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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92화 (192/202)

# 192

나 혼자 10만 대군 192화

58장 최후(2)

“그림자를…… 주기 위해서?”

내 되물음에 흑의를 입은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자리에 앉았다.

일식이 떠오른 대지에서 나와 마주 앉은 그는, 몇 번이고 고개를 갸웃하며 무엇인가를 재는 듯했다.

“……왜 그래?”

“네가 수련하는 데 걸린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서 생각보다 설명할 시간이 애매해서 말이야.”

“……내가 수련한 시간이 길었다고?”

“많이 길었지.”

물론 내가 그림자와 싸운 기간이 짧지 않았다는 것은 깨닫고 있었다.

애초에 하늘에 계속 일식이 떠올라 있었다고 해도, 체감상 느끼는 시간이라는 게 있으니까.

“얼마나 지났는데?”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흑의를 입은 남자를 바라보자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3달.”

“……뭐?”

“3달이다.”

“3달이라고……?”

“뭐, 너무 걱정하지 마라. 3달이라고는 해도 실제로 네 세계에서는 고작 2주 정도가 흘렀을 뿐이니까. 여기는 그런 곳이거든.”

그는 그렇게 말하곤 뻐근하다는 듯 목을 좌우로 풀더니 말했다.

“사실 수련 기간이 길기는 했어도 설명한 기간은 충분했을 텐데…… 우리 예상에서 빗나간 게 있어서 말이야.”

“……예상에서 빗나간 것?”

“원래 우리는 네가 딱 수련을 끝냈을 때도 사탄이 아직 영계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사탄이 영계에서 조금 빨리 빠져나왔어.”

남자의 말을 끊으며 그림자가 이어 말하자, 그는 불편하다는 듯 그림자를 바라봤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뭐, 대충 그런 셈이라 시간이 조금 촉박하다는 말이지.”

“그럼 지금 당장 나가야 하는 게…….”

“뭐, 아직은 여유가 있어, 아직은.”

내 말에 그렇게 받아친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이어 말했다.

“그러니까, 최대한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도록 하지.”

“…….”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하자 남자는 만족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자, 우선 첫 번째로, 아까 말했듯 우리가 네게 이 훈련을 시킨 이유는 두 가지다.”

그는 검지와 중지를 펴더니 이내 중지를 접으며 말했다.

“첫 번째는 네가 무의식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지금만 해도 너는 상당히 강하지만, 사탄을 상대하려면 무의식중에서도 능력을 사용하는 게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녀석이 휘두르는 마력에 순식간에 죽임을 당할 테니까.

그렇게 중얼거린 그는 이번에는 검지를 접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내가 가지고 있는 그림자를 네게 전해주기 위해서다.”

“그 그림자를 준다는 게 정확히 무슨 말이지?”

“뭐, 이건 설명하는 것보다는 보여주는 게 낫겠지.”

남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의 몸에서 나와 비슷한 검은색 마력을 뿜어냈고, 이내 그의 옆에 나와 같은 그림자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건.”

“다른 점이 딱 보이지?”

“…….”

만들어진 것은 거미의 형상을 취하고 있는 그림자였다.

분명 평범한 사람과는 달라 보이는, 거미의 형상을 한 그림자는 마치 명령을 기다리듯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뭐, 하지만 이건 너도 알고 있을 거야, 네가 신격 각성을 쓰고 그림자를 만들어내면 인간의 형상이 아니라 이런 게 나왔을 테니까. 그렇지?”

남자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남자는 이어 말했다.

“그건 내가 너에게 신격 각성을 넘기면서 같이 준…… 뭐라고 할까…… 잔재?”

“……잔재?”

“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냥 간단하게 말하면 네가 신격 각성에서 사용하고 있는 그림자들의 힘은 원래 그 정도가 아니야.”

“…….”

“내가 네게 준 신격 각성은 어디까지나 신격을 모으기 위한 저장소 같은 느낌으로 준 거고, 실제로 내가 가지고 있는 ‘그림자’들은 네게 주지 않았거든.”

