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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벌써 그렇게 좋아? (42/65)

42. 벌써 그렇게 좋아?


"으응… 잠시마안, 아…!"

술 기운에 몽롱해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 허리 부분이 고무줄로 된 파자마 바지를 끌어내리는 설이의 손길은 전광석화처럼 순식간에 움직였다. 뜨거운 손바닥이 내 허벅지를 주무르며 쓸고 올라왔다. 그 손길은 주저하지 않고 내 얇은 팬티 한 조각까지 거침없이 벗겨버렸고, 나는 금새 아래가 다 드러난 채로 침대에 널브러졌다.

아무 소용 없는 걸 알면서도 아직 입고 있는 파자마 윗옷의 옷자락을 끌어내려 이미 기대감에 반쯤 선 내 것을 가렸다. 설이는 셔츠를 벗어 등 뒤로 밀어두고는 몸을 낮춰 내 다리 사이로 들어왔다. 판판한 가슴에 잠시 시선을 빼앗겼다가 정신을 차리며 설이의 어깨를 꾹 밀어냈다.

"서, 설아… 불이라도 끄고… 응?"

호텔에서의 첫 경험 때는 그나마 주변이 어두워서 마음을 가다듬을 여유가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는데, 지금은 침대 머리맡의 스탠드 조명이 적나라하게 우리 두 사람의 몸을 비추고 있었다. 내 허벅지 안쪽을 벌리며 그 사이로 깊숙이 들어와 자리잡는 설이의 복근 굴곡이 숨 쉴 때마다 움직이는 것이 내 눈 앞에 선명했다. 하물며 그 단단한 가슴팍의 조그마한 유두에 지는 그림자까지 보였다.

게다가 전부 벗겨진 내 아래는, 키스할 때부터 이미 저 혼자 먼저 살짝 느껴 선액을 내보냈는지 음모까지 젖어 있었다. 그런데 그걸 굳이 조명이 비춰주고 있어서 아무리 가려보려고 해도 설이의 시선에서 도망칠 곳이 없었다.

설이는 부끄러움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 내 두 손이 옷자락을 내려 그곳을 가리지 못하도록 쥐어 올리더니 장난스레 씨익 웃었다. 

"안 돼, 오늘은 형을 전부 다 볼 거야. 안쪽까지."

안쪽이라니, 어디를, 대체 어디를 보겠다는 거야.

머릿속이 혼돈으로 뒤덮여 있을 때, 설이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내 가랑이 사이로 머리를 숙였다.

"아읏…!"

발끝을 바르작거리며 움직여봤지만, 설이의 두 손이 내 발목을 잡고 넓게 벌려 고정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내 귀두를 한 입에 넣고 사탕처럼 쪽 쪽 빨았다. 뜨겁고 축축한 입 속에서 혀끝으로 농락 당하는 기분을 도저히 견뎌낼 수가 없었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나도 모르게 야릇한 신음이 계속 터져 나왔고, 실금하듯이 사정했다.

설이는 속눈썹을 내리깐 채 그 얌전한 얼굴을 하고는, 목 울대를 움직이며 내 사정액을 단번에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음미하듯이 음경을 길게 혀로 쓸며 내 것을 아이스크림처럼 녹여먹었다. 야릇하게 움직이는 설이의 혀끝에 내 온 신경이 가 있었다. 사정 후라서 더 예민해진 내 것을 혀끝으로 살살 괴롭히더니 귀두구에 입술을 모아 쪽쪽 힘을 주어 자극했다.

"으으응, 이, 이런 건 싫어… 읏…!"

발버둥쳐봤지만, 이번에는 설이가 두 손으로 내 허리를 쥐고 있어서 피할 길이 없었다. 결국 또 설이의 뜨거운 입 안에 핏, 짧게 사정했다. 빙긋 웃는 육감적인 입술은 마치 맛있는 걸 먹듯이 사정액을 모조리 삼켜버렸다. 말끔하게 내 것을 빨아서 먹고는, 그제야 설이가 만족한 듯  내 다리 사이에서 고개를 들었다. 붉은 입술은 번들거리는 체액으로 젖어 있었다. 설이가 혀끝을 내어 제 입술을 핥아 올렸다. 나는 사정 후의 쾌감과 수치심으로 몸이 떨려왔다. 설이의 손길에서 다시 벗어나 옷자락을 쥐어 밑을 가렸다.   

"서, 설아, 너… 너, 왜 자꾸… 삼켜. 더… 더럽잖아. 응?"

