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망가뜨리고 싶어.
"설아, 그, 그, 그거…… 뭐야?"
내가 생각해도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세상 모든 게 궁금한 다섯 살짜리 꼬마애도 아니고, 허벅지 사이로 드러난 건장한 동생의 성기를 보면서 그게 뭐냐고 묻다니. 하지만… 나와 같은 게 달리지 않았다. 힘줄이 꿈틀거리는 귀두의 버선은 모양새 자체가 위협적이었다. 여태까지 익숙하게 봐온 내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기둥을 길게 쓸면서, 설이는 내 우스운 질문에 응? 하고 작게 웃었다. 마치 나를 귀엽다는 듯 내려다보며 바짝 선 그것에 끝을 맞춰 넣고 콘돔을 쭈욱 씌웠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대체 왜 이렇게 능숙한 거야. 말로는 처음이라고 했지만, 혹시 누군가의 꾀임에 넘어갔던 적이 있다거나 그런 거 아냐?
이유 없이 삐친 기분이 되었다가 아차, 이게 아니지 싶어서 다시 허벅지 사이를 쳐다봤다. 어차피 보지 않으려고 해도 이미 존재감이 너무 커서 시선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흥분으로 피가 고여 검붉은 색이 진해진 기둥을 가볍게 만지는 손길은 너무도 하얘서 부조화적이었다.
"음, 꽉 끼네. 뭐… 괜찮겠지."
낮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반쯤 서 있던 내 것이 묘하게 풀이 죽는 것이 느껴졌다.
설이가 무릎으로 걸어 조금 더 바짝 다가오며 제 것을 손끝으로 살짝 쥐고 슬슬 쓸었다. 꼬리로 침대를 채찍처럼 탁! 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귀 끝도 움찔거리는 게 뭔가를 무척 기대하고 있는 상태 같았다.
"그…… 있잖아, 설아, 보통은… 그냥 서로 만져주기만 하고, 넣지는 않나 봐. 왜, 아무래도 같은 남자끼리는… 그렇잖아, 응?"
나도 모르게 애원조로 말하고 있었지만, 허벅지 아래를 쓸어 오금을 쥐어 밀어 올리는 설이의 귀에는 내 말이 그저 장난으로 들리는 모양이었다. 눈을 접어 웃는 얼굴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허벅지 안쪽 여린 살에 비닐을 씌운 흉기가 닿았다. 예쁜 내 동생을 두고 이런 말 하기는 싫지만, 정말… 흉측할 정도로 크다. 내 허벅지에 턱 턱 부딪히는 설이의 단단한 성기는 마치 위협하는 깡패 같았고, 그 사이의 내 것은 위축되어 고개 숙인 모범생 같은 인상이었다.
딱딱하고 긴 울퉁불퉁한 모양의 그 기둥이 반쯤 선 내 것을 툭 치며 지나갔다.
"이런, 이런 걸… 몸에 넣, 넣을 수는……"
설아, 역시 너는 인간이 아닌 거야? 묻고 싶은 마음이 목까지 차 올랐다.
내가 알기로 보통 인간은 이 정도로 크지는 않다. 설이는 내 이마에 제 이마를 대고 귀엽게 비벼댔다. 그 애교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내가 설이를 사랑하기로서니, 그래서 내 모든 걸 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해도, 정도라는 게 있는 거잖아. 아니, 원래 이렇게 컸었나. 어릴 때 같이 목욕한 적도 꽤 있는데…… 그래, 그때는 어렸으니까. 평소에 이걸 어떻게 넣고 다니는 거야 대체. 그래도 바지 위 윤곽만으로는 이렇게까지 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설이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거야, 아니면 내가 미달인 거야.
마음속의 빠른 주절거림 끝에 약간 시무룩해졌지만, 자아성찰의 시간은 짧았다. 딱딱한 귀두 끝이 무심하게 쿡쿡 코를 들이미는 짐승처럼 축축한 엉덩이 사이로 찔러 들어왔다. 평생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이었다.
"헉! 타… 타임…!"