“그러니까…… 그 말은 지금까지 제가 신격 각성을 사용하면서 사용했던 그림자들은 전부 껍데기였다……?”

“물론 그 껍데기들만 해도 네가 평소에 쓰는 그림자들보다는 강했겠지.”

그는 마치 여유를 부리듯 가볍게 미소 지으며 대답하더니, 몸을 뒤로 슬쩍 기울였다.

“물론 네가 중간부터 다른 몬스터를 잡으며 그림자를 채운 녀석들도 있기는 했겠지만, 아무튼 두 번째 이유는 네가 그림자를 죽여 내 그림자를 가져가게 하기 위해서였다.”

“…….”

“뭐, 사실 이런 이유 이외에도 네 능력의 원주인인 샤넬리오스에 관련한 이야기도 해주고 싶지만, 그건 아무래도 좀 길어서 설명하기 힘들 것 같군. 그건 로우레테게 듣도록 해.”

웃으며 말한 그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더니 무언가를 꺼내 내 쪽으로 던졌다.

난 무심결에 날아오는 무언가를 잡았고.

“이건……!?”

나는 손에 들어와 있는 검은 돌을 보며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뭐, 다 나름대로 방법이 있지.”

나는 검은 돌이 내 손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스테이터스 창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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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우현 칭호:---

성별: 남

나이: 27

능력: 그림자(shadow) [100,000]

[능력치]

[종합 평가 수준: 측정 불가]

[평가 잠재력: 측정 불가]

[스킬]

군집체

완전 동화(MASTER)

영역(MASTER)

집약(MASTER)

그림자 영체(MASTER)

영체 합일(MASTER)

각성(0/50,000)

그림자 흡수

신격화

그림자

[그림자 영체]

-사령술사 리치

-SS급 몬스터 드래곤

-악마 크세즈베트

-악마 엘리고르

-악마 벨리알

-악마 파이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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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완벽하게 완성된 능력을 보며 스테이터스창을 쭉 읽어나갔다.

스킬에는 내가 기억하던 대로 예전에 봤던 능력의 마지막 스킬인 ‘그림자’가 추가되어 있었고, ‘신격 각성’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신격화’가 대신해서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멍하니 스테이터스 창을 확인하고 있을 때쯤,

그그그그극……!

내 뒤쪽으로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건……?”

“로우레테의 도서관으로 돌아갈 수 있는 문이지.”

나는 내 뒤에 푸른색의 균열을 한 번 바라보고는 남자를 돌아봤고, 그는 말했다.

“이제 슬슬 가봐. 다른 이야기도 해주고 싶지만, 말했지? 시간이 촉박하다고…… 아, 그리고,”

남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빨리 가라는 듯 손을 휘적거리더니 말했다.

“제발 부탁인데 사탄은 꼭 죽여라. 또 실패해서 나처럼 되지 말고.”

피식 웃으며 말하는 남자.

‘……나처럼 되지 말라고?’

순간적으로 드는 의문에 남자를 바라봤지만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을 것처럼 입을 다물고 있는 그를 보며, 나는 몸을 돌려 균열 안으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그렇게 균열 안으로 사라진 김우현을 보고 있던 흑의를 입은 남자는 자신의 바지를 툭툭 털며 일어났다.

“이걸로 할 일은 끝인가?”

“끝이지.”

그의 뒤에 있던 그림자가 말함과 동시에, 일식이 떠오르고 있던 세계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림자는 무너져 내리는 공간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우리가 버틸 공간은 좀 내버려 두자니까 그러네.”

“그 신전 있잖아.”

“그 자그마한 신전에서 어떻게 버텨?”

“뭐, 좀만 버티면 되잖아?”

남자가 말하자 그림자는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진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구만.”

그림자의 빈정거림에 남자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나’를 못 믿으면 어떻게 하겠어?”

