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
나 혼자 10만 대군 201화
59장 나 혼자 10만 대군 (6)
밝은 달이 비추는 곳에 오연히 서 있는 그것은 틀림없는 그림자였다.
올바른 형체를 가지고 있지 않고, 그저 검은 형상만이 존재해 그 무엇도 제대로 알 수 없을 것 같이 생긴 그림자.
“너는……?”
나는 그를 보며 물음을 던졌고, 그는 대답했다.
“나는 ‘샤넬리오스’다.”
“……샤넬리오스?”
담담한 음성으로 전해지는 대답에 나는 저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레 떴다.
‘샤넬리오스’라는 이름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로우레테에게 들었고, 그 남자에게서도 들었으니까.
“네가 샤넬리오스라고?”
“그래. 네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은 본래 나에게서 비롯된 것들이지.”
내 물음에 감정의 고저 없이 묵묵히 말하는 그림자, 샤넬리오스를 보며 나는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이내 물었다.
“나는 어떻게 된 거지?”
“아무것도 변한 건 없다. 너는 사탄의 공격에 맞아 볼품없이 바닥에 처박혀 있고, 이제 곧 사탄의 마력이 네 머리통을 날려 버릴 예정이지.”
“뭐?”
“다만, 네 정신만이 이곳으로 온 것이다. 정확히는 내가 불렀지.”
“네가 나를 불렀다고……?”
그 말에서 나는 묘한 모순을 느꼈다.
적어도 내가 들은 이야기에서 내 능력의 원천이 되는 샤넬리오스는…….
“분명…… 소멸했다고 들었는데.”
맞다.
분명 로우레테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샤넬리오스는 소멸했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림자를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가볍게 좌우로 저었다.
“아니, 소멸하지 않았다. 애초에 소멸이라는 말 자체가 내게는 어불성설이지. 나는 ‘그림자’고, 그림자는 어디에나 있으니까.”
그는 그렇게 말한 뒤, 눈조차도 보이지 않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지?”
“뭐?”
“왜 질 거라고 생각하냐 이 말이다.”
샤넬리오스의 말에 나는 그가 지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고, 이내 말했다.
“정확히 진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너무 차이가 나서.”
“……차이가 난다고?”
“그래.”
긍정과 함께 나는 조금 전 마력을 흩뿌리고 난 뒤의 사탄의 모습을 떠올렸다.
눈으로도 쫓을 수 없었고, 본능적으로도 사탄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없었다.
무의식 속에서도 만들어낼 수 있는 그림자는 사탄의 힘과 권능에 의해 무참하게 깨졌고, 내 공격은 더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그 어느 하나로도 나는 마력을 개방한 사탄을 따라갈 수 없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니 샤넬리오스는 말했다.
“뭘?”
“정말로, 네가 사탄을 제대로 쫓을 수 없냐고 생각하냐 이 말이다.”
“……생각이고 뭐고, 이미 조금 전 싸움에 의해서 힘의 차이가 보였잖아……? 네가 내 싸우는 장면을 봤을지 안 봤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보지는 않았지만 네 기억에서 읽을 수는 있지.”
“그럼 알겠네.”
“그래, 적어도 네 기억 속에서 너는 앞뒤 안 가리고 돌격한 사탄에게 죽도록 쥐어 터졌군.”
“…….”
“쥐어 터지고 난 다음에는 사탄한테 밟혀서 끅끅거리다가 이제는 죽을 위기에 처해 있구나…….”
어째 말투가 좀……?
내가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샤넬리오스를 바라보자 그는 담담히 말했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지? 나는 네 기억으로 본 ‘사실’만을 말했을 뿐이다만.”
“…….”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곧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떠들어 봤자 되는 건 없으니까.
내가 입을 다물고 있자 그는 나를 슬쩍 보는 듯한 느낌으로 훑더니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쥐어 터졌다고 해서 네가 졌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조금 우습군.”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다. 네가 쥐고 있는 능력도 일부분밖에 쓰지 않고, 싸우다가 쥐어 터진 다음 하는 말이 우습다는 거지.”
