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
나 혼자 10만 대군 196화
59장 나 혼자 10만 대군 (1)
“끄악!”
“이런 젠장……!”
여의도에 있는 헌터 협회 한국 지부.
현재 그곳은 예전과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망가져 있는 상태였다.
헌터 지부 앞에 있던 거대한 헌터 동상은 이미 반절로 박살 나버린 지 오래였고, 협회 옆에 있던 상점은 거대한 발톱에 통째로 찢겨나갔는지 세 갈래의 발톱 자국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멀쩡하지 않은 것은 그 옆에 있던 헌터 협회의 본관도 마찬가지였다.
멋들어지게 꾸며놓았던 협회 본관의 유리창은 이미 전부 사라져 버려 안이 훤하게 노출되고 있는 데다가…….
크에에에엑!
“막아! 막으라고!”
협회 본관 안쪽에는 현재 몬스터로 가득 찬 상태였다.
“씨발…… 씨발! 죽기 싫어! 난 여기서 죽고 싶지 않다고!”
“그러니까 죽기 싫으면 막으라고 새끼야!”
협회 소속의 헌터들이 대강당으로 후퇴해 하나밖에 없는 대문에서 들이닥치는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었지만, 그 모습은 굉장히 위태했다.
헌터들이 아무리 능력을 쏟아붓고 다가오는 몬스터를 무기로 죽여도 몬스터는 끝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듯 계속해서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에 반해서 헌터들은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그리고 대강당의 뒤쪽에서 헌터들이 몬스터를 막아내고 있는 장면을 본 강형찬은 암담한 기분을 느끼며 입을 다물었다.
손에는 당장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고, 실제로 아직 통화가 끊기지는 않아 전화가 걸리기는 했지만, 하나같이 전화를 받는 곳은 없었다.
대형 길드부터 시작해서, 워싱턴에 있는 국제 헌터 협회까지.
전화를 받는 곳은 없었다.
“이런 씨발…….”
강형찬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부숴 버릴 듯 쥐며 눈을 꾹 감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지금 이 상황을 빠져나갈 만한 대책을 찾고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강형찬은 이미 깨닫고 있었다.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 현재, 다른 곳도 지금 이곳과 비슷한 상황이고…….
“하…….”
……결론적으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은 없다는 것을.
“끄악!”
“야, 유희찬!!”
강형찬이 밀려드는 무력감에 고개를 들지 못할 무렵, 강당의 대문을 막고 있던 헌터에게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한 헌터가 다가오는 몬스터를 견제하던 중, 리자드맨의 창에 그대로 몸통을 허용해 버린 것이 문제였다.
“끄아! 끄아아악! 살려줘! 살려줘!”
가장 선두에서 몬스터를 가로막고 있던 터라 다른 헌터들이 유희찬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날리려 했지만…….
까득! 까드득!
“끄아아아악!”
“유희찬!!!!!”
“으, 으…… 으아아아!!”
이미 리자드맨의 창에 찔린 그는 다른 헌터가 그를 구출하기도 전에 리자드맨의 손에 잡혀 몬스터들의 사이로 끌려 들어갔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몬스터 사이에서 헌터들은 그 사이로 끌려 들어간 유희찬의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피거품을 문 채로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헌터들은 그 모습을 보며 미래의 1초 뒤에 일어날 일을 본능적으로 상상해 버렸다.
“끄아아아아아아악!!”
고통에 찬 비명이 들려오고 몬스터를 막고 있던 헌터들이 모두 유희찬의 미래를 예견하고 절망감에 몸서리 칠 때.
푸욱!
유희찬이 죽지…….
푸화아아악! 푸욱! 콰드드득!
……않았다.
분명 헌터들에게 들리는 소리는 무엇인가가 날카롭게 썰리고 찢어지는 살벌한 파육음이었다.
그 소리와 함께 대문을 향해 돌격하던 몬스터들이 움직임을 멈춘다.
마치 누군가가 정지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본능적으로 몸을 멈춘 몬스터들.