어릴 때는 그렇게도 내 말을 잘 듣던 착한 아이였는데, 지금은 내 다그침에도 조용히 웃는다. 숨이 모자라 하아 하아 뱉어내는 나를 내려다보며, 설이가 나를 침대 위로 꾹 눌러 눕혔다. 그리고는 천천히 내 파자마 윗옷 단추를 풀어내렸다.

"형은 전부 내 거잖아. 그러니까 먹어도 돼."

이상한 논리였지만 뿌듯하게 눈을 접어 웃어 보이는 설이의 미소가 너무 달콤해서 납득하고 말았다. 내 파자마 단추를 전부 풀어헤치더니 설이는 등뒤로 내 옷을 벗기며 가슴팍 위를 길게 혀로 핥아 올렸다. 맨 가슴에 찬 공기와 따뜻한 혓바닥이 동시에 닿아서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는 뾰족하게 솟은 젖꼭지를 잇새로 깨물었다.

아읏! 하고 내가 신음을 올리자마자 설이는 사과하듯이 혀끝으로 젖꼭지를 살살 쓸어주었는데, 부드러웠던 혀끝의 촉감이 점점 거칠어졌다. 그 자극에 몸을 비틀자 설이의 혀는 집요하게 내 몸이 움직이는 것에 따라왔다.

"너 으응, 또…!"

흘깃 시선을 내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내 가슴을 빨고 있는 설이의 귀는 이미 짐승의 것으로 변해 있었다. 귀 끝은 예민하게 움찔거리며 내 신음과 숨소리에 반응했다. 설이는 지난 번에도 그랬지만, 성적으로 흥분하면 이성이 흐려져서 설 표범으로 모습으로 금새 변하는 모양이었다. 혓바닥도 고양잇과 동물들처럼 까슬까슬해져 내 피부 위를 스치면서 지나치게 강한 자극을 주었다.

가슴 사이를 핥으며 내려간 거친 혓바닥이 내 아랫배를 할짝거리며 배꼽까지 도달했다. 날카로워진 송곳니가 내 아랫배를 살짝 깨물었다.

"아얏!"

설이는 목 안쪽으로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며 내 허리와 허벅지로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뜨거운 손바닥으로 느릿하게 내 몸 위를 쓸면서 고개를 올려 나를 바라봤다. 설이의 눈이 길게 가늘어졌다.

"…둘이 얼마나 붙어 있었던 거야."

가라앉은 목소리가 말도 안 되게 섹시했기 때문에 내 것이 자동반사로 발기하며 고개를 처 들었다. 내 몸의 일부이지만 정말 제멋대로인 녀석이었다. 물론 설이가 눈썹 끝을 올리며 미간을 찌푸리면 그 신경질적인 분위기가 무척 섹시한 얼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즉각 반응을 보이면 내 체면이 뭐가 된단 말인가. 그렇지만 아래쪽에서 그런 내 사정 같은 건 상관 없는 모양이다.

고리 문양이 나 있는 흰 털의 두터운 꼬리가 내 발바닥을 간질이듯 쓸었다.

"형한테서 아직도 그 선배 냄새가 나."

불만스러운 말투로 중얼거리더니 내 몸을 돌려 침대에 엎드리도록 만들었다. 이미 거의 벗겨진 것이나 다름 없던 나의 마지막 옷가지가 침대 밑으로 떨어졌다. 몸이 뜨거운 짐승 같은 사내의 맨 가슴이 내 등 뒤에 바싹 붙어 나를 깔아뭉개듯 겹쳐 누웠다.

뒷목에 간지럽게 와 닿는 설이의 입술이 촉 촉 입을 맞추더니, 어깨를 까득 깨물었다. 읏, 하고 신음하며 내 몸이 반사적으로 튀어 오르자 제 허리로 고정하듯 짓누르며 깨물었던 어깨 부근을 강하게 빨아 자국을 남기는 데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츕, 쭈웁, 적나라한 소리와 찌릿한 자극에 내 몸이 점차 달궈지고 있었다.

채찍처럼 꼬리를 휘둘러 내 종아리를 찰싹 때리듯 휘감더니 보드라운 꼬리 끝이 내 발목에 닿은 채로 파르르 떨려왔다.

"여기도 내 거야. 나만 만질 수 있어."

