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 주지 못할 것도 없잖아 (31/65)

31. 주지 못할 것도 없잖아

“어디까지… 라니, 무슨 말을……”

뜨거운 입술이 내게 닿았다.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뜨거워질 수 있는 거지, 그걸 신기해할 새도 없었다. 웃기게도 나는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려온 사람처럼 점점 숨이 가빠졌다. 이 입맞춤이 갑작스러워서 긴장과 흥분을 내 심장이 구분하지 못하는 건지, 달리기 하듯 박동이 빨라지고 있었다.

내 두 팔뚝을 쥔 커다란 손바닥마저도 데일 듯이 뜨거웠다. 설이는 나와 윗입술이 닿은 채로 은밀하게 속삭였다.

"사실 나, 이미 오래 전부터 성체였어."

몰래 내게만 비밀을 말해주는 듯한 그 낮은 속삭임에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팔뚝을 쥐고 있던 손이 부드럽게 내 몸을 타고 흘러 내려가 허리에 감겨왔다. 비단뱀 같은 손길이 닿고 지나가는 곳마다 뼈가 다 녹은 것처럼 흐느적거리는 느낌이었다. 진하게 입맞춤한 입술이 뺨으로 옮겨 와서 도장처럼 꾸욱 눌렀다가 목덜미로 내려왔다. 간지럽게 쇄골을 뭉개듯이 몇 번이나 누르던 입술이 다정하게 속삭였다.

"혹시 내가 무서워?"

"그… 그런… 그런 게 아니라……"

내 목소리가 스스로 듣기에도 이상했다. 잔뜩 겁에 질린 것 같이 들려왔는데 대체 뭐가 무서운 건지 알 수 없었다. 설이는 작게 웃는 소리를 내더니 검지 끝으로 내 입술을 건드렸다.

건드린다고 생각했지만, 부드럽고 차가운 것을 내 입술에 바른 것이었다. 반사적으로 혀를 내어 입술을 핥으니 생크림이었다. 다시 한 번 크림을 바른 손가락이 다가왔고 이번에는 내 입 속으로 쑥 들어왔다. 혓바닥 위를 휘젓는 검지가 키스하듯 부드럽게 누르며 내 혀에 크림을 녹였다. 아찔할 정도로 단 맛이었다.

"읏, 으음…"

손가락이 빠져나가고 바로 뜨겁고 축축한 혀끝이 입술을 가르며 들어왔다. 간지럽게 입천장을 슥 훑으며 내 혀에 얽혀 부딪혀왔다. 입술을 집어삼킬 듯이 농밀한 키스였다.

사실, 키스 정도는 설이와 몇 번이나 해봤다. 심지어 졸업식 때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부끄러웠다.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둠 속에 설이와 나 단 둘뿐인데, 어째서 이렇게나 부끄러운 걸까.

설이는 나를 침대 위에 밀려 눕혔다. 케이크가 우리의 몸짓에 밀려 바닥에 툭,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이 호텔 침실은 침대 밑바닥에 넓은 카펫 같은 게 깔려 있었다는 것이 머릿속을 스쳤다. 야단났네, 물걸레로 닦아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이 상황을 회피하려고 해보았지만 다시 일어나려는 내 어깨를 지긋이 누르는 힘에 의해서 다시 누웠다.

“집중이 안 돼?”

뾰로통한 설이의 속삭임과 함께 방이 어두워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향초들이 절로 꺼지고, 방 안을 은은하게 비추던 간접조명도 제 맘대로 꺼졌다. 창 틈으로 들어온 살랑이는 기분 좋은 밤바람이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바람이 사납지 않아서 오히려 지나친 열기를 식혀주듯 시원하게 느껴졌다.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달빛에 의지해 설이의 실루엣을 볼 수 있었다. 새까만 눈동자는 어느새 밝은 회색 빛이 감돌아 신비한 색으로 빛났다. 나를 또렷하게 내려다보는 그 눈빛 아래서 나는 숨을 고르며 설이의 팔을 쓸었다. 목소리가 떨려 나갔다.

"설아, 나는… 형은…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다 내어줄 수 있지만…… 이런 건 안 돼."

