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사] 금시조
♡ 추천사
요즘 들어 새로 무협을 쓰는 작가들이 많이 나오고, 또 그들 대부분이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들로 출발하는 것을 보며 내심 즐거워하고 있다.
'동종업계 종사자'가 많아져서 좋다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삶을 살아 온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 이야기, 무협의 틀 속에서 재구성된 우리
네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 좋다는 것이다.
말은 여러 사람 것을 들어 보면 좋고, 의견을 다양하게 들으면 오류 가능성도 적
어진다. 세상 사람 모두가 똑같은 미남 미녀라면 얼마나 숨막히고 지루한 세상이
되겠는가!
<난지사>는 그런 면에서 좋다. 이 작품은, 그리고 작가는 예전에 우리가 많이 보
았던 80년대 무협의 필체와 80년대 무협의 구성에 따라 이야기를 엮어 가고 있으
면서도 세상을 보는 접근법에 따라 얼마나 다른 식의 이야기가 표현되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일독을 권한다.
좌백 드림.
♡ 초대하면서……
계곡(溪谷)에 앉아 본 적이 있는가?
태양 뜨거운 여름, 모든 열기(熱氣)를 무력화시키는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근 채,
발끝에서 전해져 오는 냉기가 폐부를 청량(淸凉)하게 감아 오는 것을 느낀 적이
있는가? 한 번이라도 계곡의 맑고 푸름을 느껴 보신 적이 있는 독자라면 지금 나
와 함께 계곡으로 가자.
나는 가지 않는다.
수많은 피서객으로 발 디딜 틈도 없고, 계곡물은 오히려 수돗물보다 더 뜨거운, 우
리가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의 계곡!
나는 그곳으로 가지 않는다.
다만 우리들의 계곡, 우리들만이 시원한 물로 발등을 적실 수 있는 상상(想像) 속
의 그곳으로 나는 간다.
바람은 향기롭다.
성하(盛夏)의 폭양(暴陽)조차 녹음(綠陰) 아래 힘을 잃고, 차가운 녹수(綠水)는 당
신의 발가락 사이에서 유희한다.
눈을 감으면 졸졸 흐르는 계수(溪水) 소리와 요란하게 자신을 뽐내는 매미의 울음
만이 들릴 뿐.
차량의 소음도, 세속의 번잡함도 우리의 계곡에서는 먼 나라의 얘기가 된다.
자연과 더불어 한가로운 마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오후 네 시가 되었다.
여러분과 나는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조용한 하루는 거의 지나려 하고, 우리는 한인(閑人)이 느끼는 안온(安穩)한 지리
함에 휩싸인다.
뭔가 특별한 일이 없을까?
계곡 아래를 내려다본다.
세월의 흐름에 씻긴 바위가 자태를 뽐내며 앉아 있는 사이를, 둥그런 호선(弧線)을
이루며 푸른 계류(溪流)가 흘러간다.
때로는 굽이치고 때로는 떨어지며, 끝없이 흘러가는 물을 보며 뭔지 모를 설움에
여러분이 한숨 질 때……
보고 느끼라.
어디선가 미미한 진동이 전해지고 있음을.
바위가 들썩이며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려 함을.
멀리서 들려 오던 아주 작은 소리는 이윽고 천지를 흔드는 뇌성(雷聲)으로 변해
여러분의 귀를 막아 버린다.
소리는 저 멀리 하류에서부터 들려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가까이 다가오고 어느새 소리의 정체(正體)가 보이기 시작한다.
눈을 크게 뜨라.
그리고 똑똑히 보라.
전신에 장엄한 서기(瑞氣)를 두르고 두 다리를 꼿꼿이 세운 사내 하나가 계곡을
따라 올라오는 것을!
그의 몸은 물위 한 치 상공(上空)에 떠 있고, 공기를 찢는 그의 빠른 경공(輕功)은
온 계곡을 뇌성(雷聲)으로 가득 채운다.
이윽고 그가 일으킨 폭풍(暴風)이 당신의 곁을 스치며 지나가자, 찢어졌던 공기가
다시 모이며 일으킨 물보라가 천(千) 장(丈) 하늘로 오른다.
느끼라!
그 힘을…… 그 속도를……
또한 그 감동을!
그리하여 당신은 마침내 무협(武俠)의 세계에 들리라.
금시조(金翅鳥) 배상(拜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