크하하!"

심화절이 단호히 말했다.

"흥, 네가 감히 하늘을 향해 외쳐 볼 자신이 있느냐?"

고숭무의 웃음 소리가 더욱 커졌다.

하늘이 벼락을 내려 악인을 심판한다는  얘기는 전설에서나 나올 말이다. 실내(室

內)에서 무슨 벼락이 떨어질 것인가? 

"좋다. 내 몇 번이고 외치마!"

그는 정말로 크게 외쳤다.

"누가 나를 죽이겠는가! 하늘이 죽이겠는가?"

모든 음모자들은 항상 초조와 긴장 속에서 산다. 

 언제 자신의 음모가 발각될지 모르고, 또한 예기치 않았던 변수가 실패로 연결될 

수도 있으므로. 

 긴장이 해결될 길은 오직 하나, 음모가 성공하는 것뿐이었다.

고숭무는 돌아오기는 했으나, 마침내 그의  목적지(目的地)에 도달했고, 음모는 이

루어졌다. 비응방의 주인이 되면 광산(鑛山)에 대한  사 할의 이권(利權)이 보장되

고, 그 후에는 흑회의 인물들과 

힘을 합해 무림에서 힘을 키워 나가리라.

모든 긴장이 풀어진 고숭무의 외침은 그래서 더욱 크고 통쾌해 보였다.

"누가 감히 나를 죽이겠는가!"

누가 감히 고숭무를 죽이겠는가! 

대답은 느닷없이 뒤에서 날아왔다.

"내가 죽인다!"

그리고 핏빛 손톱은 대답보다도 훨씬 빨랐다.

고숭무는 벼락맞은 사람처럼 몸을 떨었다.

정말로 하늘이 벼락을 내렸는가? 

 * * * 

"비록 고숭무의 숭무당(崇武堂)이 오래 전부터 계획을 세워 왔겠지만, 다른 사람들

도 바보는 아니오."

섭수진이 말을 받았다.

"분명 첩자(諜者)를 심어 두었을 거란 말이죠?"

진소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가장 가능성이 큰 사람은 역시……"

이번에는 둘이 동시에 외쳤다.

"귀조 독소명(獨蘇冥)!"

 * * * 

"귀, 귀조! 네가……!"

고숭무의 말은 원활(圓滑)하지 못했다.

목에 박힌 혈조가 혈행(血行)을 방해하여 발음(發音)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화절이 냉랭히 말했다.

"선 방주께서는 생전(生前)에 이미 너를 의심하고 계셨다. 다만 방주께서 돌아가시

기 전에 네놈을 처치하지 못했음이 가장 큰 한이다."

심화절이 먼저 생사 대결을 벌여 그의 힘을 뺐고, 다시 말로써  긴장을 풀게 했다. 

고숭무가 스스로의 기분에 취해 광소(狂笑)하지 않았다면 독소명이 일격에 치명타

(致命打)를 날릴 수는 없었으리라.

고숭무는 각혈하며 겨우 말했다.

기침을 할 때마다 혈조가 박힌 그의 목에서 끊임없이 선혈이 흘러나왔다.

"쿨룩! 과, 과연 너답군. 쿨룩! 그러나 너, 너 또한……!"

그의 '너 또한'이란 말이 떨어질 때! 

갑자기 심화절의 등으로 강한 경풍(勁風)이 몰아치는 것이 아닌가? 동시(同時)에…

… "위험하오!"

누군가의 쩌렁쩌렁한 외침과 함께 도풍(刀風)이 일었다.

고숭무의 눈이 뒤집히며 그가 가까스로  손을 들어 도풍을 일으킨  인물을 가리켰

다.

"너, 너 이노옴!"

독소명이 혈조에 힘을 주었고, 고숭무는 말을 잇지 못하고 상처와 노기로 인해 죽

어 버렸다.

비로소 중인들은 장내의 변화를 살필 여유를 얻었다.

보라! 

심화절의 등뒤로 오명의 풍운선(風雲扇)이 닿아 있는 것을! 고숭무의 일초에  내상

을 입고 혼절했던 오명이 몸을 일으켜 심화절의 등을 공격했던 것이다.