짧은 키스로 내게 전해졌던 것은, 분명한 성욕이었다. 여기서 주저하면 모든 것이 겉잡을 수 없이 변화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는 겨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논리력도 자제력도 의지도 한참이나 부족한 내 머릿속에는 뻔한 말들만 겨우 떠올랐다.

"나는 네 형이고, 남자야."

"형은 내 형이고, 내 반려야. 그리고 내가 선택한 내 연인이야."

꿈결 속을 부유하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내 말을 바로 반박했다. 설이가 내 뺨을 감쌌다. 확신에 찬 눈동자가 가늘어지며 웃었다. ‘아름답다’는 말을 세계 모든 언어로 배워서 말해주고 싶은 얼굴이었다. 나는 행복을 느낄 때의 설이 얼굴이 가장 아름답다고 늘 생각했다. 눈동자 가득 나를 담은 설이의 눈가가 기쁨에 겨워 있었기 때문에 나는 할 말을 잊어버렸다.

허리 아래로 겹쳐진 몸이 부드럽게 나를 짓누르며 비벼졌다. 딱딱하게 부푼 것이 너무나도 분명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내 다리 사이로 닿는 게 느껴져서 몸을 흠칫, 떨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지금 우리 설이가 발… 발기한 거지?

머릿속을 망치로 땅! 때려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생각해보면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 설이가 비록 평범하지는 않다지만 어쨌든 사람이고, 그 이전에 생명체이고, 건강하게 자라났으니 생식 활동을 할 능력이 충분히 갖춰진 존재였다. 게다가 누구보다 버젓하고 훌륭하게 컸으니까 당연히 신체적으로 흥분할 수 있는 기능이 있을 것이다.

아침마다 자연스럽게 트레이닝 복 바지 앞섶이 솟기도 하고, 피곤한 날에는 잘 관리가 안 되기도 할 것이다. 바쁘게 살아오기도 했지만 내가 일단 그런 쪽에 크게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동생을 앉혀두고 그런 쪽의 대화를 꺼내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아마도 설이는 평범하게 학교에서 성교육 수업을 들었을 것이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설이가 지금 내 앞에서 발기한다는 것에 있겠지.

"읏, 저기… 잠깐, 설아, 밑에, 그…… 좀…"

뜨거운 숨결을 내 목덜미에 불어넣으며 목과 턱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설이는 내 머리 양 옆을 팔로 짚어 지탱한 채로 계속 몸을 내게 뭉근하게 비비며 부딪혀왔다. 명백하게 성적인 의도였다.

내 귓가에 입술을 댄 채로 속삭이는 목소리가 캐러멜처럼 녹아 들었다.

"날 사랑한다고 했잖아. 형은 나를 좋아하잖아. …아니었어?"

잔뜩 서운해하는 끝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젓는 순간, 아랫입술을 깨물렸다. 아주 살짝 이었기 때문에 아프기보다는 야한 느낌이었다. 그 자극에 덩달아 나도 몸이 잔뜩 뜨거워지고 있었다.

내 손에 손가락을 얽혀 잡으며 설이는 응석부리는 아이처럼 내 뺨에 제 보드라운 뺨을 느리게 비볐다.

"그러니까 내게 형을 다 줘… 응? 내가 다 갖고 싶어."

욕심꾸러기 같은 말투로 내 등을 스윽 끌어안는 설이에게서 단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느새 가운을 벌리고 잠옷 단추를 풀어내며 내 맨 가슴에 뺨을 댄 설이가 허락을 구하듯 나를 가여운 눈길로 올려다봤다.

안 된다고 말 해야 하는데, 타당한 이유를 대며 혼이라도 내야 하는 것 같은데…….

짙은 회색의 눈동자가 반쯤 접히며 애교를 부리듯 샐쭉 웃어서 내게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았다. 내 얄팍한 가슴 위에 살짝 살짝 입술을 대며 아닌 듯 입을 맞추는 설이의 입술이 불에 댄 듯 뜨거워 내 심장박동에 더 부채질을 해댔다. 스스로를 납득시키려는 것처럼 보드라운 머리카락을 쓸고 설이의 동그란 뒤통수를 만지작거리면서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이가 집을 나간 뒤, 나는 다시 설이와 함께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설이가 원한다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생각이지 않았던가. 착하고 순한 내 동생이 여태까지 나 이외에 가지고 싶어했던 것이 단 하나라도 있었나?