다급하게 외쳐보지만 설이는 봐줄 마음이 없는 듯 했다. 꾸욱 허벅지에 힘을 주며 밀려 들어오는 게 빠듯하도록 느껴졌다. 설이는 들썩거리는 내 가슴팍을 넓게 주무르며 왼손으로는 골반을 꾹 쥐었다.
아읏, 읏, 목 뒤로 숨이 넘어가면서 나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의식적으로 숨을 길게 내쉬며 허리 아래로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허벅지가 경련하고 있었다. 살을 찢는 듯한 느낌에 생 눈물이 쭉 나왔다.
"읏, 형한테서… 야한 냄새나."
들끓는 목소리가 죄다 가라앉았다. 내 어깨에 코를 박으며 설이가 달래듯 내 허벅지를 슬슬 쓸었다. 그러면서도 밑으로는 계속 꾸준하게 진입해왔다. 체감상 뜨거운 구렁이 같은 게 몸 속으로 꿈틀거리며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그 움직임이 조금 멈추면, 혹시 끝났나? 하고 희망을 담아서 생각하기 무섭게 바로 더 깊게 밀려 들어왔다.
뺨이 어느새 젖어 있었는지 설이가 입술을 내 뺨에 문지르다가 혀를 내어 눈물을 핥았다. 뺨에 닿는 혓바닥이 너무 뜨거워서 화들짝 놀랐다. 눈물에 젖은 속눈썹을 쓱 핥고 지나가는 혀가 어쩐지 동물의 것처럼 느껴져서 무서웠다.
"…형 너무 맛있어."
기쁜 듯 웃는 목소리가 달콤했다. 아래가 너덜너덜하게 찢기는 느낌이 드는 와중에도, 내 동생이 너무 귀여웠다. 언제나 그게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설이는 정말 너무 귀여운 내 동생인 것이다.
짐승의 것으로 변한 설이의 귀 끝이 내 숨소리에 반응하며 총명한 고양이처럼 파드득거렸다.
그래, 설이 네가 좋으면 된 거지.
뜨거운 맨 등을 끌어안자, 설이가 허리를 세우면서 나른한 숨을 내뱉었다. 감각이 거의 없어지고 있던 엉덩이 사이로 미끈거리는 로션에 젖은 그 두꺼운 기둥이 쭈욱 빠르게 밀려들어왔다. 그리고는 바로 뚜득, 무언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으응…! 아파. 설아, 아파아아……"
형으로서의 체면을 운운할 때가 아니었다. 평생 느껴본 적 없는 곳이 찢어지는 고통에 나는 끌어안은 설이의 등을 손톱으로 꾹 찍어 누르며 울었다. 그러다가 우리 설이 등 아프겠네, 싶어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주먹을 쥐었다. 손바닥 안쪽 살이 내 손톱에 짓눌렸지만 그 따위 것은 엉덩이 쪽의 생경한 고통에 비하면 조금도 아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새 나는 아이처럼 울면서 설이에게 조르고 있었다.
"빼… 빼자, 아으… 설아… 그만 빼자, 응…?"
이 정도 넣어봤으면 됐잖아, 원래 뭐든 한번에 되는 법이 없는 거야, 연습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이걸로 만족해주면 안 될까, 이런 대형 버스 같은 게 들어온다는 것에 대한 예행도 없는 상태인 저 좁은 터널 입구한테도 각오할 기회를 줘야지. 응?
눈빛으로 빠르게 헬프 메시지를 보내봤지만 설이는 콧날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손등으로 슥 닦아내더니 내 발목을 쥐었다.
"괜찮아, 형. 이제 다 들어갔어."
"헉…!"
설이의 말을 믿고 조금 몸에 더 힘을 풀자마자, 쑤욱 들어왔다. 발끝이 절로 곱았다. 배신감에 커진 눈으로 쳐다보자 설이가 수줍게 웃었다.
"미안, 거짓말이었어."
