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준과 한설
너 동생 잘못 키웠다.
그 말만큼 나를 발끈하게 만드는 발열 버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중학생 때까지 매년 별명이 ‘흰 멸치’로 통일이었을 정도로 마르고 볼품없는 몸이지만, 그래도 일대일로 맞붙는 싸움에는 자신이 있었다. 물론 동생을 지키기 위해서 정신과 기술을 연마해온 덕분일 것이다. 한 살 아래 동생은 곧잘 또래 아이들과 시비가 붙었고, 그럴 때 누가 내 동생의 어깨라도 툭 건드리면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네가 뭔데 내 동생을 건드려?’가 여덟 살 무렵 가장 많이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평소에 내가 성질을 죽이고 사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도 역시 하나뿐인 동생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강원도 산골에서 실족사한 이후로, 홀어머니는 우리 형제를 데리고 서울로 상경했다. 시장에 채소를 떼어다 팔며 고생하셨고 결국 내가 열일곱, 동생이 열여섯이던 이 년 전에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
국가보조금과 외삼촌의 지원으로 무리 없이 동생과 나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으나, 그것도 내년까지였다. 곧 졸업하게 되면 나는 어디든 입사해서 동생을 보살필 생각이었다. 막노동판에 가게 되더라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나를 써준다면, 그것으로 감사할 판이다.
"설이 신경 쓰지 말고, 준이 너 하고 싶은 거 해라. 삼촌이 설이 고등학교 졸업까지는 힘써 볼게."
엄마를 닮아 다정한 삼촌은 그렇게 말해주었지만, 더는 신세 질 수는 없었다. 동대문에서 특수종이 인쇄업을 하시는 삼촌의 주머니 사정도, 삼촌 가족들과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실정이었다. 외숙모 눈치를 봐가며 몇 년간 우리 형제를 지원하는 것도 무척 힘들 것이었다.
"괜찮아요, 삼촌. 저는 설이 대학까지 가르치는 게 꿈이고, 그게 제가 하고 싶은 거예요."
삼촌은 끝내 내 의지를 꺾지 못했고, 최근에는 내가 졸업할 때쯤 할만한 괜찮은 일거리에 대한 소식을 물어다 주고 계셨다.
그러니까 나는, 설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하나뿐인 설이의 형인 것이다.
***
"다시 한번 말해봐, 개새끼야."
"너 동생 잘못 키웠다고. 미친놈아."
생긴 건 꼭 누가 먹다 버린 감자떡같이 생겨가지곤 겁도 없이 설이 이름을 입에 올렸다.
지난주, 농구 시합 도중 설이를 마크하다가 설이의 어깨에 얼굴을 부딪쳐 눈두덩이 시퍼렇게 멍든 그놈이었다.
객관적으로 말해서, 사실 그 부상도 이 머저리 탓이었다. 제가 상대할 수 없는 실력자 설이에게 괜히 지나치게 몸을 밀어붙이다가 접촉 사고가 난 것이다. 농구장 바닥에 나뒹굴면서 엄살을 피워댔고, 결국 교내로 응급차까지 들어왔다. 시력을 잃었다며 울고불고하더니 각막 손상은 있지만, 시력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러 가해한 것이 아닌 만큼, 설이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그러나 부상이 있었으니 담임은 설이를 불러서 한참 설교했다. 보호자인 삼촌에게도 일단 전화가 갔으며, 치료비용은 내가 부담하는 것으로 합의를 마쳤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렇게 시비를 거는 것이다.
"내 동생이 어디가 어때서. 뭐가 문젠데 지랄이야?"
"성깔은 네가 더 문제였네."
이제는 동생으로도 모자라 나까지 모욕하고 있다.
놈은 아니꼬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며, 물론 왼쪽에는 안대를 하고 있어서 한쪽뿐이지만, 분노 섞인 눈빛으로 이를 갈랐다.
"내 눈 이렇게 만든 건 네 동생 새낀데, 어떻게 찾아와서 미안하단 말 한 번을 안 하냐?"
"삼촌이랑 내가 너네 엄마한테 사과했잖아. 그리고 돈도 물어줬잖아. 뭐가 문제야."
"아니, 다치게 한 당사자는 왜 사과가 없냔 말이지."
비릿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치밀었다.
