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
나 혼자 10만 대군 198화
59장 나 혼자 10만 대군 (3)
꽈드드드드드!!
짧은 도약과 함께 그림자로 만들어진 칼을 휘둘렀다. 그에 사탄은 굳은 얼굴을 풀지 않은 채 휘두른 검을 막아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어떻게 샤넬리오스의 계승자가 있는 거지……?”
“그걸 말해줄 의무는…….”
말을 하며 곧바로 왼발을 들어 올려 사탄의 옆구리를 차올린다.
꽝!
“없지……!”
사탄은 자신의 옆구리로 들어오는 발차기를 막아내는 데 성공한 듯 보였지만, 온전히 막아내지는 못한 듯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공중으로 떠오른 사탄의 주변으로 그림자들이 몰려든다.
기괴할 정도로 거대한 팔을 가지고 있는 그림자가 사탄의 뒤를 노리고 주먹을 휘두르고, 거미 형태를 취하고 있는 그림자는 사탄의 몸을 묶기 위해 검은 마력으로 점철된 실을 흩뿌린다.
그 이외에도 다른 수많은 그림자들이 사탄을 공격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지만…….
“쯧…….”
짧게 혀를 찬 사탄은 나와 비슷한 검은색 마력을 사방으로 퍼뜨리며 그림자의 공격을 방어하며 뒤로 빠지려 했다.
“……!”
“쉽게 추스를 기회를 내줄 줄 알았어?”
하지만 사탄의 뒤쪽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나는 그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꽝! 꽈가가가각!
주먹에서 확실한 타격감이 전해졌다. 사탄의 몸은 허공을 날아 건물 외벽을 부서뜨리며 처박혔고, 그곳으로 그림자들이 제각각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쾅!
사탄의 주변으로 터진 거대한 충격파는 몰려들던 그림자를 모조리 날려 버렸고, 그 안에서는 붉은 머리가 헝클어진 사탄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마력을 토해내고 있었다.
검은 마력에 섞여 있는 검붉기도 하고, 푸르기도 한 마력.
“다른 녀석들처럼 일반적인 계승자가 아니군. ‘타이탄’의 그림자와 ‘아샬리아’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니……. 그 외에도.”
사탄은 그림자가 몰려 있는 주변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샤넬리오스가 가지고 있던 고대의 ‘그림자’들을 모조리 가지고 있군. 샤넬리오스의 열화판이라고 해도 믿겠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마력을 마치 발산하듯 사방으로 내뿜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검은자위의 붉은 홍채를 가진 그의 눈이 나를 바라봤고,
“이제부터 힘을 아끼는 건 그만두도록 하지.”
사탄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마력을 폭사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의 주변이 사탄의 마력에 잠식당하고, 저도 모르게 형성된 긴장감에 창을 쥔 순간…….
훅!
“!?”
사탄의 신형이 내 앞에 당도했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나타난 사탄이 빠르게 주먹을 휘둘렀다. 나는 곧바로 몸을 뒤틀어 날아오는 주먹을 피해냈다.
쾅!
“!?”
하지만 분명 피했다고 생각했던 사탄의 주먹은 어느새 나를 타격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몸에 부유감이 깃든다.
나는 내가 사탄의 공격을 전부 막아내지 못하고 뒤로 밀려난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몸을 한바퀴 돌려 자세를 잡았다.
“흡!”
“!”
콰가가각!
그다음, 곧바로 내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사탄을 향해 엘리고르의 창을 만들어 그대로 쏘아 보냈다.
사탄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검은 궤적을 만들며 날아드는 창을 고개를 까닥이는 정도로 피해냈다. 그러곤 오히려 역으로 검은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한순간 발산되고 있는 사탄의 주변에서 튀어나온 수십 개의 검은 마력.
하지만 나는 방어하기보다는 그 순간을 노리기 위해 사탄에게 달려나갔다.
쏘아지는 검은 마력은 마치 유도 기능이라도 달린 듯 궤적을 비틀어 나를 쫓아왔지만, 곧 내 주변에 소환된 그림자들의 방패에 막히고 말았다.
카가가각! 쾅!