눈물 젖은 내 눈가를 두 손으로 닦아내며 허리에 팔을 둘러 꼬옥 끌어안았다. 이제 정말 다 들어왔어, 귓가에 속삭이며 내 뒷목을 손바닥으로 쥐어 문지르듯 어루만졌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눈물을 흘려내면서 설이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싶은 혼란은 환희를 이기지 못했다. 억지로 몸을 찢고 들어오는 이물감보다도 몸 속을 가득 채운 뜨거운 그 감각이 다른 사람이 아닌 설이라는 생각에 온 몸의 세포들이 전에 없던 만족감으로 몸서리쳤다. 혼란스러울 정도로 기쁜 감각이었다. 피가 몸 속을 빨리 돌면서 심장이 쿵쿵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게 내 것인지 아니면 설이의 몸에서 전해져 오는 소리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꿈 같아."
설이는 내 뺨에 입술을 붙인 채로 속삭였다. 그게 귀여워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설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꿈 아니야.”
네가 그렇게 원하는 나는, 지금 네 품에 있으니까 안심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내 마음이 전해졌는지 설이는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응, 이제부터는 정말 현실로 만들자."
응? 머릿속이 멍해져서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이, 설이가 허벅지로 내 다리 사이를 넓게 벌리며 허리의 가장 가는 부분을 두 손으로 쥐었다. 손가락이 길어서인지 설이의 커다란 손이 내 허리를 쥐고 아랫배 가운데에서 엄지가 만났다.
"어어…?"
뻑뻑한 틈 사이로 불기둥이 쑥 빠져나갔지만, 그건 아주 잠시였다. 그저 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였을 뿐이었다. 내가 숨을 참는 순간, 몸 속으로 단번에 쾅 밀려들었다.
“아으으…!”
고개가 절로 뒤로 넘어갔다. 예고도 없이 눈물이 눈꼬리를 타고 길게 흘러 귀를 적셨다. 폭신하고 두터운 꼬리가 내 종아리를 휘감았다.
헉, 소리가 목 안쪽에서 새어 나온다 싶었는데 머릿속에 새하얀 섬광이 번졌다. 뜨겁고 굵은 귀두 끝이 내 엉덩이 살을 짓이기며 다시 꾹 빠르게 밀려들었다. 설이의 장골에 회음부가 부딪혀서 뻑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건 점점 더 빠르게 반복되는 일이었다.
“아흐! 으으응, 아아…!”
누군가가 AV에나 나올 법한 야한 비음 섞인 목소리로 신음을 흘리고 있었는데, 그게 나였다. 내 넓적다리 사이에 꼭 맞게 들어앉은 설이의 허리가 꿈틀거리며 힘주어 쳐 올릴 때마다 내 몸은 바로 반응하며 으응, 으응, 하고 기분 좋은 콧소리를 내고 있었다. 속눈썹이 죄다 젖어 제대로 눈을 뜰 수도 없었다. 오직 내 몸을 어루만지는 커다란 손바닥의 손길에 의지해서 침대 시트 위에 널브러져 있을 뿐이었다. 팔다리의 힘은 다 빠져버리고, 오직 엉덩이 사이로 느끼는 것에만 내 몸이 집중하고 있었다.
“아읏!”
별안간 유두를 잡아 꼬집는 짓궂은 손길에 높은 소리가 새어나갔다. 그와 거의 동시에 핏! 하고 내 것이 정액을 쏘았다. 내 기억에는 이게 처음 사정이었는데, 이미 내 아랫배와 맞닿은 설이의 맨 상체가 내가 쏘아댄 끈적한 체액으로 젖어 있었다. 설이는 고개를 숙여 만족한 듯 나른한 숨을 내쉬면서 제 몸을 끈적하게 적신 내 체액을 제 복근에 느릿하게 펴 발랐다.
“읏… 설아, 그거 더러워, 하지 마……”
덜덜 떨며 뻗은 내 손을 쥐어 손가락에 촉 촉 입을 맞추면서 설이는 나를 쳐다보며 빙긋 웃었다. 어둠 속에서 내가 착각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설이의 눈동자가 거의 흰색에 가까운 회백색으로 밝아져 있었다. 몸 안쪽을 계속 찔려 자극 당하면서 몇 번이나 사정해서 녹진해진 상태인 나와 다르게 설이는 오히려 평소보다 더 생기가 가득하고 단단해 보였다.