내 어깨를 살짝 깨물며 속삭이던 설이가 내 손에 깍지를 끼우며 겹쳐 잡았다. 설이가 잇자국을 잔뜩 내어놓은 어깨는, 나를 부축하기 위해서 우정혁의 손이 감쌌던 부분이었다.

뜨거운 숨결이 내 목덜미에 머물다가 이따금 충동을 이기지 못한 것처럼 귓바퀴를 살짝 깨물었다. 허벅지 사이로 들어온 손길이 조금 난폭하다 싶을 정도로 다리 사이를 벌렸다. 나를 배려해서인 듯 손마디에 힘이 조금씩 풀렸지만 살결을 헤집는 손길은 금세 또 강해졌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허리춤에 자꾸만 그게 닿았다. 이미 모양이 갖춰진 남근의 굴곡이 내 엉덩이와 허리 사이에 문질러지듯 느껴졌다.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얼마만큼 설이가 흥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으, 아프… 설아, 좀, 천천히…응?"

진정시키려고 해봐도 성난 숨소리가 내 등줄기를 따라 코끝을 댄 채 흘렀다.

여유 없는 손길이 귀엽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꼬리와 귀가 나온 상태의 설이는 평소보다 힘이 센데다가 흥분하면 그걸 제어하기 힘들어했다. 폐부에서부터 긁혀 나오는 것 같은 으르릉거리는 짐승의 숨소리가 내 등 뒤에서 가까이 들려왔고, 그게 어떤 위협처럼 느껴졌는지 벗은 몸에 작게 소름이 돋았다. 물론 나는 꽤나 건장한 이십 대의 사내놈이고 그리 약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이가 나를 이 상태로 있는 힘껏 껴안으면 뼈가 부스러질지도 몰랐다. 허벅지에 달라붙은 손길이 점점 더 관능적으로 변해갔다.

내 다리 사이에 한 뼘 정도의 공간이 생기도록 벌려놓고는, 볼기를 잡아 양쪽으로 쭈욱 잡아 벌리는 손길이 억셌다.

"아응…!"

"하아, 형 예뻐."

억지로 벌려놓은 엉덩이 사이로 구멍이 움찔거리는 것을 감상하듯이 설이는 뜨거운 한숨을 내뱉으며 속삭였다. 얼마나 가까이에서 구경하는지 간지러운 숨결이 예민한 구멍에 닿는 것까지 느껴졌다. 내 눈가에 뜨겁게 피가 몰렸다.

제발 그만둬달라고 애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읏, 너, 설이 너, 거기… 핥기만 해 봐…!"

쮸웁, 엉덩이 사이에 설이가 고개를 파묻고 그곳을 빨았다. 적나라한 소리와 함께 그 자극에 몸이 바르르 떨리고 벌어진 입술 사이로 밭은 숨이 샜다. 물론 핥지 말라고만 했을 뿐 빨지 말라고는 안 했지만, 밀려드는 수치심에 눈가가 축축하게 젖었다. 두 손 가득 시트를 구겨 쥐었다. 눈 앞에 침대 시트가 구겨진 부분이 흐릿해졌다.

우스울 정도로 자극에 약한 내 몸은, 엉덩이를 빨리자 한껏 달아올랐다. 만취했을 때보다 온 몸이 더 빨리 달궈졌다. 몸 안쪽이 불에 지펴진 것 같았다. 겨우 입술이 떨어졌나 싶었더니 설이가 몸을 일으켜 세워 제 무릎으로 내 허벅지를 양 옆으로 밀어 더욱 벌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내 내 엉덩이 사이에 까칠한 음모와 함께 두텁고 딱딱한 물건이 닿았다.

"아, 아직… 설아, 아직…"

"괜찮아. 천천히 넣을 거야."

"아읏!"

구멍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귀두구의 크기가 이미 체감상 너무 거대했다.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 버거운 와중에 설이는 말과 다르게 무자비할 정도로 거칠게 구멍을 헤집으며 쑥쑥 밀려들었다. 그 충격으로 내 몸이 발버둥치지 못하도록 제 상반신으로 나를 시트 위에 납작하게 짓누르며 뒷목을 송곳니로 깨물었다.

"아흐으…! 자, 잠, 으응!"

"쉬이. 아직 앞부분만 조금 들어갔을 뿐이야. 형."