“……능력을 일부분밖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그럴 리가?
나는 분명히 사탄과 싸우며 쓸 수 있는 능력은 모조리 썼다.
각성부터 시작해 아이템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동화를 썼고, 이미테이션과 영체 합일, 그리고 신격화를 통해 지금의 내가 끌어낼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냈다.
그런데도 부족하다고?
“부족하다. 한참 부족하지.”
“……어디서?”
“너는 그림자들을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그림자들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그래, 잘 생각해 봐라. 지금 싸움에서 네가 제대로 그림자를 사용한 적이 있나?”
“그야 당연히 능력을 사용해서 사탄과 싸움을 벌였으니…….”
후-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묘한 한숨을 내쉬더니 나를 바라봤다.
분명 그림자의 형상일 뿐이라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그가 나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네가 모든 그림자의 능력을 다 사용했다고?”
“……우선은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럼 그 녀석에게 받은 ‘그림자’는 도대체 왜 사용하지 않았지?”
“……뭐?”
“그 녀석에게 받은 고대의 신수들과 인간들의 그림자 말이다.”
“내 기억을 제대로 읽은 것 맞아? 나는 분명히 신격화를 사용하며 그 그림자들을 사용했…….”
“쯧.”
내 말에 그는 짧게 혀를 차고는 나를 바라본 뒤 말했다.
“정말 너는 그게 ‘그림자’를 사용하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하나?”
“뭐……?”
“아니, 틀렸다. 지금 네가 그 녀석들을 사용하고 있는 건 ‘네’가 능력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그냥 능력을 날뛰게 내버려 두고 있는 거다.”
그와 함께 샤넬리오스는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려 짧게 손짓했고, 곧 그의 옆에 거미의 형상을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건…….”
그 거미의 형상을 한 그림자.
“이 녀석은 세이크리드라고 불리는 고대의 신수다. 능력으로는 상대가 강한 마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절대로 끊을 수 없는 마력의 실을 쏘아 보낼 수 있지.”
샤넬리오스는 그렇게 말하더니 거미의 형상을 한 그림자에 자신의 손을 가져갔고, 놀랍게도 거미형상의 그림자는 샤넬리오스가 손을 대자마자 그의 몸속에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촤아아아악! 꽈아악!
“!?”
샤넬리오스의 손에서 튀어나온 은회색 빛을 띄고있는 실은 거짓말처럼 빠른 속도로 튀어나와 내 손을 붙잡았다.
나는 순간적으로 끌어 당겨지는 힘에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눕혀 저항하면서 말했다.
“그건, 영체 합일?”
“아니, 틀렸다.”
“……영체 합일이 아니라고?”
분명 샤넬리오스는 거미의 형상을 자신에게 흡수해 능력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영체 합일을 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샤넬리오스는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는 내 표정을 보더니 몇 번이고 내쉬었던 한숨을 또 한 번 내쉬며 말했다.
“애초에 너는 왜 그런 걸 나누고 있지? ‘영체 합일’이니, ‘그림자 영체’니, 그것도 아니면 ‘각성’도 그렇고, 대체 왜?”
“그거야 당연히 시스템이…….”
“……아, 그런 것이었나.”
그는 내 말을 듣더니 불현듯 깨달았다는 듯 짧게 고개를 끄덕이곤 이내 슬쩍 뒤를 돌아 떠 있는 달을 바라보았다.
주변을 하얗게 비추고 있던 달은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서히 어두워져 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어두워지고 있는 달을 한 번 확인한 그는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내 능력을 모두 계승한 계승자여, 내가 아주 간단한 깨달을 하나를 주도록 하지.”
“깨달음?”
그는 내 물음에 굳이 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네 능력은 다른 그 누구의 능력도 아닌 이 ‘샤넬리오스’의 ‘그림자’다.”