몸을 낮춰 내 어깨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예뻐, 형.”
뱃속으로 더 깊이 찔러 들어온 귀두가 이상한 부분을 건드렸는지, 허리가 바르르 떨렸다.
“……좋은 냄새.”
내 목덜미에 코를 박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설이가 목 안쪽으로 짐승처럼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냈다. 허리를 꽉 껴안은 손길이 너무 세서 눈가가 절로 찌푸려졌다. 설이는 아까부터 내게 좋은 냄새가 난다고 하지만, 나는 로션과 콘돔의 진한 체리 향과 설이에게서 나는 짙은 체취밖에 느낄 수 없었다. 설이는 만족스러운 숨소리를 내며 다시 느리게 허릿짓을 시작했다.
흐응, 으응, 나도 모르게 또 콧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제는 창피해할 마음도 없이 설이의 넓은 등을 끌어안은 채로 땀에 젖은 목덜미에 이마를 비볐다. 내 사정 액이 흘러내려가 구멍 안이 찰박거리는 젖은 소리를 내며 마찰이 이어질수록 나는 몸 안쪽이 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 어느새 벌린 내 입술이 침으로 젖고 있었다.
“좋아, 너무… 읏, 좋아, 형……”
잔뜩 낮아져서 소름 끼치도록 섹시한 그 목소리에 내가 반응할 수 있는 것은 고작 흐으응, 하고 어리광을 부리는 듯한 신음뿐이었다. 점점 빨라지는 허릿짓에 나는 따라갈 수가 없을 정도였다. 머릿속이 활활 타오르는 쾌감으로 기분이 좋았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이 짓이 기분 좋다는 것이 두려울 지경이었다. 들어오면 안 될 것 같은 곳까지 깊숙하게 찔러 들어오는 설이의 뜨거운 성기가 공격적으로 내 몸 안을 쑤시고 짓이겨 놓았다.
두 다리를 잡아 옆으로 길게 벌리며 위에서 찍어 누르듯 삽입해오는 통에 허리가 거의 반으로 접혀 버렸다. 설이의 조각 같은 턱 선을 타고 뚝 뚝 떨어져 내려온 땀 방울이 잔뜩 긴장해서 뻑뻑해진 내 아랫배에 간지럽게 떨어졌다. 설이는 내 두 종아리를 제 허리에 옭아매게 만들어놓고 허리를 뭉근하게 쳐 올리면서 불룩 튀어나온 내 아랫배를 손끝으로 어루만지듯 쓸었다.
“하읏, 읏, 마, 만지지 마아…”
꾸욱, 몸 속을 더 찢고 들어오려는 듯 힘을 주어 내게 몸을 밀착해오는 몸짓에 고개가 넘어가 침대 시트에 뒤통수가 비벼졌다. 이미 배게는 어디로 떨어졌는지 없었다. 발끝이 덜덜 떨렸다. 설이는 그럼에도 더욱 내 몸을 짓누르듯 무릎을 잡아 벌리며 만족의 숨을 내쉬었다.
“후으… 망가뜨리고 싶어.”
순간 악마처럼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었지만, 이미 쾌감으로 하얗게 새어버린 머릿속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설이는 몸을 숙여 내 뺨에 보드라운 입술을 비비면서 응석을 부리듯이 그래도 돼? 하고 물었다.
“으응…?”
눈물로 젖은 채 굳은 속눈썹을 떼어내며 눈을 겨우 반쯤 뜬 내가 되물었을 때 설이는 예쁜 미소를 코 앞에서 보여주며 제 콧날을 내 코에 대고 간지럽게 비벼댔다. 어린 아이 같은 그 몸짓이 귀여워서 감상하느라 잠시 멍해진 내게 설이가 속삭였다.
“그래도 형은 날 좋아할 거잖아. 그렇지?”
내게 뭘 묻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내가 설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절대불변이기 때문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설이에게서 만족한 듯한 웃음 소리가 작게 들여왔다. 그리고는 바로 내 허벅지를 쥐어 벌리면서 엉덩이 사이로 주욱 길게 제 것을 뽑아냈다.