어린아이를 달래듯 내 뒤통수에 쪽 입을 맞추며 착하게 속삭이는 설이의 목소리에 기쁜 기색이 담겨 있어서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얼마 전의 첫 삽입으로부터 아직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내 아래는 이런 일이 낯설다는 듯이 제 안으로 밀려드는 거근을 자꾸 점막에서부터 밀어냈고, 아무리 힘을 빼고 받아들이려고 해도 쉽사리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그런 내 몸을 안다는 듯 등뒤에서 내 허리를 감싼 손이 스르르 감싸 와 내 것을 부드럽게 쥐었다. 발기했지만 고통으로 시들기 시작한 기둥을 슬슬 문지르면서 뒤쪽에서는 구멍을 조금 더 비집고 들어왔다. 미끈거리는 선액이 더 안으로 진입하기 쉽도록 몸 속을 적시고 있어서 민망한 마찰음이 샜다.

으응, 목 안 쪽으로 신음을 삼키며 시트 위에 이마를 비비는데 설이의 손바닥이 납작한 아랫배로 기어올라왔다. 지문 끝으로 여린 피부 위를 촉진하듯이 신중하게 만지작거리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중얼거렸다.

"…이쯤이겠지."

일순간 불기둥 같은 것이 꾸욱 밀려들어왔다. 구멍이 빠듯하게 벌어졌다. 설이 것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컸고 삽입은 길었다.

읏, 흑, 설이가 들어올 때마다 눈물 어린 한숨이 터져 나왔다. 강한 힘으로 허리를 쳐올리면서 설이는 볼록해지는 내 뱃가죽 위를 만지작거렸다. 내 목덜미를 송곳니로 까득 깨물어 그쪽으로 주의를 끌면서 엉덩이를 양 옆으로 더 잡아 벌렸다. 내가 정신 없어하는 그 순간에 쑤욱, 뿌리까지 진입했다. 몸 속 깊은 데까지 꿰 뚫려 덜덜 떨고 있는 내 허벅지를 도닥거리면서 설이가 느긋하게 숨을 내뱉었다.

"형 안에 있으면 기분 좋아……."

속삭이는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스쳐서 얼굴이 붉어졌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싶지만 설이의 목소리는 단순히 내 품에 안겨 있을 때처럼 순수하게만 들려왔다. 오히려 내가 불순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애교 섞인 목소리와 다르게, 내 등 뒤의 짐승은 잔뜩 발기한 제 것을 내 몸 속에 뿌리 끝까지 밀어 넣은 채였다. 나를 등 뒤에서 덮쳐 누른 채 그릉 그릉 목울대를 울리고 있었다. 마치 먹잇감을 차지한 맹수처럼 내 뒷목의 잇자국에 거친 혓바닥을 세워 느리게 핥았다.

그대로 내가 삽입에 익숙해질 시간을 주겠다는 듯 몇 번이나 길게 뜨거운 숨을 내쉬면서 날 짓누른 채로 멈춰 있었다. 하지만 몸 속을 꾸욱 꾹 찍어 누르는 귀두구의 선명한 모양이 숨 쉴 때마다 조금씩 점막에 비벼졌다. 몸 안쪽에 내가 느끼는 전립선 부분을 애매하게 비껴가며 깊숙이 비집고 들어온 기둥이 미리 몸 속에 길을 터놓는 것 같은 몸짓이었다.

등 뒤의 손길이 내 가슴팍을 주무르며 뭉근하게 허리를 움직이자마자, 내 것이 어이없게도 핏! 하고 정액을 쏘았다. 그 작은 움직임 때문에 느끼는 곳이 문질러진 것이다.

등뒤에서 작게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형, 벌써 그렇게 좋아?"

설이가 뿌듯한 듯이 속삭이는 목소리에 귀 끝이 뜨거워졌다. 입이 어버버, 벌어졌다.

"오, 오해야, 설아, 으응…! 이건 그, 본능적으로, 아흐!"

순식간에 반쯤 쭈욱 빠져나간 것이 뻑!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다시 엉덩이 사이로 밀어붙여 왔다. 나는 말을 하다 말고 숨을 헉 들이키며 고개를 처 들었다.

빠듯하던 틈 사이로 천천히 빠져나갔다가 쑥 들어오기를 반복하는 리듬이 점점 더 빨라졌다. 나는 그걸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시트를 꾹 쥔 채로 신음했다.

앗, 앗, 아읏, 뻐근하도록 뱃속으로 찔러 들어오는 굵직한 남근은 더 깊은 곳을 찢고 싶은 것처럼 더욱 맹렬하게 움직였다. 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한 엉덩이 골과 허벅지 사이로 설이의 사타구니가 치받을 때마다 찰박이는 마찰음이 샜다.

