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2화 (63/66)

"가자."

서문경이 새끼용을 목도리처럼 목에 둘둘 감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말투며 행동 따위가 제법 결연했다.

누가 보면 전쟁터라도 나가는 줄 알겠구나. 태백궁까지 따라온 황제가 팔짱을 끼고 서서 빈정거렸다. 그 말에 불안해졌는지 새끼용이 긴 주둥이를 조금 열고 새끼 새처럼 삐이이 울었다.

그런 효영을 서툴게 토닥거리며 서문경이 황제를 흘겨보았다. '멀쩡한 사람 앞길에 초칠하고 마른걸레로 닦는 게 특기인 인간이니 저 작자 말은 듣지 말고.' 황제를 노려보는 눈초리가 실없는 말 몇 마디를 한 것 치고는 지나치게 싸늘했다.

물론 태백궁으로 오기 직전 제 힘으로 서는 것도 힘이 들 정도로 혹사당한 탓이다.

다시는 내가 안 하던 짓 하나 봐라. 두 번이나 까무러쳤다가 눈을 떴을 때마다 저 지겨운 작자가 자신에게 달라붙어서 허리를 흔들고 있는 꼴을 목격했어야 했던 서문경이 속으로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황제에게 눈짓을 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는 게 낫지요. 어서 열어 주십시오."

"그러려무나."

뜻밖에도 선뜻 고개를 끄덕인 황제가 한 손을 성의 없이 뻗었다. 황제가 내민 팔이 통째로 소용돌이치는 칼바람에 휩싸이며 강인한 검은비늘과 칼 같은 손톱이 튀어나왔다.

강철 같은 비늘로 뒤덮인 팔은 사람의 몸뚱이에 달린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기 힘들 만치 거대했다. 그 끝에 달린 손톱이 슬쩍 까닥이며 허공을 찢었다.

찌익. 찌이이익. 질긴 종이가 찢어지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면서 허공이 갈라졌다. 갈라진 틈 사이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스멀거리며 기어나왔다. 아니, 잘 보니 연기나 아지랑이 따위가 아니라 그저 찢어진 틈 사이로 그 너머가 슬쩍 엿보인 것뿐이었다.

그것뿐인데도 저 너머에 있는 것이 이쪽의 세계에 혀를 날름거리는 듯한 육중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황제와 서문경의 표정이 정 반대로 변했다. 고약한 악취라도 맡은 것 마냥 황제가 오만상을 찌푸리고 몸을 뒤로 물린 것과 달리 서문경은 찢어진 틈 사이로 엿보이는 세계로 성큼 다가갔다. 반가운 손님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이었다.

황제가 꾹 입을 다문 채 한 손만 휘휘 저었다. 빨리 다녀오라는 뜻이었다.

"그럼."

머리만 돌려 황제에게 고개를 까닥해 보인 서문경이 그대로 '틈'을 벌리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서문경과 효영의 모습이 먹물에 먹힌 것처럼 스르륵 지워졌다.

팔짱을 낀 채로 선 황제는 그것에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서문경이 강제로 벌린 틈이 돌에 찍혀 벌어진 상처처럼 다물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잠시 머무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물리기 시작했다.

'어이쿠', 그 틈이 완전히 다물리기 직전에 황제가 손을 뻗어 그것을 저지했다. 지직. 다물려는 틈과 그러지 못하도록 버티는 황제의 '힘'이 줄다리기를 하면서 때때로 새파란 전기가 튀었다.

"완전히 닫히게 두면 상황을 살피지를 못하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황제의 머리 뒤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히는 황제의 귀에만, 감히 몸을 돌리고 있는 황제의 뒤로 걸어올 무례한 작자가 있을 리는 없으니 황제는 지금 문 밖을, 심지어는 이 방으로 오는 보랑의 반도 오지 못한 사람의 발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었다.

일곱. 그 중 하나는 발소리가 다른 사람의 반의 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가벼웠다.

황제가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더 빠르구먼.

"이 정도 일로도 빤히 바닥이 들어날 만치 얕은 속을 해가지고는 무슨 배짱으로 새침을 떨었누."