설이는 고등학교 입학식 때부터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부모들도 제 자식이 아니라 설이를 카메라에 담아갈 정도였다. 이미 그때부터 백팔십을 넘은 훤칠한 키부터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주변 배경이 흐릿해지고 포커스가 맞춰지는 얼굴부터가 이미 눈에 띄는 존재였다.
내가 보기에는 어릴 때부터의 기본 표정이라 멍해 보여 귀엽기만 한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이 항간에는 속세의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무심하고 차가운 시선이라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달빛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검은 눈동자와 전체적으로 갸름하지만, 야성적으로 선이 굵은 턱선 같은 것이 또 매력이었다. 눈처럼 흰 피부는 '설'이라는 이름과 꼭 어울렸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평소 말이 없어서 자주 들을 수 없기에 더 귀중하다는 말도 들려왔다.
그것뿐이 아니라 설이의 진짜 매력은, 문무를 겸비한 인재라는 것이다. 룰을 익히고 나면 모든 구기종목은 그저 몸은 거들 뿐, 바람처럼 날아다녔다. 육상 할 때의 설이는 꼭 노루 같아서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미술특기생이 달리는 설이를 그려서 교외 미술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 학년 일 학기인 지금까지 학년 석차는 당연히 상위권이고, 전국 석차도 높아서 이미 벌써 부터 원하는 대학이라면 골라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니 그런 설이를 시기하는 악의 무리가 모락모락 피어날 수밖에 없긴 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머저리도 그런 놈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게다가 지난주의 농구 시합은, 교내 가장 인기 많은 삼 학년 한지윤도 관람하고 있었다. 이미 모델 에이전시와 계약했다는 한지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우스꽝스럽게 눈탱이가 퉁퉁 부어 주저앉았으니, 원한이 생길 만했다. 하지만 그건 애초에 자신이 자초한 일이었고, 설이에게는 잘못이 없다.
"설이 사과가 그렇게 받고 싶냐?"
"그래. 내 앞에 와서 무릎 꿇고 빌라고 해라. 안 그러면 학폭위 열 수도 있으니까."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교복 셔츠 소매 단추를 풀고 걷어 올렸다.
"넌 이거나 받아라, 새꺄!"
내 주먹이 날아간 것은, 순식간이었다. 안대를 착용하고 있지 않는 나머지 한 눈깔에 내 주먹이 내리 꽂혔을 때의 비명은 복도를 가득 울리는 차임 벨소리보다 더 울림통이 컸다.
***
"한준, 너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냐. 어?"
"...죄송합니다."
담임은 야단났다는 듯 안경을 교무실 책상에 벗어두고 마른 세수를 했다.
안 그래도 2학년 2반 담임이 조심하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 사건으로 저희 반 한설에게 시비 거는 놈이 생겼으니, 선생님 반 의준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라는 예언에도 담임은 설마 싶었다고 한다. 나름대로 얌전하게 교내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나를 믿었던 것이다.
담임은 거의 울상이었다.
"너 이제 졸업 때까지는 조용히 지내기로 했잖냐. 어?"
"네."
"나도 네가 이유 없이 누굴 패고 다닌다는 말은 안 믿어. 이유가 다 있었겠지. 하지만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면, 선생님은 너희 삼촌을 또 오시라고 부를 수밖에 없어. 그건 너도 원하는 게 아니잖냐. 어?"
"네…. 잘못했습니다."
담임은 어쩌다 보니 삼 년 내내 나의 담임이었고, 동생과 단둘이 사는 나를 응원하고 예뻐했다. 그래서 학교폭력위원회가 소집될 뻔 한 상황도 몇 번이나 무마시켜주었다. 그래서 나도 가능하면 담임 속을 썩이지 않고 최대한 조용히 졸업하고 싶었는데, 세상은 날 도와주지 않는다.
담임은 마른 입술을 침으로 축이며, 뭔가 말하기를 망설였다.
"저기 말이야,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지만…. 1반 김경수 아버지께서 사업을 크게 하셔. 우리 학교 농구팀도 그분 지원을 많이 받는다는 것 같더라. 경수 어머니께서는 너도 알다시피 유명하신 아나운서로 활동하셨고, 그 집은 꽤 살림이 넉넉한 편인 거야."
"...무슨 말씀하시는지 알아요."
"그래, 미안하다."
