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10만 대군-200화 (200/202)

# 200

나 혼자 10만 대군 200화

59장 나 혼자 10만 대군 (5)

땅과 건물이 완전히 뒤집혀 잔해밖에 남지 않은 그곳에서…….

“후우, 후욱…….”

눈앞에 있는 사탄을 바라보며 거친 숨을 골랐다.

하나 목 끝까지 차오른 호흡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고, 그것은 내 앞에 서 있는 사탄도 마찬가지였는지 마찬가지로 숨을 고르고 있었다.

30분 전과는 또 다르게 변한 상황.

내 몸은 현재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입고 있던 흑색 코트와 상의는 이미 진작에 넝마가 되어 있었고, 숨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뼈 사이사이가 욱신거릴 정도로 온몸이 피로한 상태였다.

거기에 덤으로 그림자의 능력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어서 그런지 정신의 피로도 상당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탄도 마찬가지였다.

붉은 머리는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지고 넝마가 된 옷은 물론이고, 몸 여기저기에는 처음 그에게서 볼 수 없었던 흉터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고통스러울 것 같은 긴 상흔이 그의 몸에 만들어졌고, 그 상처에서는 검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사탄은 아직 쓰러지지 않고 있었다.

“네 녀석……!”

그러던 중 들려온 사탄의 목소리에 나는 피식 웃으며 빈정거렸다.

“너희들은 꼭 그러더라? 혼자 자신만만 했다가, 신나게 쥐어 터지고 나서 하는 말은 맨날 거기서 거기야.”

내 말에 사탄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졌지만 나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왜? 네 수법이 평생토록 유지될 줄 알았어? 응? 네 수법이 들키지 않기를 원했으면 입을 털지 말았어야지.”

“이 새끼……!”

쾅! 콰직!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내 앞으로 도약해 주먹을 내질렀지만 나는 마찬가지로 그의 주먹을 막아내며 말했다.

“설마 알았겠어? 자기가 최강이라고 까불던 놈이, 사실은 힘도 제대로 회복 못 해서 상대가 뿜어내는 마력을 ‘흡수’해서 재사용하는 놈이라는 걸 말이야……!”

“크윽……!”

짧은 침음을 흘리는 사탄을 보며 나는 주먹을 휘둘렀다.

쾅!

일순 거대한 소리가 터지며 사탄의 몸이 크게 뒤로 밀려났다. 나는 곧장 사탄과의 싸움을 재개하기 위해 몸을 긴장시켰다.

우연히 깨달았던 사탄의 약점.

그것은 바로 사탄의 마력이 아직 완전하게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가 스스로 영혼을 섭취해 마력을 회복한다는 소리를 하기는 했지만, 나는 사탄이 말 그대로 아직 마력이 전부 모여 있지 않은 ‘불안정’한 상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투둑…… 투두두둑!

쓰러진 돌 더미에서 일어나는 사탄을 보며 나는 다리에 힘을 줬다. 그리고 곧 들이닥칠 사탄의 공격을 기다리며 생각했다.

내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휘둘렀던 창에 상처를 입은 사탄의 모습에 나는 한 가지 가설을 내세울 수 있었고, 곧 그것이 맞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탄은 자신의 것이 아닌 ‘남’의 마력을 흡수해 다시 자신의 것으로 환원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능력’에 관한 부분에서는, 분명 주변이 박살 날 정도로 엄청난 힘을 쏟아부어도 아무런 상처조차 낼 수 없고, 반대로 마력을 사용하지 않은 공격은 유효타가 들어가는 것이었다.

게다가 거기에 덤으로 사탄은 마력을 이용하지 않으면 권능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게…….

콰지지직!

……그는 내가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맨몸으로 전투를 시작하고 난 이후부터는 전혀 권능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꽝!

사탄의 손에서 나타난 검은 칼이 다시 한번 나를 노렸는데, 나는 사탄이 칼을 휘두르는 틈을 타 그의 몸속으로 파고 들어가 팔을 쳐냈다.