그 중얼거림이 끝나기도 전에 문 밖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아이고, 아기씨! 기겁을 한 상궁이 제 목소리가 높아지는 줄도 모르고 말했다. 그만큼 당황했다는 뜻이었다. 황상께서 계십니다. 이리하시면 크게 경을 치세요. 그러니 제발....!

그 애원을 싹둑 끊고 벌컥 문이 열렸다. 황제는 그제야 힐긋 뒤를 돌아보았다. 쌕쌕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문위 제영과 그 뒤로 얼굴이 새파랗게 싯누렇게. 제각각의 색깔로 질린 궁인들이 보였다.

금방이라도 목이 잘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얼굴의 궁인들을 무시하고 황제가 턱짓을 했다.

"왔으면 들어오지 않고 무얼 하고 있느냐."

"아바마마!"

아직도 얼굴이 새빨간 문위 제영이 빽 소리를 지르며 달려 들어왔다. 고사리 손이 황제의 옷자락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어마마마는? 어마마마는요?!"

"보고도 묻다니 하는 행동이 참으로 짓궂구나. 누굴 닮아 이럴꼬."

서문경이 있었으면 '넙니다.' 하고 말했겠지만 그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다. 그때 한 차례 더 전기가 튀었고, 문위 제영의 시선이 자연히 그 쪽을 향했다. 

헐레벌떡 온 탓에 발개져 있던 아이의 얼굴에서 싹 핏기가 빠져나갔다. 벌어진 입술과, 제 아비의 옷자락을 잡은 손가락이 바들바들 떨렸다.

"두, 두, '둥지'로요?"

"그래."

"형님이랑, 가셨어요?"

"그렇지."

"위, 위험하잖아요."

"그렇고 말고."

"괘, 괜찮으실까요? 무사하실까요? 돌아오실까요?"

황제가 머리를 모로 기울였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분명한 몸짓이었다.

"그것은 짐도 모르겠구나."

아이의 눈에 핑 물기가 돌고. 아이의 입에서는 헤매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을 한 아이가 황제의 옷자락에 푸욱 얼굴을 묻었다. 

날개뼈가 솟은 등이 주인 대신 떨면서 울었다.

'이런 것까지 제 어미를 닮았단 말이지.' 아이의 가련한 등을 살살 쓸어 주면서 쩝쩝 입맛을 다신 황제가 큼큼 목을 가다듬은 다음 아이에게 속살거렸다.

"이 아비도 걱정이 되어 도무지 자리에 앉지를 못하겠구나."

자신이 보낸 소식을 들은 아이가 생각보다 일찍 오지만 않았어도 앉기는커녕 드러누워 있었을 양반이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서 거짓부렁을 지껄였다. 

"영아. 너는 '둥지'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알고 있느냐? 알 리가 없지. 우리 영이는 발끝만 들이밀어도 온 몸이 성난 까마귀 부리에 뜯긴 모이 꼴이 날걸."

"어, 어, 어, 어마마마는요? 혀, 형님은요?"

"글쎄다...."

괜히 천장을 보는 시늉을 하는 황제를 아이는 절망이 어린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이미 그렁그렁 차올라 있던 눈물이 그 움직임을 이기지 못하고 뚝 바닥으로 떨어졌다. 

때를 맞춘 것처럼 황제가 말을 이었다.

'아마도 무사하기는 힘이 들 거다. 네 어미도 형도 둥지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 이는 아니니 말이다.....'

떨어진 눈물이 신호가 된 건지, 아니면 황제의 무정한 말이 신호가 된 건지 그 다음 순간 아이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참고 있었던 것이 참 용하다 싶을 만치 아이가 서럽게 울었다.

"어, 어, 어마....."

"어쩌누. 우리 영이...." 으, 으아, 으아아앙~ 하는 울음소리 사이로 황제의 목소리가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이제 어미도 없고, 형도 없는 아이가 되어서."

"아, 아바마마, 아바마마."

아이가 황제에게 매달려 애원했다.

"아바마마께서 구해주시면 안 되나요? 아, 아바마마께서는 용이시잖아요. 들어가실 수 있으시잖아요."