예상할 수 없었던 일초였기에 심화절은 절명(絶命)의 위기에 빠졌으나,  때마침 오

명의 행동을 주시하던 사공두가 급히 일도(一刀)를 오명에게 날렸다.

사공두의 도가 가슴에 박히자,  오명이 전개했던 풍운선(風雲扇)의 일초는  진기를 

잃은 채 심화절의 

등을 쳤고, 심화절은 큰 타격 없이 무사할 수 있었다.

심화절은 사공두를 다시 보았다.

평소 방주에 대한 아부(阿附)로 권력을 얻었던 인물로만  생각하여 경원(敬遠)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어려움이 있을 때 인물됨이 드러나는  법이니, 그는 금사진이 사공두를 아

꼈던 이유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오명이 그처럼 쉽게 당한 것이 이상하다 생각했소. 그래서 유심히 지켜봤던 것뿐

이오."

사공두의 말에 심화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이로써 비응방이 비로소 다시 섰으니, 사공  당주의 공이 가장 컸음을 누구도 부

인하지 못할 것이오. 나는 차후로  사공 당주와 독소명을 중히 쓸  것이니, 누구도 

이의가 없을 줄로 믿소!"

남은 자들은 모두 기뻐했다. 

 그러나 고숭무의 편에 섰던 자들의 눈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생사를 건 강호의 도박은 항상 끝이 같다.

승자(勝者)는 살고 패자(敗者)는 죽는다. 

 이것만이 강호의 유일한 법칙이었다.

 * * * 

하얀 벽. 다시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어찌 되었느냐?"

백의복면인이 공손히 말했다.

"일은 예상대로 되었습니다. 삼형(三兄)이 비응방의 모든  권한을 쥐기까지는 이제 

단 하나의 걸림돌이 있을 뿐입니다."

벽의 목소리는 격동한 듯 떨렸다.

"좋다. 너는 항상 조심(操心)하여 그분의 뜻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라."

"명심하겠습니다, 대형(大兄)!"

다시 고개를 수그리는 복면인의 뒷모습은 의외로 왜소했다.

위로는 빛이 흘렀다. 

 그 밝은 빛에 감추어져 음모(陰謀)가 조용히 흘렀다.

비응방의 한곳이 불타고 있었다.

불은 하늘을 삼킬 듯 넘실거렸지만, 정작 하늘로 오르는 것은 연기뿐이었다.

인생처럼! 

야망(野望)의 불에 온몸을 태우는 자는  정작 야망을 이루지 못하고,  다만 스스로 

타버리고 마는 인생처럼! 

 흉험했던 싸움에서 죽은 시신들을 화장(火葬)시키는 중이었다.

금청청의 가슴에 감회가 밀려왔다.

그녀는 아버지의 원한(怨恨)을 갚았다. 그러나 이제는 무엇을 해야할까? 원한을 갚

았다고 해서 마음속의 응어리가 풀리는 것은  아님을 그녀는 알게 되었다. 게다가 

이제 비응방과는 별로 인연이 남아 있지 않았다.

옆에 선 매일도의 손을 더욱 꼭 잡으며,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으려 애썼

다.

심화절이 입을 열었다.

"이 불은 우리 비응방을 잠식해 왔던 모든 악을 삼키는 불이며, 방의 앞날을 밝히

는 불이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었다.

흑회(黑會)! 

고숭무가 속했던 흑회가 남아 있었다. 

 심화절은 흑회의 일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금청청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게 될지도 몰랐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왜 당장 쳐들어가지 않는 거죠?"

금청청의 분노는 당연했으나 현실(現實)은 감정과는 다른 문제였다.

"그들의 진정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없으니 함부로 움직일 수 없소."

심화절의 신중한 이 말이 현실(現實)이었다.

흑회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들이 고숭무와  관련이 있고 천지현황(天地玄荒)의 사

령(四令)이 있다는 것이 전부였다.

"만일 다른 자들도 고숭무의  파황권, 아니, 암흑동신공(暗黑銅身功)을 연성했다면 

문제가 심각해지겠군요."

매일도가 침중히 말하자 모든 이들이 공감했다.

물론 가능성은 희박했다.