다시 손에 쥐어진 엘리고르의 창이 땅에 닿아 콘크리트를 갈아냈다. 그리고 그것을 힘차게 들어 올림과 동시에 사방으로 콘크리트 조각이 터져 나온다.
창끝이 향하는 곳은 사탄의 머리.
나는 온 힘을 다해 창을 찔러 내렸고, 그 와중에 사탄과 눈이 마주쳤다.
씨익-
“!?”
쿠콰아앙!
담백한 미소를 짓는 사탄의 모습에 움찔하면서도 그의 머리를 향해 창을 찔러 들어갔고, 곧장 창에 머금었던 마력을 폭발시켰다.
순식간의 주변의 돌무더기가 사방으로 터져 나가는 도중, 사탄의 손이 내 복부를 강타했다.
“쿨럭!?”
느껴지는 격통에 인상을 찌푸리며 그림자로 몸을 보호하고, 창을 회수하며 다음 공격에 대비하려 했지만,
“네가 아무리 애써도 내 공격을 방어하는 건 불가능하다.”
“끅!?”
그 말과 함께 흙먼지를 떨치고 다가온 사탄이 어느새 손에 쥐어져 있는 검은 칼을 나의 심장에 찔러 넣었다.
꽈드드드득! 쾅!
그와 함께 이뤄지는 시야의 반전.
귓가에서는 찌르르한 이명과 함께 세상이 한순간 어지럽게 돈다.
그렇게 몸 전체가 쿵쿵거리는 충격을 몇 차례나 지속하고 나서야 부서진 건물 안에서 몸을 멈출 수 있었던 나는 앞으로 다가온 사탄을 보며 창을 움켜쥐었다.
조금 전 공격을 허용해 배가 아릿하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렇게 다시 자세를 잡을 때, 불현듯 사탄은 말했다.
“왜곡.”
“……뭐?”
“궤도 변환, 중력 변화, 중독, 마력 유형화, 가속화. 이게 지금 너와 싸우면서 사용했던 ‘권능’들이다.”
“…….”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마력을 사방으로 내뿜었다. 그는 마력으로 건물 근처를 잠식해 나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내게는 내가 영계에 갇히기 전 신들을 죽이고 빼앗았던 수백 개의 달하는 권능들이 있다. 한마디로 네가 어떻게 공격한다고 해도 네가 나를 죽일 수는 없다.”
“지랄.”
사탄의 말에 나는 짧게 답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자 사탄은 오히려 궁금한 듯 물었다.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묻는 그에게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잘 모르는 것 같은데, 그런 비슷한 건, 나도 할 수 있거든?”
그와 함께 나는 중얼거렸다.
“영체 합일.”
눈앞에 뜬 시스템 창을 보며 나는 목록에 있던 영체들을 모조리 중복 합일하기 시작했다.
[영체 합일 대상이 선택되었습니다 ‘사령 술사 리치’]
[영체 합일 대상이 선택되었습니다 ‘수인 아리쉬’]
[영체 합일 대상이 선택되었습니다 ‘어인 아틀라’]
[영체 합일 대상이 선택되었습니다 ‘나이트 모후무’]
[영체 합일 대상이 선택되었습니다 ‘악마 엘리고르’]
……
……
[영체 합일 대상이 선택되었습니다 ‘악마 벨리알’]
김서윤을 치료하고 있는 파이몬을 제외한 영체들을 모조리 내 몸 안으로 때려 박은 나는 곧바로 다음 능력을 사용했다.
“이미테이션.”
[이미테이션이 활성화됩니다. 현재 가져온 그림자의 대상은 ‘이은별’입니다.]
[이미테이션이 활성화됩니다. 현재 가져온 그림자의 대상은 ‘김서윤’입니다.]
[이미테이션이 활성화됩니다. 현재 가져온 그림자의 대상은 ‘하리남’입니다.]
…….
길드원들의 능력도 마찬가지로 모두 이미테이션한다.
한 명 한 명, 이미테이션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내 몸 근처에서 그림자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사탄의 표정이 오묘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미테이션으로 길드원들의 능력을 모조리 가져온 나는 두말할 것 없이 사탄에게 달려들었다.