"왜?"

왜, 하는 황제의 반문에 펑펑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 와중에도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황에 영 어울리지 않는 대답이다 싶었던 것이다. '왜, 왜라뇨?' 급하게 울음을 참은 탓에 튀어나온 딸꾹질을 비오는 날 개구리처럼 해대면서 아이가 물었다. 그러자 황제가 머리를 휘휘 저으며 대꾸했다.

"우리 영이는 어미도, 형도 싫어하지 않느냐? 사사건건 얄미운 어미며 형이라 하기도 부끄러운 형이며 이참에 모두 사라지면 우리 영이에게는 오히려 잘 된 일이지."

그래. 생각해보니 그렇다. 다 들리는 혼잣말로 납득했다는 듯 중얼거린 황제가 아이의 자그마한 몸을 번쩍 들어 안았다.

"그럼 울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축연이라도 열어야 하는 일이구나. 이번 일은? 그러하지?"

"아, 아,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괜한 점잔 뺄 것 없느니라. 듣는 이도 없는 것을 무어, 이 아비한테만 말해 보거라. 어떠하냐? 마음이 썩 시원하더냐?"

"아니요, 아니요. 아니에요....."

겨우 잦아들었던 울음이 다시 둑이 터지듯 터졌다. '그런 것이 아니란 말이에요.......!' 왈칵 울음을 터뜨린 아이가 자신을 부둥켜안고 있는 황제의 팔을 꽉 쥔 주먹으로 퍽퍽 때렸다.

아프기는커녕 가렵지도 않은 아이의 주먹을 때리는 대로 맞아주면서 황제가 유도심문을 했다.

"허나 영이 네가 그랬었다 하던데? 사람도 못 되는 게 어찌 네 형님이냐고 해서 네 어미를 속상하게 했다고. 아니더냐? 그런 말 하지 않았어?"

"했, 지만." 딸꾹. 주춤한 사이 또 커다란 딸꾹질이 튀어나왔다.  "그렇지만."

"그 때문에 네 어미가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일을 벌인 게 아니냐?"

"지, 진짜로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그럼? 무슨 까닭으로 그리하였어?"

황제가 물은 순간 딱하고 입을 다문 아이가, 황제의 계속되는 재촉에 미적미적 입을 열었다. 황제의 품 안에 든 아이의 하얀 열 손가락이 꼬물꼬물 거렸다.

"어, 어마마마께오서...."

"네 어미가?"

"혀, 형님하고만...."

아이의 고개가 푹 아래로 떨어졌다. 제 아비를 닮아 유난히 하얀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계시니까...., 형님만 예뻐하시고....제, 제가 형님보다 더 예쁘고, 또 형님보다 더 똑똑하고, 또 형님보다 더 어마마마를 조, 좋아하는데."

말하다보니 울컥 화가 났는지 두 주먹을 불끈 쥔 아이가 번쩍 머리를 들고 제 아비에게 동의를 구했다. '그렇지 않나요? 비늘 색 좀 희다고!' 그러나 또 다음 순간,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풀이 죽어서 주룩주룩 눈물을 흘렸다.

"그랬을 뿐인데...." 아이가 엉엉 큰 소리로 울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안 그랬을 거예요. 절대로 안 그랬을 거예요. 잘못했어요. 소자가 잘못했으니까, 다시는 안 그럴 테니까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아바마마...."

"참말이지?"

다시는 강샘 부리지 않을 테지? 황제가 조곤조곤 묻는 말에 아이가 정신없이 머리를 끄덕거렸다. '네, 네에, 네, 네.'

아이에게서 확답을 받은 황제가 배부른 괭이 같은 얼굴을 하고 방을 나갔다. 어? 여전히 제 아비의 팔에 탄 채로 아이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 어, 어디 가시옵니까, 아바마마?!" 놀란 아이가 허공에 난 틈을 향해 한 팔을 필사적으로 뻗엇다. "저기로 들어가야 하는....!"

데, 하는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황제가 대꾸했다.

"들어간 곳이 저편이라고 떨어지는 곳도 저 편이라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

"떨어져요?"