내가 그 집에 찾아가서 무릎 꿇고 빌고 오겠다고 하자, 담임은 놀란 얼굴로 말렸다.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담인 선에서 잘 타일러볼 테니까 기다리라는 말을 했다.
한숨을 푹 내쉬며 교무실 밖으로 나오자, 우정혁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 표정만 보고도 우정혁은 무슨 상황인지 알겠다는 듯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야비한 새끼네 집 잘 산대지?"
"그렇다네. 뭐 엄청 부잣집인가 봐."
우정혁은 씹던 껌을 포장지에 뱉어 뭉치더니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리곤 내 곁을 따라서 복도를 걸으면서 내 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었다. 나보다 훨씬 키도 크고 노안이기도 하지만, 이럴 때 보면 연장자 느낌이 났다. 한 살 꿇어서 스무 살인 건, 결국 티가 나는 모양이다.
"그거 봐라, 내가 상대하지 말랬지."
"그러게. 좀 참을걸. ...내가 돈은 다음 달까지 꼭 마련해서 줄게."
"됐어. 일렉 기타 사려고 꿍쳐둔 돈이었는데, 이미 샀어. 천천히 갚아."
"고맙다."
우정혁은 좋은 놈이었다.
눈탱이만 부은 정도였으면서 정신적인 피해보상까지 원하는 바람에, 단번에 이백오십만 원이 깨졌다. 그 중에 백만 원은 우정혁의 돈이었다. 다음 달이라고 하늘에서 갑자기 백만 원이 뚝 떨어질 리 없지만, 그래도 우정혁이 천천히 갚으라고 말해줄 게 뻔해서 한 말이었다. 염치없지만, 그래도 우정혁에게 돈을 빌리는 편이 삼촌에게 의지하는 것보다는 훨씬 마음 편했다.
"오늘 끝나고 우리 집 가자. 아무도 없어."
우정혁의 집은 넓은 데다가 제 방안에도 거실이 있었다. 개인 영화관까지 갖춘 그 왕국에 놀러 가면 즐길 것은 많았지만, 내게는 사실 그런 호사스러운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기도 하고.
"설이 저녁 차려줘야 해."
"오늘은 독서실 안 간대?"
"어, 거기 에어컨 공사한다고 집에 가라고 했나 봐."
교내에서 성적 우수한 학생들만 따로 독서실을 끊어주는데, 설이는 당연히 그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늦게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편이었다. 물론 자율학습이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데, 좋은 기회이니까 꼭 참여하라고 했던 것은 바로 나였다. 설이는 학교 끝나면 집에 와서 나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했지만 단호하게 끊어냈다. 나라고 해서 설이와 단둘이 보내는 아늑한 시간이 기쁘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설이는 공부해서 장차 큰 사람이 될 거고, 다른 애들 공부하는데 놀게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자주 편의점 알바에 불려가야 해서 느긋하게 집에서 함께 뒹굴거릴 시간이 없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애들은 이렇게 짬날 때도 과외 하겠지? 우리 설이도 시켜야 하나..."
"걔 안 그래도 성적 좋던데, 뭘."
"그래도, 괜히 다른 애들보다 못해주면 뒤떨어질 까봐 걱정돼."
"극성 학부모."
"오늘은 소 불고기 사다가 파 많이 넣고 볶아줘야겠다. 설이 그거 좋아하거든."
"애 아빠."
"야, 우리 설이 내가 부모소리 듣는 거 싫어한단 말이야. 하지 마."
"괜찮아. 어차피 걔는 내가 널 뭐라고 불러도 나 싫어해."
우정혁은 교복 셔츠 앞 주머니에 새로운 껌을 하나 꺼내 씹으면서 심드렁하게 말했다. 납득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르지만 설이는 우정혁을 싫어했다. 우리에게 늘 도움이 됐으면 됐지, 피해 한 번 준 적 없는 일 년 꿇은 부잣집 도련님 우정혁을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우정혁과 둘이 대화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기만 해도 눈 끝이 올라가서는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걔는 말이야, 한준 너를 독차지하고 싶은 거지. 그래서 내가 거슬리는 거야."
"무슨! 너 우리 설이 그런 속 좁은 애새끼 취급하지 마."
우정혁이 손가락을 부딪혀 딱 소리를 냈다.
"속 좁은 애새끼! 딱 그거네."
