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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10만 대군-187화 (187/202)

# 187

나 혼자 10만 대군 187화

57장 마지막 수련(1)

세계가 반전한다.

조금 전만 해도 앞에 있었던 남자의 모습이 마치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지고, 나는 어느샌가 어두운 공간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는?’

슬쩍 시선을 돌려 주변을 돌아본다.

보이는 것은 그저 어둠이었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나는 이 어두운 곳이 무척이나 좁은 방 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이곳이 신격 각성을 배울 때 왔던 그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안녕?”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들리는 목소리에 나는 시선을 돌렸고…….

어두운 방이 넓어지는 느낌과 함께 눈앞에 보이는 어둠과도 확연히 구분되는, 마치 심연을 삼킨듯한 새카만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너는…….”

“우리 구면이지?”

얼굴이 없는데도 표정이 보이는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을 받으며,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림자는 내 모습을 한차례 훑어보더니 무엇인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확실히 그동안 착실하게 괴신을 사냥해서 그런지 신격 각성은 충분히 성장한 것 같고, 이제 신격 각성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만 가르치면 끝인가?”

“신격 각성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

“그래,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신격 각성은 반쪽짜리거든.”

신격 각성이 반쪽짜리라고?

“뭐,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마. 어차피 처음 너를 만났을 때는 시간도 없었고, 네게 신격 각성을 강제로 밀어 넣어준 덕분에 ‘우리’도 신력의 소모가 상당했거든. 게다가…….”

그림자는 팔짱을 꼈다.

“어차피 너한테 신격 각성의 제대로 된 사용법을 알려줬다고 해도 그걸 제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을 거야.”

“…….”

뭐, 확실히 초반에는 신격 각성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거의 전투를 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두통을 느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림자는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더니, 자신의 발을 한 번 굴렀다.

쿵!

그림자가 발을 구르자, 어두웠던 세상이 다시 한번 개변한다.

그림자가 발을 구른 장소에서부터 퍼져 나간 어두운 오오라는 주변의 풍경을 바꾸었다.

오오라가 지나간 곳에는 어두운 바닥 대신 어두운 황톳빛 대지가 깔리기 시작했고, 곧 어두웠던 방의 천장에는 내가 신격 각성을 사용했을 때와 같은 일식 현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나는 네게 신격 각성을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알려줄 거야.”

그와 함께 그림자의 주변으로 그림자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제각각의 형태를 가지고 그림자의 몸에서 빠져나오는 형체들.

그 어느 형체는 인간과 닮아 있었고, 또 다른 형체는 괴물의 모습을, 또 다른 이는 동물이나 곤충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그렇게 ‘그림자’의 몸을 통해 빠져나오는 그림자들의 숫자를 보며, 전투준비를 하고 있을 때쯤.

“아, 말을 안 했는데 너는 그림자를 사용하면 안 돼.”

“뭐라고요?”

그림자를 사용하지 말라고?

“네가 신격 각성을 정확히 사용하려면 네가 그림자를 사용하지 않는 게 필수거든.”

“그럼 각성이나 영체 합일 같은 건…….”

“그것도 물론 안 된다. 말 그대로 너는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싸워야 해.”

“그럼 어떻게 싸우라는 겁니까?”

매우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 전투는 내 능력을 전제로 한다.

그림자를 소환해 압도적인 숫자로 찍어 누르는 전술부터 시작해서, 불합리할 정도로 강한 녀석들을 상대할 때도 그림자의 능력은 필수 불가결이었다.

그런 능력을 전부 버리고 싸우라고?

내가 인상을 찌푸린 와중에도 그림자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아, 솔직히 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그 팔찌에서 나오는 능력도 되도록 안 쓰는 게 좋겠지만, 그건 그림자의 능력이 아니니까 사용하든 말든 네 마음대로 해.”

그림자의 말에 나는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능력을 빼면 내게 남는 건 ‘도깨비의 밤’에서 얻은 구슬 팔찌로 사용할 수 있는 동화와 ‘왕의 무덤’에서 얻은 무골 영약으로 인해 강해진 육체뿐이었다.

근데 과연 그 두 가지만으로 저 그림자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신격 각성은 그림자에서 파생된 능력일 텐데 어째서 능력을 사용하지 말라는 거지?

그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그림자의 몸에서 빠져나오는 그림자들의 숫자는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그림자에게 질문하려는 순간 그가 말했다.

“뭐, 대충 뭘 물으려는지는 알겠는데, 그렇게 일일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이 그림자들을 상대할지 생각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그림자는 자신의 몸속에서 끊임없이 빠져나오고 있는 제각각의 형체를 봤다.

“어차피 네가 승률을 조금이라고 올리고 싶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건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잖아?”

그의 말에 나는 입가에서 맴도는 말을 그대로 삼켰다.

맞다.

불평불만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렇게 불평하는 중에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니까.

“동화.”

기술명을 읊조리자 일순 묘한 고양감이 차오르며 부족한 것 같기만 하던 힘이 보충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와 함께 그의 몸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던 그림자들이 멈추고…….

쿵…… 팍! 팍!

그의 몸에서 다른 무엇인가가 튀어나오더니 내 주변에 꽂히기 시작했다.

“이건?”

“무기. 나도 네가 싸우는 걸 보기는 봤는데 제대로 사용하는 무기는 없는 것 같지만, 이것저것 사용하길래 준비해 봤지.”

그림자의 말대로 바닥에 꽂힌 무기는 무척이나 다양했다.

가장 기본적인 검부터 시작해서 창, 도, 곤, 봉.

그 이외에도 듣도 보도 못한 무기들이 마구잡이로 꽂힌 것을 확인한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검을 집어 들었다.

스으으으으.