"그래."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가 싶어 방 앞에서 내내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궁인들이 황제가 한 팔로 이황자를 안은 채로 걸어 나오자 하나같이 놀란 얼굴을 했지만, 그런 사람들을 황제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쳤다.

척척척, 거침없이 걸으면서 황제가 계속해서 뭔가를 입 속으로 중얼거렸다. 보자. 거긴가. 아니다. 아니야, 그보다는 조금 더, 그새 좀 더 갔구나. 그러면.

광자나 취인으로 보이기 딱 좋은 꼴이었지만 문위 재영은 본능적으로 황제가 뭔가를 찾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숨을 삼켰다. 황제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계속해서 걷던 황제가 걷는 것을 멈춘 것은 전각을 나가, 그 앞의 전원을 반이나 지나 동궁에 조성해 놓은 인공 폭포인 청강호에 다다른 뒤였다. 동궁인 태백궁에서 법전으로 통하는 임해문을 향해 곧바로 가던 황제가 임해문에 다다르기 직전 딱 걸음을 멈추더니, 불현듯이 휙 몸을 돌리고는 끌끌 혀를 찼다.

아바마마? 제영이 부르자 황제가 혼잣말인지 제 아들의 부름에 대한 대꾸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어째 떨어져도 저런 데 떨어지누. 이것이 다 녀석 성정이 모가 나서 그래."

누구 욕인지 모를 말을 중얼중얼한 황제는, 자신을 보고 커다란 눈만 껌뻑껌뻑하던 문위 제영이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고 묻기 전에 바로 다음 말을 이었다.

"저기다. 영아."

하며 황제가 가리킨 곳은 청강호 바로 위였다.

팔 안의 효영이 꿈틀하는 것이 느껴졌다. 품 안으로 쑤시듯 파고드는 몸짓을 보니 무척 겁을 먹은 듯했다. 나이답지 않게 항상 어름스럽던 아이가 드물게 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고 또 귀엽기도 해서 서문경은 효영이 편하도록 그를 고쳐 안았다.

그러면서 그를 달랬다. '괜찮아. 별로 무서운 곳 아니다.'

그 뒤에 아마도, 하는 말을 붙일까 말까 고민했지만 결국 그만두기로 했다. 지나치게 솔직해봐야 애만 더 불안해하지 하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게다가 그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막연한 예감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서문경은 머리만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 발자국 앞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완벽한 어둠. 그래서 서문경은 지금 자신과 효영이 있는 공간이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본능적으로 불안한 마음이 들 법도 한데 이상하게 그렇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서문경은 조심스럽게 옆으로 몇 걸음 옮긴 다음 한 손을 뻗었다. 단단한 것이 손바닥에 닿았다. 그 촉감은 단단하지만 매끄러웠고, 무섭도록 차가웠지만 안 쪽 깊숙한 곳에서는 어떤 움직임 같은 것이 느껴졌다. 

기분 탓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귀에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의 간격을 두고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종이로 만든 공에서 바람이 빠지는 듯한 소리.

서문경은 '그것'을 짚고 있는 손등 위에 귀를 가져다 댔다. 아아, 하고 서문경은 바로 생각했다. 역시 기분 탓이 아니었다. '소리'가, 움직임이 느껴지는 그 안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숨소리....."

서문경은 새끼용을 들어 방금 전까지 자신이 귀를 대고 있던 자리에 가져갔다. 움찔하며 머리를 뒤로 물리는 용의 뒷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서문경이 속삭였다. '위험하지 않아.' 새끼용을 어르는 서문경의 어조에는 방금 전과는 달리 확신이 서 있었다.

이곳은 위험하지 않다. 자신에게도, 이 아이에게도. '그 때' 자신이 잘못 느낀 것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알았으니까.

"효영아. 여기는."

이 '둥지'는.

"신룡이야."

효영이 서문경을 돌아보았다. 서문경은 머리를 저었다. '아니, 네 아버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황제가 아니라, '최초'의 신룡. 이 세계의 '땅'이 된 용님이 자신의 세계를 수호하기 위하여 내렸다는 네 마리의 용 중에서 세상에 처음 나타난 용. 용 중의 왕이자 가장 신에 가까운 용인 신룡의 '육체' 그 자체.