암흑동신공(暗黑銅身功)은 그 위력이 큰 만큼 익히는 방법 또한 너무 힘들기 때문

이다. 계속되는 불과 얼음의 수련을 견딜 수  있는 자가 둘이나 있을 가능성은 거

의 없었다. 오랜 숙의 끝에 심화절이 결론을 내렸다.

"일단은 내일 치를 전 방주님의 장례를  성대히 마치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소. 그

러나……"

심화절이 굳은 의지를 담아 말했다.

"흑회(黑會)의 인물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오. 반드시!"

심화절은 굳게 맹서(盟誓)했다.

흑회와 그의 싸움은 피할 수 없었다.

문제는 그 싸움이 언제 시작되느냐였다.

어쩌면 곧 시작될 수도 있었다.

 * * * 

어두운 밤을 검은 신형이 가르고 지나갔다.

굳은 맹서를 한 비응방의 인물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들보다 빠르게 흑회(黑會)

의 실체로 접근하는 인물! 

엽혼(葉魂)이었다.

엽혼의 몸은 검은 피풍의(被風衣)로 싸여져 어둠 속에서도 눈에 쉽게 띄지 않았다.

나뭇가지에 바짝 몸을 붙인 그의 아래로 동초(動哨)  한 명이 그냥 지나갔음은 결

코 운이 아니었다.

동초를 보낸 엽혼의 몸이 다시 움직였다.

술래잡기에서 결코 들키지 않는 방법이 있었다.

술래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방법! 

 만일 술래가 갑자기 뒤로 돌아서는 일만 없다면 술래의 뒤가 가장 안전했다.

한번 찾아본 곳을 다시 둘러볼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이것이 병법에서 말하는, 가

장 위험한 곳이 가장 안전하다는 말의 오의(奧意)가 아닐까? 지금 엽혼이 뒤를 밟

는 동초(動哨)가 갑작스럽게 뒤로 돌아설 까닭은 전혀 없었다.

정해진 구역과 정해진 시간이 있으니, 그는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하고 전진하기

만 했다.

엽혼도 그의 뒤를 따라 전진했다.

뒤쪽의 동초를 경계하지 않아도 되니 더욱 좋았다.

문제는 간간이 만나는 입초(立哨)들이었다.

엽혼은 그들이 구호(口號)를 주고받는 시간을 이용했다.

아주 짧은 시간 작은 소리로 주고받는 구호였지만, 엽혼이 움직이고 그 미세한 소

리를 감추어 주기에 충분했다.

얼마 후, 건물들의 불빛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동초가 자신에게 주어진 야간 순찰의 임무를  무사히 마쳤음에 즐거워할 때, 엽혼

의 눈에도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기쁨이 차 올랐다.

검은색 피풍의는 어두운 밤에 보이는 처마의  검은색과 좋은 보호색(保護色)을 이

루었다.

둥근 창을 통해 방안의 풍경이 엽혼의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화선이 흑회의 인물들과 거처한다는 곳! 

그녀는 지금 무엇을 할까? 

화선은 혼자 있지 않았다.

그녀는 남자와 같이 있었다.

엽혼의 눈에 이채(異彩)가 어렸다.

그는 한 번도 화선에게서 음탕한 기운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삼 년이나 봤음에도 그가 느끼지 못했던 분위기를, 지금 화선이 연출하고 있었다.

얼굴 가득 수염을 기른 사내가 화선의 몸  위에서 막 떨어졌다. 그의 등은 땀으로 

번들거렸고, 화선의 얼굴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사내가 미련이 남았는지 다

시 한 번 그녀의 젖가슴을 더듬으려 하자 화선의 눈빛이 냉혹해졌다.

"네가 진정 겁을 모르는구나!"

사내의 눈이 공포로 물들며 급히 손을 거두고는 바닥에  엎드렸 "여, 영주, 죽을죄

를……!"

사내가 떠는 모습을 보자, 화선은 눈빛을 바꿔 미소 지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설마 널 죽이기라도 하겠느냐? 정리(情理)가 있질 않느냐?"

사내는 비로소 웃음을 되찾았다.

"그, 그렇습니다요. 아까의 정염(情炎)은…… 헤헤."