이제 막 인간을 먹기 위해 아가리를 벌리던 리자드맨이 입을 벌린 채 얼어붙었다.
리자드맨의 옆에서 인간의 육즙을 맛볼 생각을 하며 기대에 차 있던 고블린도 그 손가락을 멈췄다.
헌터를 향해 글레이브를 들고 있던 오크는 글레이브를 들어 올린 상태로 움직임을 멈췄고.
게걸스럽게 침을 흘리며 돌격해대던 트롤도 마찬가지로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헌터들의 앞에, 무엇인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검었다.
마치 대강당의 문을 지키듯 나타난 그것은 인간도 아니고 몬스터도 아닌, 그저 검은 무엇인가였다.
어느 외형을 표방하고 있는 듯했지만, 입과 코가 보이지 않았고, 눈이 있어야 할 곳에는 붉은색의 안광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림…… 자?”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그곳에서 강당의 대문을 지키고 있던 헌터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러자 헌터들의 머릿속에 그 단어가 각인되듯 빨려 들어갔다.
‘인간의 형상을 한 그림자.’
그리고 그 그림자라는 단어는 헌터들에게 새로운 단어를 상기시켰다.
“그림자 왕……!”
한 헌터가 중얼거리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림자가 땅속에서 솟아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 한 명이었던 그림자가 순식간에 그 형태를 불러나가기 시작한다.
1명에서 2명, 2명에서 4명, 4명에서 8명…….
마치 분열을 하듯 순식간에 늘어나기 시작한 그림자의 모습을 헌터들은 멍하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고…….
헌터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
““…….””
그림자는 이미 대강당의 대문을 꽉 채울 만큼 만들어져 있었다.
그와 함께, 수많은 그림자 너머에서 무엇인가가 날아왔고, 선두에 서 있던 헌터는 자연스레 무기를 놓고 날아오는 무언가를 받았다.
“야! 황희찬! 괜찮아!?”
“끄윽! 끄윽……!”
힘겹긴 하지만 끅끅거리며 살아 있는 황희찬의 모습을 확인한 헌터는 서둘러 몸을 돌려 동료들이 있는 대문 쪽으로 몸을 움직였고, 그와 함께 뒤쪽에서 몬스터를 학살하던 그림자가 뛰어오름과 함께…….
크에에에에!
다시 한번 전투가 시작되었다.
오크의 글레이브가 휘둘러진다.
리자드맨의 창이 그림자를 향해 찔러 들어가고, 마찬가지로 고블린의 아가리가 탐욕스레 벌어진다.
몬스터에게서 끓어오르는 거침없는 살의.
하지만 거기까지…….
딱 거기까지였다.
“아…….”
조금 전 황희찬을 대문 쪽으로 데리고 왔던 헌터는 이내 조금 전까지 자신이 막아내고 있던 통로를 바라보며 말없이 탄성을 내질렀다.
그곳에는 ‘학살’이 있었다.
오크는 휘두른 글레이브 채로 반 토막이 나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었고,
리자드맨의 두 손은 창을 쥐고 있었지만, 머리가 사라진 상태였다.
탐욕스럽게 아가리를 벌리던 고블린은 얼굴의 윗부분이 찢겨나간 채 턱만이 남아 강당의 통로에 녹색 빛 수채화를 그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두려워했던 몬스터들이 그림자들의 등장에 속수무책으로 박살 난다.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트롤은 그림자들의 연격에 제대로 된 대항도 하지 못하고 사지가 잘려 죽음을 맞이했고, 그것은 다른 몬스터도 마찬가지.
헌터들은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고, 강당 뒤에 있던 강형찬은 문득 자신의 스마트폰이 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긴급재난경보!! 현재 일어난 대형 몬스터 웨이브 사태를 현재 ‘그림자 왕’이 빠르게 진압하는 중, 헌터와 시민들은 대피소에서 나오지 않길 당부함]
절망밖에 없던 강형찬의 눈빛에 희망이 감돌기 시작했다.