"아직도 살아 있어." 또 그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피부 아래에서 그 움직임이 느껴진다. "이건, 숨을 쉬는 거야."

사실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이었다. '둥지'란 도대체 무엇이기에 용들을 무조건적으로 보호해 준다는 것일까. 또 용들은 왜 아무런 의심도 없이 '둥지'를 자신들을 위험에서 보호해 줄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심지어는 '검은 것'을 증오하는 선제의 영향으로 신룡의 둥지를 꺼림칙하게 여기는 지금의 황제조차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이곳을 선택했다. 그의 본능이 이곳을 자신에게 가장 안전한 장소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용들이 가장 편안하게 자신을 맡길 수 있는 장소."

동시에 용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소. 그것은 즉, '둥지'가 용을 보호할 만큼의 '힘'을 가졌다는 소리였다.

애초부터 둥지의 존재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용들은 의구심조차 품지 못하는 모양이었지만 서문경은 달랐다. '둥지'를 직접 접한 서문경은 의구심을 품었다.

이곳은 '어째서' 이렇게 편하고, 이곳에 있으면 '어째서' 이렇게 안정이 되는 것일까. 어떤 일이 있어도 내 편이 되어 줄 이의 품 안에 있는 것처럼. 흡사, 자신은 상상으로만 꿈꾸었었던 다정한 부모 같은.

가용인이 된 후에도 용의 세계에서는 붕 뜬 듯한 이질감을 느끼던 서문경이 완전한 안정감을 느낀 곳은 이 '둥지'가 유일했다. 그래서 서문경은 생각했다. '혹시'

"다행이다. 맞았어."

서문경은 이마를 차가운 벽에 댔다. 아니, 벽이 아니라 신룡의 '비늘'에 이마와 비늘이 닿은 자리에 희미하지만 온기가 돌았다. 서문경은 눈을 감았다. '둥지'가, 영원히 잠든 채로 제 힘을 이은 아이들의 집이 되어 준 '신룡'이 자신을 반기는 것이 느껴졌다.

서문경이 눈을 뜬 것은 효영이 가느다랗게 우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쳐다보자 새끼용이 꼬물거리며 자신의 품에 안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무서워?', 하고 묻자 새끼용이 머리를 저었다.

하지만 껴안은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이유는 안다. 무서워서라기보다는 자극이 너무 심한 탓일 것이다.

얼른 끝내고 돌아가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서문경은 용안을 돋웠다. 둥글던 동공이 양옆에서 누른 것처럼 쭉 세로로 가늘어지면서 뻗은 손끝에서 날카로운 손톱이 튀어나왔다. 서문경은 조심스럽게 손톱 끝으로 신룡의 비늘에 대고 살짝 힘을 주었다.

긁은 자리에서 물 같은 것이 한 방울 또르르 흘러 나왔다.

서문경은 손가락으로 그것을 훔쳐 새끼용에게 먹였다. 새끼용이 쓴 약을 먹는 것 같은 얼굴로 그것을 받아마시자 서문경이 됐다, 하고 새끼용을 한 팔에 안았다.

"돌아가자. 너무 오래 있으면 오히려 몸에 부담이 될 테니까."

그러나 다음 순간 서문경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자신이 들어온 자리가 거의 닫힌 것을 발견한 탓이었다. 큰일 났다, 하고 황급히 달려갔지만 이상하게 아무리 달려도 희미한 빛이 어려 있는 입구에 가까워지지 않았다.

그 때였다. 서문경이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무언가가 자신의 옷자락을 잡아당긴 것 같은 감각에 이끌려서였다. 하지만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거의 닫혀 가는 틈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환한 빛이 저 멀리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머뭇거리며 그곳과 틈을 번갈아보던 서문경은 결국 빛이 피어오르고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서문경의 등을 누군가가 부드럽게 밀어주었다. 방금 전 옷자락을 잡아당긴 것과 비슷한 손길이었다.