사내가 웃는 것을 보자 화선의 눈이 다시 차가워졌다.

"정염(情炎)이라니, 무슨 말이냐? 감히 네가 나를 희롱(戱弄)하는구나!"

사내의 눈이 다시 겁에 질리며 부들부들 떨었다.

"아, 아니 좀 전에……"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여인의 손이 휘둘러지자 이미 시체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좀 전까지 여인의 젖가슴을 쥐고 희열에 떨던 사내의 손은  지금 허공만을 움켜쥔 

채 굳어 버렸다. 

 목덜미에서 뿜어지던 피는 화선이 던진 옷자락에 휘감기자 멎었다.

방안에 핏자국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은 그녀가 사내의 목을  자르고 옷가지를 

집어던져 목의 상처를 감싸는 행동이 그만큼 빨랐음을 뜻했다.

옷가지가 점점 붉게 물들어 곧 피가 땅에 떨어질 순간이었다.

화선은 급히 침대를 들어 시체를 그 밑으로 굴려 넣었다.

잠시 후, 

덜컹! 

 침대 밑에서 소리가 들림을 확인한  화선이 옷을 입기 시작했 화선은  옷을 모두 

입었다.

동경(銅鏡)을 보며 머리 매무새를 정리하던 그녀가 눈썹을 찡그렸다.

침대 자락에 조금 난 핏자국을 봤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더러운 자식! 내 침실을 더럽히다니. 내가 그놈을 너무 쉽게 죽였다."

사내는 화선에 의해 목이 잘려 죽었건만 그녀는 침대가 더럽혀진  것에 대해 그에

게 분노하다니! 

그녀가 이를 갈고 있을 때 실내에 한 복면인이 나타났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가슴에 선명하게 수놓인 천령(天領)이란  글씨는 그가 흑회의  천령주(天令主)임을 

말해 주었다.

"당신이 지금까지 잡아먹은 남자들이 모두 살아 있다면 능히  일방을 세워 천하를 

지배했을 것이오."

이를 갈던 화선이 그의 말에 몸을 돌렸다. 

 그녀의 얼굴엔, 어느새 분노는 사라지고 쓸쓸한 슬픔만이 남아 있었다.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천령(天領)을 바라보는 그녀.

"내가 사람을 죽이다니요? 당신마저 나를  오해(誤解)한다면 내가 어찌 살아 가야 

하나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자신의 가슴이 흔들림을 느낀 천령이 급히 화제를 돌렸다.

이 여자를 상대해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지령(地領)은 실패했소."

화선이 그를 조용히 보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조금도 놀란 표정이 아니었다.

"당신은 왜 돕지 않았죠?"

"도울 수 없었소. 만약  내가 나섰다면 현천자(玄天子)  등도 나섰을 테고, 결과는 

같았을 것이오."

화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어쨌든 평소 가장 무공이 강한 지령(地領)을 질투해  온 당신에게는 잘된 

일이군요."

천령이 펄쩍 뛰었다.

"무슨 말이오! 난……"

화선이 그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아니, 그렇게 뛰실 것 없어요.  난 당신이 그런 사람이 아님을  잘 알고 있으니까

요."

화선이 자신의 얼굴을 천령의 얼굴에 바짝 붙이며 향기로운 숨결을 토했다.

"다만, 존령(尊領)께서 부르시니 빨리 가보세요."

존령이란 말에 천령의 눈이 흔들렸다.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왜 빨리 말하지 않았소?"

그는 역정을 내며 유령(幽靈)처럼 사라졌다.

천령이 사라지자 화선의 웃음이 그대로 굳어졌다.

"흥! 네놈이 아무리 머리를 쓰더라도 존령의 눈을 피하진 못할 것이다."

이때였다.

화선의 눈빛보다 더욱 차가운 음성이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 이 음성은 비단 차가

울 뿐 아니라 너무도 갑작스러워서 화선은 피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존령(尊領)이란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목뒤에 느껴지는 싸늘한 감촉이 검날임을, 화선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곳은 경계가 엄밀한 곳! 

함부로 외인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외인이 들어왔다는 것은, 

그의 무공이 그만큼 고강하다는 의미! 

힘으로 상대할 때가 아니었다.