나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없었다. 가지고 싶은 것을 물을 때마다 설이는, 유순한 눈길로 날 바라보면서 형, 이라고 더 생각하지도 않고 대답하곤 했었다.

설이가 정말 그렇게도 간절히 원하는 게 나라면, 주지 못할 것도 없잖아.

"사랑해, 형."

내 마음과 영혼은 설이를 처음 본 날부터 어차피 설이의 것이었으니까.

"더 어쩌지 못할 만큼… 사랑해. 형."

입술이 겹쳐지는 순간, 눈을 감았다.

눈 앞의 목덜미에 팔을 감으며 혀를 빼꼼 내밀었다. 멋지게 키스를 받는 법 따위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게 최선이었다. 용기 내서 살짝 내민 내 혀끝은, 사냥감을 낚아채듯 설이의 입 안에 삼켜졌다. 입 안에서 장난스럽게 쪽 쪽 빨며 쓸고 간질였다. 키스라는 건 어쩌면 정말 서로를 물리적으로 맛보는 행동인지도 모른다. 달콤한 생크림은 이미 녹아 사라진 지 오래였는데도, 어째서인지 설이의 입맞춤은 달디 달았다. 이 키스로 인해서 내 이가 몽땅 썩어서 치아 보험 없이 치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였다.

키스 끝에 내 혀끝을 살짝 씹으며 설이는 찡그린 얼굴로 아, 하고 신음하는 나를 보며 작게 웃었다.

어둠에 눈이 익자, 무릎을 내 몸 양 옆으로 세워 몸을 일으킨 설이의 상체가 어렴풋이 눈 앞에 보였다. 설이는 은은하게 빛나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제 상의를 벗어 올렸다.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뱉는 흉곽의 모양새부터 단단한 가슴팍의 윤곽과 갈라진 복근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어깨는 넓지만 허리로 갈수록 가늘어진 몸매가 거칠면서 가냘픈 느낌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서 묘하게 섹시한 분위기를 흘렸다.

나도 모르게 입을 또 벌리고 감상했는지, 설이가 콧숨으로 작게 웃었다.

소속사를 이적하며 새로 프로필 사진을 찍었는데 그때 담당했던 포토그래퍼 선생님이 인터뷰할 때에 그랬었다. '이 세상의 창조주가 수 많은 생명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실패와 성공을 거듭해서 알게 된 노하우로 최선을 다해서 겨우 성공작을 빚어냈다면, 그게 바로 한설이다.' 그 말은 설국지색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되었고, 팬들은 타투 레터링 문구를 드디어 정했다며 감격했다. 나도 그 문구를 액자에 넣어서 방 안에 장식해두고 매일 읽을 예정이다.

"형, 만져볼래?"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설이가 내 손을 잡아 제 가슴팍으로 이끌었다.

"아, 아니, 아니, 괘, 괜찮은데…?"

대답에 삑사리가 났다.

손끝에 닿은 단단하고 매끄러운 피부가 기분 좋아서, 어쩔 수 없이 손바닥을 설이의 가슴팍에 가져다 댔다. 따뜻한 체온과 함께 심장 박동이 손바닥으로 전해져 왔다. 두근거리는 그 소리 없는 고백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손가락을 미끄러뜨려 천천히 복근의 굴곡을 훑어 내렸다. 손끝 지문이 피부 위를 스치는 감각에 설이의 몸이 긴장한 듯 움찔거렸고, 단단한 근육이 꿈틀거리는 것을 손가락으로 느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던가. 설명을 아무리 들어도 그것보다는 실제로 한 번 보는 것이 더 확실하게 이해되듯이,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보다는 직접 만지고 느끼는 것이 더 분명했다. 설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완벽한 모습의 인간이 맞다. 내가 보증할 수 있었다. 설이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제 나도 만져볼래."