'둥지'다. 서문경은 직감으로 알아차렸다. '둥지'가, 힘으로 억지로 찢은 입구가 아니라 원래의 입구를 자신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품 안에 자신의 아이를 단단히 추슬러 안은 서문경은 한번 뒤를 돌아보고는 그 입구로 나아갔다. 등 뒤에서 보이지 않는 팔이 자신을 안고 다독여 주고 있는 기분이었다.

가슴 속에서 일렁거리던 그 아련한 감각은 물론. 빛을 밟은 발아래 가 썰렁해지는 순간 욕으로 돌변했다.

물이 떨어지는 자리 바로 위에서 하늘이 찢어졌다. 좌르르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물과 함께 그 틈에서 떨어진 물체가 아래로 낙하했다. 그러나 그 물체가 폭포 물에 풍덩 몸을 던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물에 빠지기 직전에 둥실 허공으로 떠오른 때문이었다.

실로 꿰어 당긴 것처럼 허공으로 떠오른 것들이 폭포를 지나 그 옆의 꽃잔디 위에 떨어졌다. 푹신, 하는 소리라도 날 것처럼 사뿐히.

효영을 끌어안은 상태로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던 서문경은 엉덩이에 푹신한 풀이 닿는 감각을 느낀 뒤에야 겨우 머리를 들었다. 그림자가 없는데도 인기척이 느껴진다 했더니 역시나 황제가 앞에 서서 끌끌 혀를 차고 있었다. 서문경이 벌컥 성을 냈다.

"뭡니까, 이게?! 별 일 없도록 보고 계신다면서요?"

"그래서 여기 내려주지 않았느냐."

황제가 불퉁하게 내뱉은 말을 듣고 나서야 자신과 새끼용을 안전히 내려준 힘이 황제의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허나 그것을 알자마자 알지도 못하고 화를 낸 것이 머쓱해지기는커녕 더한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더 일찍 건져줄 수도 있었던 것 아닙니까? 일부러 빠지기 직전에 건져 주신 거지요?"

서문경이 따지며 폭포수가 튀어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파드드 털었다. 이놈이 물 맞은 개처럼 왜 이래?! 황제가 기겁을 하고 물러서며 소리쳤다. 그 꼴을 보자 부글부글 끓고 있던 속이 겨우 조금 가라앉아서 서문경은 머리를 터는 것을 그만두고 고개를 들었다.

"어....."

그랬다가 서문경은 그 자세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맞으라는 황제 대신 문위 제영이 자신이 턴 물을 맞고 홀딱 젖은 채로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잠시 당황해서 반응하지 못하고 있던 서문경이 곧 겉옷을 벗으며 아이에게 다가갔다. 천 대신 옷으로라도 애를 닦아줘야겠다 싶어서였다.

그러나 서문경은 다시 멈춰서야만 했다. 답지 않게 멍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던 문위 제영이 갑자기 후두둑 눈물을 쏟아냈기 때문이었다.

"왜, 왜 이래, 갑자기?" 허둥거리던 서문경이 황제를 잡아끌며 추궁했다. "이 녀석 갑자기 왜 이럽니까?"

"경이 네가 때린 모양이구나."

"아, 둥지에서 금방 나왔는데 어떻게 제가 애를 때립니까?"

그리고 제가 때리고 싶은 건 폐하거든요? 틈을 노려 황제의 등짝을 후려갈긴 서문경이 황제가 반응하기 전에 재빨리 문위 제영 쪽을 보았다. 옷을 든 채로 어쩔 줄 모르고 아이 근처를 서성거리던 서문경이 아이의 주변을 네 바퀴 돈 뒤에야 겨우 말을 걸었다.

"어디 아프냐?"

"....못했어요."

"뭐라고?"

"잘못했어요."

그제야 서문경은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기가 막혀서 서문경은 허, 하는 소리를 냈다. 본래의 생김새를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아이의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고, 개구리처럼 툭 불거진 눈가는 온통 새빨갰다.

"너 울었어? 왜?"

"잘못했사옵니다. 어마마마. 소자가 잘못하였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사옵니다."