“……진짜로?”

“그리고 말해줬잖아? 나처럼 되기 싫으면 꼭 사탄 죽이라고.”

“김우현이 그걸 알아들었다고 생각해?”

“당연하지, ‘나’니까. 너도 알겠지만 내가 천재는 아니더라도 또 멍청이는 아니거든.”

피식 웃음을 지은 그림자는 이내 깨져 나가는 세계를 보며 한숨을 내쉰 뒤 검은 균열을 만들어내,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본 남자, 아니…….

“제발 이겨라.”

‘김우현’은 그가 들어간 푸른 균열을 마지막으로 바라본 뒤, 반대쪽에 세워진 검은 균열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일식이 떠올랐던 세계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 * *

마치 몬스터들이 떼로 모여 있는 대형 던전처럼 변해 버린 서울의 풍경을 보며 이은별은 능력을 사용했다.

분명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햇빛보다도 강렬하게 빛나는 푸른빛이 서울을 비추고, 그와 함께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갖가지 마법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가벼운 볼트류의 마법부터 시작해 마치 무기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한 마력검들이 사방에서 만들어지고,

끄에에에에에엑!

이윽고, 만들어낸 수많은 마법이 서울의 상공을 돌아다니고 있는 몬스터를 순식간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쯧.”

하지만 그렇게 몬스터를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상공을 가득 채우는 몬스터를 보며 이은별은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그래서 내가 말했지 않나. 상공에 있는 마법진을 없애지 않는 이상 저것들은 계속해서 흘러나올 거다.]

“근데 그 마법진은 없앨 수 없다면서요!?”

이은별이 다시 마법을 준비하며 자신의 어깨 위에 있는 용에게 소리치듯 물었다.

끄에에엑!

그와 동시에 이번에는 마법을 사용하게 두지 않겠다는 듯, 가고일이 몰려와 빌라 옥상에 있는 이은별에게 돌격했지만, 용, 크루아 크루아흐는 그 모습을 보고도 태평하게 답했다.

“말했듯이 없앨 수 없는 게 아니다. 없애기 까다로운 것뿐이지, 그러니까 네가 마법진을 없애는 것보다는 그 ‘눈’을 가진 녀석이 마법진을 없애기 좋을 거다.”

콰지직!

용의 답변과 동시에 이은별에게 달려든 가고일은 그녀의 마법에 나가떨어졌고…….

“누나, 저 왔어요!”

“에단!”

그와 함께 한참 마법을 준비하고던 이은별의 옆에 후카이 이로하를 업은 에단이 나타났다.

이은별은 순간 피로해 보이는 이로하를 한번 바라보고는 이내 에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법진은?”

“파괴했어요! 다만…….”

“다만?”

“마법진이 너무 많아요! 거의 지구 전체에 빽빽이 깔려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요……!”

“그 정도라고?”

“우선 제가 올라간 곳 근처에 있는 마법진들은 이로하 누나가 보는 족족 전부 없애 버리긴 했는데, 아무리 없애도 너무 많아서 끝이 없어요……!”

에단의 말에 이은별은 인상을 찌푸리며 하늘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를 바라봤다.

분명 아까보다는 확연하게 적어진 숫자였지만 그럼에도 몬스터의 숫자는 많았다.

이은별은 이를 물고 있다 에단에게 말했다.

“서윤이랑 리남이는 찾아봤어!?”

“아까 본 긴급 중계 채널에서는 서윤이 누나는 명동 쪽에 있는 것 같고, 하리남 형은 지금 의정부 쪽에 있는 던전에서 싸우고 있는 것 같아요!”

에단은 그렇게 말하며 이로하를 다시 둘러업었다.

“어떻게 하려고!?”

“다시 하늘에 올라가려고요! 우선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죠!”

에단의 말과 함께 이로하는 이은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에단은 다시 한번 사라졌다.

그리고 이은별은 사방에서 내려오는 몬스터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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