“아으으……”
뱃속을 가득 채우던 것이 단 번에 빠져나가자 갑자기 찾아온 허전함에 온 몸이 떨렸다. 입을 벌린 채로 멍하니 침대에 몸을 맡겼다. 팔다리를 벌리고 누워서 숨을 고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몸에서 힘이 죄다 빠져버려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몸을 세운 설이가 뭔가를 하는 것 같았다. 흘깃 시선을 내려보니 제 성기에 끼워져 있던 비닐을 벗겨 빼내는 것이 보였다.
내가 몇 번이나 우리 두 사람의 맞닿은 배를 적시는 동안, 설이는 한 번도 사정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렇게 끝내도 괜찮은 걸까.
정작 나는 다리 사이에 감각도 없는 주제에 혹여 설이가 아쉬울 까봐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가 눈이 마주쳤다. 회백색의 밝은 눈동자로 나를 또렷이 보더니 샐쭉 웃으며 설이가 손에 쥔 것을 팔랑팔랑 흔들었다.
“콘돔이 찢어져버렸어.”
포장지를 새로 뜯어서는 여전히 단단하게 발기해 솟아 있는 성난 귀두 끝에 비닐을 씌우면서 설이가 다정하게 말했다.
“걱정 마, 형. 바로 다시 안아줄게.”
“……어?”
몽롱하던 머릿속에 불쏘시개가 지펴졌다.
잠깐, 지금 다 끝난 거 아니었어? 섹스라는 게 보통 이 정도 하면 끝나는 거 아니었나? 게다가 난 뒤고 앞이고 이런 일 자체가 처음인데 초심자 코스, 그런 것도 없는 거야?
벌벌 떠는 나에게 무릎으로 걸어 다가온 설이가 내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 넣었다. 축 늘어진 내 몸을 들더니 종잇장처럼 가볍게 뒤집었다. 졸지에 침대 시트 위에 엎드려 누운 나는, 부드러운 시트 위에 한쪽 뺨을 댄 채로 상황 파악을 하는 중이었다.
도무지 이 광활한 침대의 어디에 처 박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폭신한 쿠션을 가져온 설이가 내 아랫배 쪽으로 쿠션을 쑥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발바닥을 쥐어 밀면서 무릎을 구부린 자세가 되도록 만들며 등 뒤로 바싹 다가왔다. 내 엉덩이 사이를 묵직한 것이 툭 툭 쳐댔다.
뒷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설이가 내 뒷목을 쥐었다가 내려오며 어깨를 어루만졌다.
"이러면, 허리에 무리가 덜 갈 거야."
"아… 아니, 설아."
아니, 설아. 형 생각에는 이 행위 자체가 허리에 엄청난 무리인 것 같은데. 내가 차마 말을 다 할 시간을 주지 않고 설이는 내 척추를 따라 내려가며 소중하게 입을 맞췄다.
"읏, 간지러워……."
입술로 더듬듯이 엉덩이까지 내려가더니, 더 지체하지 않고 내 볼기를 양쪽으로 벌렸다. 빳빳하게 고개를 쳐든 뜨거운 흉기가 거침 없는 기세로 쑤욱 단번에 들어왔다.
"흐으응!"
길을 내어둔 덕분인지 이번에는 좀 더 수월하게 진입했는데, 꿈틀거리는 귀두가 몸 안의 점막을 찧어내며 귀신 같이 내 몸이 움찔거리는 곳만 건드리는 통에 몸이 벌벌 떨렸다. 배 아래 깔린 쿠션에 내 것이 바짝 서서 닿는 것을 느꼈다.
이런 섹스 자체가 처음인데도, 엉덩이로 찔러 넣는 자극에 발기하고 먼저 사정해버리는 스스로가 창피해서 귀까지 뜨거워졌다. 이런 배움의 자세로 공부를 했더라면 나는 아마 장학생으로 졸업했을 것이다. 제대로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머리와 다르게 몸은 차근차근 쾌감에 젖고 빠르게 숙달되어서 몸 안을 쾅 쾅 찧어줄 때마다 앞쪽으로 정액이 찍 새어 나왔다.