“큭! 억!”

내 어깨에 의해 그의 팔이 일순 크게 들렸고, 나는 망설임 없이 그의 몸에 주먹을 박아 넣고 이은 공격으로 그의 머리에 발을 후려갈겼다.

콰지지직!

사탄의 머리가 땅에 처박히며 부서진 건물 잔해가 사방으로 튀어 오르고, 그 사이에서 나는 바닥에 처박힌 채 발을 휘두르는 사탄의 공격을 막아냈다.

쾅!

마력을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신체 능력만으로도 그림자의 능력을 둘둘 두른 나와 비슷할 정도의 묵직한 공격.

그는 발을 찍어 내린 상태로 힘을 주며 내 몸을 강제로 끌어내리고는 주먹을 올려쳤다.

“큭!?”

일순 주먹에 맞은 시야가 크게 흔들리며 고개가 돌아갔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팔을 올려 이다음에 오는 유효타를 막고 사탄의 머리가 있는 곳을 향해 발을 찍어 내렸다.

꽈아아앙!

크게 터지는 굉음 사이로 사탄이 공격을 피해낸 듯 멀쩡하게 일어나 주먹을 휘둘러온다.

콰득!

휘두르는 주먹을 받아내고 곧바로 주먹을 사탄의 얼굴에 꽂아 넣는다.

크게 들리는 사탄의 고개.

하나 공격은 멈추지 않는다.

막고 때리고, 또 막고 때리고,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주먹과 발로 서로를 죽이기 위해 움직인다.

주먹에 한 번 맞은 것만으로 시야가 크게 흔들렸지만, 주먹과 발은 본능적으로 움직여 사탄이 올 곳을 찾아냈다. 그것은 사탄도 마찬가지였다.

주먹을 막을 때마다 들리는 뼈가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주먹이 빗나갔을 때 들리는 폭음은 사탄의 주먹이 얼마나 매서운지 느끼게 한다.

그리고…….

“흡!”

꽝!

얼굴을 향해 짓쳐들어오는 사탄의 주먹을 간발의 차로 피해낸 나는 곧바로 사탄의 얼굴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크게 흔들리는 그의 몸은 그 와중에도 내가 있던 곳을 본능적으로 찾아 주먹을 날렸지만…….

콰가가가각!

나는 미리 몸을 옆으로 움직여 사탄이 휘두른 주먹을 피함과 동시에 그의 얼굴에 다리를 찍어 내리고는 손에 능력을 집중했다.

그러자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내 손에 쥐어지는 엘리고르의 창.

나는 사탄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그대로 창을 내리꽂았고.

“크아아아악!”

“!?”

내 창은 사탄의 심장에 닿지 못한 채 사라졌다.

오히려 조금 전까지 사탄의 몸을 밟고 있던 내가 사탄이 갑작스레 내지른 충격파로 인해 건물에 처박혔다.

“이건 또 무슨……!”

곧바로 정신을 차린 뒤 처박혔던 건물에서 일어나 그가 있던 곳으로 달려나갔다. 사탄은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검은 마력을 사방으로 흩뿌리며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다. 원래라면 네 녀석들을 죽이고 마력을 흡수해 신계로 갈 생각이었지만……!”

사탄은 조금 전까지 보지 못했던 검은 마력들을 사방으로 폭사하더니 나를 바라보곤 말했다.

“이제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나는 네 녀석을 이곳에서 완전히 죽여 버리고 네가 있는 이 2지구를 완전히 박살 내서 다시는 문명이 나타나지 않도록 만들어주마……!!”

콰지지지직! -핏

“뭐……!”

“죽어라!”

콰아아아아아!

욕설을 내뱉기 위해 나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사탄의 주먹에 직격당했다.

고통을 느낄 새도 없었다.

시야가 뒤바뀌는 건지 아니면 눈이 제대로 시야를 파악하지 못하는 건지 구분하지도 못했다.

쾅! 쾅! 쾅! 쾅! 쾅!