그녀의 피는 이미 식었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뜨거웠다.

그녀는 남자를 상대할 가장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음을 항상 자부했다.

"소첩(小妾)이 무얼 알겠습니까? 전 다만, 어맛!"

놀랐는가? 

 그녀의 손이 그만 쥐고 있던 옷을 놓쳐 버렸다. 

 하늘빛 화의(華衣)가 흘러내리며 눈부신 화선의 엉덩이가  불빛 아래 그 흰 자태

를 드러냈다.

목뒤를 노리던 검기의 기세가 늦추어짐을  느낀 화선은 미소를 지으며  급히 몸을 

돌렸다.

두 손에는 어느새 붉은빛의 바늘이 들려 있어 뒤를 노리고 진기를 실어 갔다.

'흥, 사내란 누구나 마찬가지지!' 

그러나 몸을 채 돌리지  못해, 곡지혈 부근이  따끔거림을 느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의 몸은 침대 위로 난폭하게 처박히고 있었다.

"네 정체가 설마 탐화침모(探花針母)라고는 생각 못 했다."

탐화침모는 옷을 바느질하는 여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열 쌍의 바늘로 강호의 영재(英才)들을 꿰매었다.

그녀의 마수에 걸려 수많은 영재들이  원정을 잃고 폐인이 되자, 천추학림(千秋學

林)에서는 그녀를 공적으로 선언했고, 십여  년 전부터 그녀의 이름은  강호상에서 

사라졌었다.

그런 탐화침모가 흑회(黑會)에 있었다니! 

그녀의 눈에 비로소 사내의 모습이 정면으로 들어왔다.

중년의 상인! 

 엽혼이 항상 분장했던 이엽(李葉)의 모습이었다.

그녀가 앙칼지게 입을 열었다.

"넌 누구냐?"

의혹(疑惑)은 화선뿐 아니라 엽혼의 얼굴에도 떠올랐다.

화선이 그를 몰라보다니! 

어떻게 된 것일까? 삼 년간이나 거래했던 화선이 자신을 몰라보다니…… "너는 성

내의 소하루( 霞樓)에서 살인 중개업을 했었다. 맞느냐?"

화선이 놀랐다.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

엽혼은 신음했다.

"너는 화선이 분명하냐?"

"그렇다."

엽혼의 구절검이 심중의 격동을 이기지 못하고  화선의 목을 파고들어 혈선(血線)

을 만들었다.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앞에 있는 이 여자는 틀림없이 화선이었다.

하지만 그가 알던 화선은 아니었다.

그의 화선은 이처럼 음탕하지도 잔인하지도 않았다.

기녀였지만 항상 기품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난 삼 년간 그에게 청부를 중개했던 화선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

가? 다른 여자가 화선으로 분했던 것일까? 

 무슨 이유로……? 

수많은 의문이 스쳐 갔지만 단서는 없었다. 눈앞에 있는 진짜 화선이 유일한 단서

였다.

엽혼의 눈빛이 강해졌다.

"나는 이제 나흘 이상을 살  수 없다. 죽음을 눈앞에  둔 자는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너는 순순히 대답을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화선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남을 느꼈다.

눈앞의 사내와 같은 눈을 그녀는 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존령(尊領)의 눈! 

이런 눈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한없이 잔인해질 수도  있음을 그녀는 체

험(體驗)으로 알았다.

화선의 고개가 떨구어졌다.

그녀는 자신이 결코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없음을 느꼈다.

반항은 쓸데없을 것이다.

엽혼에게 미인계가 통하지 않음은 이미 눈빛을 통해 알았다.

하지만 화선은 반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쓸데없음을 알면서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우리 주위엔 많 어쩌면 순순히 모든 

것을 묻는 대로 말한다면 살아날지도 모른 지금 화선은 엽혼이  이미 그녀를 죽이

기로 결심했음을 모르고 있었다.

엽혼이 가장 싫어하는 여자가 음탕한 여자였다.

그리고 그녀는 비단 음탕할 뿐 아니라  잔인하기까지 했다. 화선이 살아날 방법은 

없었다. 

 3 

비응방에 새날이 밝았다. 

 오늘은 특별했다.