빡빡하게 밀려들었다가 빠지며 왕복하는 그 몸짓이 어찌나 강렬한지 내 몸이 조금씩 위쪽으로 밀려 올라갔다. 그러나 침대 헤드에 머리가 부딪히기 직전, 설이의 손이 내 머리를 감쌌다. 반대편 손으로는 내 배와 허리를 감싸며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아으읏…!"

뿌리 끝까지 꾹 집어넣었다. 내 몸을 고정하듯 끌어안은 품 안에서 나는 경련하듯 바르르 떨었다. 이미 나는 인형처럼 축 늘어져 팔다리를 힘 없이 침대에 널브러뜨린 상태였지만, 설이는 아직 한 번도 사정하지 않았다. 반복되는 삽입이 겨우 멈춘 사이에 겨우 숨을 고르며 눈을 감고 있는데, 설이가 몸을 숙여 내 등을 길게 핥았다. 까칠까칠한 혓바닥이 등을 쓸고 지나가는 자극에 몸이 움찔거렸다.

보드라운 꼬리가 내 발목을 강하게 옭아맸다. 나는 겨우 한숨을 내쉬며 입술 사이로 다 죽어가는 목소리를 냈다.

"설아아… 우리… 오늘은 그만… 으앗?"

내가 말을 다 잇기도 전에 설이가 내 옆으로 몸을 옮기더니 내 허리를 잡아 자세를 바꿨다. 옆구리가 침대 위에 닿도록 옆을 향해 누운 채였고, 설이는 여전히 내 등 뒤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내 발목을 옭아맨 꼬리가 족쇄처럼 그대로 침대 위에 내 왼다리를 고정하듯 감쌌다. 그리고 별안간 오른쪽 다리가 공중에 붕 떴다.

"어… 뭐야? 설아…?"

의도를 알 수 없어하는 와중에 설이가 내 오른쪽 무릎 뒤, 오금에 팔을 걸었다. 그 바람에 나는 옆으로 누워 오른쪽 다리를 접어 올린 자세가 되었다. 가랑이가 전부 드러나자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삽입하기 좋게 벌어진 다리 사이로 설이의 허리가 밀어붙이듯 바싹 붙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구멍 사이로 쑤욱 단번에 삽입해 들어왔다.

"하읏! 서, 설…!"

뜨끈하게 몸 속이 불 지펴지는 느낌과 함께 이번에는 뿌리 끝까지 쉼 없이 단번에 밀려들었다. 공중에 접힌 채로 고정된 오른쪽 허벅지가 떨려왔고, 발가락 끝이 둥글게 곱았다. 귀두구가 정확히 전립선을 꾹 누르는 자극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이미 바짝 선 내 것이 또 한 번 사정하는 것을 느꼈다. 

"형."

설이가 낮게 속삭이며 나를 불렀다. 상체를 웅크리고 있던 내 목덜미 사이로 설이의 손이 들어왔다. 그리고는 숙이고 있는 내 턱을 쥐어 든 채로 고정했다.

"앞에 봐봐."

젖은 눈꺼풀을 겨우 열어 스르르 눈을 떴고, 나는 설이가 뭘 보여주려고 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알 수 밖에 없었다. 내 시선에는 거울이 있었다. 거울 속에 다리를 올려 은밀한 곳을 드러낸 내 알몸과 등뒤에 바짝 붙은 설이의 몸이 선명하게 비치고 있었다.

"아… 이, 이거…"

널찍한 스탠드 형 거울은 침대 옆 창가에 늘 세워져 있었다. 배우 한설의 이사 소식을 들은 설국지색 눈송이분들이 선물해준 가구 중의 하나였다. 한쪽 벽면을 반쯤 가릴 정도로 큰 거울이었고, 드레스 룸이 가득 차서 대형 거울을 둘 곳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침실에 세워둔 것뿐이었다. 평소에는 여기에 거울이 있다는 것에 신경도 안 썼는데.

"형, 잘 보여? 우리 지금 사랑하고 있잖아."

은밀하게 속삭이는 설이의 목소리에 기쁜 기색이 섞여 있었다. 고개를 돌리려고 해도 내 턱을 쥔 채로 귓불을 엄지로 만지작거리는 설이의 손이 고정하고 있어서 어떻게 해도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눈을 질끈 감았더니, 등 뒤의 허리가 꾹 쳐올려 몸 속이 더 깊이 찔렸다.

"아흐!"