내가 아무리 노려봐도 우정혁은 번복하거나 사과하는 법이 없어서, 결국 나도 포기했다.
사실 어느 정도 우정혁의 말도 일리 있었다. 설이는 어렸을 때부터 되도록 집밖에 나가지 않도록 했고, 결국 오래 사귄 친구라고 해봐야 집에서 늘 같이 있는 형인 나 정도였다. 나하고만 놀았으니, 유대감도 나와 깊어지는 게 당연했다. 그러니 열여덟이 된 지금도 설이는 어린아이처럼 수줍고 나를 잘 따르는 것이다.
***
"너 왜 이렇게 일찍 왔어!"
"형."
학교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마트까지 가서 장을 봐오느라 조금 늦은 감은 있어도, 서둘러서 집에 돌아왔는데 설이의 파란 컨버스화가 신발장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평소라면 독서실에 가지 않아도 교실에서 자습을 더 하기 때문에 취업반인 나보다는 2학년 설이 수업이 더 늦게 끝났다. 아마 자습도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형, 보고 싶었어."
"어이구..."
장봐온 것을 부엌 싱크대에 올려놓고 뒤돌아 서자, 샤워를 마친 설이가 바짝 다가와 나를 끌어안았다. 여전히 어린애 같은 내 동생, 언제 이렇게 컸을까. 역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성장이 빠른 걸까.
내 얼굴이 설이의 쇄골부근에 파묻혔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흘러내린 물방울이 설이의 맨 등을 적셨다. 등을 도닥여주고 내게 자꾸만 엉겨 붙는 설이를 겨우 몸에서 때어냈다.
"어휴, 머리카락에서 물 떨어지잖아. 바로 머리 말려야지. 윗옷도 어서 입고. 너 감기 걸린다?"
"혀엉."
칭얼거리는 낮은 목소리와 나를 내려다보는 검은 눈동자가 귀여워서 피식 웃고 말았다.
"알았어, 내가 머리 말려줄게. 냉장고에 넣을 것만 넣어놓고 갈 테니까, 얌전히 기다려."
"응."
말 잘 듣는 착한 내 동생은 큰 키와 널찍한 어깨에 어울리지 않게도 조르르 방으로 달려갔다. 아마 드라이기 코드를 꽂아놓고 그 앞에 얌전히 무릎 꿇고 앉아서 나를 기다릴 것이다. 어릴 때부터 설이는 내가 쓰다듬어주는 것을 유독 좋아했는데, 아마 첫만남부터 내가 자주 털을 쓸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 좋은 흰색과 검은색 무늬가 섞인 설이의 등 털은 보드랍고 기분 좋았다. 아마도 어린 짐승이었기에 더 털 결이 좋았을 것이다.
소고기와 채소들을 냉장고에 잘 수납해두고 개수대에서 손을 씻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니나 다를까 설이는 침대 밑에 앉아서 드라이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 나는 문틀에 선 채로 허리에 손을 짚고 서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설. 너 지금 귀랑 꼬리 나온 거 알고 있어?"
흰색과 아이보리색, 검은색으로 그라데이션 되어 있는 타원형 무늬가 꼬리에 선명하게 살아 있다. 바닥을 탁 탁 쳐대는 긴 꼬리가 나를 발견하자 바짝 서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어느새 인간의 귀가 사라지고 관자놀이 위쪽으로 흰 표범의 귀가 쫑긋 서 있었다. 내 목소리에 반응해서 파닥이는 귀끝털은 검정색으로 포인트가 되어 있어서 다른 고양이과 동물들과는 구별되었다.
윗옷을 입으라고 했더니 머리 만져주는 게 기대되어서 잊어버렸는지, 상체는 드러낸 채 귀 끝을 쫑긋거리며 꼬리는 계속해서 꼬물거렸다.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키만 큰 열여덟의 청년이 표범의 꼬리와 귀를 내놓은 채 새까만 눈을 빛냈다.
"형, 빨리 나 머리 말려줘야지. 응?"
거의 타이르는 말투였다. 동생주제에 한 살씩 나이를 먹을수록 나를 어르고 구슬리는 방법만 늘어간다.
"이리 와."
한숨을 내쉬면서 나는 설이의 검은 머리카락과 보드라운 표범 귀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반응해 설이의 꼬리가 부르르 떨렸다. 내가 이래서 내 동생을 싸고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내 동생은 설 표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