서문경이 놀라서 물은 말에는 대꾸도 하지 않은 아이가 엉엉 울면서 서문경에게 두 팔을 내밀었다. 하지만 아이는 겁이라도 먹은 것처럼 근처에서 손가락만 움찔움찔할 뿐 좀처럼 서문경의 옷자락을 잡지 못했다.

서문경은 시선을 돌렸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가 자신의 어깨 근처를 하염없이 올려다보고 있어서였다. 대체 뭘 그렇게 보고 있나 싶어서 시선을 주었다가 서문경은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가 보고 있는 것은 서문경의 품에 꼭 안겨 있는 자신의 형이었다.

불쑥 다가온 황제가 입으로는 투덜투덜하면서 ('네놈이 서문경이 아니라 다른 놈이었으면 벌써 목이 열다섯 번은 잘리고도 남았을 거다.') 팔을 내밀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채고 그에게 문위 효영을 내준 서문경이 자신의 앞에서 뚝뚝 눈물만 흘리고 있는 문위 제영을 찌푸린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황제가 턱짓을 했다. '뭐하고 있누.' 그 재촉에 서문경이 엉거주춤 허리를 구부리고 문위 제영을 안아 올렸다. 또래에 비해 한참은 큰 놈을 죽도록 혹사당한 것이 불과 몇 시간 전인 몸으로 안아올리려니 순간 허리가 꺾이는 줄 알았지만 서문경은 이를 악물고 신음이 나오려는것을 참아냈다.

안긴 아이는 땡볕의 허수아비처럼 굳어 있고, 안은 서문경도 짝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제 힘에 부치는 짐을 든 사내 같은 꼴을 하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 사이에는 한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던 중에 먼저 입을 연 것은 서문경 쪽이었다. 어색하게 아이의 등에 손을 올린 서문경이 심통 난 사내애처럼 내뱉었다.

"화난 거 아니야." 그 말에 아이가 멍하니 자신을 올려다보자 서문경은 가느다란 한숨과 함께 덧붙였다. "아무리 내가 무게 없는 어른이라고 해도 애가 한 말에 진심으로 반응하지는 않는다."

"허나 아바마마께서는 소자가 못된 짓을 해서 어마마마께서 위험을 무릅쓰셨다고 하셨어요. 아닌가요?"

그 말을 듣자마자 눈살을 꿈틀한 서문경은 무시무시한 눈으로 황제를 한 번 노려본 다음, 다시 제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웬일로 이 녀석이 여기 와 있나 했더니 이게 다 저 엉큼한 인간이 꾸민 일인 모양이었다.

조용히 해결하려고 했더니. 서문경은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사실을 설명했다.

"아니야. 그저 네 형을 위해서도 너를 위해서도 더 시간을 끄는 건 안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저를 위해서도요....?"

아이는 못 믿겠다는 눈초리를 하고 있었다. 의심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생각하지도 못한 말을 들었다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본 서문경은 죄책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더 힘을 주어 대답했다. '그래. 네 형이 언제까지고 사람으로 변하지 못하고 있으면 네 형도 괴롭고, 또 너도 혼란스러울 테니까.'

"너나 네 형이나 내게는 모두 소중해. 둘 다 내 아들이니까. 다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너와는...." 서문경이 잠시 사이를 두고 말을 골랐다. 최대한 신중하게. 이번에는 어름스러운 대처였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아직, 아주 조금 시간이 덜 쌓였다 뿐이지."

"....."

"금방이야. 시간이 쌓이는 건.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기도 하고."

'알아들었어?', 서문경이 내려다보고 묻자 여전히 멍한 얼굴을 한 아이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네. 하고 곧 소리 내어 대답도 했다. 그럼 됐다. 서문경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아이를 다시 바닥에 내려놓으려했다. 슬슬 허리가 아파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가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기 직전에 다시 아이가 입을 여는 바람에 서문경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있잖아요.' 아이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마마마께서는 제 처소에 오시는 거 싫지 않으시옵니까? 왜냐면 소자가 계속, 계속."

"네 처소엔 새가 너무 많아." 서문경이 무뚝뚝하게 대꾸했다가 조금 뒤에 덧붙였다. "그래도 괜찮아. 너도 있고."