"눈 떠봐, 형."

응? 하며 보채듯 귓가에 쪽 입을 맞추는 설이의 응석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파르르 눈을 떴다. 내 다리를 팔에 걸어 들고 있는 설이의 오른 손이 스르르 올라와서 내 젖꼭지를 장난스럽게 비틀었다.

"아읏! 하지 마… 설아… 흐…"

수치심에 목소리가 울먹거렸다. 설이는 울지 말라는 듯 내 뒷머리에 쪽, 쪽, 입맞춰주며 허리를 뭉근하게 움직였다. 읏, 읏, 소리를 참으며 느껴지는 부분을 찌르는 귀두의 자극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거울 속에 정면으로 보이는 내 것은, 이미 음모를 축축하게 적시고도 성에 안 차는지 다시 바짝 섰다. 금방이라도 요도구를 빠끔거리며 또 사정할 기세였다.

"형이 신음할 때, 얼마나 예쁜지 봐봐."

설이는 진심으로 자랑하고 싶어하는 목소리였다. 내 뒤에서 살짝 드러나는 거울 속 설이의 눈동자가 빛났다. 내 가슴에서 내려온 설이의 팔이 내 다리를 더 바짝 접어 올리면서 쑤욱 뒤로 빠졌다가 쾅 찍어 올렸다.

"흐아아!"

마치 앙탈이라도 부리는 듯한 비음 섞인 신음을 흘리는 내 얼굴이 거울로 보였다. 설이는 그런 내 귓가에 쪽쪽 입을 맞추며 계속해서 허리를 뒤로 뺐다가 쳐올렸다.

검붉은 기둥이 자그마한 구멍 사이로 쑥 들어왔다가 느릿하게 반쯤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거울을 왜 이렇게까지 깨끗하고 선명하게 닦아놨는지, 청소에 열을 올린 내가 미워지는 순간이었다. 설이는 계속 감시하듯이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허리를 쳐올렸다. 아니 어쩌면, 설이는 정말 이 순간의 내가 예쁘다고 생각해서 감상하는 중인지도 몰랐다. 내 눈은 당혹감에 젖어 초점이 이리저리 흔들렸고 얼굴이 울긋불긋했다. 벌어진 내 붉은 입술 사이로 타액이 흐르는 것까지 보였다.

정말이지, 엉망으로 난잡한 모습이었다.

"으흐, 그… 그마안…"

이런 장면을 보는 것이 너무 부적절하게 느껴졌다. 남몰래 불장난이라도 하는 기분이었다.

굵은 기둥은 힘줄이 솟은 채로 번들거리는 체액에 흠뻑 젖어 있었다. 쑤욱 밀려들어 내 아랫배를 불룩하게 만들었다가 빠져나가면서 내 몸 안쪽의 붉은 점막까지 살짝 비져 나왔다. 다시 쑤욱, 들어갈 때에는 작은 거품 같은 것이 엉덩이 사이로 배어 나왔다.

거울이라는 게, 이런 용도로 쓸 수 있었던 거야? 그런데 설이 너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거야, 역시 머리 좋은 애는 다르구나.

하지만 지나치게 변태적인 용도로 즐기는 건 아닌가 싶어서 그 배덕감과 죄책감에 눈물이 쏙 나왔다.

설이는 그대로 좀 더 속도를 올려 빠르게 왕복했다. 흣, 으흣, 흐응, 비음 섞인 신음도 그에 따라 빨라져 갔다. 설이의 손은 이제 더는 내 턱을 고정하고 있지 않았다. 내 어깨와 가슴팍을 뒤에서부터 뻗어와 감싼 채 제 쪽으로 끌어당겨 안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거울에 시선이 박힌 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아으! 으응, 으흐응…!"

창피한데도 어쩐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설이는 지난 번의 첫날밤 이후로 더 성장했는지 내가 기분 좋을 만큼 강하게 찔러 넣었다가 다시 느릿하게 그 주변을 문지르며 빠져나가는 것을 반복해서 나를 기술적으로 애타게 만들었다. 결국 내 허리가 더 깊이 들어와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절로 움직였다.

"으응, 아, 설아아…!"

좋다고, 너무 좋다고 말할 것 같아서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신음을 참았다. 설이는 내 다리를 놓아주며 나를 다시 등 뒤에서 짓눌렀다.

"후으, 형…"

설이가 땀으로 젖은 내 뺨에 입술을 댄 채로 작게 속삭였다.

이번에는, 임신하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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