그저 짧다고만 느껴지는 그사이에 내 몸은 사방으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등 뒤에 거대한 충격을 받았을 때, 나는 본능적으로 그림자를 만들어내 사탄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까드드드드득!

“!!”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사탄은 이미 내 뒤로 돌아와 검은 마력을 두른 채 발을 휘두르고 있었다.

꽝! 콰가가가가각!

본능적으로 만들어냈던 그림자가 사탄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그 반동으로 공격을 막아냈던 그림자들이 무참하게 깨져 튕겨 나간다.

쾅! 쾅! 콰가가각!

“크악…….”

자세를 잡을 힘도 내지 못하고 땅바닥에 굴러 잔해 사이를 구르며 쓰러진 나는 그제야 느껴지는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마치 지금까지 맞은 고통들이 한 번에 몰려오는 듯한 그 느낌.

악문 이 사이로 비명이 새어 나왔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그림자를 만들어내려 했다.

콰드드득!

“이런…… 씨X…….”

어느새 내 앞에 나타난 사탄은 내가 끌어올리던 그림자를 모조리 깨뜨린 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가리를 잘 놀리더군.”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지만 나는 답하지 않고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검은 마력을 온몸에 감싼 그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세를 내뿜으며 나의 몸을 짓밟았다.

“끄윽!”

가슴이 눌리며 내 몸이 건물 잔해 안쪽으로 파고 들어갔고, 사탄은 그제야 처음에 잃어버렸던 이죽이는 미소를 되찾고는 말했다.

“어디, 상반신이 날아가고도 아가리를 놀릴 수 있는지 구경해 보도록 할까.”

그와 함께 그가 들어 올린 오른손에서 검은 마력이 뭉치기 시작했다.

기운만으로도 보통이 아니라고 느껴질 진득한 마력이 마치 자신을 과시하듯 사방으로 내뿜어지고.

“이런 빌어먹……!”

그는 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검은 구체를 내던졌다.

그리고 주마등이 펼쳐졌다.

크세즈베트를 죽이며 느껴봤던, 마치 시간이 느려지는 듯한 감각.

사탄을 나를 바라보며 광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고, 분명 빠른 속도로 던졌던 검은 마력은 내 머리를 향해 서서히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솔직히 조금 전 사탄을 밀어붙이고 있을 때만 해도 그 남자가 어째서 사탄을 조심하라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 이 상황을 겪으니까 알 것 같았다.

마력이 없어 비실거리는 사탄을 상대할 때는 비등했는데, 아마 한순간이지만 자신의 힘을 다 끌어낸 사탄을 보니 탄식밖에 나오지 않았다.

1회차 때, 크세즈베트를 죽이고 멸망한 세계를 바라보며 느낀 감정이 ‘후회’였다면.

지금, 사탄의 모습을 보며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허탈함’이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괴물을 도대체 이기라는 거야?

사탄이 힘을 내뿜은 그 순간부터 나는 단 한 번도 녀석의 형상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한마디로, 사탄과 나 사이에는 압도적인 격차가 났다는 말이었다.

나는 이제 내 머리 위까지 도달해 있는 검은 마력구를 보며 잡생각을 이어가다 문득 남자가 했던 말이 떠올렸다.

그림자의 능력을 네가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다면 적어도 내가 40%의 승률을 가질 수 있다던 남자의 말.

지랄.

40%는커녕 지금 상황에서는 4%도 안 나올 것 같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던 도중…….

“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레 눈앞의 시선이 새까맣게 변했다.

드디어 사탄의 마력구가 얼굴에 닿은 건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그렇다기에는 고통이 없다.

저도 모르게 손을 움직여 얼굴을 만져본다.

“……어??”

손이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여 얼굴을 만진다.

……? 뭐지?

그렇게 의문을 느끼고 있을 때, 새카맣기만 하던 세상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저 어둡기만 했던 세상에 백옥처럼 새하얀 달이 어둠 위로 빠져나오기 시작하고, 그 새하얀 달은 내가 서 있는 세상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나는 그림자와 만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