* * *
“어……?”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푸른 달 아래에서 몰려들던 몬스터를 끝없이 학살하고 있던 이은별은 어느새 몬스터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로하와 에단이 해낸 걸까?’
불과 20분도 되지 않았던 조금 전, 에단과 이로하는 지구 상공에 떠 있는 검은 마법진을 없애보겠다고 지구의 상공으로 향했었다.
그리고 지금, 이은별은 주변에 나타나는 몬스터가 확연히 줄어든 것을 깨달았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잿빛 하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늘을 시커멓게 덮고 있던 괴물들은 이제는 티가 날 정도로 줄어 있었고, 지상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몬스터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은별이 빌라의 상공에서 마법들을 만들어내고 있을 때,
“어?”
그녀의 눈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허벅지 아래까지 가리고 있는 검은색의 코트에, 온통 검은색인 옷.
손마저도 검은색의 장갑을 낀 채 눈에서만 붉은 안광을 내뱉고 있는 남자.
“길드장님……!?”
이은별은 마법을 만들어내다 말고 저도 모르게 아래를 보며 외쳤고, 분명 거리와 몬스터들의 괴성 덕분에 이은별의 외마디 비명은 묻혔음에도 불구하고 김우현은 고개를 틀어 그녀를 바라봤다.
무척이나 멀쩡한 모습으로, 항상 그렇듯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순식간에 주변의 몬스터를 정리해 나가는 김우현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헛웃음이라고 하기에는 따뜻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따뜻하다기보다는 묘한 불평과 힐난까지도 담겨 있는 복잡미묘한 표정의 이은별은 이내 주변을 날아다니는 몬스터를 보며 능력을 사용했다.
당장 내려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아직 그럴 때는 아니었다.
그래, 지금 당장은 아니다.
‘그러니까.’
모든 일이 끝나고 난 다음에, 길드장님에게 물어 궁금증을 풀도록 하자.
* * *
몬스터들이 삽시간에 쓸려 나간다.
내 주변에서 빠져나온 그림자는 내 검은 영역 안에서 빠져나옴과 동시에 순식간에 몸을 움직여 몬스터를 처리해 나갔고, 나는 그림자를 사방으로 퍼뜨렸다.
능력이 완성되지 않았을 때는 그림자를 떼어낼 수 있는 공간에 한계가 있었지만, 그 남자의 도움으로 그림자의 능력을 완성한 순간부터, 그림자의 제한은 사라졌다.
순식간에 저 멀리 이동해 몬스터를 잡기 시작하는 그림자들을 보며 나는 시선을 돌려 빌라 위쪽을 바라봤다.
빌라의 위쪽에는 이은별이 능력을 사용해 몬스터들을 격추시키고 있었고, 로우레테의 수정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다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로 몬스터 웨이브를 막고 있었다.
그 중 이로하와 에단은 사탄이 만든 검은 마법진을 파괴하기 위해 지구 상공에 올라가서 마법진을 지우고 있는 상태.
“그림자 영체 소환.”
나는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그림자 영체가 소환됩니다! ‘수인 아리쉬’]
[그림자 영체가 소환됩니다! ‘어인 아틀라’]
[그림자 영체가 소환됩니다! ‘나이트 모후무’]
…….
[그림자 영체가 소환됩니다! ‘악마 엘리고르’]
[그림자 영체가 소환됩니다! ‘악마 크세즈베트’]
[그림자 영체가 소환됩니다! ‘악마 벨리알’]
[그림자 영체가 소환됩니다! ‘악마 파이몬’]
내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자마자 순식간에 내 주변에 생겨나는 그림자 영체들.
검은 오오라를 휘황찬란하게 주변으로 흩뿌리며 나타난 영체들은 내 의지에 따라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그중에서도 내 주변에 소환되어 있던 악마들은 내 명령에 따라 검은 마법진을 없애기 위해 하늘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자, 그럼 나도.”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나지막히 중얼거리며 몬스터들이 넘쳐 흐르고 있는 곳을 향해 망설임 없이 뛰어나갔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서울 전체를 잠식하고 있던 몬스터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