오전(午前)에는 전 방주인  금사진의 장례가 치러지고,  오후(午後)에는 신임 방주 

심화절의 취임식이 예정되었다.

이런 날 가장 바쁜 사람은 뭐니뭐니 해도 아패(阿覇)와 같은 자들이었다.

"씨펄, 어떻게 된 것이 요즘은 매일 청소를 해도 표가 안 나는 거야? 젠장, 누구는 

치우고 누구는 어지르고……"

쫑알거리는 아패의 머리 위로 언제나처럼 하인들의 우두머리인 노대(老大) 장육삼

의 일격이 떨어졌다.

"이놈이 또 일은 하지 않고 쫑알거리고 있어!"

'아싸, 피했다.' 

아패는 잽싸게 피하고서 이어질 군밤에 대비하여 장육삼의 주먹을 노려보았다. 그

러나 장육삼은 아패를 보지 않았다.

그의 눈은 멀리서, 지금 막 비응방에 들어서는 한 사람을 쫓고  있었다. 지극히 평

범한 새로운 문상객 중의 한 명을! 

'드디어 그가 왔다.' 

손을 부르르 떠는 장육삼의 몸이  바닥을 누르며 자국을 남기고  있었지만 아패는 

그런 것을 몰랐다.

다만 노대(老大)의 모습이 평소와는 달리 어딘가 이상하다고만 느꼈을 뿐이었다.

 * * * 

금사진의 장례는 성대(盛大)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금청청은 쓸쓸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례식보다

는 취임식(就任式)을 염두에 두고 온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죽은 영웅보다 살아 있는 영웅에게 인심이 모임은 당연한 이치지만 그녀는 씁쓸한 

감회를 이길 수 없었다.

"사형(師兄)! 우리 아버지의 장례식만 끝나면 바로 산으로 돌아가요."

매일도도 그녀의 마음을 읽었는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자꾸나! 아니, 저기……"

금청청은 매일도가 가리키는 곳에서 한 노인을 보았다.

"혈고죽(血枯竹)!"

뼈만 남은 듯한 몸의 혈고죽 냉설(冷雪)이었다.

'저 사람이 도대체 비응방과 무슨 관련이 있어 여기에 온 것일까?' 혈고죽은 성품

이 괴팍하여, 평소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다만 은혜와 원한만을 기억하는 성품이었다.

그가 금사진과 은원(恩怨)이 있다는 말일까? 

죽은 사람은 쉽게 잊혀진다.

금사진도 이제 망각 속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피어오르는 향연(香煙)과 몇 마디의 조문(弔問), 그리고 떨구는 눈물 서너 방울 아

래서.

살아남은 자만이 기억된다. 

 심화절은 살아남았으며, 훌륭히 기억되었다.

그만이 비응방(飛鷹幇)을 부흥(復興)시킬 능력이 있음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가 대표로서 금사진에 대한 조문을 받음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도 없었다.

냉설(冷雪)만이 예외였다.

"흥, 딸인 금청청을 두고 왜 네가 상주(喪主)가 되었느냐?"

나이로 본다면 냉설이 월등했으나, 심화절이 이미 비응방의 정통을 물려받은 방주

임을 감안할 때 그의 어조는 심히 불손(不遜)했다. 

 그러나 심화절은 참았다.

"방(幇)의 이름으로 치르는 장례(葬禮)이니 당연히 제가 상주가 됩니다. 금…… 낭

자가 앞으로의 제사를 따로 치를 수는 있습니다만."

그랬다. 강호상의 한 방파에 몸을 담게 되면 그 인연이 혈연에 우선했다. 금사진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냉설은 다시 한 번 냉소하며 향을 살랐다.

재배(再拜)하고 나오는 그에게 심화절이 말했다.

"먼 길에 감사합니다. 여기에 성함과 고인(故人)과의 관계를 적어 주십시오!"

심화절이 내미는 방명록(芳名錄)을 보며 냉설은 또 코웃음쳤다.

"네가 그러지 않아도 모든 군웅들 앞에서 말할 것이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냉설은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마당 곳곳에는 문상객들을 위한 천막이 있었고, 그 천막을 지탱하기 위해 세워 놓

은 나무기둥이 있었다.