* * *
워싱턴에 있는 국제 헌터 협회.
“큭……!”
T.월터는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의 배를 부여잡고 있었다.
배를 누를 때마다 느껴지는 격통에 월터는 눈살을 찌푸렸고, 월터가 천으로 부여잡고 있는 배에는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위원님 괜찮으세요……?”
그의 옆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에밀리를 보며 월터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인 뒤, 주변을 돌아보았다.
주변은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아니, 그렇게 표현하는 것도 부족할 정도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회의실의 대문은 이미 무엇인가에 의해 완전히 박살 나 있었고, 그 대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국제 헌터 협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박살 난 상황이었다.
거대한 건물은 어디 갔는지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남은 것은 건물의 틀과 부분부분 부서지지 않고 남아 있는 건물 잔해들뿐.
협회 가운데에 있던 동상들도 마찬가지로 이미 사라져 있었고, 그것은 정원도 마찬가지였다.
월터는 그 모습을 보며 불과 3시간도 되지 않았던 때 일어났던 일을 회상했다.
처음 안나가 회의실을 빠져나가고 난 뒤,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회의실의 문 앞에 나타난 거대한 손은 헌터 협회를 짓밟기 시작했고, 대형 몬스터가 일으킨 여파로 인해 월터는 기절했다.
그리고 깨어나 보니 이미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마치 이곳이 내가 알던 그곳이 정말 맞는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상은 바뀌어 있었다.
멀쩡했던 헌터 협회의 모습은 그 어디를 봐도 찾아볼 수 없었고, 지상에는 헌터와 몬스터들이 엉겨 붙어 싸움을 벌이는 중이었다.
사방에서 들리는 몬스터의 괴성과 헌터들의 악에 받친 비명 소리.
“상황은……?”
“그런 소리 하실 때가 아니에요! 지금 의원님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요!”
월터가 묻자 에밀리는 오히려 그에게 화를 내곤 자신이 들고 온 응급 처지 도구로 그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월터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밖의 모습을 보았다.
잿빛 하늘, 완전히 박살 난 협회.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무너지고 부서져, 화마가 잠식해가고 있는 도시들.
어떻게 봐도 ‘세기말’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지금의 상황을 보며 월터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하…….”
하지만 월터의 헛웃음을 나오게 했던 것은 망가진 도시의 모습보다 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몬스터의 숫자였다.
잿빛 하늘에 보이는 수천, 어쩌면 수만일 수도 있는 검은 점들 하나하나가 전부 몬스터였다.
지상의 도로는 헌터가 아닌 몬스터가 점령하고 있었다.
마치 대형 던전처럼 변해버린 워싱턴을 보며 월터는 절망감을 느꼈다.
당장 워싱턴에 있는 SSS급 헌터는 2명, 그 이외에 SS급 헌터도 2명이 있고 S급 헌터는 9명이 존재하고 있었다.
SSS급 헌터가 우후죽순 생기지 않았다면 이전에는 보지 못했을 엄청난 전력,
안나가 말하던 과잉 전력과 비슷한 수준의 전력이 워싱턴에 모여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지금 워싱턴의 풍경은 이랬다.
헌터보다는 몬스터가 많고,
몬스터의 괴성보다도 헌터의 비명 소리가 더더욱 선명하게 들리는 이곳에서 월터가 절망을 되풀이하고 있을 무렵.
“……?”
그의 눈에 무엇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잿빛 하늘에 나타난 검은 무엇인가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크게 보이기 시작했고, 이내 그는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는 그것들을 파악했다.
“……인간? 아니, 그림자……?”
그림자.
하늘에서는 검은 그림자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저건 대체 무슨…….”
월터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그림자를 바라봤다.
‘내가 착각이라도 하는 건가? 아니면 몬스터?’
월터가 그렇게 생각하며 떨어져 내린 그림자를 보았을 때, 갑작스레 그의 앞에 한 명의 소년이 나타났다.
여기저기 전장을 거쳐온 듯 얼굴에는 검은 무엇인가가 묻어 있는 소년.
그는 월터를 보며 말했다.
“우현이 형이 보내서 왔습니다.”
그 말에 월터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