검을 집어 들자마자 주변에 있던 무기들이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먼지로 변하는 것을 확인한 나는 자세를 잡고 형체가 서 있는 앞을 바라봤고, 그림자는 말했다.

“뭐, 지금은 처음이니까 간단하게 하도록 하지.”

그와 함께 내 앞으로 곤충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기어 나왔다.

거미와는 엄연히 달라 보이지만, 그래도 비슷한 생김새를 한 곤충.

그것은 분명 그림자 형체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어두운 거미는 정말 살아 있는 듯 생동감을 가지고 있었다.

곤충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림자의 목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뭐, 설명은 따로 필요 없지? 우선 처음이니까 한 마리고, 네가 잘 적응하면 슬슬 머릿수를 늘릴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 나를 향해 도약한 거미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붉은 적색의 외성 안에서, 단탈리안은 망연한 표정으로 자신의 눈앞에 오연하게 서 있는 사탄을 바라봤다.

“이런 미친…….”

그의 입가에서 나온 한줄기 욕지거리가 붉은 외성 안을 돌다가 사라지고, 그런 단탈리안의 모습을 바라본 사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단탈리안, 정말로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사탄의 물음에 단탈리안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솔직히 단탈리안은 1지구와 5지구에 있는 계승자와 시스템의 가호를 받은 영혼을 먹어치우면 사탄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는 결론을 세웠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사탄은 신들에게 봉인 당해 약해진 상태였으니까.

그렇기에 그 몰래 반란을 계획하고, 마음껏 계승자들의 영혼을 취하며 암약했다.

또 어떨 때는 파편들과 영계로 가야 하는 영혼을 몰래 먹어치우며 사탄의 오만함과 거만함을 비웃기도 했다.

“이런 젠장……!”

단탈리안은 저도 모르게 뛰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사탄을 바라봤다.

그는 오만하거나 거만한 것이 아니라 그럴 자격이 있었던 것이다.

단탈리안은 순간 발악하듯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사탄의 뒤를 노렸다.

일순 사탄의 뒤에서 칼날들이 나타나 일제히 그의 몸을 꿰뚫으려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붉은 칼날은 사탄의 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쇳소리를 내고 있을 뿐이었다.

사탄은 자신의 등 뒤에 붉은 칼날이 있다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말했다.

“왜 그렇게 쓸데없는 힘을 소비하지, 단탈리안? 너도 알고 있을 텐데? 네가 나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 정도는.”

푸화아아악!

“끄아아아악!”

그와 함께 단탈리안의 주변에 검은 마력이 들이닥쳐 그의 몸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단탈리안의 비명이 내성에 가득히 울려 퍼진다.

단탈리안은 검은 마력이 자신을 둘러싸자마자 붉은 마력을 한계치까지 운용해 자신에게 들러붙은 검은 마력을 없앴지만…….

“끄으으윽!”

고작 한순간 검은 마력에 먹혔음에도 불구하고 단탈리안의 몸은 완전히 아작나 있었다.

오른팔은 어디로 갔는지 애초에 처음부터 보이지 않았고, 조금 전까지 무릎을 꿇고 있던 왼쪽 다리도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았다.

붉은 안광을 띠던 오른쪽 눈에서는 붉은 혈액만이 흐르고, 두 개의 뿔은 처참하게 부러져 있었다.

단 한 순간, 그저 검은 마력에 5초 정도 노출된 것만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입은 단탈리안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사탄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허탈한 듯 중얼거렸다.

“전력으로 싸워도…… 털끝 하나 건드릴 수가 없다니.”

엉망진창으로 박살 난 단탈리안을 보며, 미소를 유지한 채 왕좌로 돌아가 앉은 사탄은 주변을 둘러봤다.

무척이나 깨끗한 내성을 바라보며 사탄은 중얼거렸다.

“단탈리안, 뭔가 잘못 알고 있군.”

왕좌에 앉아 비스듬히 등을 기댄 사탄이 단탈리안에게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끄아아아아아악!!!”

콰득…… 콰드드득! 콰득!

그와 함께 사탄의 주변을 서성이던 마력이 단탈리안을 먹어치우는 것을 보며 그는 여유롭게 중얼거렸다.

“내가 놀아주는 것을, 싸우는 거로 착각하면 곤란해.”

사탄의 목소리가 단탈리안의 비명에 묻힌다.

이내 검은 마력이 단탈리안을 먹어치우고 사탄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리고 사탄은 자신의 몸 안에서 느껴지는 힘에 묘하게 표정을 굳혔다.

‘마력을 자신의 특성으로 바꾸어놓았나.’

단탈리안은 ‘이면’의 능력으로 단탈리안 본인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게 만들어놓은 마력이 사탄의 안에서 날뛰고 있었다.

‘뭐,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탄은 자신의 안에서 날뛰고 있는 붉은 마력을 검은 마력으로 찍어 누르기 시작했다.

한순간 그의 몸 밖으로 검은 마력이 대기 중에 흘러나가다가 들어가며 붉은 마력을 억누르기 시작했고.

곧 검은 마력에 의해 힘도 쓰지 못하고 그 아래에 깔린 붉은 마력을 느끼며 생각했다.

‘뭐, 이 정도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내 마력으로 바꿀 수 있겠군. 게다가…….’

사탄은 고개를 내려 외성의 바닥 아래에 잔뜩 모여 있는 영혼을 바라봤다.

‘저 영혼들까지 모조리 흡수하면, 영계의 봉인을 깨는 것도 가능하다.’

사탄은 외성 아래에 있는 영혼과 자신의 몸 안에서 검은 마력과 섞이지 못하고 맥동하는 붉은 마력을 느끼며 웃음을 지었고, 느긋하게 자신이 강림할 때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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