높이가 삼사 장에 달하고 끝은  뾰족한 기둥이었다. 위에 몸을  세우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을진대, 지금 냉설의 신형은 극히 안정돼 보였다.

"금 방주는 나를 대신해 한 명을 죽여 주었다."

군웅(群雄)들은 그의 신법에 대한  놀람에다가 궁금함까지 겹쳐 그를  쳐다보았다. 

도대체 금사진이 그를 위해 누구를  죽였단 말일까? 하나 그들의 의문을  풀어 줄 

말을 냉설이 이어 가기도 전에, 예상치 못한 욕설이 어디선가 터져 나왔다.

"이 개자식아!"

외침은 군웅들 속에서 갑자기 나왔고,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알아보았을 때는 욕설

을 뱉은 자의 몸이 냉설의 석 자 앞으로 이미 접근한 뒤였다.

두잠(杜潛)! 

 두가장(杜家莊)의 장주로서 인근에 얼굴이 꽤 알려졌다. 용감하기는  했으나 냉설

의 일초 상대도 되지 않는 그가 아들 두천화(杜天華)의 복수를 하고자 뛰어올랐던 

것인데…… 

두잠의 도약(跳躍)과 더불어 좌우에서 냉설을 향해 몸을 날리는 자들이 더 있었다.

두잠은 만에 하나 냉설을 만날 것을 대비하여 두가장의 전재산에  가까운 돈을 무

사를 사는 데에다 쏟아 부었던 것이다.

"흥!"

냉소는 겨울 벌판에 날리는 눈과 같이 차가웠다.

사방을 몰아치는 혈죽(血竹)으로 만든 냉설의 죽창이 사방을 휘감았다. "아비가 자

식 놈 잘못을 사죄할 생각은 않고, 오히려 비호(庇護)하다니…… 자식의 죄를 아비

에게 대신 묻겠다."

혈포(血布)의 붉은빛과 혈죽의 붉은빛이 서로 섞여  돌아가며 냉설이 사방에서 덤

벼드는 다섯 명의 공세를 맞았다.

춧! 추슉! 

단 일 초에 다섯 번의 변화(五變)를 일으키며 쏘아진 혈죽창은 네 명의 무사를 단

숨에 바닥으로 떨어뜨렸고, 마지막으로 두잠의 가슴을 찔러 갔다.

순간, 

"뭐 하는 짓이오!"

심화절의 입에서 쩌렁쩌렁한 외침이 터지며  절세의 천심비도(穿心飛刀)가 혈죽을 

노리며 허공을 갈랐다.

캉! 

자신의 죽창을 찌르는 기세가 조그만 비도의 힘과 상쇄됨을 느낀  냉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심화절을 보았다.

심화절의 표정은 굳었다.

"당신들의 은원(恩怨)은 내 알 바가 아니나, 이곳에서 소란을  피운다면 용서 않겠

소."

냉설이 심화절을 자세히 보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좋아. 내가 참도록 하지."

놀라운 일이었다. 

 혈고죽(血枯竹)이 양보를 하다니. 그의 평소  성품으로 미루어 어림 없는  일이었

다.

냉설은 말하며 바닥에 떨어진 두잠(杜潛)과 그가 돈을  주고 산 유랑 무사들을 노

려보았다.

죽었다 살아난 두잠은 몸을 떨며 바지를 적시고 있었다.

냉설이 더 이상 자신을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안 두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화급

히 자리를 빠져 나갔다.

그의 모습을 보고 차게 웃으며 냉설이 입을 열었다.

비로소 자신이 군웅 앞에 나선 이유를 말하는 것이다.

"지난날, 강호의 유명한 채화적 분면음마(扮面淫魔)는 강호상에 모두 세 명의 악종

(惡種)을 제자로 남겼소."

분면음마! 

 그의 손에 걸려 죽어 간 여인의 수효가 족히 백에 달했다는 음적이었다.

일신에 지닌 무공도 가공하여, 그의 악행에  분노하여 나섰던 많은 협객들도 그의 

수하(手下)에 숨이 끊어졌다.

무서울 게 없이 설치고 다니던 그는 어리석게도 아미파의 제자마저 건드리는 실수

를 저질렀다.