놀이를 하는 아이처럼 제 차례가 되었다는 듯 말한 설이가 고무줄로 된 내 잠옷 바지를 스륵 잡아 내렸다. 다정한 말투와 다르게 내 얼굴을 훑는 눈빛이 깊어서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해버렸다. 설이의 뜨거운 손이 내 속옷 위를 부드럽게 쓸었다.

……정말 말하기도 창피하지만, 사실은 아까부터 이미 속옷이 살짝 젖어 있었다. 정말 아주 살짝, 야한 상상을 하며 잠들었을 때나 의도치 않게 야릇한 시청각자료를 마주해서 자극을 받았을 때처럼 찔끔 젖어버렸다. 아마 젖은 부분은 팬티 색이 살짝 변했을 테지만,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그래도 설이의 손끝에 젖은 게 느껴질 까봐 노심초사하며 허리를 조금 비틀었다.

이런 상황에 이런 말을 하기도 뭣하지만, 그래도 내가 형인데…… 점잖지 못하고 변태 같이 보이면 어쩌나 걱정이었다. 비록 지금 상황이 묘하게 되어버렸어도, 어찌되었건 간에 형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으응, 잠… 잠깐만…"

그러나 그런 나의 고뇌를 모르는 설이는, 쓸데없는 생각할 시간 따위 주지도 않겠다는 듯 팬티 위 불룩한 곳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는 내 허벅지를 침대 시트 위로 꾹 눌러 벌리면서 그 사이로 자리한 설이가 허리를 구부렸다. 성스러운 것에 입맞추듯 내 그것에 입술을 댄 설이의 얼굴이 믿을 수 없었다.

"마, 만진다며! 소, 손으로… 손으로 해야지…!"

반칙하지 말라는 듯 빽 소리를 치며 설이의 차돌 같은 어깨를 밀어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시각적으로도 촉각적으로도 자극이 너무 세서 심장이 벌렁거렸다. 눈 앞에 벌어지는 일과 머릿속으로 인지하는 것에 시차가 생겨서 조금 늦게 생각이 따라갔다. 팬티 속 내 것을 입술로 살짝 누르듯 머금는 장난에 흡, 숨을 참았다. 아랫배 쪽이 딱딱하게 뭉치고 동시에 약간의 사정감이 느껴졌다. 얼굴이 터질 것 같이 뜨거워져서 설이의 맨 등을 아프지 않게 찰싹 내리쳤다.

"입, 입으로 그러는 거 아니야…!"

다급한 내 목소리에 설이가 피식 웃었다. 비록 유치원 선생님의 훈계같이 말해버렸지만 지극히 당연한 말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설이는 재미있는 농담을 들은 듯 고개를 여유롭게 끄덕였다. 그리고는 알았다는 듯 내 아랫배에 입을 맞추며 위쪽으로 올라와 몸을 겹쳤다.

손으로 할게, 나를 달래는 말투로 허벅지를 감싼 손바닥이 팬티 속으로 기어들어왔다. 어둠에 눈을 감출 수는 있어도 손에 닿는 축축함은 내가 어찌 숨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미 팬티 속은 묽은 선액이 고여 있었고 고간을 간지럽게 긁는 손톱이 느껴졌다.

"흣…"

귓가에 입술이 바짝 닿았다.

"형, 젖었네."

기쁘다는 듯 감탄하는 설이의 목소리가 너무 야했고, 민망함에 울컥 눈가가 뜨거워졌다.

이렇게 젖다니, 나는 형도 아니야.

자학의 메아리가 머릿속을 새하얗게 채우고 있을 때쯤, 팬티 속으로 손바닥까지 밀려 들어왔다. 내 걸 만지는 게 설이의 하얗고 긴 손가락이라는 사실에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생각할수록 배덕감에 몸이 떨려왔다. 요도 끝을 문지르는 손길에 이상한 신음이 샜다.

"으응! 핫, 아니… 이건 저기… 시, 신음이 아니라…!"

