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 비응방주(飛鷹幇主) 금사진(金査震) (2/32)

♡ 서장(序章)

1. 비응방주(飛鷹幇主) 금사진(金査震)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재능(才能)이 따로 있는 법이다. 글에 재능이 있는 이는 문인

(文人)이 되며, 권력(權力)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견한 이는 관직에 오르고, 검에 재

능이 있는 이들은 무인이 되어 강호(江湖)에 든다.

비응방주 금사진의 경우는 어떤가? 

그에게는 물론 재능이 있다. 

십칠 년 전, 그가 약관의 나이로  비응방의 방주위에 올랐을 때 비응방은 사천(四

川)의 이름없는 방파에 불과했다. 하나 지금은 가히 구대문파에 비견될 만큼 그 성

세(盛勢)가 높다. 그것은 그의 재능에 힘입은 바 크다. 

비응혈조(飛鷹血爪)란 별호에서 알 수 있듯이, 금사진의 천응비(天鷹飛) 신법(身法)

과 파천혈조(破天血爪)는 각기 무림의 일절로 불린다. 

하나 그의 진정한 재능은 무학에 있지 않았다.

살인!

금사진의 재능은 바로 살인에 있었다.

비응방을 키워 오면서 치를 수밖에 없었던 대소(大小) 칠십여 회의 싸움에서, 그는 

자신의 적뿐 아니라 그 인척들마저 하나도 살려 두지 않는 잔인함을 보였다. 어쩌

면 치밀(緻密)함이라 할 수도 있으리라.

인간에게 공포심을 심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바로 죽음이었고, 금사진의 

잔인함을 본 사람들은 그의 적이 되기를 포기했다.

인생이란, 아니, 세상의 모든 일들이란 산을 오르는  것과 흡사하다. 처음 산을 오

를 때는 무척 힘이 든다. 하나 정상(頂上)에 일단 도달한다면 내려가는  일은 그다

지 어렵지 않은 법이다.

금사진에게 있어 살인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잔혹마도(殘酷魔刀)와의 싸움에서 그는 잔혹마도의 죽음에 대한 대가로 이십

칠 개의 도상을 입었었다.

그러나 십여 년이 지나자 그는 더 이상 적을 죽이기 위해 상처를  입을 필요가 없

었다. 그에 대한 두려움에 적이  되기를 포기한 자들은 그의 수하가  되었고, 모든 

싸움은 수하들이 대신하였다.

나름대로의 정상에 오른 것이다.

금사진이 새로운 모습으로 기존의 비응방을 정비하여 오늘날의 모습으로  갖춘 것

은 지금으로부터 오 년 전, 그가 무림에 발을 디딘 지 십이 년  만의 일이었다. 그

러나 모든 일에는 항상 그 인과가 따르는 법이다. 금사진이 비응방을 키우기 위해 

뿌린 수많은 피의 씨앗들이 언제까지나 열매  맺지 않은 채 남겨질 수  있을 것인

가! 

하루도 피가 끊일 날이 없는 강호, 언제나 은원(恩怨)과 복수(復讐)가 교차하는 이 

강호(江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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