분노한 아미와 소림의 인물이  나서게 되어 그는 마침내  공래산(空來山) 한 절봉

(絶峰)에서 소림의 초의 선사의 

천승공(天 功)에 사로잡혔고, 분노한 아미의 제자에 의해 목이 잘려 죽었다.

그런 분면음마에게 제자가 있었다니…… 

군웅들은 모두 궁금하여 냉설의 다음 말만을 기다렸다.

그 중 한 명의 눈은 특히 빛났다.

진소백도 눈을 빛내며 냉설을 올려다보았다.

"분면음마는 비록 채화음적(採花淫敵)이었으나 그의 무공은 음마문(陰魔門)의 지류

(支流)를 이은 것이라, 그가 남긴 악종들의 무공도 가히 상상하기 힘들었소. 그 중 

둘째 제자 놈이 바로 채화랑(採花郞)이었소!"

사람들은 비로소 왜 냉설이 분면음마에 관해 그처럼 잘 알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채화랑이라면 냉설의 딸을 죽게 만든  자가 아니었던가? "그놈의 무공은  세 명의 

제자 중 가장 약했지만 난 그놈을 죽이기 위해 뇌정구(雷霆球) 세 발을 써서 내상

을 입힌 뒤 십 초 만에야 겨우 그놈을 찢어 죽일 수 있었소."

뇌정구(雷霆球)는 화문(火門)의 화기(火器)였으니, 냉설의 행동은 암기 사용을 금기

시하는 강호의 

도의(道義)에 어긋났지만 아무도 그를 탓하지는 않았다.

채화랑과 같은 음적을 상대하는  데 무엇을 망설이랴?  "분면음마가 뿌린 악종(惡

種)들의 무서움은 분면음마가  남긴 가공할  음약(淫藥)과 방중술(房中術)에 있소. 

그들의 손아귀에 걸려든 여인은, 누구라도 그들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하오. 

난 아직도 남아 있는 분면음마의 큰 제자와 셋째를 찾아 강호를 헤매고 있소."

냉설은 무수히 많은 날을 강호를 헤맨 끝에 마침내 첫째의 신분을 알아 내었다.

그의 강호상의 별호는 잔혹마도(殘酷魔刀)! 

금사진이 죽인 자였다.

"채화랑은 그들 셋 중에 가장 무공이 약했지. 그리고  잔혹마도 잔소(殘逍)는 가장 

무공이 강한 자였소! 그는……"

냉설은 잠시 말을 쉬며 금사진의 위패를 바라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강호의 한 영웅에 의해 목숨을 잃었소."

사람들은 비로소 잔혹마도가 분면음마의 제자였음을 알았다.

그렇다면 잔혹마도를 없앨 수 있었던  금사진의 무공은 또한 얼마나  높았던 것일

까? 금청청은 방응향과 금사진, 그리고 잔혹마도에 얽혔던 인과(因果)를 확연히 이

해했다.

방응향이 그처럼 잔혹마도에게서 헤어나지 못했던 이유도 알 수 있었다.

가슴이 다시 아려 왔다.

아버지…… 자신의 아버지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러나 무서운 것은 종적이 드러나지 않는 세 번째의 악종이오. 그는 지닌 바 무

공이 잔혹마도에 

조금도 못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심계(心界)조차 하늘에 달해 가장  무서운 자라고 

할 수 있소."

군웅들이 술렁거렸다. 

 마침내 한 명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 셋째는 끝내 찾지 못하신 겁니까?"

냉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끝내 찾지 못했지! 하지만 수확은 있었소."

예의 성질 급한 자가 다시 물었다.

"무슨 수확입니까?"

냉설이 입꼬리를 말아 특유의 찬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의 흔적을 발견했소."

군웅의 시선이 모두 냉설의 입에 집중되었다.

흔적을 알았다면 어떤 것인지를 곧 말할 테니까.

마침내 냉설은 냉랭히 말했다.

"오랜 추적 끝에 나는  그가 비응방으로 숨어들었다는  사실을 알아 내었소. 그는 

비응방의 인물들 중 하나요!"

꽝! 

모두의 머리 위에 벼락이 내리쳤다.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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