변명할 틈을 주지 않고 팬티가 끌어내려졌다. 허벅지와 무릎, 종아리를 통과해 기운 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철퍽, 젖은 소리를 내는 바람에 팬티는 퇴장하는 순간까지 내게 수치심을 안겨주었다.

엉덩이를 감싸 쥐고 수제비 반죽처럼 부드럽게 주무르며 옆구리에 콧날을 비비는 설이의 간지러운 공격에 나는 발가락을 꼬며 몸을 비틀어댔다. 어느새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신음 따위는 신경 쓰이지도 않게 되었다.

학교 다닐 때도 그렇게 공부를 잘하더니 설이는 놀라운 습득력으로 내가 느끼는 곳만 금새 찾아내어 혀로 부드럽게 핥고 깨물었다. 내 몸에 있는 줄도 몰랐던 성감대를 발굴하는 재주까지 있었다. 아랫배부터 명치까지 길게 핥아 올리는 느낌에 이미 내 아래가 바짝 서 버렸다.

내가 이렇게까지 잘 느끼는 체질이었던 건가. 당황스러워서 허리를 발발 떨면서 나는 마음을 다 잡았다. 이건 역시 내 동생이 지나치게 잘난 탓이다. 설이가 섹시한 눈빛으로 날 녹여먹을 듯이 쳐다보면서도 손바닥 위의 순두부라도 다루듯 나를 소중하게 쓰다듬는 손길이 견딜 수 없이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이다. 이건 전부 설이 때문이다.

벌떡 일어난 설이가 침대 아래로 내려간다 싶더니, 부스럭거리며 무언가를 가지고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그 틈에 숨을 고르며 살짝 손바닥을 내려 서 있는 아래를 가리고 누워 있는데 딸깍, 뚜껑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걸쭉한 로션 같은 것을 손바닥에 쭈욱 짜냈다.

"저기, 그건…"

"형 처음이잖아. 아프게 하기 싫거든."

다정한 목소리에 얼굴이 붉어졌다.

처음인 건 맞지만, 그렇게 직접 설이의 입을 통해서 들으니까 내가 되게 덜 떨어진 놈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내가 그럴 능력이 없어서 처음인 게 아니라 너랑 잘 살아보려고 아득바득 일하느라 바빠서 그랬어, 하고 변명을 해볼까 싶어서 입을 뻐끔거렸지만 끈적하고 미끌미끌한 로션을 묻힌 손바닥이 엉덩이골 사이로 불쑥 들어왔다.

"헉…!"

구멍의 주름을 세듯이 만지작거리는가 싶더니 움찔거리는 구멍 사이로 설이의 긴 손가락이 거침없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바싹 다가와 몸을 붙이며 설이가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맨 다리를 무언가가 빠르게 스치는 간지러운 감각에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이내 그게 설이의 부드러운 꼬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꼬리가 나왔구나. 허벅지 바깥쪽부터 휘어 감싼 꼬리가 나를 달래듯 느리게 움직였다.

손가락을 하나 더 집어넣는 거침 없는 손길에 나는 몸을 구부리며 설이의 팔뚝을 지지하듯이 잡고 끙끙거렸다. 이물감도 이상했지만, 무엇보다도 너무 부끄러웠다. 시청각 자료로 배웠던 섹스라는 건, 무척 빠르고 짧게 뚝딱 끝나는 과정이었는데. 아무래도 클라이맥스 부분만 편집해서 본 격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던 모양이다. 알몸으로 벗겨져 다리를 벌리고 있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쪽팔렸다. 그것도 동생 앞에서.

"으으…"

"아파? 더 천천히 할까?"

고개를 기울이며 묻는 설이의 목소리에서 겨우 참고 있는 힘겨운 숨결이 느껴졌다. 그래도 나도 남잔데, 지금 설이가 얼마나 인내심을 보이고 있는 건지 쯤은 알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태풍처럼 불어 닥쳐 쏟아낼 것 같은 눈빛으로도 설이는 천천히 손가락으로 구멍 안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힐끗 시선을 내려 하반신 쪽을 보니 바지 안쪽의 묵직한 실루엣이 어렴풋하게 보였다. 어둠 속으로 가늠하기로도 엄청난 상태였다.