난 대체 왜 이럴까, 토끼도 아니고.
울컥 눈물이 솟아났지만, 그래도 엎드린 상태라서 설이에게 얼굴이 보이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겹친 팔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끙끙대며 신음하고 있는데, 설이가 내 귀를 짓씹었다.
"아읏! 아파…"
귓바퀴를 핥으면서 허리를 뭉근하게 돌렸다. 몸 안 쪽으로 야릇한 쾌감이 퍼져갔고, 그걸 예민하게 알아채며 내 것이 또 찔끔거리며 정액을 쏘았다. 허벅지가 경련하듯 떨려왔다.
귓가에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또 쌌네. 형."
아…… 들켰다. 눈물을 팔뚝에 비벼 숨겼다.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올라온 손길이 내 것을 가볍게 쥐고 어루만졌다. 젖은 귀두 끝을 닦아내며 만지다가 엄지로 막듯이 문지르는 자극이 너무 강해서 참기 힘들었다. 한계까지 벌어진 엉덩이 사이로 설이의 기둥을 문 채로 구멍이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내 몸을 스스로 제어할 수가 없었다.
"괜찮아, 예뻐. 형이 많이 느껴서 좋아."
아이 달래듯 다정하게 등뒤에서 속삭이며 설이가 내 아랫배를 쓸어 올렸다. 곧이어 내 귓가에 착하다, 하고 말하는 그 말투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릴 때 설이가 사소한 실수로 부모님에게 혼이 나거나 마음대로 꼬리와 귀가 감춰지지 않아서 속상해할 때마다 내가 달래주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괜찮아, 예뻐. 형은 설이 귀랑 꼬리가 좋아. 착하다, 우리 설이.
조그맣고 귀여운 동생에게 그렇게 말해줬던 것이 오늘날 침대 위에서 알몸으로 안긴 순간에 이런 식으로 돌아오다니. 내 인생,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걸까.
신세 한탄으로 흘러가는 내 의식과 다르게 몸은 충실하게 흥분을 느끼며 꾹 꾹 밀려드는 허릿짓에 흔들리고 있었다.
응, 으응, 아흐, 입술 사이로 신음이 맘대로 새어나갔다. 내 허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몸을 세운 설이가 본격적으로 허리를 털기 시작하자, 머릿속 생각은 다 휘발되었다. 어떻게든 몸을 더 열고 저 뜨거운 걸 몸 속에 더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허리를 뒤로 빼고, 엉덩이를 잡아 벌리는 대로 힘을 빼면서 뱃속이 깊숙이 찧어지는 대로 몸을 맡겼다.
쾅, 쾅, 몸 안을 강하게 들어왔다가 빠지는 그 자극이 빠르게 반복되면서 눈 앞이 흐려졌다. 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몸을 굽힌 설이가 입을 맞춰왔다. 키스는 감미로웠다. 몸 안을 마구 헤집는 불기둥이 성난 몸짓으로 나를 찌르고 뚫어서 반으로 나누려고 해도, 그런 것쯤은 괜찮다고 눈속임을 해주듯 천사의 다정한 입맞춤이 나를 마취시켰다. 설이는 내 입술을 쪼옥 빨았다가 다시 혀끝을 집어넣어 간질이듯이 키스하면서 허릿짓을 이어나갔다.
입술이 잠시 떨어지고, 몸짓도 멈췄다.
하아… 겨우 숨을 돌리는 순간, 내 목덜미에 입을 가져다 댄 채로 설이가 들끓는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미안해, 형."
"으응…?"
몽롱한 정신으로 묻자, 설이는 대답 없이 내 맨 가슴을 가득 끌어안았다. 등 뒤에서 바싹 몸을 붙인 채로 설이는 당황스러운 듯이 속삭였다.
"이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으윽, 아니라……"
"무슨……? 어… 어어…"
뱃속 깊은 곳, 그러니까 설이의 성기가 꽉 틀어박혀 있는 안쪽 그 어딘가가 불 지핀 듯 뜨거워지더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듯하게 벌어지는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