그런데 그 볏 큰 닭이 내 발등은 안 쪼개 해줬으면 좋겠다. 그 말에 아이가 훌쩍거림에 섞어 대꾸했다. '소자가 백숙을 잘 타일러볼게요.'

도회전에 들어가기만 하면 늘 자신의 발등을 쪼아대던 수탉의 이름이 백숙이란 사실에 그만 할 말을 잃은 서문경이 아이를 내려놓으면서 생각했다. '이름 짓는 감각은 유전인가....'

그러다가 서문경이 음? 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겨우 훌쩍거리는 것을 멈춘 아이가 이번에는 열 손가락을 꼬물꼬물하면서 발끝으로 땅을 마구 후벼 파고 있었던 탓이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기색이라서 '할 말 있으면 해.'하고 재촉하자 아이가 한참을 우물거리다가 겨우 털어놓았다. 저요.

"있잖아요, 형님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알아." 겨우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허리의 안녕을 되찾은 서문경이 거침없이 대답했다. 

"네 형님은 온순하기는 해도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거든."

네가 진심으로 자기를 짐승이라고 생각한다고 여겼다면 네 손에 얌전히 들려 다니지도 않았겠지. 그 말에 겨우 용기가 났는지 아이가 황제를. 정확히는 황제의 손 위에 올라타 있는 제 형님을 향해 다가갔다.

소제가 고약한 짓을 했노라고 사죄를 드려야겠어. 그런 아이를 서문경은 말리지 않았다.

형제란 어떻게 성장했느냐에 따라 없는 것만도 못한 남덩어리가 되거나 혹은 요망한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될 수 있었다. 서문경 자신도, 아이들의 아버지인 황제도 형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쯤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서문경은 자신의 아이들이 서로에게 그런 관계가 되어주기를 바랐다. 아니, 정확히는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위하여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비스듬히 선 두 개의 기둥처럼 떠받을어줄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어주기를 바랐다.

자신도, 황제도, 못나고 못난 아우  두 사람은 끝까지 이루지 못한 숙원을.

"....? 왜 그래?"

잠시 감상에 잠겨 있던 서문경은 제 형에게 간 아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우물거리는 거라고 여겼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아이는 물론이요, 황제까지 자신의 손바닥 위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서문경도 그 쪽으로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대체 무슨...,' 그 말이 채 끝을 맺지도 못하고 경악으로 변했다.

"효영아?!"

온 몸이 흰색이 아니라 숫제 도화색으로 보일 정도로 새끼용의 몸에 열이 올라 있었다. 공처럼 둥글게 몸을 말고 긴 꼬리를 다리 사이로 밀어 넣은 새끼용이 온 몸에서 땀을 흘리며 끙끙 앓았다. 그 신음소리가 가슴을 얇게 저며 내는 것 같았다. 뱃속에 든 추가 덜커덩 내려앉았다.

놀란 서문경이 무심결에 황제의 팔에 손톱을 세워 매달렸다.

"어떻게 된 겁니까?!"

"네가 대방(작용이 강한 약을 한 번에 많이 써서 중병을 치료하는 약방문)을 쓴 모양이구나."

서문경의 얼굴이 시퍼래졌다.

"뭔가 잘못된....."

"그런 게 아니라." 황제가 음, 하고 신음하며 말을 골랐다. "성장통이 한꺼번에 오는 것과 비슷할까. 여하튼 위험한 것은 아니야."

삽시에 긴장이 풀렸는지 서문경의 다리가 비틀했다. 한 팔로 그런 서문경을 쉬이 부축해낸 황제가, 온 몸을 둥글게 말고 쌕쌕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새끼용을 문위 제영에게 내어주었다.

"태백궁으로 갈 터이니 따라오려무나."

제영은 최대한 예의를 차려 자신의 형을 부축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아서, 결국은 예전처럼 그를 강아지나 새끼 고양이처럼 추슬러 품에 안았다. 살에 닿은 가죽이 따끈따끈해서 탕파를 안고 있는 것 같다고, 제영은 몰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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