"괘, 괜찮은데… 저기… 읏……"

"응?"

이런 거 물어보면 안 되려나, 꼰대 같은 형이라고 질려 할까,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나로서는 궁금하고 걱정되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어두운 실내에 흔들리는 동공을 숨기며 겨우 입을 열었다.

"설이 너도, 처… 처음인 거 맞지?"

피식, 바로 웃음을 지으면서 설이가 내게 바짝 상체를 붙여 뺨에 입술을 댔다. 도톰하고 뜨거운 입술이 몇 번이나 쪽 쪽 닿았다가 떨어졌다.

"형 아닌 사람하고는 못해."

그렇구나. 그렇지, 우리 설이가 어디 가서 못된 애들이랑 어울려 다니면서 이런저런 야한 일들을 배울 그런 애는 아니지. 안심하는 한편으로는 설이의 대답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한다니.

"…어?"

엉덩이 안쪽을 점차적으로 꾸욱 넓히는 손길에 절로 입이 벌어져 어? 하고 되물어버렸다. 설이는 집중하듯이 고개를 숙여 내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채로 대답했다.

"다른 인간들은, 꺼림칙하고 더러워서 싫어."

천사 같은 목소리로 그런 말을 하는 구나, 내 동생.

그러나 고간을 문지르는 야릇한 손길에 내 생각이란 모든 생각은 머릿속에서 가루처럼 날아가기 시작했다. 몸 안을 유영하듯 움직이는 손가락이 안쪽에서도 어딘가 은밀한 벽면을 찔끔 문질렀고, 바짝 선 내 것이 액체를 뿌려댔다. 바르르 다리가 떨렸다.

"헉! 뭐…! 하아… 뭐지? 설아, 거기……"

"응. 이제 넣어도 될 것 같아."

기쁜 듯이 대답하는 설이의 목소리에 침을 꿀꺽 삼켰다. 올 게 왔구나.

손을 뻗어 설이의 머리카락 사이에 돋아난 쫑긋거리는 뾰족한 귀 끝을 만지작거리자, 조금 긴장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이래봬도 나는 한 번 마음을 정한 것을 후회하거나 쉽게 철회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우직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나는 하나도 두렵지 않다.

찌이익, 비닐을 찢는 소리에 내려다보자 몸을 세운 설이가 콘돔으로 추정되는 것을 꺼내 입 쪽에 가져다 대더니 혀를 넣고 훅 불었다.

"너… 이, 이런 거 쓸 줄 알아?"

인공적인 체리 향이 퍼졌다. 설이는 응, 하고 수줍게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라운지에 내려가기 전에 직원이 어매니티와 부가적인 것에 대해서 물어보겠다며 체크리스트를 주었다. 그런 게 처음이라 설명해달라고 했더니 내 취향의 입욕제 향을 고르도록 도왔었다. 그것 외에도 이것저것 물어볼 때, 무슨 사이즈를 묻기에 나는 가운과 잠옷 치수를 물어보나 싶어서 스몰이나 미듐으로 달라고 했었다. 그때 설이가 고개를 저으며 '가능하면 엑스라지 핏 이상으로 부탁 드린다'고 대답했었다.

가운도 속옷도 모두 적당한 크기로 전달 받아서 잊고 있었는데, 어쩌면 그게 옷 사이즈를 묻는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리고 설이가 대답한 것 역시 옷 사이즈가 아니었고.

"공부했어."

칭찬해달라는 듯 얼굴을 들이밀며 설이가 싱긋 웃었다.

"형 임신하면 안 되니까."

"……응?"

방금 설이가 뭔가 이상한 말을 한 것 같은데.

그러나 자신의 바지와 속옷을 단번에 골반 밑으로 끌어내린 설이의 하반신 쪽에서 무언가가 퉁, 튀어 오르는 것이 보여서 나는 다른 것을 더 물을 수 없었다.

"……자, 잠깐, 설아. 그… 그건… 그러니까…"

 무릎으로 선 설이의 등 뒤로 달빛이 새어 들어왔고, 나는 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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