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장(序章)
1. 비응방주(飛鷹幇主) 금사진(金査震)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재능(才能)이 따로 있는 법이다. 글에 재능이 있는 이는 문인
(文人)이 되며, 권력(權力)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견한 이는 관직에 오르고, 검에 재
능이 있는 이들은 무인이 되어 강호(江湖)에 든다.
비응방주 금사진의 경우는 어떤가?
그에게는 물론 재능이 있다.
십칠 년 전, 그가 약관의 나이로 비응방의 방주위에 올랐을 때 비응방은 사천(四
川)의 이름없는 방파에 불과했다. 하나 지금은 가히 구대문파에 비견될 만큼 그 성
세(盛勢)가 높다. 그것은 그의 재능에 힘입은 바 크다.
비응혈조(飛鷹血爪)란 별호에서 알 수 있듯이, 금사진의 천응비(天鷹飛) 신법(身法)
과 파천혈조(破天血爪)는 각기 무림의 일절로 불린다.
하나 그의 진정한 재능은 무학에 있지 않았다.
살인!
금사진의 재능은 바로 살인에 있었다.
비응방을 키워 오면서 치를 수밖에 없었던 대소(大小) 칠십여 회의 싸움에서, 그는
자신의 적뿐 아니라 그 인척들마저 하나도 살려 두지 않는 잔인함을 보였다. 어쩌
면 치밀(緻密)함이라 할 수도 있으리라.
인간에게 공포심을 심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바로 죽음이었고, 금사진의
잔인함을 본 사람들은 그의 적이 되기를 포기했다.
인생이란, 아니, 세상의 모든 일들이란 산을 오르는 것과 흡사하다. 처음 산을 오
를 때는 무척 힘이 든다. 하나 정상(頂上)에 일단 도달한다면 내려가는 일은 그다
지 어렵지 않은 법이다.
금사진에게 있어 살인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잔혹마도(殘酷魔刀)와의 싸움에서 그는 잔혹마도의 죽음에 대한 대가로 이십
칠 개의 도상을 입었었다.
그러나 십여 년이 지나자 그는 더 이상 적을 죽이기 위해 상처를 입을 필요가 없
었다. 그에 대한 두려움에 적이 되기를 포기한 자들은 그의 수하가 되었고, 모든
싸움은 수하들이 대신하였다.
나름대로의 정상에 오른 것이다.
금사진이 새로운 모습으로 기존의 비응방을 정비하여 오늘날의 모습으로 갖춘 것
은 지금으로부터 오 년 전, 그가 무림에 발을 디딘 지 십이 년 만의 일이었다. 그
러나 모든 일에는 항상 그 인과가 따르는 법이다. 금사진이 비응방을 키우기 위해
뿌린 수많은 피의 씨앗들이 언제까지나 열매 맺지 않은 채 남겨질 수 있을 것인
가!
하루도 피가 끊일 날이 없는 강호, 언제나 은원(恩怨)과 복수(復讐)가 교차하는 이
강호(江湖)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