“…….”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그 능력은 ‘시스템’이라는 틀 따위에 구속당할 정도로 어리숙하고 약한 권능이 아니다.”
“그게…… 무슨?”
“그리고, 네가 가지고 있는 그림자들은 지금 상태의 사탄을 짓밟기에는 더없이 충분한 전력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그와 함께, 처음에는 밝은 빛을 내고 있던 달이 서서히 꺼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니, 잠깐!”
“이다음에 만나는 건 네가 사탄을 이긴 뒤로 하도록 하지.”
나는 점점 시야가 어두워짐에 따라 다급하게 샤넬리오스를 불렀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달빛이 사라지며 시야가 암전되고…….
“헙!”
콰아아아아!
나는 순식간에 에단의 능력을 사용해 사탄이 검은 구를 쏘아 보냈던 자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현실로 돌아오자마자 그전에 겪었던 익숙한 고통이 여기저기를 두드리기 시작했고, 몸을 가득히 감싸는 피로감은 내 의욕을 깎아 먹었지만…….
“…….”
머리만큼은 조금 전 샤넬리오스가 해 주었던 말을 끊임없이 되뇌며 스테이터스창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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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우현 칭호:---
성별: 남
나이: 27
능력: 그림자(shadow) [100,000]
[능력치]
[종합 평가 수준: 측정 불가]
[평가 잠재력: 측정 불가]
[스킬]
군집체
완전 동화(MASTER)
영역(MASTER)
집약(MASTER)
그림자 영체(MASTER)
영체 합일(MASTER)
각성(0/50,000)
그림자 흡수
신격화
그림자
[그림자 영체]
-사령술사 리치
-SS급 몬스터 드래곤
-악마 크세즈베트
-악마 엘리고르
-악마 벨리알
-악마 파이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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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위에 떠오르는 시스템창.
내가 어느 정도의 등급이고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그 시스템.
쾅!
“쥐새끼처럼 잘도 도망치는군.”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순식간에 내 앞에 나타난 사탄은 여전히 불길한 마력을 내뿜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말에 답하지 않고 그림자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까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탄이 손을 대기만 하면 그의 마력으로 환원되어버려 일부러 소환하지 않았던 그림자들이 내 주변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제각각의 형태를 가지고, 내 주변을 호위하듯 만들어지는 그림자들을 보며 사탄은 비웃음이 담긴 웃음으로 빈정거렸다.
“결국, 생각해 낸 방법이 그거냐?”
그 말에도 나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소환되는 그림자를 보며 나는 샤넬리오스가 한 말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그림자의 능력은 시스템이라는 틀 따위에 구속당할 정도로 어리숙하고 약한 능력이 아니라는 샤넬리오스의 말.
나는 저 멀리서 승리의 기쁨을 누리며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사탄을 보며 자신의 앞에 있는 형상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인간이지만 기이할 정도로 거대한 팔을 가지고 있는 그림자.
나는 그 형상을 향해 손을 내뻗으며, 샤넬리오스가 보여주었던 그 모습을 머릿속에 담았다.
그림자가 내 몸 속에 흡수되는 그 장면.
‘영체 합일’도 아니고,
‘이미테이션’도 아니고,
‘각성’도 아니었던 그 장면을.
나는 머릿속에 담았다.
[오류 일반 그림자를 상대로는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오류 일반 그림자를 상대로는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오류 일반 그림자를 상대로는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오류 일반 그림자를 상대로는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오류 일반 그림자를 상대로는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
…….
눈 위에 좌르르륵 떠 오르는 오류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앞에서 있는 형상에게 손을 가져다 대었고,
[오류 일반 그림자를 상대로는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오류 일반 그림자를 상대로는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오류 일반 그림자를 상대로는 스킬을 사용@#[email protected]#^#]
[오류 @#$^%#$^#$^#%^&$%$]
형상이, 내 몸 안으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